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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6화 〉 456. 레벨업 시스템

456. 레벨업 시스템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1분 10초입니다.>

“수겔라! 수겔라! 수겔라! 수겔라!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1분 57초입니다.>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2분 41초입니다.>

…….

나는 마력이 텅텅 빌 정도로 계속해서 최면을 걸었고, 최면에 걸린 박해준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차피 죽일 박해준에게 이토록 최면을 건 이유는 하나다. 엘피스에 관한 정보를 뜯어내기 위해서.

마음 같아선 임유나를 납치해 길들이고 싶었으나, 임유나는 현재 경찰 기관 깊숙한 곳에서 퇴근도 하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으으…. 아파라…. 오빠. 지금 죽여버리면 될까요?”

유재경이 권총을 주워들며 말했다. 그녀의 눈이 매섭다. 염력에 당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기다려. 이대로 죽이면 너무 아깝지. 정보를 뜯어내야 돼. 아까 미리 말해뒀잖아.”

“……오빠. 팔은 괜찮아요?”

“이거? 괜찮아.”

조금 아프긴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픈 것은 맞았기에 곧장 완전회복을 사용해 원래대로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마력은 완전회복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다. 마력은 최면 시스템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씨발!”

나는 최면에 걸린 박해준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컥!”

쿵! 박해준이 뒤로 넘어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일어서! 이 새끼야! 내 팔을 비틀어 놨는데 내가 그냥 넘아갈 것 같아?”

한 차례 박해준을 구타했다. 도중에 유재경도 끼어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박해준은 피칠갑이 된 얼굴로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박해준. 지금부터 내 질문에 바로 대답해라. 엘피스는 무슨 짓을 꾸미고 있지?”

“엘피스는…….”

나는 차근차근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선 엘피스. 움직이는 건 엘피스 한국 지부와 한국 정부뿐이다.

박해준의 말에 따르면 4일 뒤에 경찰특공대와 함께 작전을 펼쳐 적색바다교회의 사도인 날 체포하거나 죽이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일단 체포되면 무기징역이 확정이고 평생동안 특수 감옥에서 살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적광인 것도 들켰다. 그 이유는 투시 때문이다.

‘내 좆을 보고 내가 적광이란 걸 알아차렸다는 거잖아. 크크.’

지금와서 정체가 들켜도 상관없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최면 능력을 설광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건 제법 쓸만한데? 나를 향한 경계심이 보다 약할 거야. 그럼 최면도 쉽게 걸릴 수 있고.’

임유나는 원작에서 최종 보스같은 포지션의 인물이었다. 원작에서도 주인공의 최면 능력을 눈치 채고 접촉했다. 주인공의 호구같은 성격이 마음에 들었는지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바지에 결국 주인공에게 따먹히게 된다.

‘주인공은 최면이 아닌 방식으로 임유나를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 따먹었지.’

그 외에도 박해준에게 정보를 얻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방부의 높으신 분들은 이미 시스템 능력자와 엘피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특히 나의 최면 능력을 경계하고 있으며 수 십 명이 넘는 무장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다.

‘역시. 그 놈들을 함부로 노릴 수는 없겠어.’

이어서 임유나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약점이라도 알아낼 생각이었지만, 박해준은 임유나를 좋아하는 주제에 임유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기본적인 것들뿐이었다.

“쓸모 없는 새끼.”

주먹으로 박해준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유재경에게 말했다.

“재경아. 죽일 수 있겠어?”

“죽일 수 있어요.”

유재경이 여유로운 척 총구를 박해준의 이마에 겨눴다. 총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지금 죽일까요?”

“죽이고 싶을 때 죽여.”

탕!

총성이 울리고 박해준의 몸이 쓰러졌다.

그의 시체에서 이전에 본적 있는 황금빛 불꽃이 위로 올라오더니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여기서 놓치면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중국, 일본…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재경아!”

“네!”

유재경이 황금색 불꽃을 향해 몸을 던졌다. 불꽃이 유재경의 왼쪽 어깨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몸이 박해준의 시체에 떨어졌다.

“됐어요!”

유재경이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내가 아니라 허공을 응시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시스템을 보고 있을 테지.

“축하해, 재경아! 너도 이제 초능력자구나!”

“고마워요. 오빠. 모두 오빠 덕분이에요. 근데 초능력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에요?”

“머리속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해봐. 가령 네가 들고 있는 권총을 허공에 들어 올린다거나.”

“…이렇게요?”

권총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유재경은 신기한 듯 쳐다봤다. 권총을 그녀의 주위를 날아다니다가 툭 떨어졌다.

“아…. 다시 염력을 쓰려고 했는데 안 돼요.”

“마력이 없고 염력 레벨이 낮아서 그래. 퀘스트 같은 건 안 떴어.”

“떴어요!”

“무슨 퀘스트?”

“염력을 10번 사용하는 퀘스트요. 보상은 모든 능력치+1.”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퀘스트네. 돌아가자.”

“네!”

유재경은 들뜬 걸음걸이로 내 옆에 다가와 팔짱을 꼈다. 우리는 침대위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

‘재경이가 빨리 염력 레벨을 올러야 공중 섹스를 할 수 있을 텐데.’

???

“…….”

임유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앞에는 활짝 열린 시체 가방이 있었다.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은 박해준의 시체였다.

그가 어제 총에 맞아 죽은 이유.

쉽게 짐작되었다.

지금 그들과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까.

“대한민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총으로 죽었어. 공원 CCTV에서 적광과 설광의 모습도 보였고. 놈들의 짓이야. 아마도 모종의 방법으로 해준이를 불러냈겠지. 그놈들이 해준이를 죽인 이유는….”

“성유진이 적광이기 때문이겠죠.”

강태성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고, 임유나의 두 눈은 더 살벌하게 빛났다.

“전국에 있는 적색바다교회에 지령이 떨어졌습니다. 신도들이 서울에 모이고 있죠. 최소 10만은 될 인원입니다.”

“하… 골때리는군. 그렇게 많은 신도들을 모아서 시위라도 할 생각인가?”

“적광은 미쳤습니다. 시위 따위를 하기 위해 광신도들을 불렀을 리가 없습니다. 시위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고요.”

임유나의 말에 무언가를 떠올린 강태성이 얼굴을 구겼다.

“……쿠데타? 지금 시대에 구데타를 벌인다고?”

“네.”

“지부장. 아무리 지부장의 말이라도 믿기 힘들어. 쿠데타라니….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지금 시대에선 제대로 된 명분이 있더라도 불가능해.”

“겉으로 보기에는 쿠데타가 아니라 시위일 거에요. 적광… 아니, 설광에게 최면 능력이 있으니까요.”

“……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불러낸다?”

“네. 그리고 최면을 거는 거죠. 대통령이 최면이 걸리는 순간부터 이 나라는… 놈들의 것이 되겠죠.”

물론 대통령 한 명에게만 최면을 걸었다고 대한민국을 지배할 수 없다. 대통령은 시작이다. 대통력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주요인물들을 최면으로 복속시킬 것이다.

“적광과 설광을 죽여야 해요. 특히 설광은 반드시…!”

“적광은 알아도 설광은 누군지 모르지 않나.”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임유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적광과 다르게 설광은 단서가 없었다.

설광의 특징은 몸매가 뛰어난 미녀. 그리고 적광과 함께 한다는 것.

성유진 주위에 여자를 조사하면 설광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그의 주위에 있는 여성들을 조사했다.

‘성유진. 그 미친놈이 발정이라도 났는지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리고 다녀! 게다가 연예인과 아이돌 연습생까지…. 최근 몇 개월 동안 건드린 여자만 해도 10만 명이 넘어!’

남자가 권력과 돈을 가지면 여자에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유진은 도를 넘어섰다.

여신도들을 모아 난교 파티를 하는 건 기본이었고, 돈을 이용해 여자를 꾀는 것도 서슴지않았다.

성유진이 자주 만나는 여자들을 솎아내도 수 천 명이다. 이 중에서 몸매 만으로 설광을 특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차하면.”

“여차하면?”

“아닙니다. 잠깐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거에요. 그리고… 아저씨도 조심하세요.”

“그래. 난 해준이 처럼 당하지 않을 거다. 근데 엘피스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는 거냐?”

“그들은 저희보다 한국 정부를 더 믿더군요.”

“…하긴 초능력자라고 해도 혼자서 정부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

광화문 앞에 수 십만 명이 모였다.

적색바다교회의 신도들은 새하얀 의복을 입고 똘똘 뭉쳤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12만 명이다.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들이 시위 장면을 찍었고, 시위대 옆에는 수 많은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긴장한 채 신도들을 지켜봤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이비 종교.

여차하면 강제로 진압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느껴졌다.

상급 신도들이 적색바다교회를 뜻하는 깃발을 흔들었다. 신도들은 하나 된 목소리로 외쳤다.

“달이 떨어지는 날!!!!!”

“바다가 붉게 변하니!!!!!”

“사도께서 우리를 낙원으로 이끄시니라!!!!!”

광신도들의 외침이 광화문에 쩌렁쩌렁 울렸다.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은 처음에는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다가 점점 감화되어 시위대에 합류하는 경우가 번번히 일어났다.

나의 최면같은 시스템 능력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오르며 레벨이 상승한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더 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현재.

교주인 심종필의 세뇌 레벨은 내 최면 레벨보다 훨씬 높았다. 무려 27.

세뇌 능력은 특성상 굳이 직접 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뇌에 당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숙련도가 조금씩 오르는 것이다.

‘최면급은 아니지만 좋은 능력이지.’

나는 시위대의 앞에 마련된 단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신도들이 조용해지며 나를 주시했다. 그러자 경찰, 카메라, 서울 시민들이 나를 주목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어깨와 양손으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냥 십자가가 아니다. 팔다리가 없는 심종필 교주가 매달려 있는 십자가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세뇌 토템. 심종필은 내 명령에 따라 일정 시간마다 반복해서 세뇌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세뇌는 마치 물결처럼 퍼져나가며 이곳에 있는 광화문에 있는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단상위로 올라온 나는 뒤쪽에 십자가를 세워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 십 만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방송등을 통해 본다면 그 수는 수 백 만. 아니, 사이비 종교의 대규모 시위인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테니 수 천만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신도 여러분!”

대형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진! 화산폭발! 전염병! 해일! 전쟁! 얼마 안 있어 대한민국에 일어날 일입니다!”

정상인들은 내 말에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하지만 세뇌된 광신도들은 내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내가 하늘이 빨갛다고 하면 빨간 것이다.

“그 모든 게 대통령 때문입니다! 아무튼 대통령 때문입니다! 왜냐! 지금의 현 대통령은 악마에게 빙의당했기 때문입니다! 제 눈에는 보입니다! 대통령! 지금 당장 내 앞으로 와서 우리의 의식으로 악마를 몰아내야 합니다!”

광신도들의 눈은 믿음으로 초롱초롱 빛난다.

“대통령이여! 악마에게 조종당하는 대통령이여! 더 늦기 전에 어서 빨리 우리의 의식을 받으십시오!”

대통령이 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최면을 걸어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이걸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다.

“딱! 1시간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신도들이 주교들의 손짓에 따라 외쳤다.

“악마에 빙의당한 대통령은 광화문으로 오라!”

“우리의 의식으로 악마를 퇴치하니라!”

우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전화가 온 것이다.

“잠깐만요.”

내가 말하자 좌중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던 광신도들이 합죽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이 광신도들을 완벽하게 제어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댔다.

“여보세요.”

상대는 임유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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