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7화 〉 457. 레벨업 시스템
457. 레벨업 시스템
스마트폰에서 임유나의 목소리가 흘려나왔다.
-성유진 씨. 임유나입니다.
“네. 계속 말씀하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다면 따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상당히 바쁜지라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습니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거에요. 성유진 씨 기준으로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보이시죠? 거기에 제가 있어요.
임유나는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아니, 임유나 뿐만이 아니라 경찰특공대, 저격수 등이 근처에서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별로 놀랍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임유나가 다급하게 내게 연락한 이유. 그건 그녀가 투시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인 12만의 신도들. 모두 똑같은 옷은 입은 그들의 옷 아래에는 총기가 숨겨져 있다.
내가 대통령에게 준 1시간.
그 의미는 1시간 안에 오지 않으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는 뜻이다.
‘투시로 12만 명 전원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임유나는 심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기분을 맛봤겠지.’
임유나는 나와 협상을 벌일 것이다. 사이비에 심취한 12만명의 사람들이 총기를 들고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함정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내게는 총을 무장한 12만 명의 신도들이 있고, 완전 회복과 공간 이동 주문서도 있다.
힐끗. 뒤쪽에 있는 심종필을 쳐다봤다.
‘이놈은 여기에 두고 가는게 좋겠지.’
지금 이곳은 인터넷에 생방송 중계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종필이 세뇌 시스템 능력자라는 걸 알아차리더라도 저격할 수 없다. 저격하는 순간 사이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신도들이 있고, 한국의 눈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다.
그리고 나는 만일을 위한 준비도 해뒀다.
“신도 여러분!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3시간! 3시간 안에 돌아올 것을 약속드릴테니 기다려주십시오!”
“네! 사도님!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신도들은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만약 3시간 뒤에 내가 오지 않는다?
‘수겔라!’
나는 대주교와 교주에게 폭동을 일으키라고 최면을 걸어두고 임유나가 있는 건물로 차분하게 걸어갔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내 뒤를 쫓아오려고 했지만 경호원에게 막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나는 경호원 한 명에게 안내를 받아 어느 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임유나와 강태성이 긴장한 상태로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강태성에게 말했다.
“강태성 씨. 전 임유나 씨와 단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가주시죠.”
“골때리네. 그걸 말이라고 하나?”
강태성이 나를 노려보며 능력을 사용했다. 그의 몸이 셋으로 나누어졌다. 분신 능력이다. 아마 최대 10명 정도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원작에서 나왔어. 분신에게도 최면을 걸 수 있지.’
지금 당장 분신에게 최면을 걸 생각은 없다. 임유나가 나를 직접 만나기로 한 건 내가 최면 능력자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아저씨. 괜찮아요. 잠깐 방에서 나가주세요.”
“…지부장. 이놈은 해준이를 죽인 미친놈이야. 갑자기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와 이야기를 하러 왔습니다. 거기다 이 주위에는 병력들이 있죠. 그도 모르지 않을 거에요.”
나는 못 들은 척 실실 웃으며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원목으로 제작한 라운드 테이블이다. 크기도 크고 보기에도 좋다. 꽤 값이 나갈 것 같다.
실랑이를 벌이던 강태성은 임유나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분신들과 함께 나를 노려보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
“…….”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 봤다. 서로의 눈높이는 비슷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여유로웠고, 그녀는 여유롭지 못했다.
임유나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망설이고 있었다.
“……성유진 씨. 전에 했던 말은 아직도 유효합니까?”
“전에 했던 말? 어떤 말을 말하시는 겁니까?”
“…….”
내가 모른 척 묻자 임유나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게 내 눈에는 보였다.
“……제가 당신의 여자가 된다면 엘피스에 들어오겠다는 말 말입니다.”
“아. 그거.”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오려고 한다.
“네. 물론 유효합니다. 당신이 제 여자가 된다면 제가 엘피스에 들어가겠습니다.”
“……당신의 여자가 되겠습니다. 엘피스에도 당신의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니… 적색바다교회의 신도들을 조용히 해산시켜 주십시오.”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유능하다.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엘피스 한국 지부장이란 직위를 달고 있는 걸 보면 보통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녀라면 굳이 엘피스가 아니어도 다른 일을 하며 편하게 살 수 있을 터.
자신을 바쳐서까지 나를 막을 필요가 있나?
“임유나 씨. 그냥 포기하고 내 여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까? 부귀영화를 약속하죠.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을 약속합니다. 엘피스에… 아니, 한국에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성유진 씨…. 당신을 옳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국을 지배한다면… 한국은 지옥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저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
“당신의 몸을 바치더라도?”
“네.”
“당신이 제 여자가 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제가 엘피스에 들어갈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겠죠?”
“하지만 제가 당신의 여자가 된다면 못해도 일주일의 시간은 벌 수 있겠죠.”
“일주일의 시간이 있으면 저를 막거나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엘피스 본부장에게 제가 본 것들을 보고하며 지원을 요청할 겁니다. 그들이 온다면… 당신을 막을 수 있어요.”
“그걸 왜 저한테 전부 말해줍니까?”
“당신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당신은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함부로 죽이지 않습니다. 특히 미녀의 경우는 더더욱. 그리고 당신은 절 원하고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맞습니다. 임유나 씨를 얻을 수 있는 대가로 일주일은 충분히 지불할 수 있죠. 당신이 제 여자가 된다면 신도들을 해산시키겠습니다. 신도들의 폭동은 없을 거라는 걸 약속드리죠.”
임유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당신이 제 여자가 되었다는 걸 증명해주시죠.”
“……제게 뭘 시키려는 거죠?”
노골적으로 임유나의 몸을 훑어봤다. 제대로된 미적 기준을 갖춘 남자라면 누구나가 인정할 아름다운 얼굴과 정장을 입고 있지만, 숨겨지지 않는 볼륨감 넘치는 몸매.
“전 스트립 클럽같은 걸 아주 좋아합니다.”
내 말을 이해한 임유나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테이블 위로 올라와 암사자처럼 표표하게 네발로 기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정장 자켓의 단추를 풀었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녀는 블라우스의 단추마저 풀었다. 검붉은 색의 고급스런 브래지어에 감싸인 새하얀 젖가슴이 보였다. 브래지어 위로 젖가슴살이 살짝 삐져나왔다.
‘F컵! 군침이 도는군.’
내 자지가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앞으로 다가와 테이블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렸다. 정장 치마가 위로 밀려 올라가고 보라색 팬티가 보였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임유나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었다.
“글쎄. 아직 못 본 곳이 있어서.”
임유나가 떨리는 손으로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나는 그녀의 은밀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홍색의 보지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듯 일자로 딱 다물어져 있었다. 작은 클리토리스 위에는 검은 보지털이 누워있다. 항문도 색소가 진하지 않고 국화 모양으로 예쁘다.
흠잡을 곳이 없다.
나는 그녀의 보지를 확인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마음이 바뀌었어.”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내 자지는 딱딱하게 발기한 상태다.
“무슨….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을 텐데.”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철컥.
내가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에 익숙한 쇳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바닥에 내려선 그녀가 어느새 권총을 들고 나를 겨누고 있었다. 총을 테이블 근처에 숨겨뒀던 모양이다.
“제가 당신의 여자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널 갖는 대신 일주일의 시간을 주는 것보다…. 한국을 지배하고 널 갖는 쪽이 일주일보다 더 빠를 것 같아.”
“당신을 여기서 죽일… 윽!”
순간 임유나가 몸을 비틀거렸다. 바닥에 넘어질뻔한 그녀는 두 다리로 겨우 균형을 잡았다. 창백한 안색의 그녀는 몸을 떨다가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좋지 않은 미래라도 본 모양이지?”
“…….”
대답이 없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강태성은 성유진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지부장!”
“……아저씨.”
임유나는 흐트러진 모습으로 테이블에 기대고 있었다.
“괜찮나? 그 자식이 뭔 짓을 한 거야?”
“전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지금 해야 할건….”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당장 적색바다교회의 심종필 교주를 죽이세요! 그가 세뇌 능력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 없습니다! 지금 당장 죽이십시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향해 소리 질렀다.
심종필 교주.
남자에겐 조금의 자비도 내리지 않는 성유진이, 적색바다교회를 이미 장악한 그가 왜 심종필 교주를 죽이지 않고 있을까?
일반적인 사이비 종교보다 말도 안되게 확산세가 빠른 것.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심종필은 세뇌 시스템 능력자가 틀림없다.
“심종필 교주가 죽으면 신도들은 해산 할 겁니다! 망설이지 말고 당장 교주를 죽이세요!”
임유나는 성큼성큼 걸어 창문 쪽으로 향했다. 커튼을 젖히고 광신도들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는 광화문을 내려다봤다.
“실패…… 했다고요?”
투시를 발동했다. 사람들을 뚫고,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십자가에 매달린 심종필을 확인했다. 심종필의 앞에는 저격수가 쏜 총알이 무언가에 막힌 듯 허공에 멈춰 있었다.
“……염력.”
광신도들의 함성이 광화문을 가득 채웠다.
“하늘이 교주님을 보호하신다!”
“간악한 악마의 공격을 막아내셨다!”
“번개의 사도께서 악마로부터 나를 구하리라!!!”
광신도들이 일제히 옷 속에 숨겨두었던 총기를 꺼내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폭동이 시작되었다.
“…….”
쿵.
임유나의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
탕! 타타타탕! 탕!
광신도들은 총성과 함께 청와대로 진격했다. 신도들 중에는 온몸에 폭탄으로 무장한 놈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경찰들은 감히 신도들의 앞을 막지 못했다. 앞을 막는 순간 총구가 불을 뿜었고 수류탄이 허공이 날았다.
이미 발생한 사상자는 500명이 넘는다. 군대가 오고 있다는 정보가 내 귀에 들렸지만 우리가 청와대를 점령하는 쪽이 더 빨랐다.
‘다행히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 심어둔 부하가 내게 보고하고 있다. 대통령은 도망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나를 얕보고 있거나, 군대를 믿고 있거나.
“오빠. 이제 한국을 오빠가 지배 하는 거에요?”
“크크. 그래. 내가 지배해야지. 대통령이 순순히 협조해줬으면 좋겠군.”
“그럴 거에요. 오빠는 한국을 지배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유재경이 내 옆에서 말했다.
곳곳에 배치된 저격수가 내 머리와 심종필의 목숨을 노리고 있지만, 총알은 내 피부에 조금도 닿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유재경이 염력을 이용해 나와 심종필 주위에 염력 장막을 펼친 것이다.
“얼마나 사용할 수 있겠어?”
“1시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어요.”
“그거 참 든든하네.”
1시간이면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청와대에 도착했다.
청와대 입구에는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당장 멈춰라! 가까이 다가온다면 발포하겠다!”
광신도들이 경찰의 경고를 들을 리가 없었다. 광신도들이 움직였고 경찰들이 총을 발포했다. 총격전이 벌어졌다. 진지를 구축한 경찰쪽이 유리했다. 앞에 선 신도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주교들을 쳐다봤다.
“준비해온 것을 사용하십시오!”
“예! 사도님!”
주교들이 로켓 런처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