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8화 〉 458. 레벨업 시스템
458. 레벨업 시스템
“준비해온 것을 사용하십시오!”
“예! 사도님!”
주교들이 로켓 런처를 들었다.
콰앙! 쾅! 콰앙!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로켓 런처가 진을 친 경찰들을 초토화하기까지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나와 신도들은 경찰들의 탄 시체를 밟으며 청와대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다. 신도들이 청와대와 그 주위를 정복하고, 나는 헬기를 타고 도망치려던 대통령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을 수 있었다.
대통령은 뱃살이 툭 튀어나온 놈이었다.
‘현실 세계랑 많이 다르네. 이놈의 이름이 뭐였더라?’
대통령은 볼살을 푸들거리며 나를 향해 분노의 말을 토했다.
“나, 나를 잡았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지배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대한민국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널 붙잡아 심판대 위에 올릴 것이며, 국민들은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에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내가 자신에게 최면을 걸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알아. 그래서 너를 시작으로 장관, 국회의원, 국방부, 경찰, 검찰… 뭐, 위에서 있는 놈들부터 차근차근 지배할 거야.”
그리고 이미 세뇌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미, 미친놈! 설령 네가 한국을 지배하더라도 전세계가 널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거참. 걱정해줘서 고맙군.”
나는 대통령의 머리를 붙잡았다.
지금 이 모습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전국민들도 내 능력을 알게 되겠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이 내 능력을 안다고 해서 나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12분 45초입니다.>
대통령이 무릎 꿇었다. 그는 이지가 상실한 눈동자로 나를 찬양했다.
“성유진 사도님 만세! 적색바다교회 만세! 대한민국은 성유진 사도님에 의해 구원받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어서 여기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외쳤다.
“국민 여러분! 제 안에 있던 악마가 성유진 사도님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도망갔습니다! 국민 여러분! 적색바다교회를 믿으 십시오! 우리 신성대한민국의 앞길에는 오로지 영관만이 있을 뿐입니다!”
신성대한민국.
내가 통치하게 될 대한민국의 이름이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저를 믿으십시오! 수겔라!”
나는 이어서 대통령 비설실장을 비롯해 청와대에 일하는 자들 모두에게 최면을 걸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몇몇 정신력이 뛰어난 놈들은 따로 모아놨다가 다시 최면을 걸 생각이었다.
“오빠. 이제 끝이에요?”
“아니. 이제 시작이야.”
신도들을 이끌고 대한민국의 중요 인물들을 찾아 움직였다.
‘1만 명의 신도들에게 인천공항을 장악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비행기로 도망치진 못하겠지. 배로 도망갈 수 있으니 인천 항구 쪽도 막도록 명령하고… 지방으로 가는 고속도로도 막아야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국회의원들이었다. 일이터지자마자 신도들 중 일부가 국회의원들을 습격해 내게 데려온 것이다.
“다, 당신의 밑에 들어가겠소. 그러니 최면만은 제발…!”
“네가 끝내주는 미녀였다면 모를까…. 늙어 빠진 남자 새끼의 충성 따윈 있으나마나 한 것! 잔말말고 내 노예나 되어라! 수겔라!”
“으아아아…!”
국회의원은 충실한 노예가 되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내 자비를 원했지만,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도 있었다.
“……후. 마음대로 해라. 그러나 세상은 결코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다!”
“수겔…. 아니, 잠깐. 너 이 새끼.”
나는 무릎 꿇은 국회의원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렸다.
“……?!”
“이 새끼… 연예인 성접대 논란이 있는 놈이잖아?! 감히 내 여자들을 건드려?! 넌 노예로 부릴 가치도 없다!”
푸욱!
작은 칼을 놈의 허벅지에 찔렀다. 성접대 논란의 진위여부? 논란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끄아아아아!”
“시끄럽다. 내 여자를 건들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건방진 새끼…. 넌 곱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 하지 마라.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신도들이여! 이놈을 끌고가서 고문방에 쳐넣어 평생 동안 고문하라!”
“네! 사도님!”
“사, 살려주십시오! 사도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신도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국회의원이 나를 향해 빌었지만 내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봉고차에 타는 걸 확인하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또 다른 국회의원이 벌벌 떨었다. 두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저, 적색바다교회 만세! 성유진 사도님 만세! 신도가 되겠습니다! 부디 저를 신도를 받아주십시오! 사도님!”
“으음. 사도가 되겠다니…. 마음에 드는군요. 정말 독실한 신도가 되겠습니까?”
“네. 네! 독실한 신도가 되어 사도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현명하십니다. 하지만 신도가 되려면 최소한의 교리는 익혀야 합니다! 상급 신도분들! 이 자를 데려가서 교리를 알려주어 신도로 만드십시오! 의욕이 넘치시는 분이니 오랜시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고문은 하지 마시고요! 이분은 자신의 의지로 우리의 동료가 될 것입니다!”
“네 사도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국회의원이 내게 연신 감사인사를 하며 신도와 함께 떠났다.
‘스스로 세뇌 당하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지.’
안 그래도 최면을 사용할 일이 많아질 테니 최대한 마력을 아껴야 한다. 굳이 쓸 필요 없는 놈에게 까지 최면을 쓸 필요가 없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세뇌되어 내 발밑에 고개를 조아리겠지.’
나는 다시 신도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로 위를 달려온 전차와 장갑차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장갑차에서 소총을 들고 무장한 군인들이 우루루 내리며 신도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신도들은 군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죽일테면 죽여라.
그 기세에 밀린 군인들이 주춤거렸다.
“성유진! 하늘에서 내려온 사도라는 놈이 신도들 틈에 숨어 있을 생각이냐! 당장 나와라!”
대령 하나가 장갑차 위에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나는 귀찮음을 느꼈다.
바쁜데 별 같잖지도 않은 놈이 시비를 거는군.
“수겔라!!!”
<최면에 성공합니다. 허나 대상이 부분적으로 저항합니다. 최면 유지 시간은 39분 16초입니다.>
“사도님! 당장 비키겠습니다! 전 병력 무장을 해제하고 길을 비켜드려라! 아니, 우리가 사도님을 호위 할 것이다!”
“…대령님?!”
“수겔라!”
“옳은 말씀입니다. 대령님!”
신도들이 성가를 부르며 내 뒤를 따랐다.
???
일주일.
내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물론 완벽한 지배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요 인물들에게 죄다 최면을 걸었지만 예외가 몇 개 있었다. 제주도, 울릉도 같은 섬들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문제다.
가장 날 성가시게 하는 건 저항군이다.
내 지배를 원하지 않는 국민들이 모여 만든 저항군. 그들은 최면과 세뇌에 당하지 않은 군부대와 함께 나를 죽이려 들고 있었다.
실제로 오늘 새벽에도 놈들에게 암살 시도를 받았다. 최면으로 놈들을 내 충실한 부하로 만들어 본거지를 치려고 했지만… 이놈들은 본거지에 대해 몰랐다.
‘나에 대해 모르니 아예 정보를 주입하지 않았군.’
그냥 죽여버릴까 하다가 가족을 죽이고 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너무 쉽게 죽이면 얕보인다.
“사도님! 큰일입니다!”
청와대 대통령실에서 여배우를 따먹고 있던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방안으로 들어온 돼지같은 대통령을 노려봤다.
“왜.”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 500만 국민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유진 사도님의 사형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
”고작 그딴 일로 지금 내 섹스를 방해했냐? 죽고 싶어?“
”500만 명입니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합니다! 우선 여기서 피하거나…!“
”탱크로 밀어버려. 안 되면 전투기로 폭격 하던가. 미녀들이 아깝긴 하지만… 이런일이 자꾸 일어나면 귀찮으니 확실하게 조져 주는 게 좋겠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하,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대통령이 벌벌 떨며 횡설수설거렸다. 최면에 완벽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내가 다시 한 번 그에게 최면을 걸려고 할 때였다.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힐끗 보니 임유나였다.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먼저 연락해올 줄 몰랐어.“
-……당신이 미친 짓을 벌이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아, 도청기가 있었나? 귀찮아서 도청 검사는 안 했지. 그런데 왜?“
-당신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고서도 정작 이끌어갈 생각이 없으시더군요.
”대통령이 있잖아.“
내 시선을 받은 대통령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그는 당신의 눈치를 보느라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인성은 좋지만 유능한 사람은 아닙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군. 치워버려야 하나. 근데 연락한 이유가 뭐야? 내 여자가 되려고? 환영은 하겠지만 일주일전과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른 건 알지?“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충성도 바칠 수 있습니다. 제게 실권을 주세요.
”왜. 권력을 탐하는 여자로는 안 보였는데? 그 사이에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어?“
-이대로 있다면 수 백 만이 죽을 테니까요. 그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최면을 걸어도 좋아요. 단, 제 성격과 가치관을 건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마음에 들어. 하지만 난 너한테 최면을 걸 생각이 없어. 쉽게 믿을 수 없다는 말이지.“
-…제가 뭘 해야 하죠?
”강태성. 오늘 안에 그놈을 죽이고 시체를 가지고 청와대로 와. 그럼 믿어주지.“
-…….
약 20초 간의 침묵 뒤, 총성이 들렸다.
-…지금 가겠습니다.
임유나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임유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았다.
‘자신을 희생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려는 거지.’
그러기 위해 자신의 동료도 죽였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년이다.
‘그리고 내 자지를 더 팔팔하게 만들어 주는 년이지.’
???
임유나가 시체 가방을 들고 대통령실로 찾아왔다. 그녀는 시체 가방을 한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들었다. 그녀도 시스템 능력자인 만큼 신체 능력이 일반인 보다 훨씬 뛰어났다.
”……당신이 원한 강태성의 시체입니다.“
”동료를 죽이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었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시체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이마에 총알 구멍이 난 강태성의 시체가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상태다. 죽기 직전에 임유나의 배신에 엄청나게 경악했으리라.
‘강태성은 분신 능력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이게 분신일 가능성은 없어. 분신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치명상을 입어도 사라지니까.’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본체라는 뜻이다.
”분신 시스템 능력은?“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회수는… 할 시간이 없었고, 인적자원도 없는 상태에요.“
”엘피스의 지원이 오기로 하지 않았나?“
”엘피스는… 지원을 취소했습니다. 한국을 포기했죠. 당신의 능력이 너무 위험하니까.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습니다. 조만간 움직이겠죠. 당신을 죽이려 들겁니다. 특히 미국이.“
”그래 봤자지.“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내 방으로 향했다. 커다란 침대가 있는 넓은 방의 중심에 그녀를 세웠다.
”이제 마지막으로 네 충성의 증거를 시험해볼까. 벗어.“
”……네.“
임유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옷을 벗었다.
일주일 전에는 얼굴을 붉히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의 두 눈은 썩은 동태 눈깔 같았다.
‘뭔가 아쉬운데. 그때 따먹을걸 그랬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의 분위기도 나름 잘 어울린다.
임유나는 정장을 벗고, 스타킹을 벗고, 검은색 속옷까지 전부 벗어 알몸이 되었다.
새하얗고 탄력적인 피부. 모양 좋은 F컵의 유방과 핑크색 유두. 매끈한 복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보지털과 분홍색 보지. 탱탱한 허벅지와 엉덩이.
이미 알몸인 내 자지는 한계까지 딱딱하게 발기한 상태다.
”재경아.“
”네~!“
”…!!“
어두운 벽 쪽에 조용히 숨어 있던 유재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 망사 네글리제를 입은 그녀는 임유나를 보며 실실 웃었다.
”설광….“
임유나가 놀란 듯 눈을 치떴다. 생각했던 대로 임유나는 바로 유재경이 설광인 걸 꿰뚫어 봤다.
”흐음. 오빠가 마음에 들만 하네요. 얼굴도 몸매도 질투가 날 정도로 뛰어나네요.“
”재경아. 내가 너 아끼고 있는 거 알지?“
”그럼요. 시작할까요?“
”시작해.“
임유나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