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1화 〉 461. 아카데미의 구원자
461. 아카데미의 구원자
[성유진
레벨: 61
근력: 51 체력: 51 민첩: 51 지능: 35 정력: 60 마나: 55]
[사용 가능 포인트: 3,157]
“크크크.”
쌓인 포인트를 보자 입가가 절로 실룩였다.
3,157 포인트.
역대급으로 많이 모인 포인트다. 이렇게 많은 포인트가 쌓인 이유도 짐작간다.
‘레벨업 시스템 세계를 시작하기 전에 설정한 페널티 때문이겠지.’
정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를 1로 시작하는 페널티. 그 덕분이다.
만약 페널티를 설정하지 않았더라면 2,300 ~ 2,500 정도의 포인트 밖에 모으지 못 했겠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적을 수도 있고.
‘이 정도 모았으면 써주는 게 예의지!’
이미 예전부터 포인트를 어디에 쓸지 결정해뒀다. 하나는 특성인 뇌전, 다른 하나는 능력치다.
‘우선 뇌전부터.’
[뇌전(雷電) Lv.7
뇌전을 뜻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뇌전을 다룰 때 마나와 활력이 소모됩니다.]
레벨 3에 불과했던 뇌전을 레벨 7로 바꾸었다.
레벨 3에서 250 포인트, 4에서 300, 5에서 500, 6에서 1,000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총 2050 포인트.
[사용 가능 포인트: 1,107]
3분의 2를 단번에 써버렸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내 몸은 만족감으로 덜덜 떨렸다.
파직.
이제는 굳이 내 몸을 통하지 않더라도 뇌전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마나와 활력의 소모가 크지만 벼락까지 떨어뜨릴 수 있음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뇌전은 이전보다 강해졌고, 이전보다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어.’
손가락을 튕겼다.
파지지직.
고리 형태의 뇌전이 내 허리 부근에 나타나 회전했다. 예전에는 이 정도의 뇌전을 사용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게임하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뇌전의 효율이 2배 이상 좋아진 것 같아.’
다음은 능력치.
[성유진
레벨: 61
근력: 60 체력: 60 민첩: 60 지능: 50 정력: 63 마나: 60]
[사용 가능 포인트: 37]
‘완벽한 밸런스군.’
나는 C급 헌터 치고 신체 능력이 약한편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온전한 C급의 신체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능력치 60부터 능력치 하나를 올리려면 무려 50 포인트가 필요해. 예상은 했지만 좀 빡센 느낌인데.’
이제부터는 능력치 보다는 스킬이나 특성에 능력치를 투자하는 편이 더 빠르게 강해질 것 같다.
‘뇌전같은 경우는 8레벨이 되기 위해서 2,000 포인트가 필요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층더 강해졌으니 이젠 시험해볼 시간이다.
???
‘레벨업 시스템’의 엔딩을 보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화면을 빤히 쳐다봤다.
선택 가능한 유희 세계 목록에 내 시선을 끄는 새로운 창작물이 나타났다.
[아카데미의 구원자]
이건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출시 된 게임이다. 현실보다 더 기술이 발전한 ‘뱀파이어 형사’ 세계인 만큼 여러모로 뛰어난 게임이었다.
‘난이도가 좆되게 높아서 대중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지만, 마니아 층에선 최고의 게임으로 손꼽히지.’
자유도가 몹시 높은 게임이다. NPC도 죽일 수 있고, NPC와 결혼할 수도 있다. 똑같은 선택지를 해도 가지고 있는 아이템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게임.
‘난 이 게임을 해본 적 없어.’
할까.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구석에 처박아 둔 게임이다. 게임의 장르가 여러 가지 짬뽕 되어 있다 보니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 않았는데도 목록에 떴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레벨이 높으니 이젠 내가 보지 않거나, 하지 않은 창작물도 목록에 뜨는 건가?
‘아니. 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충 알고 있고, 엔딩도 몇 개 알고 있어.’
나는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플레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플레이 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봤다.
‘마음에 든 여자 스트리머라 지켜봤지. 따먹기도 했고.’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나는 절대권력을 가진 한국의 왕이나 다름없다. 원하는 연예인도 마음껏 취할 수 있는데, 개인방송인이라고 못 따먹을까.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직접 플레이 하지 않아도 목록에 넣을 수 있다는 걸 새로이 알았어.’
내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선택했다.
‘아카데미 구원자에 나오는 여캐는 수 백이 넘고, 미녀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지. 잠깐만 즐기고 오자. 크크.’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선택했습니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 5가지가 존재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게 5가지나 존재한다고? 많네.’
[1. 유진 스타렉
-스타렉 가문의 후계자다.
-박탈의 저주에 걸려있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A급 특성 : 화염심장]
[2. 성유진
-고아출신의 각성자다.
-마루한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B급 특성 : 무기 변환.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3. 성유진
-성하리의 아들이다.
-마루한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S급 특성 : 정령안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4. 유진 콜브링어
-몰락한 콜브링어 가문의 직계다.
-A급 히어로. 마루한 아케디미의 교수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A급 특성 : 특성 복사]
[5. 성유진
-고아 출신으로 어렸을 적부터 불법적인 일을 전문으로 해왔다.
-A급 빌런. 살인청부업자.
-S급 특성 : 아웃 사이더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뭐… 크게 고민 할 필요도 없군.’
나는 5번째, 빌런 A급 빌런 성유진을 선택했다.
가지고 있는 S급 특성에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
‘스펙이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빌런이라는 거지.’
빌런이니 다른 것에 비해 제약도 없어 보였다.
‘마음에 드는 년은 다 따먹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다 죽이는 거야.’
[페널티를 설정하시겠습니까?]
‘페널티는 설정 안 해. 이 세계는 페널티를 가지고 놀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세계니까.’
[유희를 시작합니다.]
???
비릿한 피냄새가 나는 뒷골목에서 눈을 뜬 나는 정면에 있는 시체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유희 세계에 오자마자 시체라니…. 재수 옴 붙었군.’
내 손에 쥔 단검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죽인 모양이었다. 정확하게는 내가 들어오기 전의 아바타의 짓거리다.
‘가장 먼저 해야 할건… 상태창!’
『이름: 성유진
근력: C+ 체력: B 민첩: A+ 내구: D- 마나: C+
특성: 아웃 사이더 (S)
스킬: 은밀기동 (A), 맹독 (B-), 흔적 제거 (A-), 각성(C), 간파(B+)
카르마: 선 0 악 0』
일반 각성자들은 자신의 특성과 스킬을 알 수 있으나, 나처럼 정확히 능력치가 어떻게 되는지는 볼 수 없다. 플레이어 상태창의 특권이다.
‘그리고 특수한 힘을 가진 물건과 감정할 수 있고, 원작 게임과 같은 능력이라면 조건을 만족하면 상대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지.’
그 조건도 크게 어렵지 않다. 대상의 이름을 알고 직접 눈으로 보면 대상의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다.
‘지금 내 육체는 현실의 것보다 더 뛰어나고…. 특성을 확인해볼까.’
『아웃 사이더
특성 랭크: S
몸을 일시적으로 없앤다.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랭크가 낮은 특수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나는 바로 특성을 사용했다. 새로운 힘이 생기면 사용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몸속의 마나의 일부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오?”
내 몸은 반투명하게 변했다. 입으로 벌려 감탄사를 흘렸지만 몸이 실재하지 않으니 소리가 되지 못했다.
나는 벽에 손을 뻗었다. 벽에 손이 쑤욱 하고 들어갔다.
‘몸이 없으니 벽을 통과하는 건 당연한데… 이러면 땅밑으로 떨어져야 정상 아닌가?’
아래를 봤다. 내 발은 바닥에 닿고 있었다. 내가 원하니 다리가 바닥으로 푹 빠졌다. 두루뭉술하면서도 알 것 같았다.
‘마루한 아카데미로 바로 쳐들어 갈… 수는 없지. 거긴 A급 히어로가 수 십 명은 있는 곳이니까.’
마루한 아카데미에 있는 여자들이 진짜지만, 아카데미를 습격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영영 아카데미에 박혀 있는 것도 아닐테니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우선은 자지가 외로우니 괜찮은 보지 좀 찾아볼까. 크큭.’
미녀는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가까운 원룸에 살고 있었다.
막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방에 나온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오우. 가슴 죽이는데? 내가 천국이 뭔지 보여주지. 크크.”
???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마음대로 활동했다. 노리고 있던 마루한 아카데미 생도를 몇몇 강간하기도 하고, 악의 조직 중 하나인 ‘칼리스’에 들어갔다. 악의 조직을 방패로 삼아 원활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다.
‘임무를 몇 개 해결해주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혼자서 움직이는 것보다 더 낫지. 근데… 내가 왜 S급 빌런이 된 거지?’
수배서가 떨어지고 뉴스나 인터넷에서 내 얘기만 흘려 나왔다.
나는 의아했다. S급 빌런이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검색을 해본 결과 내가 한 짓이 악질 중의 악질이라 S급 빌런으로 올라갔단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폭탄 테러한 것. 아카데미 남자 생도를 죽이고, 여자 생도를 강간한 것. S급 히어로의 가족을 납치하고 협박한 뒤, S급 히어로를 강간한 것. 축구장에서 독가스를 살포하고 치어리더들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따먹은 것. 날 욕한 정치가가 마음에 안 들어 찾아가 눈앞에서 딸을 범한 것 등등이 지금까지 내가 해온 짓이었다.
‘많이 해오긴 했는데 고작 이걸로 S급 빌런으로 만들다니. 빌어먹을 협회 자식들.’
S급 빌런이 된 덕분에 모습만 보이면 곧장 A급 이상 히어로들이 몰려온다.
‘저번에 S급 히어로가 나타나서 죽을 뻔 했지.’
그리고 요즘들어 영 재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걷는 미녀를 따먹으려고 하면 지나가던 히어로가 방해하거나,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에 휘말리거나, 갑자기 웬 미친놈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거나.
처음에는 그냥 재수가 없는가 보구나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수가 없어도 너무 재수 없었다. 이렇게나 재수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원인을 알아냈다.
『이름: 성유진
근력: C+ 체력: B 민첩: A+ 내구: D- 마나: C+
특성: 아웃 사이더 (S)
스킬: 은밀기동 (A), 맹독 (B-), 흔적 제거 (A-), 각성(C), 간파(B+)
카르마: 선 0 악 172』
‘빌어먹을 카르마.’
플레이어 상태창에만 적용되는 특수 수치.
원작 게임에서는 카르마에 따라 엔딩이나 선택이 갈린다. 또 강화 성공률이나 치명타, 드랍 확률 등에 영향을 미친다.
‘설정에 따르면 선이 높을수록 운이 좋아지고, 악이 높을수록 불운해지지.’
카르마를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선을 소모해 악을 없애거나, 반대로 악을 소모해 선을 없애면 된다. 문제는 선을 얻기 위해선 착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시발. 나보고 착한 짓을 하라고? 지랄.’
카르마를 욕하며 길을 걸었다.
철퍽!
“…씨발.”
개똥 밟았다.
???
반년이 지났다.
물론 실제로 내가 반년 동안 이 세계에서 움직인 건 아니다. 자동진행을 적극 활용했다. S급 빌런인데 실력은 A급이다 보니 몸을 철저하게 숨겨야 했다. 히어로들이 나만 보면 미친 듯이 죽이려고 하니 왜 빌런들이 대놓고 활동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이름: 성유진
근력: C- (C+) 체력: C (B) 민첩: A (A+) 내구: E (D-) 마나: C+
특성: 아웃 사이더 (S)
스킬: 은밀기동 (A), 맹독 (B-), 흔적 제거 (A-), 각성(C), 간파(B+)
카르마: 선 0 악 493』
능력치가 내려갔다.
이건 완전회복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카르마의 악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니까.
‘악의 페널티를 없애는 방법은 알아냈어.’
방법은 악마와 계약하는 것.
사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악마의 계약은 악마가 갑의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얼마 안 가 죽고 말아. 하루에 3번씩 내 머리 위로 새똥이 떨어지는게 말이 돼?’
재수 없는 삶은 너무 짜증났기에 악마 계약을 시도했다.
‘빨리하자. 빨리.’
남고에 들어가서 천 명을 죽이고 준비해둔 악마 계약서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