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3화 〉 463. 아카데미의 구원자
463. 아카데미의 구원자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선택했습니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 5가지가 존재합니다.]
[1. 유진 스타렉
-스타렉 가문의 후계자다.
-박탈의 저주에 걸려있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A급 특성 : 화염심장]
[2. 성유진
-고아출신의 각성자다.
-마루한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B급 특성 : 무기 변환.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3. 성유진
-성하리의 아들이다.
-마루한 아카데미에 합격했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S급 특성 : 정령안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4. 유진 콜브링어
-몰락한 콜브링어 가문의 직계다.
-A급 히어로. 마루한 아케디미의 교수다.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A급 특성 : 특성 복사]
[5. 성유진
-고아 출신으로 어렸을 적부터 불법적인 일을 전문으로 해왔다.
-A급 빌런. 살인청부업자.
-S급 특성 : 아웃 사이더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다.]
선택 가능한 설정 5개는 1회차 때와 똑같았다.
내 손은 또 다시 5번째로 가다가 멈췄다. 분노하는 와중에도 1회차 때와 똑같이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A급 빌런이니 기본적인 능력치는 뛰어나다. S급 특성인 아웃사이더도 어딘가로 잠입하거나 도망칠 때 능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아웃사이더 특성은 S급 히어로들에게 잘 안 먹혀. S급 히어로들은 기본적으로 특수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
거기다 빌런이다. 협회에 수배되어 히어로들에게 쫓긴다. 그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긴다. 던전에 출입할 수 없다거나, 공식적인 대회에 나갈 수 없고 협회의 샵을 이용할 수도 없다.
‘…시작부터 현실의 나보다 강해질 수 있지만… 이후의 성장이 힘들어.’
내 통수를 친 메킨은 최종보스급의 괴물이다. 성장하지 않아서는 메킨을 조질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엔 놈과 계약할 생각이 없었다. 계약하면 순식간에 강해질 수 있지만 놈이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볼 것이다.
‘무엇보다 카르마! 이 빌어먹을 악 수치를 어떻게든 해야 해.’
악(惡) 수치가 높으면 내가 얻는 불이익이 너무 많았다. 1회차 때 물건을 얻으러 바쁘게 돌아다닐 때 재수가 없어서 얻지 못한 물건들이 꽤 많았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해도 빗나가거나, 갑자기 느닷없이 쓸데 없는 저주에 걸리거나, 영약을 먹어도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지 않거나.
‘마지막에 뭔가 알림창이 뜬 것 같긴한데…. 카르마 시스템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고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멈칫했다.
카르마가 내게 안 좋게 작용하는 건 악(惡) 수치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마에는 악 뿐만이 아니라 선(善)이 있다. 선을 이용해 악 수치를 내릴 수 있다.
‘선이 높으면 반대로 운이 좋아져. 선 수치를 높이면 되는 거야.’
그러나 선 수치를 높이려면 착한 짓을 해야 한다.
‘…씨발. 착한 척을 해야 한다니…. 하지만 메킨. 그 씨발 새끼를 조질 수 있다면… 감수 못 할 것도 없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메킨. 그 새끼의 통수만 아니었으면 최후의 싸움의 승자는 나였을 것이다. 모든 여자들을 따먹을 수 있는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 새끼의 통수만 아니었다면!!!’
나는 5번 A급 빌런을 포기했다.
다른 캐릭터 설정 중 플레이어 전용 상태창이 없는 1번과 4번을 제외한다.
남은 건 2번과 3번 설정.
‘2번은 고아. 배경도 돈도 없다는 것. 특성도 B급에 불과해.’
깊게 생각 할 필요는 없었다. 정답은 3번이다.
‘성하리…. 이년. 내 어깨랑 가슴에 창 꽂은 년 아니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군. 복수해야지! 내 자지로 혼내줄 필요가 있어!’
무엇보다 3번에는 원작 이전 시점에서 시작한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나는 3번을 선택했다.
[페널티를 설정하시겠습니까?]
[페널티 1. 정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 1로 시작.]
‘어차피 원작 시작 시점 이전에서 시작한다면 능력치 1부터 시작하는게 나아. 각성을 한 상태라면 기본적인 신체 능력을 갖췄겠지. 무엇보다 내겐 그 물건이 있으니까.’
1회차에서 얻은 물건들 중 5개는 일찌감치 현실에 가져와 구석에 쳐박아 뒀다. 소모품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계륵 같은 물건들이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크아아아아!! 메킨!! 기다려라 내가 조…. 응?”
유희 세계에 들어오자마자 복수심을 활활 불태우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내 목소리가 아니다. 몸이 무겁고 시야도 낮다.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나는 넓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정면에는 TV가 켜져 있고 어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방영중이다.
손을 쳐다본다. 하얗고 작고 뽀송뽀송한 어린 아이의 손이 보였다.
짐작하건대 나는 대충 3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되었다. 기저귀까지 차고 있으니 확실하다.
“……하.”
원작 이전 시점.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내 직감으로 말하자면 원작에서 최소 10년 전 일 것이다.
“이게 뭐야.”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니었다. 짜증이 나서 고사리같은 작은 주먹으로 바닥을 퍽퍽 쳤다.
배에 뭔가가 걸린다. 상의를 들춰보니 스마트폰이 있었다.
‘……진정하자. 어차피 시간이야 자동진행으로 보내면 돼. 지금은… 상태창.’
『이름: 성유진
근력: F- 체력: F+ 민첩: F- 내구: F- 마나: F-
특성: 정령안(S)
스킬: -
카르마: 선 0 악 0』
『정령안
특성 랭크: S
보이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뛰어난 동체 시력을 가진다.
높은 정령 친화력을 가진다.
계약한 정령의 시야를 공유 할 수 있다.』
능력치가 최악이었다. 3살 밖에 안 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체력이 높은 것은… 정력의 영향이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마나에 페널티를 걸지 않았지.’
나는 작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열려다가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얼굴이 굳었다.
“유진아~ 밥먹자~”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스마트폰을 밀어 소파 밑에 숨겼다. 애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뺏을 게 분명 했다.
인기척이 점점 내게 다가왔다. 여성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불렀다. 나는 어린아이인 척 양손을 꼼지락거렸다.
여성이 한 손으로 내 배를 잡고 들어 올리더니 얼굴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까꿍!”
“……!!”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생머리의 미녀가 나를 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성하리.
1회차에서 내 몸에 2번이나 창을 꽂은 여자.
한때 최강의 히어로라고 불렸던 적도 있는 SS급 히어로다.
그리고 현재는 내 모친이다.
‘상태창!’
떠오른 건 내 상태창이 아니었다.
『이름: 성하리
근력: A (SS) 체력: A+ (S+) 민첩: S- (SS+) 내구: B+ (S) 마나: A- (SS)
특성: 정령 포식자(S) 인드라의 섬뢰(SS)
스킬: 신창합일(SS), 투창(S), 전투감각(S), 정화(D+), 역장(C+)
호감도: 100
심리: 유진이의 상태가 평소랑 다른 것 같아.
※정령왕의 주박(SS)에 의해 능력치가 하락했다.』
과연 원작에서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능력치다. 다만 『정령왕의 주박』이란 것 때문에 능력치가 하락했다. 그래도 최소 S급은 되는 실력이다.
‘호감도 100… 만땅이잖아.’
원작 게임과 같다면 남자는 신뢰도, 여자는 호감도로 표시될 것이다. 내가 남자니까. 심리의 경우 호감도나 신뢰도가 70 이상이여야만 볼 수 있다.
“유진아? 어디 아파?”
“아뇨.”
“…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성하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차! 난 똥싸개인데 발음을 너무 정확하게 해버렸어!’
3살 짜리가 너무 유창하게 말해버리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나 여긴 현대가 배경이지만 판타지나 다름 없는 세계다.
“어, 엄마. 밥.”
나는 다급히 어린 아이인 척 말했다.
싱글싱글 웃던 성하리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진다.
나는 좆됐음을 느꼈다.
‘귀신 들린 척 할까.’
성하리가 두 눈에 힘을 주며 내게 말했다.
“엄마가 아니라 마마. 마마라고 부르라고 했잖니!”
“……마망!”
“그래, 유진아! TV에서 이상한거 배우면 안 돼!”
“……응.”
성하리가 날 꽉 끌어안았다. 크고 부드러운 가슴에 기분이 좋아졌다.
‘빨통 존나 크네!’
은근슬쩍 손으로 말랑한 가슴을 주물렀다. 메킨을 향해 활활 타오르던 분노가 사르르 녹는다. 역시 분노에는 가슴이다.
성하리는 이상함을 조금도 느끼지 않는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식탁으로 가자. 마마가 유진이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해놨어요~”
나는 그녀에게 안겨 식탁으로 이동했다.
“유진아. 아~”
미녀가 손수 떠먹여 주는 밥. 거절 할 이유는 없었다.
“아~”
???
『성하리의 심리: 오늘따라 유진이가 뭔가 이상해. 어디 아픈 걸까?』
성하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항상 지켜보고 있던 자기 아들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린 아이인 척 하더라도 한계가 있지.’
난 일단 현실로 돌아왔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 가서 성하리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며 포인트를 확인했다.
[성유진
레벨: 61
근력: 60 체력: 60 민첩: 60 지능: 50 정력: 63 마나: 60]
[사용 가능 포인트: 971]
아카데미의 구원자 1회차를 끝내고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 밖에 모이지 않았다. 자동진행을 너무 남발했던 탓이다.
능력치를 올릴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그보다 성하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도 내겐 문제를 해결 할 방법이 있어.’
[30 포인트를 사용해 연기(演技) Lv.1 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내가 좀 더 어린 아이의 연기를 잘 하면 될 일이지. 이참에 3살 짜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인터넷으로 찾아서 공부해볼까.’
[500 포인트를 사용해 연기(演技) Lv.5 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총 940 포인트를 사용해 연기 레벨을 6으로 만들었다.
[연기(演技) Lv.6
뛰어난 연기 실력을 갖춥니다. 연기에 약간의 보정이 붙습니다.]
“……!”
나는 약간의 두통을 느꼈다. 어떤 지식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기를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체로 알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대로라면 5초 안에 눈물즙을 짤 수 있어.’
지을 수 있는 표정이나, 다양한 목소리톤, 눈동자의 흔들림 같은 미세한 표현.
나는 마음만 먹으면 뛰어난 연기자보다 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성하리를 완벽하게 속일 수 있겠지.’
나는 ‘뱀파이어 형사’ 세계로 가서 ‘아카데미의 구원자’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조사해야 한다. 게임 제작자들도 불러 숨겨진 이스터 에그나, 히든 피스를 모조리 알아낼 것이다.
‘아카데미의 구원자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싱글 게임이야. 플레이어가 찾지 못한 히든 피스가 제법 있겠지.’
???
[유희를 시작합니다.]
낮잠을 자는 척 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내 옆에는 성하리가 누워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내 배위에 올려진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치우고 짧은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며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후. 아이의 몸은 불편하군. 대충 10살만 되었어도 훨씬 편했을 텐데.’
원작 ‘아카데미 구원자’에서 성하리는 한국의 오천(五天) 중 한 명이다. 오천이란 한국 사람들이 SS급 히어로를 하늘로 빗대어 말하며 생긴 별명이다.
그 중에서도 관천(貫天)의 뇌성(雷聲)이란 별명을 가진 성하리는 한 때 세계 최강의 히어로로 불릴 정도의 힘을 갖추고 있었으나, 정령왕의 주박에 의해 능력치가 하락한 상태로 은퇴 아닌 은퇴를 해야 했다.
‘지금 시기에선 정체를 숨기고 히어로 일을 하고 있지.’
원작 설정에 따르면 성하리는 원래 독신이다. 연인도 없고, 결혼한 적도 없으며, 당연히 아이도 없다.
‘나는 친자식이 아니라 주워온 자식인가? 그런 것 치곤 나를 향한 호감도가 너무 높아. 따로 조사가 필요하겠어.’
침실을 나선 나는 몰래 숨겨두었던 스마트폰을 들고 놀이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미끄럼틀과 온갖 장난감과 인형이 쌓여 있다.
인벤토리를 열어 물건을 꺼냈다.
푸른색의 은은한 빛이 나오는 네모난 큐브였다. 크기는 어른의 주먹 크기다.
1회차 때 따로 챙긴 5개의 물건 중 하나.
『마나 큐브
랭크: SS
마나 공간을 전개한다.』
나는 큐브의 윗면에 있는 작은 버튼을 꾸욱 눌렀다. 큐브의 윗부분이 날개가 펼쳐지듯 열린다. 큐브 안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비췄다. 큐브 안쪽에는 은색의 고리 2개가 서로 마주한 채로 돌고 있었다.
마나 큐브는 전개 시 사방 3M의 공간의 마나 밀도를 100%로 만든다.
“쓰으으읍~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