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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0 - 480. 오싹한 워터 파크 (260/2,000)

〈 480화 〉 480. 오싹한 워터 파크

480. 오싹한 워터 파크

“고준아! 여기서 물러나자! 어제와 달라! 보스 몬스터가 변했어!”

“…당장 물러나십시오! 침식형 던전 공략은 여기까지 입니다! 상황이 변했습니다! 원래 여기에 있던 보스 몬스터는 B급의 킹 슬라임이었습니다! 저런게 아니라! 어서 물러나십시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호수같은 수영장에서 놈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물로 이루어진 용이었다. 놈은 우리를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워터 드래곤?’

무심코 그렇게 불렀지만, 워터 드래곤이라는 몬스터는 없었다. 즉, 이곳에서 최초로 나타난 몬스터라는 것이다. 용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드래곤은 아닐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헌터 중 한 여자가 경악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녀가 몬스터의 상태와 정보를 파악하는 특별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나를 비롯한 헌터들은 귀를 쫑긋 거리며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워터 드래곤은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한아영이 거대한 얼음 방패를 생성해 놈의 돌진을 막아냈다. 서리낀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저건 융합체에요! 고스트, 워터맨, 킹슬라임이 합쳐진 융합체! 그 중심에 있는 건…. 이게 뭐지?”

“아마 던전 코어 일겁니다. 원래 던전 코어는 킹슬라임의 몸속에 있었습니다. 설마 하루만에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장고준은 처음으로 장비를 꺼냈다.

두 개의 길쭉한 막대기. 철덩어리를 두 개로 길쭉하게 늘려 놓은 것 같은 심플한 모습이다. 봉을 쓰는 헌터도 있긴 하지만 저건 무기라고 부를 수도 없을 지경이다.

허나 곧 막대기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다.

광택이 돌며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쌍검으로.

‘장고준의 능력인 형태 변형이군.’

일시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변형 시키는 능력이다. 다만 사물이 가진 내구도가 변하지는 않는다. 진흙을 해머로 변형시켜봤자 결국은 진흙 덩어리에 불과하다.

“헌터 여러분! 잘 들으십시오! 이렇게 된 이상 놈을 여기서 처리합니다! 협회 여러분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해 주십시오! 다행히도 여긴 물이 있는 곳! 상성적으로 아영이가 유리합니다! 아영아! 놈을 얼릴 수는 없어?!”

“이미 시도해봤지만, 전부 얼리는 건 불가능해. 기껏해야 표면을 얼려 기동성을 낮추는 게 전부야. 놈은 마나 내성이 뛰어나!”

워터 드래곤이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놈이 노리는 곳은 아직 전투 위치를 선정하지 못한 우리다.

“하린아!!”

한아영이 외쳤다. 한하린이 입술을 꽉 깨물고 중력조작을 사용한다. 중력의 가해지는 방향을 아래가 아닌 옆으로. 수 백톤은 될 것 같은 워터 드래곤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성공이었다. 워터 드래곤이 옆으로 날아가 바닥에 부딪혔다. 장고준이 워터 드래곤의 몸위로 검기를 일으킨 쌍검을 휘두른다.

한하린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려 내려왔다.

“선배! 괜찮아요?!”

비틀거리는 그녀의 팔을 잡아 부축했다.

“…난 괜찮아. 한 번에 능력을 너무 많이 썼어. 잠깐 쉬고나면 다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넌 네가 해야 할 일을 해.”

“네. 선배. 저 놈의 멱은 제가 딸테니 좀 떨어져 있으세요.”

“……조심해.”

“네.”

화련비도를 꽉 쥐고 바닥에 쓰러진 워터 드래곤을 향해 달렸다. 기껏 호수 수영장에서 나온 상태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한 번에 죽일 수는 없겠지만… 상처는 입힐 수 있겠지.’

화르르륵! 검기가 타오른다.

허나 내가 검을 휘두르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한아영이 하늘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내 워터 드래곤의 머리에 떨궜다. 놈의 머리가 박살나며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10초도 걸리지 않아 만들어냈다고? 저 정도는 되어야지 S급 후보가 될 수 있는 건가.’

실제로 한아영의 실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왜 그녀가 미래의 S급 헌터라고 하는 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상황은 안 끝났다.

워터 드래곤의 몸체가 3M 크기의 미니 사이즈 워터 드래곤 수 백 마리로 분열 된 것이다.

“던전 코어는 머리에 없었어! 저 것들 중 한 마리가 던전 코어를 가지고 있을 거야! 던전 코어를 박살내야 해!”

한아영이 외쳤다. 헌터들이 달려들어 호수 수영장으로 풍덩풍덩 도망가는 미니 워터 드래곤을 학살 한다.

“늦었어요! 던전 코어는 수영장안으로 들어갔어요!”

여자 헌터가 말했다. 헌터들은 혀를 차면서 수영장에서 거리를 벌렸다. 수영장은 적의 영역이다. 실수로라도 수영장에 빠지는 순간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겠지.

수영장에서 워터 드래곤이 다시 위로 솟구쳤다. 박살난 머리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며, 몸크기도 아까 봤을 때와 똑같다.

놈을 쓰러뜨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던전 코어를 노려 박살내는 것, 다른 하나는 이 공간에 있는 물 전체를 없애 버리는 것.

‘후자는 불가능하지.’

하늘에선 비가 계속 내리고 있고, 워터 파크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참 골때리는 보스 몬스터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경보 소리가 울리자 헌터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몇 번 들언 본 소리다. 곧 해일이 들이닥칠 것이다.

‘좆됐네!’

나는 한하린에게 달려갔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저 멀리서 덮쳐오는 파도의 높이는 무려 10M가 넘는다. 한아영은 워터 드래곤의 공격을 막느라 바쁘니 도망치는게 최선이었다.

‘공간 이동 주문서로 한하린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한아영을….’

한하린이 오연히 사방에서 덮쳐오는 파도를 둘러봤다. 겁에 질린 헌터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한하린은 도망 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맞서 싸우려고 한다.

“하린 선배!”

“내가 막아낼게.”

한하린이 지면에서 하늘로 떠오른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강렬히 나부낀다.

직후, 지진이 일어났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하린이 능력을 사용한 여파가 지진이다.

‘…중력이 요동친다.’

어떤 것은 가볍게, 어떤 것은 무겁게, 어떤 것은 오른쪽으로, 어떤 것은 하늘 위로. 중력이 날뛰기 시작하니 10M 높이의 해일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진다.

보이지 않는 중력의 폭풍이 해일을 박살내고 있다.

결국 해일은 우리에게 닿지 못했고, 한계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한 한하린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그녀를 받았다.

‘한하린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꼴사납게 도망칠 수는 없지.’

나는 그녀를 데리고 여자 헌터에게 찾아갔다. 헌터 중 유일하게 던전 코어의 위치를 알수 있는 여자.

“저기요. 저좀 도와주세요.”

“아, 예. 하린 씨를 맡으면 되는 거죠? 하린 씨는 제가 지킬게요. 저희를 지켜주셨는데 내버려둘 순 없어요. 제 능력은 지키는 쪽으로 특화되어 있어서 자신 있어요.”

“그것도 부탁 드리겠지만…. 던전 코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죠?”

“…잠시만요. 한 번 찾아 볼게요. 집중이 필요하니 저 좀 지켜주세요.”

“네. 확실히 지켜드리죠.”

그녀는 품에서 두꺼운 테두리의 안경을 얼굴에 쓰며 워터 드래곤을 쳐다봤다. 안경의 유리알이 파랗게 빛난다.

약 50초 후. 그녀가 헌터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던전 코어는 놈의 꼬리 부근에 있어요! 꼬리는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고요!”

헌터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워터 드래곤의 몸은 투명해서 어디가 꼬리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원거리에서 던전 코어를 맞출 확률은 굉장히 적을 것이다. 던전 코어를 박살내기 위해선 호수 수영장 안, 놈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감사합니다. 하린 선배를 부탁하죠.”

“잠깐만요! 혼자서 들어갈 생각이에요?! 위험하다고요! 아까처럼 놈이 수영장 밖으로 나올 기회가 생길 거에요. 그때를 노려요!”

“아영이 누나나, 장고준씨나 그때까지 못 버틸 것 같은데요. 버리고 도망칠거 아니라면 지금 싸워야죠.”

헌터들이 비통하게 변한다. 대부분이 C급 헌터이니 무력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 봤자 죽을 뿐입니다. 움직이죠. 저도 유진 씨와 함께 수영장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와 함께 들어가실 분들 있습니까?”

“……당하고만 있는 건 제 성질에 안 맞습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솔직히 멀리서 깔짝거리고만 싶은데… 상황이 이렇군요.”

“전 멀리서 엄호하겠습니다. 궁수인 제가 어떻게 들어가겠습니까. 엄호는 맡겨주십시오.”

헌터들은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일사불란 함에 감탄이 나왔다. 역시 수월 길드의 헌터들이다.

나는 공지영과 함께 수영장 물 위를 내달려 워터 드래곤을 향해 달려갔다. 놈의 무서운 점은 거대한 크기로 인한 힘과 상처를 입어도 물이 있는 한 끊임 없이 재생된다는 점이다.

‘한아영과 장고준이 시선을 잘 끌어주고 있어. 놈의 갑작스런 움직임만 피해낸다면…!’

가까이 다가가자 수영장 속에 있는 꼬리의 형태가 보였다. 물속에서 멈춰 있는게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꼬리 속에 있는 파란색의 수정! 던전 코어가 틀림 없었다.

“저게 던전 코어군요!”

“지영 씨!”

“예! 날려버리겠습니다!”

그녀의 주먹이 놈의 꼬리가 있는 물속을 향해 내려 꽂혔다.

콰아아아아앙!

충격파가 수영장 전체로 퍼져나가며 물이 솟구쳤다. 하지만 꼬리는 형태가 약간 뭉개진 것에 그쳤고, 던전 코어도 무사하다.

“물이라 얕봤는데… 내구도가 상상이상입니다…. 이래서는… 유진 씨?!”

나는 검기를 일으키고 던전 코어를 향해 찔러 넣었다. 허나 던전 코어는 마치 나를 비웃듯이 꼬리에서 몸쪽으로 이동한다.

‘빌어먹을. 이동할 수 있었나? 설마 던전 코어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 그런 기색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이동한 것이 틀림 없다.

“유진아! 피해!”

워터 드래곤의 몸체에서 팔이 뻗어 나와 나와 공지영을 후려친다.

공지영은 점프해 쉽게 피했지만, 던전 코어에 집중하고 있던 난 반응이 조금 늦었다.

‘찰나!’

느릿해진 놈의 팔을 타고 위로 점프했다. 뜻하지 않은 발판이 생겨난 덕분에 던전 코어를 노릴 기회가 다시 한 번 찾아왔다.

푹!

화련비도가 안으로 파고들었다. 던전 코어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적뢰!!’

붉은 뇌전이 놈의 몸속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닿았다!’

닿았으나 던전 코어 일부만 박살 날 뿐이었다. 던전 코어가 더 위로 올라갔다. 나는 혀를 차며 놈의 몸을 밟고 위로 점프했다.

양쪽에서 놈의 몸에서 팔이 치솟아 나를 노린다.

“감사합니다. 아래로 내려가기는 영 힘들었는데… 던전 코어를 위로 끌어올려주셨군요.”

검기가 서린 쌍검을 대검으로 변형시킨 장고준이 팔을 베어내며 던전 코어를 향해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젠장! 빗나갔다…!”

워터 드래곤의 몸이 잘렸지만 던전 코어는 그대로다. 놈의 몸이 다시 붙기 직전, 나는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물의 축복 덕분에 이 안에서도 숨을 쉴 수 있지. 처음엔 쓸모 없는 스킬이라 생각했지만… 완전 개쩌는 스킬이었잖아.’

물론 이 안은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몸을 으스러뜨릴 듯한 압력이 느껴진다. 숨을 쉴 수 있다고 해서 여기서 오랫동안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수압으로 압살 시킬 생각인가….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물을 발로 차며 위로 솟구쳤다.

붉은 칼끝이 던전 코어를 노렸다. 물의 손이 내 몸을 잡아 당기지만, 내 칼은 이미 던전 코어를 꿰뚫었다.

파직!

던전 코어가 사라지더니 내 머리보다 커다란 마석으로 변했다. 워터 드래곤의 형태는 평범한 물로 변해 아래로 떨어진다.

나도 아래로 떨어진다. 높이는 대충 20M는 되는 것 같지만 아래는 수영장이고, 나는 헌터다. 마나로 몸을 강화시키면 이 정도 높이의 다이빙은 문제 없었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워터 파크를 쳐다봤다. 하늘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변형되었던 구조물들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역시 막타가 제일 짜릿하지!’

풍덩!

???

협회측에 보고를 한 뒤에 보수를 나누었다.

나는 공적을 인정받아 약 30억을 벌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훨씬 적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몬스터 대부분이 돈 되는 부산물을 남기지 않는 놈들이었으니까. 일련의 예로 워터 드래곤이다. 고생해서 죽였는데 부산물은 아무것도 없다. 놈의 몸을 이루고 있던 것은 평범한 물이었으니까.

‘시발. A급 보스 몬스터의 부산물이 나왔으면 나누더라도 최소 두 배 이상은 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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