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5화 〉 485. 1,000 Km
485. 1,000 Km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해주마!“
내 외침에 마을이 소란스러워지며 남자와 여자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내 앞길을 막아섰다.
그들의 중심에는 날짐승의 깃털이 달린 화려한 나무 가면을 쓴 놈이 있었다. 놈의 지시에 호플족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놈이 마을의 지배자인 모양이다.
”퓨로배르! 퓨로배르! 하카르기헨그!“
수십 개의 나무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칼을 뽑아 들고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화살은 느리게 보였다. 한, 두 개라면 칼로 받아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허나 수십 개가 되면 아무리 나라도 그냥은 힘들다.
‘찰나!’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이 느릿해진다. 어디를 쳐야 내가 안전한지 알 수 있었다. 칼을 한 번 휘둘러 7개의 화살을 쳐냈다. 다른 화살들은 내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지투캉! 퓨로배르 지투캉!“
다시 화살이 날아온다. 나는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찰나를 사용해 화살을 쳐내고, 화살이 의미 없는 거리까지 다가갔다.
호플족들이 나무창과 방패를 들고 날 죽이기 위해 달려온다.
나는 숨을 한 번 내쉬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개싸움] 세계에서 수천 명의 야쿠자들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야쿠자들보다 숫자가 적지만 하나, 하나가 E급 헌터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뇌전!’
내 몸에서 시퍼런 뇌전이 뿜어지며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주위에 있던 호플족들이 감전당한다.
‘죽지는 않은 건가?’
그래도 감전당한 탓에 그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남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죽였고, 여자의 경우엔 최대한 제압하려고 했으나, 여차할 때는 죽였다.
나는 뇌전을 적극 활용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몰아치는 공세가 약해진 것을 느꼈다. 호플족은 내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오슈슈로 케모 펠기르! 지투미둔!“
화려한 가면을 쓴 놈들의 우두머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앞으로 나섰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다. 놈을 보는 호플족의 시선에 기대감이 서렸다.
놈이 든 것은 나무창이 아니라 뼈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몬스터를 죽이고 그 뼈로 만든 검이 확실했다.
”지투미둔!“
놈이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나는 칼에 검기를 일으키고 놈을 향해 휘둘렀다. 뼈 검과 함께 놈의 상체를 사선으로 베어냈다. 놈의 상체가 미끄러지며 아래로 쓰러졌다. 피와 내장이 쏟아 나온다.
”다음 덤벼라!“
전투의 열기에 흥분한 내가 짐승처럼 포효했다. 허나 날 적대하는 적은 더 이상 없었다.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내게 굴복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몬스터가 굴복이라니… 지능이 어느 정도 있는 만큼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군.’
날 보는 그들의 눈동자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는 엎드린 그들을 한 차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살고 싶으면 내 심기를 거스르지 마라.“
말은 안 통하겠지만 상관없다.
눈이 4개나 있으니 눈치는 있겠지.
???
”카아아아악! 하아악! 하으으으으으…!“
나는 호플족들을 일렬로 쫙 세워놓고 여자들을 범했다. 너무 어리거나, 늙은 여자들, 몸이 너무 비대하거나 마른 여자도 제외했다. 여자는 많으나 나라고 해서 전부 박고 싶은 건 아니었다.
‘얼굴은 대부분이 비슷하게 보이니 몸매가 뛰어난 여자들만 골랐지.’
호플족의 남자들 앞에서 거침없이 범했다. 그러나 그들 중 내게 적대심을 보이는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자가 내게 범해진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아아아아아악!“
바닥에 누워있는 호플족 여자가 짐승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저항하는 게 아니라 저들만의 구애활동이다.
‘뭐, 강자존 같은 거겠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듯이, 여자를 전부 독차지하는 것.’
호플족 입장에선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압도적 강자였으니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 이년아.“
짐승 같은 구애의 대가는 짐승처럼 범해주는 것으로 정했다. 여자를 바닥에 짐승처럼 엎드리게 만들고 잘록한 허리를 잡고 자지로 보지를 쑤시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아아아아!“
역시 보지가 뻑뻑했다. 호플족 남자들의 성기를 한 번 둘러보면 인간 남자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지를 몇 번 쑤시자 성감 고조의 효과로 빠르게 젖어 들기 시작하며, 여자의 비명 같은 교성에도 서서히 쾌락이 서리기 시작한다.
나도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몸이나 보지만 보면 호플족은 인간과 똑같으니까.
철퍽철퍽철퍽! 찌걱찌걱찌걱!
”하아아아아! 아흐으윽!“
난생처음 절정을 느낀 여자는 당황하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산발 같은 검은 머리가 흔들린다. 그러다 여자의 머리가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보지에서 애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바닥을 적셨다.
나는 부들부들 떠는 엉덩이를 부여잡고 멈추지 않고 자지를 쑤셔 보지 안에 사정했다.
”후우. 조임은 꽤 괜찮았어.“
짝!
탱탱한 엉덩이 한쪽을 찰지게 때려준 후, 이쪽을 지켜보고 다른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음 너! 이리 와!“
호플족의 다른 마을도 갈 생각이기에 대충 젊고 몸매가 뛰어난 여자 20명 정도만 따먹기로 했다.
그러나 내 몸은 1개이므로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곧 날이 저물어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이 여자로 17명째!’
나는 여전히 섹스 삼매경이었고, 날 지켜보고 있던 호플족들은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자신들만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별 관심 없이 섹스만 하고 있던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놈들을 마을 중앙에서 불을 피우고 죽은 호플족의 시체를 구워 먹기 시작한 것이다.
‘박수호가 식인종이라고 하더니…. 인간뿐만이 아니라 자기들 동족까지 먹는 거냐.’
나는 호플족에게서 신경을 껐다. 어차피 남 일이고, 섹스를 한 뒤에는 볼일이 없었다.
정해둔 20명을 모두 만족스럽게 따먹은 나는 다른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쿠기쿠골타! 쿠기쿠골타.“
”닥쳐라.“
호플족 남자 한 명이 날 막아섰다. 나는 친히 그 목을 베어주었다. 그러자 나를 막는 호플족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호플족 여자들을 따먹으려면 자고 있을 시간이 없어.’
내가 호플족을 죽이지 않는 이유는 귀찮기도 했으며 시간이 아까워서다. 그리고 어차피 저놈들은 죽을 것이다.
‘던전을 완전히 공략하면 이 세계는 사라지니까.’
그러기 위해선 던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다만 그 보스 몬스터가 무엇인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간 만나겠지.’
???
3시간.
박수호가 제자리에서 피부에 달라붙는 곤충들과 사투를 벌이며 성유진을 기다린 시간이었다.
허나 성유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박수호는 성유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협회의 구조를 바라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성유진을 구할 수 있는데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E급 폐쇄형 던전.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E급 던전이라면 몇 번 경험해봤어.’
그는 몸을 긴장시키며 숲을 걸었다.
시체를 발견했다.
4개의 참혹한 시체. 그중에 하나는 반으로 정확하게 갈라져 있었다. 다만 그것도 온전하지 않았다. 시체에는 곤충들이 득실거렸고, 박수호가 오기 직전까지 짐승들이 시체를 파먹고 있었다.
인상을 찌그리며 시체를 살펴본 박수호는 성유진의 솜씨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몇 시간 전에 유진 형이 이들과 전투를 벌였어. 유진 형의 솜씨가 아니라면 말이 안 돼. 유진 형은 어디로 간 거지?’
무언가 끌려간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 박수호가 흔적을 쫓아 달렸다.
짐승이 내장을 파먹다 남긴 여자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리떼가 달라붙어 있는 호플족 여자의 시체는 머리와 육체가 떨어져 있었다. 박수호는 시체에 접근하지 않았다. 아까도 느낀 거지만 너무 인간 같은 시체다.
‘우욱. 지독한 피 냄새…. 유진 형의 시체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유진 형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문득 우뚝 솟은 석탑이 보인다. 혹시 혼자서 호플족에게 처들어간 거 아닐까.
‘유진이 형이 좀 감정적으로 움직이긴 해도 그런 짓을 할 리가….’
몇 시간이 지나면 날이 저물 것이다.
‘C등급 헌터인 유진이 형은 살아남을 거야. 신체도 없으니까. 합류하지 못하는 건 사정이 있어서겠지. 우선 내가 해야 하는 건….’
박수호는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
”섹스!“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내뻗으며 만족스럽게 외쳤다.
나는 지난 이틀 동안 던전에 있는 모든 호플족들의 마을을 찾아가 그들을 굴복시키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범했다.
만족스러운 섹스… 라고는 할 수 없었다. 호플족 여자들의 일부는 몸매가 아주 뛰어났지만, 얼굴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점에서 정신적 만족도가 높았다.
‘특이한 경험을 했어. 크크.’
호플족.
또 따먹고 싶으면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박수호의 문신 세계에도 호플족이 있다는 모양이니, 문신 세계로 들어가 호플족을 따먹으면 된다. 지금으로선 일부러 찾아가 따먹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도 알아냈어.’
호플족의 여자들과 섹스를 하며 눈치로 알아냈다.
호플족은 어떤 방향을 보며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다. 그 방향에는 울창한 나무숲 밖에 없는데도.
‘그 방향에 무언가 살고 있다는 거지. 두려움을 가진다는 건 이 던전에서 가장 강한 생물. 아마도 보스 몬스터.’
던전을 나가기 위해선 놈을 죽여야 한다.
???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다.
나는 호플족이 손쓸 수 없는 거대 몬스터가 보스라고 예상했으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보스 몬스터는 호플족 남자였다. 반쯤 부서진 나무 가면, 온몸에 그려져 있는 문신. 호플족이 확실했다. 하지만 형태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좀 달랐다.
몸의 반신의 균형이 서로 다르다. 오른쪽이 비대했고, 왼쪽이 왜소했다.
오른쪽 팔은 마치 통나무처럼 굵고 위협적인 것에 반해 왼팔은 나뭇가지처럼 얇았다.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보스 몬스터가 맞겠지?’
일단 죽여보자.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면 다시 찾으면 된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뇌전을 일으켰다. 파직. 내 몸 주위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거대한 벼락이 보스 몬스터를 향해 내려쳤다.
콰르르릉콰쾅!
이것으로 단번에 놈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일은 내 뜻대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 놈은 벼락을 견뎌내고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번개에 대한 내성이 뛰어났다.
콰직! 우지끈! 우직!
놈이 나를 향해 달려오며 나무와 부딪혔다. 허나 놈의 몸은 멈추지 않는다. 부서지는 건 튼튼한 나무 쪽이다. 보기와 다르게 힘도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뜻이다.
나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뇌전이 통하지 않는다면 베어 죽이면 되지.’
내 앞까지 다가온 놈이 오른팔을 내밀었다. 다리가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날 짜부라뜨릴 속셈이다. 나는 옆으로 회피하며 놈의 허리를 베었다. 칼은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 놈의 육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지투캉!!!“
놈이 호플족의 말을 내뱉으며 거대한 우완을 휘두른다. 주먹을 쥔 팔은 마치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는 것 같다.
‘빠르긴 하지만 마구잡이로 휘두를 뿐이지.’
공격을 피하는데 찰나를 쓸 필요도 없었다.
칼날에 검기를 일으켜 놈을 향해 휘둘렀다. 검기로도 놈의 몸을 깊숙이 베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누적되면서 점점 놈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놈이 죽어가며 바닥에 쓰러졌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놈의 가슴을 베어 가르며 마무리를 지었다.
‘심장에 있는 마석을 회수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 한 곳에서 하늘로 치솟는 푸른 빛이 보였다. 밖으로 나가는 포털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 2~3시간 정도 유질 될 것이다. 이때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이 던전과 함께 죽게 되겠지.
‘위치는 대충 10분 정도 걸으면 될 거리에 있군. 느긋하게 움직여도 되겠어.’
나는 내가 있는 장소에 벼락을 하나 더 떨어드렸다. 이건 박수호에게 보내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