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491 - 491. 신의 아틀란티스 (271/2,000)

〈 491화 〉 491. 신의 아틀란티스

491. 신의 아틀란티스

‘유리아.’

[캐릭터를 소환합니다. 대상: 유리아 그레이스]

[유리아 그레이스의 남은 소환 유지 시간: 30일]

내 눈앞에 살며시 미소 짓고 있는 메이드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유리아. 네가 해줘야 할 게 있어.”

“맡겨만 주십시오.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유리아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이미 [백환] 세계에서 했다. 그녀는 기척을 숨기고 혼자서 움직여 잠자는 공주를 가로챌 것이다.

「시스템이 외부 존재의 갑작스러운 난입을 발견했습니다.」

「시스템이 그녀의 정체에 당혹스러워합니다.」

「어떠한 세계에서도 그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시스템은 그녀의 존재를 당신이 가진 능력으로 치부합니다.」

「시스템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시스템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시스템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시스템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유리아의 소환에는 신좌의 힘이 전혀 끼어들지 않았다. 시스템은 자연히 내 힘으로 그녀를 불러냈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다. 아니면 내가 그녀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거나.

‘저 반복된 메시지는 내 능력을 설명하라고 재촉하는 거겠지.’

그러나 난 시스템 메시지를 무시했다.

「천공의 주인이 100,000 AP를 후원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히죽 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은 유리아의 미모에 빠진 것 같았다. 유리아의 미모를 보고 빠지지 않을 남자가 있을 리가.

마천의 왕은 반응이 없었다. 쓸데없는 메시지라도 보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는 자연스레 손을 뻗어 유리아의 가슴을 쥐었다.

“앗.”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이 완벽하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유리아가 치맛자락을 잡고 천천히 위로 올렸다. 굽이 낮은 구두와 다리를 감싸고 있는 순백의 스타킹이 보였다.

“당장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안 돼. 시간이 부족해.”

“그러시군요.”

유리아가 치맛자락에서 손을 뗐다.

유리아와 한 번 섹스하면 5분 만에 끝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망하게 되겠지.

“우선 확인할 건 네 신체 능력이야. 유리아. 팔씨름 한 번 하자. 오른손을 줘.”

“이렇게… 말입니까?”

그녀와 내가 손을 맞잡았다. 책상 같은 건 없기에 공중에서 하기로 했다. 내가 알아보려는 건 유리아의 힘이지 팔씨름의 승리가 아니다.

“팔씨름의 규칙은 알지? 3초 후 시작이야. 3. 2. 1.”

“졌습니다.”

유리아가 곧바로 패배를 시인했다. 내 팔은 간단히 그녀의 얇은 팔을 옆으로 넘겼다. 저항감이 있긴 했으나 어렵지 않았다.

“장난치는 건 아니지?”

“제가 이런 일로 주인님에게 장난을 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가끔 어처구니없는 일로 장난치잖아.”

“…….”

유리아가 살짝 뺨을 붉혔다. 뭐, 그녀가 하는 장난은 대부분 결과적으로 날 기쁘게 하는 장난이고, 야한 장난이지만.

“아무튼 진짜 전력을 다한 거란 말이지?”

“네. 지금의 저보다 주인님의 신체능 력이 훨씬 더 뛰어나십니다.”

[백환] 세계의 유리아였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게 내 패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겼다.

그녀의 신체 능력은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의 내가 아니라, [유희 생활 어플]의 현실 능력치를 따라간다는 증거다.

‘이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조금 단점이긴 한데 문제는 없다.

유리아의 능력치가 현실의 나와 동일하다고 해서, 현실의 내가 유리아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태에서도 유리아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200% 이상으로 발휘하는 게 가능하니까.

‘다음은… 공유 스킬과 특성 설정. 현실에서는 당장 설정할 필요가 없어서 잊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유희 생활 어플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유리아 그레이스

출신 세계: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인연: Lv. 10

소환 유지 시간: 30일.

소환 대기 시간: 현실 90일.

공유 스킬: 천재의 시간

한계 초월: 1분

소환자 공유 특성 : 절대 정신 Lv. Master]

역시 선택하는 건 절대 정신밖에 없었다.

내 완소 스킬인 완전 회복도 좋긴 하지만 소환된 그녀는 죽더라도 완전히 죽는 게 아니라 역소환될 뿐이다. 상처를 입더라도 역소환되면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만약 소환된 그녀의 정신이 이상해지고, 역소환된 곳에서도 그 정신의 영향이 남아 있다면?

‘소환되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가지고 있으니 영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

특히나 이 신의 아틀란티스는 위험한 세계다. 신좌란 놈들이 유리아의 정신에 장난을 칠 줄 모른다. 아예 절대 정신 특성으로 위험을 원천봉쇄하는 게 좋다.

뿐만이 아니라 엘레나만 해도 대상의 정신을 환술로 농락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하셨습니까?”

“어. 내가 가진 특성을 공유했어. 뭔가 느낀 거야?”

“정신이 조금 더 밝아진 듯한… 나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

“……?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문득 들었는데 유리아는 지금까지 내 부탁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불가능하거나, 스케줄이 밀려 있어도 내 부탁을 우선적으로 수행했다.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가 주인님이 시키시는 일을 싫어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주인님께 봉사하는 건 하늘에 태양이 뜨고, 밤이 되면 저물 듯 당연한 일입니다.”

“보수는 뭘 원해? 웬만한 건 다 들어줄 수 있어.”

“…….”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말할 줄 알았지만, 유리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잠시만. 1분 동안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셔주십시오.”

“알았어.”

나는 가만히 있었다.

유리아가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지고, 입술에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유리아가 내 목을 끌어안고 깊게 키스를 했다.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온다.

움찔.

반사적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혀를 움직일 뻔했으나, 유리아의 부탁을 떠올리며 참았다.

“하응… 응….”

30초가 넘도록 내 입안을 마음껏 희롱한 그녀는 이어서 내 옷깃을 열고 목과 쇄골을 핥았다. 그녀의 손이 내 등허리를 쓰다듬는다. 슬쩍 본 유리아의 얼굴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유리아는 정확히 1분이 되자마자 내 몸에서 떨어졌다.

나는 문득 그녀가 원한 1분의 뜻을 추측했다. 그녀가 원한 1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메이드가 아니었다.

“제 어리광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뭘 이쯤이야. 마음 같아선 너와 계속 대화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네. 일이 끝난 뒤에 주인님을 모시겠습니다.”

유리아는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도 유리아의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기척을 숨기는 건 신체 능력보다는 재능, 기술, 경험의 영역이니까.

‘역시 유리아야. 이 정도면 강명진의 용안(S)에 들킬 일은 없겠지.’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아쉽군. 네가 그 미녀를 그냥 보낼 줄이야.”」

”저도 때와 상황은 가립니다.“

「천공의 주인이 큭큭 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0 AP를 후원합니다.

“그 메이드와는 무슨 관계지?”」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완벽한 메이드고, 저는 그녀의 주인입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네가 회귀자가 아닐 가능성이 더 커지는군. 네 비밀이 궁금하다.”」

“제가 말할 것 같습니까?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불경하군.”」

“그래서 제게 천벌이라도 내리시려고요?”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지켜보겠다. 언젠간 너의 비밀이 밝혀질 날이 올 테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 이 내가 그 정도도 못 기다릴 것 같으냐?”」

수천, 수만, 수억 년을 살아온 신들. 그들에게 있어 몇십 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시간에 불과할 테지.

‘……근데 제우스라면 못 기다릴 것 같은데.’

나는 몸을 돌렸다가 천공의 주인에게 물었다.

“마천의 왕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어디 갔습니까? 그놈이 날 지켜보고 있지 않다니 신기하군요.”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천공의 주인과 마천의 왕.

그 둘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아는 사이를 넘어서 서로 기피하는 사이. 그 둘 사이에 내가 없었다면 서로 대화를 하는 앞으로 평생토록 없었을 수도 있었다.

‘혹시 일부러 잠수하고 있는 건가? 내 관심을 끌려고?’

나는 피식 웃었다.

마천의 왕이 무엇을 하든, 그 뜻대로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

“대형을 바꾼다. 릴스네.”

“제 차례군요.”

손에 활을 쥔 릴스네가 담담하게 앞으로 나섰다. 가죽 바지와 레더 아머를 입고 있다. 몸매에 딱 달라붙어서 시선을 떼기 힘들었다.

가슴은 B컵. 비율은 황금비. 황금 B컵!

“주의해야 할 건 알고 있겠지?”

“땅속에서 식물이 공격해온다는 것 말입니까? 알고 있으니 당할 일은 없습니다. 받은 만큼 확실하게 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길잡이의 나침반을 주시겠습니까?”

이곳에서 릴스네가 길을 안내할 것이다. 함정이 있다면 그녀가 먼저 발견하고 해체하거나, 피할 것이고 몬스터를 발견하면 강명진에게 보고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릴스네의 뒤를 따르는 것.

“성유진. 후위로 가라. 뒤쪽에서 갑자기 습격해올 수 있다.”

“뒤쪽은 걱정 마.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

“과신은 금물이다.”

“넌 너무 딱딱하다니까.”

나는 뒤쪽으로 갔다.

유서희가 은근하게 두 눈을 빛내며 나를 유혹한다. 나는 주위를 살피다가 유서희의 탱탱한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유서희가 요망하게 웃으며 좀 더 쉽게 만질 수 있게 엉덩이를 뒤로 뺐다.

유서희의 동생인 유인하가 이쪽 상황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익숙한 듯 조금의 반응도 하지 않았다.

“자이언트 펠라위다. 펠라위에게서 나오는 꿀은 포션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처리하고 간다.”

강명진이 말했다.

몬스터를 피할 수 있어도 무조건 피하지 않았다. 레기온의 수입 중 하나가 몬스터의 부산물이다.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레기온을 풍족하게 운영할 수 있다.

“히야아아아악!”

거대한 꽃의 이파리 중심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난 입이 되었다. 전신 갑옷을 입은 지영빈이 대검을 옆으로 세우며 땅에 힘을 주었다.

“버티겠습니다!”

“고맙다. 지영빈. 덕분에 편하게 죽일 수 있겠군.”

강명진이 창을 쥐고 파고들었고, 릴스네가 화살로 지원했으며, 주서현이 지영빈이 막지 못한 공격을 검으로 쳐냈다. 단검을 쥔 이민정은 비어 있는 뒤쪽을 고양이처럼 몰래 접근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다.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전략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내가 나설 틈은 없었기에 몰래 유서희의 보지나 만졌다.

“앗응…. 이렇게 몸을 뜨겁게 만들면 앞으로가 힘든데…. 하앙…. 거기…. 클리토리스 더 만져줘요.”

“아, 잠깐. 벌써 전투 끝났잖아.”

나는 칼을 뽑아 내 어깨 위로 올렸다.

푸욱.

내 머리를 노리며 달려들던 난쟁이 식물 몬스터의 몸이 칼에 꿰뚫렸다.

방심하지 않는다.

여기서 방심했다간 유서희를 성추행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만다. 나는 보기와 다르게 빡세게 감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머. 이것도 식물형 몬스터예요?”

“피가 빨갛긴 하지만… 내장은 없어. 식물이야. 그리고 몬스터지.”

나는 칼을 털면서 꽂혀 있는 놈을 저 옆으로 던졌다.

“성유진! 캐비미그의 머릿속에 있는 씨악을 회수해라! 가공하기에 따라 최고급 요리 재료가 된다!”

“…….”

나는 캐비미그라 불린 놈의 시체에 터벅터벅 걸어가서 양배추 같은 머리를 갈라 씨앗을 꺼냈다. 완두콩처럼 생겼다.

???

우리는 깨끗한 물 대신 진녹색의 어두운 물을 토해내는 분수를 발견했다. 분수대에서 나온 끔찍한 액체는 수로를 통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늪 분수다. 모두 준비한 방독면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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