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7화 〉 497. 신의 아틀란티스
497. 신의 아틀란티스
“음. 넌 좋은 인간이야. 얼굴도 잘생겼고, 거짓말도 하지 않네. 마을로 들어와도 좋아. 어떤 아이를 입양할 거야?”
“예쁜 여자아이가 있습니까?”
“…….”
내 질문에 아리엘이 노골적으로 날 노려봤다. 고아를 입양하러온 남자가 노골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를 찾는다? 좋지 않은 쪽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인간. 인신매매를 하러 왔다면 잘못 찾아왔어. 그리고 돌아갈 생각도 하지 마.”
아리엘의 몸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제가 오해를 살법한 발언을 했군요. 외모가 뛰어난 여자아이를 찾는 건, 그 아이에게 카운터를 보게 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얼굴마담은 중요합니다. 우락부락한 남자가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것보다 예쁜 여자가 앉아 있으면 손님은 더 편하게 가게에 들어올 테니까요.”
“으흥. 그러네. 일리가 있어. 내가 오해 했어.”
아리엘이 분위기를 풀었다.
내 말을 의심하지 않는 건 고유 특성인 기만(SS)과 유희 생활 어플의 특성인 [연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넌 나쁜 인간이 아닌 것 같으니 마을로 들어와도 좋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소란을 피우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아이들을 입양하기 위해선 조건을 만족할 필요가 있어.”
“물론 전부 알고 찾아왔습니다. 엔젤러스 레기온이 건 조건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이들을 위한 일이니까요.”
“응. 응. 맞아. 아이들을 위한 일이야. 그런데 이 조건이 까다롭다고 귀찮아하는 인간들이 있다니까. 그런 인간들은 아이들을 입양하면 안 돼.”
아리엘이 기쁜 듯 말하며 날개를 펄럭였다.
아리엘은 나를 데리고 마을 중심의 성당으로 안내했다.
“이쪽이야. 인간. 날 따라와.”
“네.”
나는 마을 주위를 힐끗 쳐다봤다.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얼굴이 밝고 몸도 괜찮다. 잘 먹이고 잘 관리한다는 증거였다.
엔젤러스 레기온의 의도는 위선이더라도 이 마을의 관리자들까지 위선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당장 눈앞에 있는 아리엘도 진심으로 고아들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근데 인간. 아까 봤을 때 왜 광대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싶어서요.”
사실을 말하자면 이곳에 오기 전에 다른 작은 레기온을 털어먹었다. 통행료를 내라는 말을 지껄이길래 천마로서 노잣돈 좀 챙겨줬다.
“그렇구나! 근데 아이들이 광대 가면을 좋아할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 광대 가면은 이상해. 내 의견으로는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인간, 넌 얼굴이 아주 잘 생겼으니 광대 가면 같은 게 없어도 아이들이 좋아할 거야.”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처럼 입양을 원해 찾아온 외부인이 있습니까?”
“있어. 아이들을 입양하길 원하는 인간은 많아. 그렇지만… 대부분 예쁘고 똑똑하고 재능있는 아이들을 원해. 선택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아리엘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대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아니면 입양하려 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현대와 다르게 여유가 별로 없어. 입양하는 경우 대부분 의도가 있어서지.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아리엘은 날개가 있으면서도 굳이 땅을 걸으며 내게 입양 절차에 관해 설명했다.
“입양 절차를 알고 있겠지만, 말해줄게. 네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 인간, 넌 5일 동안 성당에 머무르며 생활해야 해. 이유는 알지?”
“제 성품을 판단하기 위해서죠. 아이들을 맡을 수 있는 성품인지 아닌지.”
“맞아. 그리고 네 신분과 평판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할 거야. 네가 되먹지 못한 인간이고 아이들을 범죄에 이용하려는 것이 적발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어때, 불안하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불안하면 돌아가도 돼.”
“괜찮습니다. 불안한 일 따윈 하나도 없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죄다 거짓이지만, 내가 처신을 잘한다면 들킬 일은 없다. 조사한다고? 상관없다. 내 신분은 이미 엘레나가 직접 나서서 환술까지 이용해 조작해주었다.
“5일 동안 지내는 동안 우리 일을 도와줘야 해. 이 마을은 아이들은 많지만 반대로 어른의 수가 적어서 일손이 많이 부족해.”
“하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성당에 도착했다.
하얀 돌로 지어진 커다란 성당.
“입양을 희망하는 인간을 데리고 왔어!”
성당의 안으로 들어간 아리엘이 소리쳤다. 마침 청소를 하고 있던 수녀가 고개를 돌렸다. 머리에 쓴 검은 수녀 모자와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색 수녀복. 그야말로 전형적인 수녀였다.
‘머리카락은 안 보이지만… 얼굴은 새하얗고 강아지 인상의 미녀! 합격!’
수녀는 호박색 눈동자를 빛내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수녀복 너머로 그녀의 몸매가 간간이 드러나는데, 허리와 엉덩이 라인이 뛰어나다.
‘내 눈을 속일 순 없지. 육덕진 몸매야! 가슴은 최소 F컵… 어쩌면 J컵 이상 일지도….’
자지가 웅장해지려고 하는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리엘 님! 오셨어요? 그리고… 입양을 원하시는 분이라고요?”
“네. 강명진입니다. 상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좋은 일도 할 겸, 상점 직원이 될 아이를 입양하려고요.”
“루시예요. 그럼 강명진 님께서 원하시는 아이는… 곧 성인이 될 아이들이군요?”
루시의 호박색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기뻐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무의식적으로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았는데, 수박보다 커다란 젖가슴 윤곽에 눈동자가 움직일 뻔했다.
지금은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다. 참아야 한다.
“네. 꼭 입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니에요. 아이들은 입양을 원할 거예요.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있는 편이 좋아요. 강명진 님.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리엘 님은… 나가시려고요?”
“응. 아이들이랑 놀기로 했어. 이 인간은 루시한테 맡겨도 되지?”
“네. 그게 저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니까요. 강명진 씨. 5일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드릴게요.”
“경청하겠습니다. 루시 수녀님.”
내가 웃으며 말하자 루시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수줍어했다. 잘생긴 남자 얼굴의 힘 때문이었다.
나는 루시와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생긴 얼굴 덕분인지 편하게 대화를 진행하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루시는 올해로 26살이다. 그녀는 고아였고 성당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성당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오랫동안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다는 걸 알았다. 본인은 모르는 눈치지만, 나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남자에게 깊은 흥미가 있는 것이다.
‘딱 보면 알 수 있지.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차근차근 쌓인 성욕이 폭발하기 직전이야. 아마 자위도 잘 하지 않겠지?’
내가 누구인가. 수많은 여자를 따먹은 남자, 성유진이다. 웬만한 여자의 상태는 척 보면 척이다.
‘지금 난 천사마저 인정한 잘생긴 남자야. 살살 꼬시면 바로 넘어오겠는데?’
루시가 성당의 규칙을 가르쳐 주었다. 소란을 피우면 안 되고, 허락되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고, 멋대로 성당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자기 전에도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규칙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좀 복잡하죠? 그래도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루시 수녀님. 성당에 헌금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헌금은 환영이에요. 저희가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많다 보니 운영비가 많이 나가요. 아, 헌금은 수녀장이나 주교님에게 드리면 돼요.”
“그러… 엇.”
찻잔을 잡던 내 손이 미끄러져 홍차가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물론 실수인 척한 것이다.
“강명진 님! 괜찮으세요?!”
손수건을 든 그녀가 헐레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오더니 내 허벅지와 닦기 시작했다.
“앗….”
루시가 흠칫 놀랐다. 나와 그녀의 거리가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죄, 죄송해요!”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물러난다.
“아뇨. 홍차를 흘린 건 저니 제가 더 죄송하죠. 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조용히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루시는 내 허벅지를 힐끔거리고 있다. 참고로 내 하체는 홍차로 젖어 자랑인 자지가 볼록 튀어나와 자지의 형태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가, 강명진 님이 사용하실 방으로 안내해드릴게요.”
“네.”
뒤를 따라 걸으며 마음껏 그녀의 엉덩이를 볼 수 있었다. 폭이 넓은 수녀복인데도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 윤곽이 뻔히 보였다.
“아, 잠깐. 루시 수녀님.”
“네?”
“어깨에 먼지가 있어서요. 아, 이제 됐다.”
“가, 감사합니다.”
자연스런 스킨십에 루시의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나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이 여자, 너무 무방비하다. 조금만 더 유혹하면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침대 하나와 책상과 의자, 옷장이 있는 곳이었다. 계속 여기서 지내야 한다면 눈살부터 찌푸려지겠지만 잠깐 지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방이다.
“강명진 님은 이 방에서 머무르시면 돼요. 조금 낡긴 했지만 벌레 같은 건 나오지 않아요.”
“수녀님. 죄송한데 제가 이부를 정리하는 법을 몰라서… 혹시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그래요? 별로 어렵지 않아요. 보여드릴게요.”
루시는 일부러 이불을 흐트러트리고 정리하는 법을 내게 알려줬다. 그녀가 침대를 허리를 숙였는데 엄청난 폭유가 아래로 늘어지고, 박음직스러운 엉덩이가 이쪽으로 향한다.
‘이런 음탕한 몸을 가지고 수녀라니….’
지금 덮칠까? 아니다. 그러면 재미없지.
“이렇게… 이불을 한 번 접으시고….”
“아. 그렇게 하는구나.”
“…읏.”
나는 이불을 보는 척 루시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루시가 살짝 당황했다.
“수녀님. 저기에 약간 주름졌는데요.”
“주, 주름 진 건 다시 피면 돼요.”
몇 차례나 일부러 손을 잡거나, 어깨가 부딪히는 등의 스킨십을 했다. 남성에 대한 내성이 별로 없는 루시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기만(SS)과 연기가 있으니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가, 강명진 님. 잠깐 편히 쉬고 계세요. 곧 있으면 주교님이 성당으로 오실 거예요. 그때 제가 데리러 올게요.”
“루시 수녀님도 저랑 같이 쉬시면 안 될까요?”
“…네?”
“제가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모르는 게 많고 불안한 것도 있어서…. 루시 수녀님과 계속 대화하고 싶어요. 안 될까요?”
“…자, 잠깐만이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녀가 의자에 앉았고, 내가 침대에 앉았다. 그러나 방이 좁다 보니 우리 둘의 거리는 가까웠다.
“수녀님. 땀을 많이 흘리셨네요. 베일이 다 젖으셨어요. 전 괜찮으니 베일은 잠깐 벗으시죠.”
“안 돼요. 베일은 꼭 쓰고 있어야 해요.”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아무에게도 말 안 할 테니 편하게 벗어 주세요. 네?”
“…그, 그럼 잠깐만….”
루시가 모자를 벗었다. 민들레처럼 밝은색의 금발이 아래로 쏟아진다. 길이는 가슴 언저리까지 내려왔는데 약간 곱슬 진 금발이다.
‘……계획을 바꾸자.’
멍하게 루시를 쳐다봤다.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아까 생각한 것을 취소했다. 덮치면 재미없다? 무슨 소리 저건 덮쳐도 재밌을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덮치진 않는다. 덮치는 일에도 타이밍이 있다. 여기서 그녀를 덮쳤다간 계획이 일그러진다.
“방은 혼자 지내기 딱 좋네요. 루시 씨도 이런 방에서 지내나요?”
“네. 비슷한 구조에요.”
“혹시 제 옆방에서 수녀님들도 생활하시나요?”
“아뇨. 저흰 맞은편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여기 창문으로도 보이네요.”
“그렇구나.”
???
헤르포 주교.
이 성당의 최고 권력자이자, 엔젤러스 레기온의 간부이며, 제 1,220 구역, 백색의 땅의 지배권을 가진 지배자였다.
짧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졌는데 머리의 이마 부분이 크게 벗겨졌다. 후덕한 몸을 하고 있으면 인상이 굉장히 좋다. 인자한 옆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난 원작을 통해 헤르포에 대해 알고 있다. 헤르포는 위선자다. 그것도 고유 특성으로 위선(A)을 가진 위선자.
“강명진 님? 허허, 우리 성당은 강명진 님을 환영합니다. 듣기로는 헌금을 하고 싶으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