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498 - 498. 신의 아틀란티스 (278/2,000)

〈 498화 〉 498. 신의 아틀란티스

498. 신의 아틀란티스

“강명진 님? 허허, 우리 성당은 강명진 님을 환영합니다. 듣기로는 헌금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헤르포가 선하게 웃는다.

「위선을 느꼈습니다. 위선을 기만합니다.」

헤르포가 고유 특성을 사용한 모양이다.

‘이런 메시지가 뜨는 걸 보면 위선과 기만은 비슷한 특성이군.’

그러나 내 기만은 무려 SS 랭크. A 랭크에 불과한 위선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물론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자신의 위선이 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네. 아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돈이 있지만… 여러분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방식으로라도 아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헤르포의 웃음이 짙어진다.

“돈은 모두 아이들을 위해 쓰일 것을 맹세합니다.”

“엔젤러스 레기온이지 않습니까. 다른 곳은 몰라도 엔젤러스 레기온은 믿을 수 있습니다.”

“허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헌금은 어느 정도…?”

“500만 페니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억! 그렇게나 많이…?”

헤르포가 일부러 호들갑을 떨었다. 500만 페니. 그 가치를 한화로 따지면 약 5,000만 원이다. 기부금 치곤 많긴 했지만 헤르포가 놀랄 정도는 아니다.

“500만 페니… 역시 좀 적지요?”

“그럴 리가! 500만 페니면 무척이나 큰돈입니다! 그리고 헌금에 금액이 얼마인지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헌금하는 강명진 님의 태도가 아름다울 뿐입니다.”

“역시 1,000만 페니가 괜찮겠군요.”

“…이런 말 하기 죄송합니다만, 강명진 님은 상점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큰돈을 가볍게 쓰셔도 되시는지…?”

나는 가진 돈이 많았다. 페니로 따지면 몇십 억에 달한다. 저번에 감찰관의 지위를 이용해 번 돈이다.

“예전에 서쪽의 거상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번 돈으로 상점을 차렸는데, 아직 재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졸부가 되었는데 돈을 굴릴 줄 몰라서 상점이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 서쪽의 거상을 아십니까?”

“그 대상인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요. 그렇군요. 강명진 님은 서쪽의 거상과 친구 관계이신지요?”

헤르포의 분위기가 조금 변한다. 내게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정확하게는 얼마가 있는지 궁금하겠지.

‘저 눈은 날 호구인지 아닌지 탐색하고 있군.’

놈에게서 욕심이 느껴진다. 엔젤러스 레기온의 간부로서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탐욕을 부린다.

“하하. 설마요. 그냥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적이 한 번 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네.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전 제 주제를 압니다. 그와 전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는 내 뒤에 아무런 배경이 없다는 걸 어필했다.

“허허….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혹시 총 재산이 어떻게 됩니까? 저희는 아이들을 위해 입양을 원하시는 분의 재산 상태를 알아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이에게 아이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재산은 2억 페니 정도 됩니다.”

“2억 페니…!!”

이번에는 진짜 놀란 듯 헤르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정도면 입양할 수 있는 자격은 됩니까?”

“…아직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만, 재산적으로는 충분하군요. 바라시는 아이가 있습니까?”

“카운터를 맡을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원합니다. 당장이라도 일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성인이면 좋겠군요.”

“이 구역에만 3,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천천히 아이들을 살펴보십시오. 아, 입양 절차에는 아이들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거절한다면 입양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네. 저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확실한 건 선의로 이루어진 웃음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혹시 마을을 둘러보셨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가 강명진 님을 안내해드리며 아이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군요.”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인구수 대부분이 아이들입니다. 이곳 성당에는 10살 미만의 아이들을 주로 돌보고 있고, 성인식이 가까운 아이들은 따로 바깥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규칙상 성인이 되면 다른 구역으로 나가야 하니 성향에 따라 일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까?”

“그런 아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바깥보다 이곳이 안전하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오고 갈데없는 아이들을 위한 곳입니다. 어른이 된 이상 자립해야 합니다. 이곳의 규칙입니다.”

성당 밖의 건물들은 성당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건물들이었다. 보면 10살 이상의 아이들은 대부분 일을 하고 있었다.

빨래하는 아이, 통에 물을 가득 담아 옮기는 아이, 벌목하는 아이, 요리하는 아이 등등.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서로 싸운다거나, 아니면 아이들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거나….”

“모두 착한 아이들입니다. 싸우는 경우는 가끔 있긴 하지만… 심하게 다투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별을 나누어 생활하게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헤르포가 지나가자 아이들 모두 밝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주교님!”

“그래. 헬시. 수고가 많구나.”

“주교님! 옆에 계신 분은 누구세요?”

“입양을 원하시는 상인분이시란다.”

헤르포는 인기가 좋았다. 아이들 모두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는 눈치다.

‘아이들 모두를 잘 속이고 있군.’

나는 헤르포의 안내를 받으면서 여자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이들은 내게도 구김없이 인사를 건넸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내게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기만(SS)으로 속이고 있는 잘생긴 얼굴 때문이겠지.

이미 미녀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아이들과 미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했다.

“저 집. 저 집의 지붕 일부가 부서져 있군요.”

“음. 그렇군요. 내일이나 모레쯤에 고쳐야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좀 더 튼튼한 지붕을 선물하고 싶군요. 100만 페니를 추가로 헌금하겠습니다.”

헤르포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허허… 너무 많은 헌금이 아니신지…. 이러면 저희가 부담스럽습니다.”

“부모 없이도 씩씩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이 대견해서 그렇습니다. 받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쓰겠습니다.”

이윽고 헤르포는 구석진 곳으로 날 끌고 갔다. 모르는 척하면서 열악한 집과 병에 걸린 아이들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그때마다 헌금하는 액수를 높였다.

헤르포의 속셈을 알고서도 당해줬다.

“저 아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회색 단발 머리카락의 여자를 발견했다. 아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컸다. 지금까지 봐온 여자아이들 보다 얼굴이 예뻤고, 몸매도 뛰어났다. 손에는 빨래를 끝낸 옷이 든 통을 들고 있었다.

“사샤입니다. 2달 뒤에 성인식을 치르고 여길 떠납니다.”

“……저 아이의 분위기와 생김새가 제 가게의 분위기와 꼭 들어맞는 군요. 저 아이를 입양하고 싶습니다.”

“음… 그게. 저 아이는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미 입양이 된 것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2달 뒤에 3,547 구역인 갈롱 영지의 갈롱 자작가의 하녀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갈 곳이 정해졌다는 거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헤르포와 갈롱 자작 간의 뒷거래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 자작 정도 되는 귀족이 구태여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을 찾아와 하녀를 구할 이유는 없으니까.

“저 아이는 저희 가게에 와줬으면 합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음. 그게….”

헤르포의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어떻게 해야 더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계약금 문제가 있습니다. 위약금으로 최소 500만… 아니, 1,000만 페니 이상의 돈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1,000만 페니 이상의 돈을 내라는 것이다.

“겨우 그 정도면 됩니까? 계약금은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강명진 님. 간단히 답하지 마시고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해주십시오. 무려 1,000만 페니입니다.”

“제가 봤을 때 저 아이는 1,000만 페니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인재입니다.”

“…알겠습니다. 강명진 님. 하지만 사샤가 싫다고 한다면 물러나 주십시오. 저희는 아이를 억지로 보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네! 물론이죠!”

나는 헤르포의 소개로 사샤와 둘이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샤. 내 아이가 되지 않겠니? 너라면 내 가게의 카운터를 맡길 수 있어.”

“……카운터요?”

사샤는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막상 이야기해보면 목소리도 작은 내성적인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얼굴마담이지. 네가 일을 잘한다면 위로 올라갈 기회를 주마.”

“하지만 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요…. 익숙하고 편한 일을 하는 하녀 일을 하는 쪽이…….”

“하녀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편한 일이 아니야.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를 하고, 밤이 되어 잠들기 전까지도 허드렛일을 하지. 휴일도 별로 없고,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도 15만 페니도 되지 않지.”

“…….”

사샤의 얼굴이 굳어졌다. 보아하니 본인도 하녀 일이 고되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갈롱 자작가의 하녀로서 일하며 얼마를 받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숙식 제공으로 한 달에 9만 페니를 받기로 했어요. 급료는… 경력이 쌓이면 올려주기로 약속했어요.”

“내 아이가 된다면 한달 급료 30만 페니, 일주일에 1번 이상 휴무를 보장해주고, 저녁이 되면 바로 자유시간을 주마. 숙식은 내 가족이 되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단다.”

“하지만….”

사샤가 헤르포의 눈치를 살폈다. 헤르포는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롱 자작가와 했던 계약은 괜찮단다. 위약금은 모두 강명진 님이 내주시기로 했으니. 사냐, 네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거라.”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나는 앞으로 5일간은 성당에 머물 테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해주렴.”

“……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사샤가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나 말고도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12명 정도였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중에는 헤르포와 손을 잡은 놈들이 있을 거고, 시커먼 속셈을 가지고 아이를 입양하려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리엘이라는 천사를 속이는 것쯤은 특별한 아이템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가능할 테니까. 엔젤러스 레기온의 조사? 엔젤러스 레기온의 간부인 헤르포가 힘을 쓰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음식에 독을 넣었다. 내일 아침에 싸늘한 시체 2구가 발견될 테고, 마을은 뒤집어지겠지.

‘그다음 날에도 2명 정도 죽여야지. 의심을 피하려면 방문객만 죽이지 말고 여기에서 일하는 놈들이나, 아이들 몇 명도 무작위로 죽이는 게 낫겠지.’

나는 2명의 남자가 독이 든 음식을 먹는 걸 확인했다.

???

밤 12시.

나는 조용히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기척을 숨기는 건 익숙했고, 일루시터를 통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우연히 나를 본다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맞은편 건물로 향했다. 수녀들이 생활하는 방들이 있는 건물. 그중에서도 미리 알아두었던 루시 수녀의 방 쪽으로 향했다. 방문은 걸쇠로 잠겨 있었다.

‘문을 박살 내긴 쉽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창문 쪽이 더 낫겠군.’

창문 앞에 섰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서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천마기.’

손가락 끝에 천마기가 날카롭게 벼려졌다. 손가락 끝에 검기가 발현된 것이다.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천마 상태인 지금의 나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묘기다.

검기를 이용해 창문에 작은 구멍을 낸다. 그리고 손가락을 넣어 창문의 잠금을 해제했다. 조심히 창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있는 루시 수녀가 발견했다. 검은색 수녀복을 입고 있던 것과 다르게 가벼운 잠옷 차림으로 이불 한 장을 덮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창문을 닫은 뒤, 그녀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이불을 들쳤다. 잠옷에 감싸여 있는 J컵 폭유를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흐으… 흣, 으읍?!”

잠에서 깬 루시와 두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루시 수녀님. 좋은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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