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화 〉 502. 신의 아틀란티스
502. 신의 아틀란티스
“후우.”
나는 숨을 내쉬며 물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내 옆에는 알몸의 루시가 침대에 뻗어 있었다. 베개에 얼굴은 묻은 그녀의 표정은 맛이 간 표정이었다. 혀는 입술 밖으로 삐져나와 있고 두 눈동자는 반쯤 위로 올라가 있다.
커다란 젖가슴은 옆으로 늘어지고, 육덕진 허리와 엉덩이에는 새빨간 자국이 가득했다. 엉덩이의 갈라진 틈에는 내 정액이 울컥울컥 흘러나온다.
루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조금 더 길을 들이면 더 맛있는 좆집이 될 수 있을 거야. 버리기엔 아까우니 데려가야겠군.’
곧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다.
그 전에 성당 뒤편에 있는 사과나무를 불태워 헤르포를 더 불안하게 만들 생각이다.
‘새벽에 사람을 더 죽이자. 외부인을 죽이고, 수녀도 죽였으니, 이번엔 아이를 죽이자. 그다음에는 다시 외부인을 죽이고….’
사람이 죽어 나갈수록 헤르포는 초조해질 것이다. 놈이 범인인 날 알아낼 가능성? 있긴 하지만 매우 적다. 설령 날 범인으로 생각하더라도 증거가 없는 이상 의심에 불과하다.
‘엔젤러스 레기온에 손을 벌리진 않겠지. 그랬다간 엔젤러스 레기온이 놈의 행적을 조사하고, 비리를 알게 될 테니까.’
엔젤러스 레기온은 가차 없이 헤르포를 쳐낼 것이다. 헤르포는 그걸 알 테니 궁지에 몰려 결국 이곳을 손절 하는 선택을 할 테지.
‘크크. 그때 헤르포 놈을 붙잡아 진실을 대륙 전체에 알리는 거지. 엔젤러스 레기온은 고아를 팔아 돈을 챙기는 레기온! 이런 소문이 퍼지는 순간 엔젤러스는 잠깐 휘청일 수밖에 없어! 엔젤러스는 선을 표방하는 레기온이니까.’
한 번 더럽혀진 명성은 다시 깨끗하게 세탁하기가 무척 어렵다.
새하얀 옷에 검은색 얼룩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처럼.
그리고 사람들은 그 얼룩을 기억할 것이다. 원래 좋은 일보다 충격적인 일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뻗어 있는 루시의 몸에 이불을 덮었다.
“……누구시죠?”
“저예요.”
문을 열었다.
어제 본 회색 단발머리의 여자아이. 사샤가 있었다. 나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사샤. 지금 나랑 만나도 되는 거니? 헤르포 주교님이나 수녀님들이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아니면 어제 했던 내 제안대로 딸이 되기로 한 거니?”
“……부탁할게 있어요.”
“부탁?”
“아이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뭐든지 할게요.”
“무슨 소리야. 꼭 내가 살인자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천마.”
“…….”
나는 멈칫했다.
내가 천마라는 것을 사샤가 어떻게 알고 있을까? 광대 가면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리엘이고, 아리엘이 천마에 대해 모른다.
이 상황에서 천마라는 단어를 그냥 뱉어본 것도 전혀 아닐 테고.
답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강명진과 같은 경우다.
“……너. 남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네. 그리고 천마님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고 있어요.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뭐든지 할게요.”
“뭐든지? 그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볍지 않아.”
뭐든지.
미녀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은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알고 있어요. 전 천마님이 범인이라는 것도, 루시 수녀님과 무슨 관계인지도 전부 알고 있어요. 전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어요.”
사샤가 긴 치마를 들어 올렸다.
노팬티였다.
수줍게 자란 회색 수풀 아래에 일자로 다물린 분홍색 보지가 있었다. 특이한 것은 클리토리스가 발기해 있고, 보지에 묻은 애액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었다.
자지에 혈기가 도는 걸 느꼈다.
“으음.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네. 안으로 들어와.”
나는 방안으로 사샤를 불렀다.
“침대에 있는 루시는 신경 쓰지 마. 지금 잠들어 있으니까. 그리고 기막으로 소리를 차단했어. 루시가 깨어날 일은 없어. 물론 방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 일도 없고.”
“……철저하시네요.”
“그래. 이 마을로 들어오고 나서 철저하게 움직였지. 근데 넌 날 꿰뚫어 봤어.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네가 가진 패를 까는 거야.”
“…네. 제가 가진 고유 특성은 천리안(千里眼)이에요.”
“천리안? 내가 알고 있는 천리안은 멀리 있는 것을 보는 능력이야. 특별한 거라곤 투시 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겠지. 상태창을 훔쳐볼 수는 없을 텐데?”
“SS 랭크예요.”
“……말 되네.”
처음부터 SS 랭크의 고유 특성을 가지는 건 흔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무척이나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녀의 환경을 생각하면 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녀는 아마 처음부터 헤르포의 위선을 꿰뚫어 봤을 것이다.
“어제부터 그 눈으로 날 주시하고 있었나….”
“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으니까요.”
“넌 내가 음식에 독을 타는 것도 봤고, 수녀를 죽이는 것도 봤으며, 루시를 범하는 것도 봤어.”
“……네.”
“왜 헤르포에게 알리지 않았지? 네 능력을 숨기고 싶었나? 아니면 헤르포가 네 말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전 헤르포 주교가 파멸하기를 원해요.”
“왜?”
“헤르포 주교가… 제 친구를 팔았으니까요.”
사샤의 목소리가 떨렸다. 최대한 담담한 척 말하고 있지만, 감정을 완벽하게 컨트롤하지 못한다.
사샤의 이야기를 들었다. 뻔한 이야기였다. 헤르포는 사샤의 친구를 적당한 가격을 받고 범죄 전문 레기온에 팔았다. 그녀의 친구는 변신(B)이라는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레기온 간의 전쟁에서 허무하게 죽었다. 이후에 사샤는 헤르포에게 증오심을 품었다.
“…복수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아리엘 님에게 말해도 아리엘 님은 헤르포를 믿고 있으니까…. 내가 가진 힘은… 알려주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어요.”
사샤는 세상을 몰랐다. 자신이 힘이 없다고? SS 랭크 천리안이라는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면 초대형 레기온에 무리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초대형 레기온에게 부탁하면 헤르포에게 복수하는 건 일도 아니다.
“사샤. 네가 원하는 건 내가 아이들을 건들지 않는 거지?”
“……네.”
“뭐든지 하겠다는 건, 즉, 내 여자가 되겠다는 뜻이지. 맞지?”
“…네. 그게 천마님의 요구조건이라면… 전, 할 수 있어요.”
“너도 루시 같은 여자구나. 그 외의 부탁은 없어?”
나는 사샤를 끌어안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치마를 벗기고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 넣었다. 젖은 보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숨결을 내뱉었다.
“…읏…. 수, 수녀님들도 죽이지 말아주세요.”
“그게 전부? 진짜 속마음을 말해 봐. 착한 척하지 말고.”
“……헤르포 주교와 하르네아 수녀장을 죽여주세요.”
사샤의 목소리에는 증오심이 담겨 있었다.
“죽여줄게. 내 여자의 부탁인데 못 들어줄까.”
“하아악, 아아아…!”
자지의 절반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 붉은 피가 자지 기둥을 타고 아래로 흐른다.
“천리안을 가진 너는 헤르포 주교에 대해 사소한 것도 알고 있지? 헤르포 주교가 장부를 숨긴 장소도 알고 있겠네?“
궁지에 몰린 헤르포 주교가 장부를 들고 도망치게 만드는 게 계획이었는데,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알고 있어요…!“
???
”헤르포 주교님!!!“
탈베르 자작의 아들이 헤르포에게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네. 가르만스 님.“
”우린 저녁까지만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왜 우릴 가로막는 것입니까?!“
”아직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협조해주십시오. 범인은 밝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가르만스 님이 범인입니까? 그렇게 서둘러 여길 벗어나려고 하니… 무척이나 의심스럽군요.“
”뭐요?!“
얼굴이 붉어진 가르만스가 분노하며 따지기 시작했고, 헤르포는 차가운 태도로 가르만스를 대했다.
나를 비롯한 외부인들과 수녀들은 그들의 말싸움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봤다. 우리들은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모였지만, 정작 식기를 손에 든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헤르포 주교의 태도는 오늘 아침과 달리 신경질적이군. 많이 몰렸다는 증거야.’
벌컥!
식당 문이 열리며 하르네아 수녀장이 나타났다. 굳은 얼굴의 그녀는 아리엘과 동행하고 있었다.
‘왔군. 크크크.’
나는 저녁 식사 시간 전에 정체를 감추고 하르네아를 만났다. 일방적으로 협박을 한 뒤 모습을 감췄다.
”헤르포 주교님! 범인은 당신입니다!“
하르네아 수녀장이 헤르포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헤르포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하르네아는 철의 가면(A) 이란 고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 방어형 특성인데, 천사의 거짓판별을 속일 수 있는 특성이기도 했다.
‘하르네아는 헤르포의 공범자. 아리엘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지.’
천사를 속일 능력이 없었다면 헤르포가 그녀를 공범자로 선택했을 리 없다.
”무슨…, 무슨 망언입니까! 하르네아 수녀장! 미치셨습니까?!“
”미친 건 당신이겠죠. 헤르포! 당신의 방에서 피 묻은 단검과 독을 발견했습니다! 그렇죠? 아리엘 님!“
”응. 나도 두 눈으로 봤어. 헤르포. 네 책상 서랍에 있었어.“
아리엘은 무섭도록 굳은 표정이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리엘 님! 하르네아 수녀장이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범인은 하르네아 수녀장입니다! 하르네아! 저 여자가 제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아리엘 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 어? 진짜 거짓말이 아니네?“
아리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했다. 그녀는 헤르포와 하르네아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리엘 님! 헤르포는 아리엘 님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라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르네아! 이 사악한 년! 네가 아리엘 님을 속였구나! 아리엘 님 모든 원흉은 하르네아입니다!“
”아리엘 님! 헤르포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 없습니다! 증거가 모두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리엘 님! 증거는 조작되었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하르네아가 제 서랍에 독과 단검을 넣은 것입니다! 저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아리엘 님! 전 조작한 적 없습니다! 아리엘 님은 제 말이 진실이란 걸 믿어 주시겠죠?!“
”어, 어으… 어….“
아리엘이 당황했다.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녀는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진실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모두 진실뿐이라면 모순이 나타난다. 순진하고 어리숙한 천사는 그 모순을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다.
”모, 몰라. 난 모르겠어.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
아리엘은 도망쳤다. 아마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겠지.
”당신이 범인이잖아! 당신이 아이들을 팔고! 헌금을 갈취했어!“
”하르네아! 신을 모시는 자가 어찌 그리 사악할 수가 있는 것이냐! 없는 일을 지어내 날 몰아가지 마라! 이 천벌 받을 것아!“
헤르포와 하르네아의 언성을 줄어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칠어졌고, 나중에 가서는 듣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밖에 없었다.
외부인과 수녀들, 그리고 아이들은 더 이상 헤르포와 하르네아를 존경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헤르포와 하르네아는 똑같이 더러운 인간임을.
”자, 자, 두 분 모두 진정하시죠.“
내가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강명진 님! 강명진 님은 제가 무고하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헤르포가 위압적으로 날 쳐다봤다. 어서 빨리 자신의 편을 들어 달라는 뜻이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이건 저희가 어떻게 해결 할 문제가 압니다. 공평하고, 능력있는 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엔젤러스 레기온에게 연락해 부르도록 하죠.“
”네? 그, 그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헤르포가 당황했다. 그의 입장에서 엔젤러스 레기온을 아무 준비 없이 성당 내로 부르는 건 좋지 않았다. 특히나 하르네아가 자신을 배신한 지금 상황인 지금은 결코 불러선 안 된다.
”그 정도의 일이 아니라뇨? 당신이 저지른 일은 살인이에요! 외부인을 독살하고 수녀까지 죽였죠! 제 권한으로 엔젤러스 레기온을 부르겠습니다!“
”하르네아!!“
헤르포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하게 외쳤다. 하지만 하르네아는 팔짱을 낀 채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헤르포를 노려봤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낄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