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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 506. 신의 아틀란티스 (286/2,000)

〈 506화 〉 506. 신의 아틀란티스

506. 신의 아틀란티스

「제 5,709 구역, 무법지대에 입장했습니다.」

「무법지대에 대한 영향력: 0.00%」

제 5,709 구역, 무법지대.

오랜만에 헬텐에서 임무를 받은 나는 무법지대라는 구역에 나타났다. 이 구역은 크기만큼 따지면 대도시에 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대도시라고 하기엔 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곳은 무법지대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해 법이 개입할 수 없는 구역이다.

유스티아 제국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는 곳. 대신 법과 비슷한 불문율이 있을 뿐이다. 이곳의 주민들 대부분은 범죄자, 도망자, 노예 등등이다. 다른 구역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된 인생 막장들이 최후로 선택하는 구역이다.

‘대도시 수준은 안 되지만, 어지간한 작은 도시보다는 생활 수준이 높지.’

제대로 정신이 박힌 상인은 이 구역을 찾지 않는다. 이 구역을 찾는 상인은 날 털어달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웃기게도 암상인들은 더럽게 많지.’

암상인들 덕분에 도시의 생활 수준은 높다. 암상인들은 범죄자들에게 생필품을 팔고, 도시를 찾아온 자들에게 불법 무기와 마약을 판다.

‘무법지대의 다른 별명이 아틀란티스 최고의 암시장이라지.’

그리고 무법지대는 외부인들이 많이 차는 곳이다. 대부분 두 가지 이유다.

살인 청부. 혹은 암시장.

‘내가 할 일은 헬텐을 배신한 놈을 찾아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배신의 대가는 당연히 죽음이다.

헬텐은 실패는 용서해도 배신은 용서하지 않는다.

‘일단 놈을 찾기 위해 널리고 널린 주점이나, 정보 길드 같은 곳에 가볼까.’

길거리를 걸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도시는 어두운 느낌이었다.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많았고, 유독 건물에 가려진 골목길이 많다.

“야. 광대.”

다리가 멈췄다. 목소리가 들린 오른편의 골목길을 돌아보았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20대 중후반의 남자 셋이 이쪽을 보며 섬뜩하게 웃고 있다.

“거리에서 광대 가면을 쓰고 있어? 애새끼 한 명 없는 도시에? 이거 웃긴 새끼네. 야, 어디 패밀리 소속이야?”

“…….”

시비가 걸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흉흉한 도시를 혼자서 걷고 있으면 얕보이는 법이니까. 거기에 내 명성은 아직도 세상에 널리 퍼지지 않은 상태다.

“어쭈. 이젠 말까지 씹네? 아니지. 너 방금 여기 들어온 놈이지? 소속이 없구나?”

“처음 왔으면 신고식을 해야지. 꼬워? 꼬우면 네가 어쩔 건데.”

“돈은 많이 가지고 있냐?”

남자들이 제각각 자신의 무기를 내보이며 나를 위협했다.

행동거지는 양아치인데, 두 눈은 양아치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살벌하다. 살인을 경험했고, 살인은 저지르는 놈이다.

“마침 잘됐다. 내가 누군가를 찾고 있어서 말이다. 너희들이 좀 도와줘야겠다.”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며 양손에 주먹을 쥐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수라(天魔修羅).

천마기가 주먹에서 일렁거렸다. 놈들은 흠칫 놀라면서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훨씬 진중해졌다.

“아, 씹. 슈퍼 루키한테 걸린 것 같은데?”

“쫄지 마. 어차피 그럴싸한 가면을 쓰고 헬텐의 간부인 척 행동하는 놈이야. 우리가 이겨.”

“맞아. 우리라고 검기 같은 거 못 쓰는 줄 아나? 여기가 어디인지 한번 제대로 알려주자고.”

그들의 무기에 검기가 일렁이며 나타났다.

‘용권은 자제한다. 그것 때문에 괜히 소란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 ’

확실히 이 구역에서 생활하는 걸 보면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게 틀림없다.

“건방진 새끼….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그들이 전문적인 움직임으로 합동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을 여럿 죽여본게 틀림 없다.

‘질질 끌 필요는 없지. 빨리 끝내자. 찰나.’

느려진 세상 속에서 내 주먹이 움직인다.

1분.

내가 놈들을 모두 바닥에 때려눕힐 때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빠른 시간이 아니다. 찰나까지 사용했는데도 무려 1분이 걸렸다.

아무리 내가 천마신공의 큰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1분이나 걸린 것이다.

“어, 어떤 정보든 말할 테니 살려주십시오….”

나는 아직 유일하게 살아있는 놈의 뒷머리를 손으로 붙잡았다. 내 힘이라면 당장이라도 놈을 죽일 수 있었다.

“바르덴. 알고 있나?”

“바, 바르덴….”

“귀찮으니까, 간 보지 말고 대답해라. 어차피 너 말고도 이 도시에서 물어볼 놈은 많다..”

“압니다! 알아요! 파란 애꾸눈 그놈! 항상 파란 옷만 입는 그놈 말하는 것이죠?!”

“맞아. 잘 아네. 이 도시에서 좀 유명한 놈이라고 하더니 잘 알고 있네.”

이곳에 오기 전에 바르덴에 대한 기본 정보를 헬텐에게서 받았다. 하지만 그 정보도 절반 이상이 조작되어 있었던 탓에 신뢰할 수 없었다.

“어딨어. 그놈.”

“모, 모릅니다!”

“장난해?”

“진짜 모릅니다! 그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더니, 어느 순간부터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잠수했거나 죽은 게 틀림없습니다!”

“즉, 네가 쓸모없다는 거군. 죽어라.”

쾅!

놈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찍어 산산조각냈다. 바르덴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줬다면 모를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놈을 살려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강도질을 하더라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어딜 건방지게 감히 날….’

시체 3구를 무시하고 골목길 밖으로 나갔다.

힐끗.

왼쪽 팔뚝을 쳐다봤다. 옷이 찢어지고 피부가 베인 상처가 있었다. 이번 임무. 쉽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일이 꼬인다 싶으면 다 날려버리지 뭐.’

「무법지대에 대한 영향력: 0.02%」

???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주점에 들어갔다.

주점 내에 있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주점치고는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여긴 주점인 척 하는 정보 상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정보 상점은 필연적으로 암살단이나, 도적단 같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광대 가면이라…. 요즘 서쪽을 떠들썩하게 하는 천마께서 찾아오셨군. 사막의 촌놈께선 여긴 어쩐 일이시지?”

바에 앉은 한 중년 남자가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내게 과시한다. 그 목적이야 뻔하다. 내 기를 죽이기 위한 것.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포스(天魔 Force).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무형의 기운이 주점 내를 장악했다.

“윽….”

주점 내에 있던 손님들이 작게 신음을 흘리며 전투 자세를 취한다. 나는 그들을 싹 다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대머리 중년 남자를 노려봤다.

“너희들이랑 드잡이질할 시간은 없다. 정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를 테니 말해. 파란 애꾸눈, 바르덴은 지금 어디에 있지?”

“…분위기 한번 끝내주게 살벌하구먼. 이름이 뭐지?”

“천마.”

“그거 말고 진짜 이름.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한테 그딴 이름을 붙이나?”

“너랑 대화할 생각은 없다. 괜한 수작 부리지 말고 정보나 팔아라. 값은 제대로 쳐준다고 했을 텐데.”

“바르덴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 새끼가 이번엔 아주 작정하고 꼭꼭 숨었어…. 다른 정보 상인을 찾아가더라도 결과는 똑같을 거다.”

나는 혀를 찼다. 거짓말을 하는 거로는 보이지 않았다.

“바르덴을 찾는 건… 죽이기 위해서냐? 내가 알기론 천마와 바르덴은 아무런 접점도 없을 텐데. 누구의 시주를 받은 거지?”

“……정보 상인 특성인가? 아주 틈만 나면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군.”

“본능이다. 본능.”

나는 몸을 돌렸다. 놈을 상대하는 것보다 다른 정보 상점을 찾아가는 게 나았다. 다른 정보 상인들도 모를 거라고? 웃기는 소리.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않는 놈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내가 오기 전에 무법지대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임무는 실패다.

“바르덴을 급하게 찾는 모양이군. 충고하나 해주자면, 놈은 이 구역을 떠나지 않았을 거다. 그러기엔 놈이 이곳에서 이룬 것들이 너무 많거든.”

“…….”

“바르덴이 좆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충고값은 받지 않겠다.”

“…….”

나는 대꾸할 가치를 못 느꼈기에 주점을 나섰다.

???

“마스터. 저 천마란 놈. 그냥 보냅니까? 아까 우리한테 살기를 보냈을 때 장난 아니던데요. 죽여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멍청아. 내가 누누이 말했지. 사람 보는 눈을 기르라고. 저건 위험한 놈이다. 먼저 덤벼들었다면 죽어 나가는 건 우리였을 거다.”

“……그렇게 위험한 놈입니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래.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천마에 대한 정보나 수집해. 앞으로 천마에 대한 정보가 잘 팔릴거다.”

???

「이름: 성유진

클래스: 천마(天魔)

칭호: 불사자

신좌: 마천의 왕

소속: AL 401 지구.

근력: 71 민첩: 64 체력: 66 마나: 86 행운: 28

고유 특성: 기만(SS)

특성: 천마지체 (A)

스킬: 천마신공 (S) 종속 (S) 마풍신공 전수(SSS)」

벽에 등을 기대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몇 번을 봐도 만족스러운 능력치다.

‘민첩과 체력에 좀 더 신경 써야겠군.’

느긋하게 살펴보고 있던 내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있던 장소에 철봉이 날아와 꽂혔다.

“여기 계셨구먼! 천마!!”

“보스의 여자를 건들고도 편히 살 수 있을 거사 애각했나!”

“네놈의 머리를 잘라 사막으로 보내 주마!”

싸울까 하다가 상대가 무려 30명이 넘는 걸 보고 몸을 돌렸다. 싸우더라도 정면 싸움은 피하는 게 낫다.

‘어제부터 찰거머리처럼 따라오는군. 함정을 파고 한 번에 처리할까? 쓸데없이 추적 실력이 뛰어난 놈들이라 웬만한 함정은 통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세리게오 패밀리.

저들이 날 뒤쫓아 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놈들의 보스인 세리게오란 놈의 애인을 내가 따먹었기 때문이다. 살살 꼬셔서 따먹기에는 시간이 없고, 요새 바르덴을 찾느라 스트레스가 쌓여 있어서 보자마자 강간했다. 문제는 그걸 세리게오란 놈이 봤다는 거지.

정신없이 골목길을 도망치던 중 한 남자와 부딪혔다.

“컥!? 천마! 여기에 있었… 아아아아악!”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나는 망설임 없이 놈의 명치에 구멍을 뚫었다. 기회가 날 때마다 하나씩 죽여야 한다. 그래야 숫자를 줄일 수 있다.

‘하아. 피곤하군. 바르덴 이 자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무법지대에 대한 영향력: 0.49%」

???

세리게오 패밀리를 성공적으로 따돌린 나는 빼앗은 은신처로 돌아왔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은신처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10명이 넘는 인원들.

제각각 무기를 장비하고 있으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들의 중심, 평소 내가 누워서 활동하는 소파에는 주황색 긴 머리카락의 미녀가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하체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레깅스와 복근이 노출된 탱크톱을 입고 있다. 얼굴은 누가 봐도 미녀였다. 다만 드러난 팔과 복근, 얼굴 전체에 크고 작은 흉터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풍기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살벌하다.

“2시간이나 기다렸잖아. 왜 이렇게 늦게 돌아다녀?”

“……남의 집에서 당당하게도 구는군.”

“구라치지 마. 네 집 아닌 거 다 알고 왔으니까. 인마.”

“그래서 정체가 뭐야. 놀러 온 건 아닐 테고.”

평소였다면 문답 무용으로 전투를 벌였을 거다. 내 은신처에 나 몰래 누군가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미국에서는 주거 침입자를 총으로 쏴버린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그녀는 내 시선을 끄는 미녀였다. 그것만으로도 대화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응? 이야, 깡따구도 좋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던데. 역시 요즘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천마는 달라.”

가슴은 C컵. 그 촉감은 매우 탄력적이라고 추정된다.

“난 천마다. 넌 누구지? 대화를 하러 왔으면 이름부터 밝혀.”

“올리비아 패밀리의 보스인 올리비아. 찬마. 듣자하니 바르덴을 쫓는다지? 네게 할 제안이 있어.”

“…무슨 제안이지?”

”나도 그 빌어먹을 애꾸 새끼한테 빚이 있어서 말이야. 놈이 어디 있는지는 대충 알아냈는데… 이게 또 상황이 골때리게 돼서 너 같은 실력자가 필요해. 바르덴을 찾아 죽일 때까지 손을 잡자. 천마.“

”…….“

나는 침묵에 잠겨서 올리비아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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