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509 - 509. 신의 아틀란티스 (289/2,000)

〈 509화 〉 509. 신의 아틀란티스

509. 신의 아틀란티스

쿵!

키스라 하기엔 잇몸이 좀 많이 아팠다.

그녀의 뽀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툴렀지만, 어린아이처럼 수줍은 키스는 아니었다. 내가 자연스레 혀를 내밀자, 올리비아 또한 혀를 뻗어 왔다.

그녀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키스는 서로의 혀가 뒤섞이는 행위를 말한다는 것을!

물컹한 혀가 서로 얽힌다. 그녀의 혀는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는 키스하는 동안 숨을 참고 내쉬지 않았다.

나는 올리비아의 서투른 키스를 즐겼다. 성감 고조는 이미 키스하기 전에 사용했다.

‘내 키스 실력과 성감 고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

올리비아는 한 성깔 하는 여자다. 다혈질적이고, 충동적이다. 성적으로 흥분 시켜 성욕을 터트리면 분위기에 휩쓸려 나와 섹스하게 될 것이다.

‘그 시작은 성감대의 공략부터.’

[올리비아의 성감대: 허벅지, 허리]

지금 당장 허벅지를 만지는 건 힘들다. 하지만 허리 정도는 은근슬쩍 만질 수 있다. 내 손이 그녀의 노출된 복근 쪽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푸하.”

올리비아가 입을 뗐다. 광택이 있을 정도로 매끈한 주황색 머리카락을 흔들며 나와 거리를 벌렸다. 나는 그녀가 보기 전에 향하던 손을 내렸다.

표정 관리를 했다. 아쉬움을 내비치는 것보다 만족스럽게 웃었다.

“뽀뽀가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은데.”

“빨리 끝나긴 뭐가?! 10초 이상 해줬으면 만족하라고! 참 나, 간 크게도 나한테 뽀뽀를 요구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올리비아가 자리에 앉았다. 첫 키스를 했음에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키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게 틀림없다.

“어쨌든 난 약속은 지켰다. 이상한 소문 같은 게 돌면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알아서 잘해. 알아들었어?”

“떠벌리고 다니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나는 지난 며칠 동안 올리비아에 대해 나름 조사했다.

올리비아는 이 무법지대 내에서 상당한 유명인이었다. 아틀란티스 시작 때부터 있었던 대륙인이었던 그녀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보통 무법지대의 여자는 창녀나, 힘 있는 무법자의 애인이 되는 것을 택한다. 창녀는 건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어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애인이 힘이 있으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 둘을 선택하지 않고 싸우는 것을 택했다.

살아남기 위해 뒷골목에서 싸우고, 어느 패밀리에 들어가서 싸우고…. 인생 그 자체가 전투 그 자체였고, 그녀의 지독함에 무법자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되었다. 지금에 와서 무법지대에서 올리비아가 여자라는 이유로 얕보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얕본 놈들은 죄다 시체가 되어 골목 어딘가에 버려졌으니까.

“제르딘 레기온을 칠 거야. 준비해둬.”

올리비아가 말했다.

“언제?”

“3일 뒤. 이미 제르딘도 눈치채고 준비하고 있어.”

“놈들이 알고 있는데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여기서 멈추기엔 걸린 게 너무 많아. 그리고 놈들이 알고 있다고 해서, 놈들이 죽는 결과가 변하지 않아.”

손바닥으로 주먹을 꾹꾹 누르고 있는 올리비아의 두 눈이 맹수처럼 빛난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흉포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몸을 긴장시켰다.

“용병 200명을 고용한 걸 봐선 너도 3일 뒤에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몰랐어. 내가 용병을 고용한 이유는 단기간에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니까.”

“…하?”

올리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니까 영향력 때문에 용병 200명을 고용했다? 그 이유가 설마 나랑 뽀뽀하기 위해서는 아니지?”

“그 이유 말고 단기간에 영향력을 올릴 이유는 없어.”

이번 달 AP를 더 많이 받기 위해? 5,000만 페니를 사용해 용병 200명을 고용한 것과 수지가 맞지 않는다.

“순 또라이 새끼 아니야? 뽀뽀가 그렇게나 하고 싶었으면 창녀나 찾아가 인마.”

“창녀랑 너랑은 다르지. 그래서 말인데 한 번 해볼 생각 없냐?”

아예 돌직구로 물었다. 어쩌면 그녀도 섹스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친 새끼가!”

올리비아가 나를 향해 책상을 던졌다. 혹시 몰라 대비하고 있던 나는 날아오는 책상을 여유롭게 받았다.

“봐주니까 기어오르네? 야, 적당히 해라. 너랑 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걸 잊지 말고, 선도 넘지 마 새꺄.”

“지금은 그렇지. 하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야.”

“나중은 모르겠고 지금은 그런 걸 알면 선 지키라고.”

그녀가 짜증을 부리며 나를 향해 작은 칼을 던졌다. 작은 칼은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뺨이 좀 화끈한 게 피부가 베인 모양이다.

‘칼은 또 어디서 난 거야? 옷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책상 때문에 시야가 일부 가려져서 저 작은 칼을 어디서 꺼냈는지 모르겠다.

나는 책상을 내려놓았다.

올리비아의 분위기는 또 변해 있었다. 3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죽일 듯하더니 지금은 평온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역시 다혈질이고 변덕이 심한 여자다.

“야. 넌 나랑 손잡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

“배신은 걱정하지 마. 난 여자는 웬만해선 배신 안 하니까. 그리고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바르덴을 죽이는 거지, 이 구역의 패권 따위엔 관심 없어.”

“여자는 웬만해선? 말 좆같이 하네. 그리고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야. 3일 뒤에 함께 제르딘 레기온을 치기로 한 패밀리들. 그 새끼들을 조심하라고. 그 새끼들과는 일시적으로 뭉치긴 했지만, 동맹도 뭣도 아니야.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새끼들은 100% 돌변할 테니 주의해라.”

“아, 그런 말이었나. 알았어.”

“그리고 용병은 너무 믿지 마라. 특히 여기 용병은.”

“안 믿어.”

애초에 용병들을 전력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무법지대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올리비아의 뽀뽀를 받기 위해 고용한 것들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면 5,000만 페니…, 한화로 5억짜리 뽀뽀인가.’

나쁘지 않았다.

예쁜 여자라도 가치는 다 다르다. 내가 봤을 때 올리비아는 5억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올리비아는 내기가 아니었다면 1억 페니를 줘도 키스를 해주지 않았겠지.’

???

결전의 날이 되었다.

나는 200명의 용병들을 데리고 올리비아 패밀리 옆에 섰다. 올리비아 패밀리는 약 100명 정도로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이곳에 모인 다른 이름 높은 패밀리보다 숫자가 적었다. 하지만 개개인의 질로 따지면 올리비아 패밀리 쪽이 위다.

다른 이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올리비아 패밀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법지대의 중심, 제르딘 레기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거리는 스산했다.

대놓고 손님을 등처먹던 상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창문의 틈으로 바깥을 조심히 살펴본다.

헐벗은 차림으로 남자를 유혹하던 창녀들의 분 냄새도 나지 않는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무법지대 전체가 알고 있는 것이다.

“바르덴의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

내 옆에 걷고 있는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튼튼한 부츠를 신고 하체에 달라붙는 레깅스와 복근과 겨드랑이가 노출되는 탱크톱을 입었다. 전투복처럼 보이지 않고, 손에 쥔 무기도 없었다.

“동쪽에 있다더라. 마침 우리가 가는 곳이지. 아, 시발. 드디어 그 새끼를 족치겠네. 크크.”

올리비아가 짐승처럼 웃었다. 여자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터프한 미소다. 하지만 미녀이다 보니 내 눈에는 매력적인 미소로 보였다.

무법지대의 패밀리들이 짠 계획은 간단하다.

동서남북.

패밀리들이 각각 네 방향에서 중심에 있는 제르딘 레기온을 치는 것이다.

질적 차이는 숫자로 압도하는 것.

누가 보더라도 유리한 건 패밀리 연합 쪽이었다.

‘그래도 확신할 수는 없지. 여긴 아틀란티스. 한 명이 백 명을 학살하는 일은 불가능한 게 아니니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원작에서도 무법지대에 대해서는 언급도 되지 않았고, 설정 집에 3줄 정도 적혀 있을 뿐이었다.

제르딘 레기온의 본거지는 여타의 다른 건물들과 달랐다.

제각각 다른 방식의 건물들을 하나, 하나 이어붙여서 만든 듯한, 혼돈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은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도시 속에 또 다른 도시가 있는 것 같았다.

“언제 봐도 기분 나쁘다니까.”

올리비아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공격!! 공격해라!!”

분노와 적의로 이루어진 우렁찬 목소리는 우리 쪽이 아니라 제르딘 레기온 쪽에서 들렸다.

직후, 화살과 마법들이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아, 씨발. 선빵을 먼저 맞을 줄이야.”

올리비아가 짜증 난다는 듯이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걷어찼다.

나와 그녀를 포함해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제르딘 레기온의 선공에 당황하지 않았다.

저쪽에 마법사가 있듯이 이쪽에도 마법사가 있었다. 우리 쪽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펼쳐 적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영원히 마법을 난사할 수 없으니 잠시 후 적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 그때, 우리들은 제르딘 레기온에 돌격한다. 진짜 전쟁은 그때부터다.

“새끼들아. 공 좀 세우겠다고 무리하지 마. 우리 목적은 제르딘을 조지는 게 아니라 바르덴을 족치는 거니까. 제르딘은 겸사겸사야. 알지?”

“네. 누님.”

“이딴 곳에서 죽지 마라. 여기서 죽으라고 니들 데려온 거 아니니까.”

“걱정 마십시오. 누님.”

올리비아 쪽은 분위기가 좋았다. 외부인인 나도 그들의 유대감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내가 있는 쪽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200명이 용병들의 시선이 내 등 뒤에 꽂히지만 무시했다. 저들 중에 여자는 단 1명도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결국, 참다못한 용병대장이 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고용주님.”

“……뭐냐.”

“뭔가 하실 말씀 없습니까? 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기 좀 높여주십쇼.”

“받은 만큼만 해라.”

“오오! 정말 끝내주게 마음에 드는 연설입니다! 이 새끼들아! 들었냐!? 받은 만큼만 하란다!”

“오오오오오!”

용병들이 제들끼리 소리 지르며 사기를 끌어 올렸다. 내가 한 말을 알아서 좋게 해석한 모양이다.

연설한 기억은 전혀 없다만.

뭐, 아무래도 좋았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저놈이 바르덴이군.’

높은 첨탑 같은 곳에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파란색 옷을 입고,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찬 남자였다. 제 주제에 입에 담배를 물고 똥폼을 잡으며 이쪽을 담담히 보고 있다.

“가자!”

적들의 원거리 공격이 멈춘 순간 누군가가 외쳤다. 그리고 우리들은 제르딘 레기온을 향해 돌격했다.

“은혜도 모르는 새끼들! 이 구역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우리에게 반란을 일으키다니! 짐승만도 못한 놈들!”

“반란? 키워줘? 지나가던 개들도 웃지 않을 개소리였다. 이 개자식들아!”

“애미 씨발! 내가 니 애미랑 떡친 건 알고 있냐?!”

“난 네 애비랑 떡 쳤다! 씨발놈아!”

무법지대의 주민들은 입이 거칠었다. 한때 내가 즐겨 했던 전설의 게임이 생각날 정도다. 거기 채팅창도 부모 욕이 기본이었는데.

그러나 여긴 채팅창처럼 욕설만 난무하는 곳이 아니었다. 검과 창, 도끼와 화살이 욕설 속에서 상대방의 목숨을 물어뜯는다.

나는 다른 건 다 무시하고 바르덴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도중에 잔챙이들이 내 앞길을 막아서면 바로 주먹을 휘둘러 응징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콰아아앙!

전력을 다한 공격에 앞을 막아서던 잔챙이 6명의 몸통이 텨져 나갔다. 머리가 허공을 날고, 내장과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잔챙이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나를 보고서도 모르는 척했다.

길이 열리니 더 빠르게 바르덴을 향해 다가갈 수 있었다.

“존나 무식한 새끼. 그래도 세긴 세네.”

내 뒤를 따라온 올리비아가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했다.

바르덴이 이쪽을 쳐다 본다. 그는 담배를 씹어 뱉고는 나와 올리비아를 향해 총을 겨눴다.

리볼버. 양손에 각각 하나.

“네가 요즘 날 찾아 죽이겠다고 날뛰던 천마란 놈이냐? 가면 쓴 꼬락서니를 보면 알겠군. 헬텐에서 날 죽이라디?”

“알면 얌전히 죽어라.”

바르덴은 날 비웃었다.

“바르덴! 이 개새끼야! 난 안 보이냐, 엉? 내가 니 새끼 때문에 몇 달을 잠을 설친 줄 알아?”

“넌 여전하군. 올리비아. 내가 그렇게 그리웠나?”

“그리워 죽는 줄 알았다!”

탕!

어느새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권총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