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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 510. 신의 아틀란티스 (290/2,000)

〈 510화 〉 510. 신의 아틀란티스

510. 신의 아틀란티스

탕!

어느새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권총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아틀란티스 세계에 유통되는 총은 대부분 두 가지 경우다. 마법과 신의 힘으로 개조되었거나, 아니면 총알이 특별하거나.

어느 쪽이든 희귀하고 비싸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둘 다인 모양이다.

올리비아가 쏜 총알은 붉은 궤적을 그리며 바르덴의 이마를 정중앙을 노렸다. 뛰어난 사격 솜씨다.

하지만.

“어이쿠.”

바르덴은 리볼버를 휘둘러 총알을 쳐냈다. 총알이 작은 폭발을 일으켰지만 바르덴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했다.

“다 좋은데 총알이 너무 싸구려야. 날 죽이고 싶으면 최소 500만 페니 이상 하는 총알을 쓰라고. 이런 거 말이야.”

탕.

바르덴이 우리를 향해 한 발을 쏘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날아오는 방향이 어중간했다. 나를 노린 것도 아니고, 올리비아를 노린 것도 아니다.

잘못 쏜 건가?

아니었다.

그는 일부러 어중간하게 총을 쐈다. 그래야 도중에 30개로 분열된 총알이 우리를 맞출 테니까.

올리비아는 커다란 강철 방패를 들어 총알을 막아냈고, 나는 진각을 밟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뻗어 총알을 쳐냈다.

내 주먹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움직이는 건 문제 없으나, 천마기를 뚫고 피해를 준 만큼 바르덴의 총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몸과 방패가 참 튼튼하시군. 이것도 한 번 막아보시지. 아, 참고로 이건 3,000만 페니짜리다.”

두 개의 리볼버의 총구가 빛났다.

이번에 나온 마탄은 유도 총알이었다. 총알이 마치 곡예비행을 하듯 날아다니며 나와 올리비아의 머리를 집요하게 노렸다.

‘알아서 헤드샷을 노리는 총알이라니…. 그것만으로도 골때리는데 내구성도 장난 아니군.’

나는 천마기가 이글거리는 주먹으로 몇 번이나 총알을 쳐냈다. 하지만 총알은 조금도 부서지지 않고 날 노린다.

그러나 1분을 버티자 총알은 저절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씨발. 주먹도 제대로 못 휘두르는 새끼가 얍삽하게 이딴 것만 써서는!”

올리비아가 짜증을 내며 바르덴을 향해 나이프를 던졌다. 옆에 있던 나조차도 던지기 직전까지 눈치채지 못한 기습이었다.

바르덴은 나이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나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아까 올리비아가 총을 쐈을 때 여유롭게 쳐냈지만 지금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나이프를 피해냈다. 총알에 비해 나이프의 속도는 훨씬 낮은데도 말이다.

“저 새끼… 뭐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올리비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썩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저 새끼를 죽여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아.’

바르덴을 향해 달렸다.

올리비아가 내 뒤를 따른다. 나를 방패 삼아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편이 더 효율적이라 불평할 생각은 없다. 남자 새끼라면 화부터 냈겠지만, 그녀는 내 기준을 만족하는 미녀였다.

“다가오기 전에 죽여주마!”

초조해진 바르덴이 방아쇠를 당겨댔다. 마탄이 쏟아진다.

“숙여, 천마!”

올리비아의 말대로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양손으로 커다란 천을 잡고 총알을 향해 던졌다. 총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천이 바닥에 쓰러졌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천인 모양이다.

“야. 천마. 저 새낀 내가 죽인다.”

“그런 게 어딨어. 먼저 죽인 사람이 임자지.”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스텝(天魔 Step).

보법을 밟으며 리볼버의 실린더를 갈아 끼우고 있는 바르덴의 앞에 쇄도했다.

“씨발!”

뒤쪽에서 올리비아의 분통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다고 내 주먹이 멈추지는 않는다.

“천마! 기다려라! 넌 헬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바르덴의 머리에 주먹이 내리꽂히는 순간이었다. 바르덴의 말도 안 되는 반응 속도를 보이며 내 공격을 피했다. 주먹은 놈의 오른 팔뚝에 닿았다.

“큭, 크아아아아아악!”

바르덴의 팔이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서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개씨발! 노르덴! 뭐 하는 거야?! 당장 능력을 써! …알았으니 재촉하지 마. 병신아. 넌 내가 아니었으면 이미 진즉에 뒈졌어.”

1인 2역.

바르덴은 혼자서 대화를 나누었다. 연기 하는 게 아니라면 이중인격일 가능성도 있었다.

“일부러 내 관심을 끌려는 속셈이었다면 실패다. 죽어라.”

주먹을 치켜들었다. 침정을 이용해 놈의 내부를 완벽하게 박살 낼 생각이었다.

“…천마. 알고 있나? 헬텐은 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헬텐은 위신 따위가 아니라 진짜 신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바르덴이 내 동요를 끌어내기 위해 소리 질렀다. 하지만 나는 담담했다.

“알고 있다. 죽어라.”

헬텐의 목적은 아틀란티스가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선 신좌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선 말이 통하지 않는 신좌들도 있겠지. 그 신좌들도 설득한다? 과연 신좌들을 말로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

“뭐…? 이런 미친…! 노르덴!”

주먹을 내지른다. 바르덴의 안대와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와 나를 덮쳤다.

「시간의 정령이 당신의 몸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킵니다.」

「40초 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40초 동안 간섭받지 않습니다.」

움직일 수도 없는 대신 공격받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30초는 너무 길다. 혀를 차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속으로 혀를 찼다.

“잘했어! 노르덴!”

노르덴이란 것은 아마도 시간의 정령인 모양이다. 아마도 놈의 안대 속에 있는 눈과 관련 있겠지.

바르덴이 내게서 몸을 돌렸다. 도망칠 생각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의 등에 나이프 몇 개가 날아와 푹푹 꽂힌다.

“바르덴! 이 씨발놈아! 내 돈을 떼먹고, 우리 패밀리를 엿먹이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냐?! 가죽을 벗겨주마!”

“우라질년! 실질적으로 네가 피해 본 금액은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냐!”

“뒤통수를 때렸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개새끼야!”

도망치는 바르덴의 뒤를 올리비아가 맹렬한 기세로 뒤쫓는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큭. 크크큭! 이 새끼 이거 못 움직이는 것 같은데? 다들 이리로 와봐!”

무기를 쥔 잔챙이들이 내 주위를 빙 둘러싸 포위했다. 그중 한 명은 내 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내 몸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정지 시간: 5초」

“좀 기다려봐. 계속, 이 상태는 아닐 테니까. 느낌이 오면 단번에 공격하는 거야. 알지?”

“난 저 새끼 다리부터 자른다.”

“목을 내가 노린다. 목 건드는 새끼는 각오해라.”

“심장은 내가 찌른다.”

「남은 정지 시간: 1초」

까딱.

내 눈썹이 움직이자마자 놈들이 사방에서 공격해온다.

천마신공(天魔神功) 금강마룡(金剛魔龍).

나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그들의 공격은 내 몸에 깊숙한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이런 미친. 무슨 놈의 몸이….”

“…씨발. 좆됐다.”

천마신공(天魔神功) 금강마룡(金剛魔龍) 반(反).

데미지를 사방으로 폭발시켰다. 내 주위에 있던 잔챙이들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쳐박혔다. 나는 일일이 놈들의 머리통을 밟으며 끝장을 내주었다.

“날 노린 놈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지.”

확인사살을 끝낸 나는 바르덴과 올리비아가 간 곳으로 뛰어갔다. 다행히도 팔을 잃은 바르덴이 흘린 핏자국이 나를 인도해주었다.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주위에는 칼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이 가득했다. 전쟁은 처절한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 오늘 최소 수천 명은 죽어나 갈 것이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온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올리비아를 발견했다. 그녀 주위에는 온갖 종류의 무기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올리비아의 것 일테지.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잡고 상처를 확인한다. 어깨와 가슴으로 이어지는 날붙이에 베인 상처와 왼쪽 허벅지의 총상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

“씨발…. 흉터가 더 늘겠어. 씨발. 씨발. 씨발….”

“올리비아, 바르덴은?”

“……그 새끼들은 히든 구역으로 들어갔어.”

올리비아가 상대한 건 한 놈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올리비아의 어깨를 부축하려고 했으나,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고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왼쪽 허벅지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일어나는 모습이 경이롭다.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환자 취급하지 마라.”

“죽으면 환자가 아니라 시체취급이겠지. 히든 구역은 어디에 있는 거야?”

“저기 있잖아. 소문이 사실이었어. 마침 너도 지분이 1% 이상이니 잘됐네. 같이 들어가서 바르덴 새끼 조지자.”

올리비아가 벽을 가리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식도 없는 벽이었다. 히든 구역의 입구는 이런 식으로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올리비아는 비틀거리며 히든 구역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쑤욱.

벽 안으로 몸이 들어갔다.

「무법지대에 대한 영향력: 1.12%」

「1% 이상의 영향력을 확인했습니다. 입장 조건을 만족합니다.」

「제 5,710 구역, 오토 팩토리.」

「이곳은 히든 구역입니다.」

「영향력에 따라 배당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당금은 20일 뒤에 주어집니다.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2,611만 4195 페니입니다.」

「영향력이 1% 이하로 떨어지면 배당금을 받을 수 없고, 5,710 구역, 오토 팩토리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철컥철컥! 끼이익쾅! 철컥!

그곳은 이름 그대로 공장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기계로 가득 찼는데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생필품들이 아틀란티스 전역에 판매되는 건가?’

슬쩍 옆을 쳐다본다. 기계는 통조림 캔 같은 걸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새삼스레 다시 알림창을 확인했다.

“영향력을 지분, 지분 거리더니 진짜 지분이었군. 알고 있었어?”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올리비아의 얼굴을 일그러져 있었다. 상처에 의한 고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법지대에서 계속 살아왔지만, 전혀 몰랐어. 씨발…. 제르딘 레기온 새끼들. 이걸 독점하고 있었어. 영향력을 지분이라고 부른 것도 우리를 기만하기 위해서겠지. 개씨발 새끼들….”

“영향력이 1%에 불과한데 배당금이 7천만 페니야. 터무니없는 돈이지. 매달 이 정도의 돈이 들어온다면….”

제르딘 레기온이 가진 영향력은 40%가 넘는다. 우리가 여길 들어오기 전까지 배당금을 싹 다 차지하고 있었을 테니….

“빌어먹을 새끼들… 그런 돈이 있었다면 무법지대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 새끼들은 돈을 어디다 쓰는 거야?!”

“누군가의 지갑에 들어갔겠지. 그게 아니면 이 히든 구역에 투자했거나.”

올리비아는 화풀이를 하듯 기계를 발로 찼다. 기계가 일부 박살 났다. 그러나 천천히, 상처가 회복하듯이 자동으로 수리되고 있다.

“이건 또 뭔…. 큿!”

올리비아의 다리가 풀리고 뒤로 넘어지려는 것을 내가 빠르게 다가가 손으로 받쳤다. 그녀는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포션 좀 바르자. 이 상태에선 바르덴을 족치기는커녕 네가 족쳐질 것 같은데?”

“…젠장. 빚지는 건 취향이 아닌데..”

“자존심 세울 때가 아닌 거 알지? 너, 솔직히 말해봐. 지금 팔다리도 움직이기 힘들지?”

“……빚은 어떻게 해서든, 언젠간 갚는다.”

올리비아는 내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상처에 포션을 바르려면… 옷을 벗겨야겠어. 괜찮지?”

“어? 그냥 냅다 부으면 되잖아. 이 상황에서 수작 내비치지 마라. 고마운 마음이 싹 달아날 것 같잖아.”

“네 상처를 봐라. 붓는 거로 해결하려면 포션이 더 필요해. 내가 가진 포션은 비상용 하나뿐이야.”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거짓말을 간파하지 못한다.

“쯧. 그럼 벗겨.”

“진짜로?”

“젖이나 허벅지 좀 보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게 대수야? 빨리해. 바르덴 새끼 쫓아가서 죽여야 하니까.”

실랑이를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녀는 덤덤했다.

“한다. 나중에 뭐라 하지 마라.”

“그럴 리 없으니까 빨리하기나 해.”

나는 우선 그녀의 탱크톱을 벗겼다.

탄력적인 가슴이 떨어진 푸딩처럼 출렁거렸다. 그녀는 옷을 벗길 때 고통을 느낀 것인지 얼굴을 찡그렸다.

“야, 젖꼭지가 서 있는데?”

그녀의 하얗고 봉긋한 가슴에도 흉터 자국이 있었다. 끝에 맺혀 있는 분홍색 유두는 보기 좋은 모양을 하고 있다.

“병신아. 원래 내 젖꼭지는 서 있어. 포션이나 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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