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9화 〉 519. 새로운 스킬
519. 새로운 스킬
“앗, 청계천 싸울아비 님! 3만 코인 감사합니다! 오빠를 위한 섹시 댄스!”
그녀의 하얀 여우 꼬리가 요염하게 살랑였다.
잠깐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내 반응과 다르게 그녀의 리액션은 계속되었다.
“남부정벌 님도 3만 코인?! 아이참. 이러면 내가 쉬지를 못하잖아요!”
들뜬 얼굴의 미령은 최신 노래에 맞춰서 춤을 췄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리고, 커다란 엉덩이가 흔들렸다.
그녀의 섹시 댄스에 내 자지에 피가 쏠렸다.
‘꼴리긴 꼴리는 몸이랑 얼굴이야. 얼굴도 요망하게 웃고 있고… 남자를 홀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몸짓이야.’
예상외의 광경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이 되었다는 건 그 만큼 현대 문명에 빠져들었다는 뜻이니 나쁠 건 없다.
‘아무리 그래도 2주 만에 이 꼴이 될 줄은 몰랐지만.’
“아잉. 오빠들. 더러운 채팅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 오늘 방송 처음 시작하는 거라 매니저는 아직 못 구했으니 알아서 신경 써줘요. 자꾸 그러면 채팅창 얼러버릴 거에요~?”
오빠라.
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뿜을 뻔했다.
미령은 자신의 경지를 오기(五氣) 9단이라고 말한 적 있다. 몸속에 내단을 만들고 다섯 가지의 기운을 다루는 경지. 그 경지에 오르면 수명이 250년이 된다.
더군다나 그녀는 호인족이다. 인간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으니 최소 30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오기의 경지이니 못해도 200살은 넘겠지. 저 나이에 저러고 싶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빠르게 현대 문명에 빠져드는 것도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지.’
[광명승천도] 세계는 지루하다. 일반 평민들은 하루 먹고 하루 살기 위해 움직이지만, 어느 정도 힘을 가진 자들은 마땅히 시간 보낼 것이 별로 없다. 취미로 시를 쓰거나 악기를 다루더라도 한계가 있다. 보통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으로 보낼 것이다.
‘아직도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나?’
미령 정도의 기감이라면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인터넷 방송에 빠져들어 있다는 뜻.
‘박스가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방 인테리어 자체를 바꿨네.’
가구와 장식품, 벽지를 싹 다 뜯어고쳐 누가 봐도 젊은 여자의 방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방안으로 쳐들어가서 방송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재미는 있겠지만 손해가 크다. 나는 대한민국 헌터계의 슈퍼루키로 얼굴이 제법 잘 알려져 있었다. 여기서 미령과 염문이 터져봤자 나만 안 좋게 된다. 그녀는 결국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반면에 나는 현실을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미령도 싫어하겠지. 우리 관계도 좋아지고 있는데 망칠 수는 없어.’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녀의 방송이 궁금했다.
‘코인이라고 했지? 그런 화폐를 사용하는 건 유라시아 TV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수많은 여캠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인터넷 방송 자체를 잘 보지 않지만, 사건 사고가 많았던 곳이란 건 알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깔고 방송들을 살펴본다.
그녀는 분명 오늘 처음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가 무려 8,000명이 넘어간다. 방송 순위로는 4위였다.
‘뭐야, 왜 이렇게 시청자 수가 많아? 여캠이 원래 이 정도였나? 오늘 처음 방송하는 여캠인데?’
인터넷 방송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상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시청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미령이 조작을 하는 것도 아닐테 고.
“후아…. 휴식! 잠깐만 쉬죠. 오빠들, 나 오늘 처음 방송하는 거니 좀 이해해줘요.”
미령의 방송에 입장했다. 미령의 아이디는 ‘여우령’이었다. 그 의미가 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방송방에는 코인이 계속 터지고 있었다.
‘코인 1개가 100원이군. 그럼 아까 나온 3만 개는… 300만 원?’
이 기세가 몇 시간 동안 이어진다면 하루에 수 천만 원을 벌어들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코우박죽 님 코인 1,000개 고마워요!
여우령 님 몇 살이세요? 30대는 아니죠?」
-혹시 모르는 일임.
-저번에 그분은 20대인 척 했는데 사실 40대 애엄마였지.
-ㄹㅇㅋㅋ
-ㄹㅇㅋㅋ
-저 정도면 30대라도 상관없다.
-우리 아버지가 누나를 보고 벌떡 섰습니다!
“에이. 내가 어떻게 30대로 보여요? 저 22살이에요. 팔팔한 22살. 봐요, 이 피부. 누가 보더라도 탱글탱글한 22살의 피부잖아요.”
미령은 카메라를 향해 팔뚝을 보였다.
고단수였다. 팔뚝을 보는 척하면서 풍만한 가슴을 강자하고 있다. 가슴이 보기 좋게 뭉개지며, 골짜기가 강조된다. 나는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군침을 삼켰다.
‘직접 보는 것보다 화면 너머로 보는 것도 색다르군. 젠장. 따먹고 싶다.’
시청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령이 엄청난 미녀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하다.
‘……혹시. 미령은 남자들을 화면 너머로도 홀릴 수 있는 건가?’
가설로서 충분하다. 처음 보는 BJ에게 이 정도로 많은 코인을 쏘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BJ 둠스 님 코인 1,000개 고마워요!
여우령 님. 다음주에 같이 합방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오.
-둠스가 먼저?
-ㅋㅋ 둠스라도 가만히 못 있겠지.
-둠스 저거 여자관계 안 좋음.
-하 저 새끼 또 ㅈㄹ이네.
-됐고 춤이나 추자. 이번엔 엉덩이춤 보여줘.
“합방이요? 죄송해요. 제가 처음이라 아직 합방 같은 거 할 생각은 없어요.”
미령은 바빴다. 채팅창을 읽고 코인을 받으면 리액션도 해줘야 했다. 그래도 싫다는 기색은 하나도 없다. 돈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녀에게 돈이란 큰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니까.
‘나름 즐기고 있다는 건가.’
나도 코인을 결제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겐 돈을 벌 방법이 많으니까.
「생수킹 님 코인 100,000개 고마워요!
오늘 왔으니 신고식 제대로 해야지. 봉춤 보여줘.」
“생수킹 오빠! 코인 100,000개 감사합니다! 근데 봉춤은 좀 많이 부끄럽고 연습도 안 됐어요. 봉도 없어요.”
-봉 없는 봉춤 ㄱㄱ
-ㅋㅋㅋㅋㅋㅋㅋ코인 100,000개 날아감.
-회장님 오열ㅋㅋㅋㅋㅋㅋㅋ
“처음 방송할 때 말했지만, 전 코인에 굴복하는 BJ가 아닙니다~. 춤도 제가 추고 싶어서 추는 거예요. 아, 봉춤을 원했죠? 쉬기도 다 쉬었고, 커튼봉도 있어서 이걸로 춤춰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에 굴복함
-무시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누나 나 죽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끈적한 음악 소리가 울린다. 그에 맞추어 그녀가 봉을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미령의 봉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코인을 결제했다.
「생수킹 님 코인 100,000개 고마워요!
고양이 자세.」
“냐오옹~ 냐아앙!”
미령이 바로 의자 위에서 고양이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채팅창이 다시 난리 났다.
「생수킹 님 코인 100,000개 고마워요!
방송 언제까지 함?」
“방종은… 음. 정해진 건 없는데 대충 밤 12시? 근데 생수킹 오빠는 그렇게 돈 많이 써도 돼요?”
「생수킹 님 코인 100,000개 고마워요!
22살이면 대학생임?」
“대학생은 아니에요. 이래 보여도 저 헌터예요. 헌터.”
몇 분이 더 지나고 미령이 나를 쳐다봤다. 드디어 내가 문 사이로 지켜보고 있었음을 눈치챈 것이다.
내가 씨익 웃었다. 미령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미령이 문밖으로 나왔다.
“……그냥 인터넷 방송이 재밌어 보여서 해봤을 뿐이야.”
뭐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을 했다. 뺨이 살짝 붉어져 있는 거로 봐선 부끄러움을 느낀 모양이다.
“네 취미 생활에 참견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더 취미 생활을 가지기를 권장한다. 그래야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이 더 강해질 테니까.
미령은 잠깐 내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번 돈은 너한테 줄게. 어차피 난 며칠 뒤에 원래 세계로 돌아가니까.”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돈을 쓸데없이 내버려 두는 것도 그러니 내가 잘 쓸게. 저녁 식사는 어떡할래?”
“방송해야 하니까 먹을 생각은 없어. 그래도 네가 꼭 나랑 같이 먹고 싶다면…. 잠깐 방송을 멈추면 돼.”
미령은 아직까지도 내 눈치를 살폈다. 사장에게 굽실거리는 신입 사원 같았고, 내게 죄를 지어 미안함을 느끼는 사람처럼도 보였다.
그녀가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는 건, 내게 원하는 게 있다는 것이다.
‘내게 원하는 건 당연히 내가 다시 이 세계에서 소환해주기를 원하는 거겠지.’
나는 씨익 웃었다.
“괜찮아. 방송해. 난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 새벽 1시쯤에 올 거야.”
“어, 응. 그래. 갔다 와.”
나는 한하린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미령의 방송을 봤다. 5억 넘게 썼지만 아깝지 않았다. 그럭저럭 미령과 즐길 수 있었으니까.
“하린 선배. 오늘은 제 집에서 하죠.”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있는 한하린에게 말했다. 내가 하자는 건 당연히 섹스다.
“집에 손님이 있다며?”
그동안 한하린이 내 집을 찾아오려는 것을 손님이 있다는 핑계로 막았다.
“손님방에 머물고 있으니 괜찮아요.”
“……솔직히 말해봐. 너 또 3P를 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지? 아니면 언니까지 불러서 4P?”
매우 의심스럽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안 그래요. 오늘은 하린 선배랑 둘이서 할 거예요. 아영이 누나도 요즘 바빠서 못 오잖아요.”
“…….”
그녀는 여전히 날 의심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
새벽 1시.
나는 한하린과 볼링장에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둘의 몸에선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왔어……?”
웬일로 나를 마중해주던 미령이 내 옆에 있는 한하린을 보고 굳었다. 한하린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미령에게 목례만으로 인사한 뒤 바로 샤워실로 직행했다.
“하린 선배는 같은 대학교 선배야.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야. 너한테 피해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자.”
“…왜 갑자기 여자를 데려온 건데?”
“여긴 내 집이야. 내가 누구를 데려오든 내 자유지.”
“…….”
미령은 옳은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여긴 내 집이고, 미령은 내 가족이나 애인이 아니다. 그녀는 손님으로서 내 집에 얹혀살고 있다. 내게 관여할 자격이 없다.
미령은 잠깐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한하린이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나왔다. 섹시한 빨간 속옷 차림의 그녀는 당당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왔다.
“아까 그 여자는 누구야? 딱 봐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던데. 여우 귀랑 여우 꼬리… 그거 진짜야?”
“설마 진짜겠어요. 요즘 기술이 뛰어나서 진짜처럼 보이는 거죠. 그녀는 잠깐 저희 집에 머무는 손님이에요. 아, 저랑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아직은.
뒷말은 구태여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저번의 메이드도 그렇고… 넌 대체 뭐야?”
“글쎄요.”
나는 한하린의 몸을 끌어안았다. 방금 샤워하고 나와서 그런지 피부가 촉촉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분명 내가 사용하는 샴푸와 비누일 텐데 왜 이렇게 낯선 느낌이 들까.
‘……아니. 미령이가 새로 산 샴푸랑 바디워시인가.’
내 손이 움직여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를 희롱했다. 한하린은 담담하게 내 손을 받아들였다.
“읏, 너도 샤워하고 와.”
“그러려고 했는데… 못 참겠어요.”
나는 바지를 벗어 던지고 그녀를 내 쪽으로 꽉 끌어안았다.
“뭐…? 여기서 당장 하려고? 집에 그 여자가 있잖아. 방으로 들어가서… 앗?!”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젖힌 뒤에 바로 자지를 삽입했다.
푸욱.
자지는 손쉽게 그녀의 안에 파고들었다.
“선배도 기대하고 있었네요. 보지가 완전 홍수에요. 홍수.”
“…시끄러워.”
한하린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내가 굳이 거실에서 한하린과 섹스를 하는 건 미령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그녀라면 술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감만으로 내가 한하린과 어떻게 섹스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하린 선배는 누구의 여자죠?”
“…….”
“말해줘. 하린아.”
나는 한하린의 등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한하린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네 여자야.”
나와 한하린은 거실에서 새벽까지 섹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