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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 5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08/2,000)

〈 528화 〉 5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52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모른 척하지 마시죠. 카일 형이 돌아왔으니 이제 확실하게 정하셔야죠. 젠트 형? 카일 형? 아니면 저? 누구입니까.”

나는 엘라인과 연결된 상태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그녀를 쳐다봤다. 구태여 침대 위에서 이 질문은 던진 의도는 날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노골적이니 엘라인 또한 알고 있겠지.

“……나는.”

그녀의 곤란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본래 엘라인은 후계자 관련 문제에서 중립을 취했다. 지금까지 후계자 문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친아들인 카일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후계자 문제에 관해서는 누구도 지지할 생각이 없다. 그건 아무리 너라도 예외가 아니다.”

“…아. 그렇습니까.”

나는 대놓고 실망하며 엘라인의 보지에서 자지를 뺐다.

“유, 유진아?”

“어머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왜 그러느냐? 시작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잖느냐. …설마 내가 널 지지하지 않아서…?”

“어머니는 중립을 지킨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런 일은 옳지 않죠. 몸이 섞이는데 마음이라고 안 섞이겠습니까. 앞으로 우리 관계는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섹스 영상을 통해 협박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같이 파멸하자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 안 돼…!”

이미 잔뜩 달아오른 엘라인에게 협박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 관계를… 여기서 끝내자는 것이냐? 이토록 쉽게…?”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여성으로서 사랑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절 사랑하지 않는 것 같군요.”

“아니다!”

엘라인이 발끈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흔들리는 E컵 가슴에 잠깐 시선을 빼앗겼다.

“나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뿐이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공평함이 깨진다. 한 번 공평함이 깨지면 모든 일이 어그러진다. 너도 영주로서 생활하며 알지 않느냐.”

나는 조용히 웃었다.

엘라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그녀 덕분에 프루커스 가문과 영지는 항상 평화롭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영주로서 생활하며 알았습니다. 공평함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요.”

“유진아!”

“어머니. 영주란 영지의 주인입니다. 영주가 청렴결백하고 공평하면 영지민들은 편하겠지요. 하지만 영지민들 중에서 제 주제를 알고 있는 것들은 별로 없습니다. 조금만 풀어줘도 기어오르려 하지요. 올해 2번의 반역이 있었습니다.”

“…반역?”

“네. 상단과 용병단의 반역이었죠. 전 어머니처럼 공평하게 대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반역자들이 느끼기엔 아닌 모양이더군요. 나의 공평함이 저들에겐 공평함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공평하게 그놈들을 부당대우했다. 다른 놈들은 내게 뇌물을 바치는데, 제깟 놈들이 뒷배 좀 있다고 개겼다.

그 뒷배인 자작 놈은 유리아를 시켜 암살했고, 놈들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10년 동안 내야 할 세금을 3배로 늘려줬다. 물론 뇌물은 별개로 받는다.

“저는 어머니의 공평함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제겐 때로는 어머니의 공평함이 방관이고 무관심으로 느껴집니다.”

“아, 아니다. 내가 어찌 너희들에게 관심이 없겠느냐!”

나는 엘라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엘라인은 끌어안기는 걸 좋아한다. 프루커스 백작에게서 깊은 사랑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압니다. 저는 압니다. 어머니가 저희에게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하지만 젠트 형과 카일 형은 아닙니다.”

“네가 안다면 젠트와 카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억지로 좋게 말할 필요 없어요. 젠트 형은 노골적으로 어머니를 경멸합니다. 젠트 형은 어머니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카일 형은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없이 가출했습니다. 카일 형이 어머니를 생각했다면 그렇게 행동했을까요? 카일 형도 어머니에게 무심합니다.”

“카일은….”

엘라인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나는 끌어안은 그녀의 머리와 뺨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옛날부터 어머니와 카일 형 사이에 미묘한 선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

카일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환생자다. 연기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니 친모인 엘라인을 대하는 게 어색했겠지. 엘라인 또한 그리 살갑게 대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엘라인이 날 더욱더 끌어안았다. 아마 본인도 느끼고 있었겠지.

“어머니. 지금은 공평함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만약 젠트 형이 가주가 된다면…. 어머니는 뒤로 쫓겨나게 되겠죠. 최악의 경우… 암살자를 보낼 수 있습니다.”

“암살자라니…! 젠트와 나는 가족이다. 아무리 그래도 암살자를 보낼 리가 없다.”

“젠트 형은 어머니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카일 형은 좋은 가주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성격이 좋으니까요. 하지만 뛰어난 가주는 될 수 있을까요? 카일 형은 말도 없이 가출했고, 항상 검만 끼며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카일 형에겐 어머니 같은 냉철함이 없습니다. 냉철함이 없이 어머니가 추구하는 공평함이 유지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젠 궁금해지는구나. 내가 널 지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냐?”

“전 경험이 있습니다. 테브라 영지의 주인으로서 영지를 발전시켰죠. 프루커스 영지 또한 보란 듯이 성장 시켜 보이죠.”

“…테브라에서 너에 대한 좋은 말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영지민들이 절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전 단호하니까요. 하지만 영지민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아마 절대로 그러기 싫다고 말할 걸요? 그리고 제가 가주가 되어야 어머니가 제 옆에 있을 수 있죠.”

“……네 옆에?”

“네. 죽을 때까지 제 옆에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면 어머니에게 사랑을 줄까요? 그럴 리가. 전장에서 물러나지 않거나, 다른 곳에서 검을 휘두르겠죠. 그게 아버지니까. 어머니.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절 지지해줘요.”

“…….”

침묵이었다.

나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엘라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난 끝에 엘라인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공평함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널 사랑하게 된 것 같구나.”

“어머니!”

“하앗?!”

엘라인을 밀쳐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어머니! 평생 함께하죠!”

“지, 진정 하거… 아앙!”

드디어 확답을 들었다.

엘라인은 본가에서 일하는 고용인과 귀족, 가신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나를 지지하게 된다는 것!

‘젠트의 지지 기반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카일 보다는 내가 더 앞서 나간다!’

???

점심을 먹고 카일의 방에 찾아갔다. 카일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카일 형.”

“…어? 유진이 왔구나.”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보기 힘들더라.”

“아. 요즘 날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좀처럼 여유 시간이 없어.”

카일의 시선이 내 옆으로 향한다. 나는 혼자 오지 않고 유리아를 데려왔다. 유리아에게 마음이 있는 카일은 유리아가 있으면 내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 할 테니까. 유리아가 있는 편이 카일을 더 상대하기가 쉽다.

“유리아도 왔구나.”

“네. 카일 공자님.”

유리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카일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웃었을 뿐인데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이 동요할 줄이야. 그의 순정에 감탄이 나왔다. 동정이라서 그런가?

“유진아. 무슨 일이야?”

“형이 후계자 자리를 노린다는 말을 들었어. 예전에는 관심 없었잖아. 가출 한것도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어?”

“세상을 둘러보며 내 경지를 높이기 위한 가출이었지. 덕분에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걸 깨달았어. 내가 가주가 되려는 건…. 내 개인적인 목적과 우리 모두를 위해서야.”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개인적인 목적은 화산파를 세우는 거겠지. 후자의 우리들 모두를 위해서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는 말은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세상에는 앞으로 큰일이 닥칠 거야. 너를 위해서라도, 영지민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앞으로 나서야 해.”

“……카일 형. 날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내가 널 왜 무시하겠어. 네 능력은 알아. 그리고 인정해. 하지만 이번 일은 차원이 달라.”

카일을 노려봤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형이 가주가 되고 싶다고 해서 가주가 되는 건 아니야.”

“…그렇지.”

카일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언제든지 가주가 될 수 있다는 그 태도. 사람을 빡치게 만든다.

“난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유진아. 가주를 포기할 수 없겠어? 네가 감당하기엔 벅찬 자리야. 테브라로 만족할 수 없을까?”

“…형. 그게 날 무시한다는 거야. 형의 뜻은 잘 알았어.”

“유진아! 아니야. 앞으로 일어날 일은…!”

“전쟁. 형은 전쟁을 걱정하는 거야. 그렇지?”

“…알고 있었어?”

“날 너무 무시하지 말라니까. 형은 내가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수천, 수만 명이 죽는 대전쟁이 벌어질 거야. 내가 너와 유리아를 지켜줄게. 그러니….”

“하…. 형이 뭐라고 하든, 난 가주 자리 포기 안 해.”

길게 이야기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나는 몸을 돌렸다.

카일은 결심을 굳혔다. 가주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원작과 많이 틀어졌어.’

날 지지하라는 제안은 소용없을 것이 분명했다.

“유진아!”

“형. 다음에 다시 보자.”

순순히 물러나기엔 짜증이 났다.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카일의 복창 정도는 긁어줘야겠다.

“억, 어어?!”

일부러 다리가 꼬인 듯 비틀거렸다. 허공을 향해 볼품없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유리아를 향해 쓰러졌다. 얼굴은 유리아의 가슴 윗부분에 안착했고, 내 오른손은 유리아의 가슴을 만졌다.

카일의 두 눈이 찢어지듯이 커지는 걸 확인하고 바로 유리아에게서 떨어졌다. 카일은 아직 나와 유리아가 매일 떡을 치는 사이라는 걸 모른다.

“미, 미안. 유리아. 갑자기 다리가 꼬여서.”

“개의치 마세요. 주인님. 불가항력의 사고였으니까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발목이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해.”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유리아가 내 몸을 잡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은근슬쩍 내 몸에 닿았다.

“카일 공자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응. 그, 그래.”

유리아가 카일에게 목례를 한 뒤, 방문을 닫았다.

지금 카일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속이 바짝 타겠지. 어쩌면 나를 질투하며 욕하고 있을지도.

‘후. 일이 좀 꼬이네.’

물컹물컹.

나는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유리아의 가슴을 주물렀다.

???

연회는 정해진 날보다 3일 일찍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귀족이 프루커스 백작가에 모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보고 싶지도 않은 놈을 봤다.

젠트.

프루커스가의 장남인 그가 프루커스 백작보다 빠르게 본가에 돌아왔다.

‘파티를 몇 번 참석해봐서 그런가. 파티의 분위기가 보이는군.’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자연스레 파벌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노예든, 평민이든, 귀족이든 다를 바 없는 사실이었다.

이 연회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4개의 파벌이 생겨났다.

귀족 우월주의, 보수 쪽 성향의 귀족들은 대부분 젠트를 찾았다.

‘저들 대부분이 젠트가 이미 손을 써놓은 귀족들이지.’

로망을 가진 귀족들은 카일을 찾았다.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다.

‘카일은 아직 어설퍼.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 주위에 모이는 자들은 명예나, 힘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자들이다. 상인 출신의 귀족들이 많았다. 또 내게 빚을 진 귀족들이 내 눈치를 살폈다.

‘노려야 하는 건 네 번째 파벌. 중립파들이지.’

저들은 아직 누가 후계자가 될지 확신을 갖지 못했거나, 프루커스 가문에 흥미 없는 자들이다.

‘우선 인사나 한번… 음?’

젠트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당당하게 웃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옆에는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려 아내가 된 비비 헤올리스가 있었다. 비비는 나와 두 눈이 마주치고 얼굴을 살짝 붉히고 시선을 내렸다.

“오랜만이구나. 유진. 안색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구나.”

“젠트 형님도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옆에 있는 형수님도 아름다우시군요.”

“아, 안녕하세요. 공자님.”

비비가 어색하게 대꾸했다.

허나 젠트는 비비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 병신은 아내의 처녀를 내가 따먹었다는 걸 상상이나 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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