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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2 - 53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12/2,000)

〈 532화 〉 53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53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주인님!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저희가 주인님을 위해!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역작을 만들어냈습니다!”

페서스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내 앞에는 수 십 명의 드워프들이 서 있었다. 상태가 죄다 좋지 않았다. 몰골은 꾀죄죄했고, 안 그래도 어두운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힘들어 죽겠다는 기색이 넘쳐흐른다.

다만 이들 중에서 페서스만이 유일하게 멀쩡했다. 그는 오히려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까닭은 명확했다. 페서스 이놈은 제 아래에 있는 부족민들을 있는 힘껏 부려 먹었겠지.

‘뭐, 물건만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

나는 한껏 기대를 부풀었다.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이지만, 도중부터 유리아가 참가해 드워프들을 도와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유리아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상 쓰레기 같은 물건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페서스. 주인님께서 기다리시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어서 가져오시죠.”

“네! 유리아 님!”

페서스는 드워프들을 데리고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드워프들이 조심스럽게 관짝만한 커다란 목함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내 앞에 신중하게 내렸다.

“열어.”

“넵! 주인님!”

목함이 열렸다.

남청색 천에 감싸인 그것이 드러났다. 나는 보자마자 한기를 느꼈다. 화련비도에 비견되는… 아니, 그 이상의 물건이라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창?”

거대한 창이었다. 길이만 2M가 넘었다. 창날은 크고 날카로웠으며, 창대는 매끈하며 두꺼웠다. 주된 광물이 블루 브라이트이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파란색을 띤다.

“스톰브레이커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창이 주인님의 손에 들어가면 이름 그대로 폭풍을 박살 낼 수 있을 겁니다!”

“……엄청난 물건인 건 알겠는데….”

창이었다.

나는 칼을 사용했다. 화련비도처럼 직도가 아니더라도 도검을 원했다. 영천류를 이용하기 위해선 도검이 낫기 때문이다.

창술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주인님이 최근 창술에 관심을 가지시길래 제가 의견을 냈습니다.”

유리아가 차분히 말했다.

“어, 그, 그래? 근데 난 창술이 아니라 투창 쪽에 관심 있어.”

[아카데미의 구원자] 세계의 마망인 성하리가 투창을 자주 사용하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 위력적이었고, 효율적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스톰브레이커는.”

“스톰브레이커는 총 5가지의 기능이 있습니다!”

흥분한 페서스가 유리아의 말을 가로챘다. 유리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지고, 눈썹이 아주 약간 찌푸려진 것을 봤다.

음. 내가 사라지고 난 뒤에 페서스는 유리아에게 털리겠지. 이건 페서스가 자초한 것이므로 말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첫 번째 기능은 변화! 지금 보시는 거창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며, 검, 투창, 거창, 갑옷으로 형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마나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변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호오.”

새삼스러운 눈으로 스톰브레이커를 쳐다봤다. 음. 이름이 왠지 도끼에 붙으면 적절할 것 같은데.

“그 뭐냐, 철뿌리 드워프? 그놈들이 뛰어난 갑옷을 만들었다죠? 저희는 무기와 갑옷을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그놈들보다 저희가 더 뛰어난 드워프임이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유리아 님의 마법의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인 베이스는 우리 드워프들의 실력입니다!”

“페서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이 붙었습니다.”

“아차. 두 번째 기능은 수복입니다! 주위에 마나가 있다면 찌그러지거나 부러져도 수복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수복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만, 장점에 비하면 이 정도 단점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각조각 나도 수복하는 건가?”

“너무 완벽하게 박살 나지만 않는다면 따로 수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수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 날 일은 없을 겁니다! 스톰브레이커는 오러 블레이드를 쉽게 견딜 정도의 내구도를 자랑하니까요!”

“진짜?”

내가 놀라움을 담아 되물었다.

페서스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 콧김을 훅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미심쩍어 유리아를 쳐다봤다.

“네. 내구도 테스트는 끝마쳤습니다. 제가 전력을 다한 오러 블레이드로도 흠집을 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유리아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낼 줄이야.

“대단한 물건이군.”

“주인님! 세 번째 기능은 분신입니다! 투창의 형태에서 가장 많은 분신을 사용할 수 있는데, 진짜까지 합해서 총 12개의 투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수 기능은 당연히 있습니다.”

“그거 마음에 드는군. 네 번째 기능은?”

“육체 강화입니다! 갑옷 형태에서 주인님의 육체를 강화할 것입니다!”

“다섯 번째 기능은 더 놀라운 거겠지? 빨리 말해라. 궁금해서 못 참겠다.”

“흐흐…. 다섯 번째 기능은 합체입니다! 다른 무기와 합체할 수 있습니다! 합체한 다른 무기의 능력을 스톰브레이커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합체. 즉, 섹스였다.

스톰브레이커는 섹스한 무기였다. 점점 마음에 드는군!

“어떻습니까? 주인님! 이 정도면 우리 서리망치 부족이 철뿌리인가 뭔가 하는 것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습니까!”

“이런 물건을 봤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군…. 너희들이 더 뛰어나다!”

“흐흐….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의 한 마디에 그동안의 노고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군요!”

“근데 이걸 만들 수 있었던 건 모두 유리아의 덕분이 아니냐?”

“유, 유리아 님이 조금… 아니, 좀 많이 도와주시긴 했습니다만, 기본은 우리 드워프들이 다 했습니다! 이걸 만들기 위해 쇳조각 하나, 하나에 영혼을 실었습니다! 보십시오! 저 피로 가득한 부족민들을!”

나는 눈빛으로 유리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걸 만들었냐고. 아무리 유리아의 도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물건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예전에 처리한 마탑에서 마도구를 만드는 마도서와 재료들을 발견했습니다. 마도서의 지식을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아는 침대에 가서 평소 이상으로 잔뜩 귀여워 해줘야겠군.

“음…. 너희의 노고를 치하하며 한 달간의 포상 휴가를 하사하지.”

전쟁이 가까워지면서 갑옷이나 무기의 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 달이란 시간을 준 것도 큰맘 먹고 준 것이다.

“겨, 겨우 한 달 말입니까?!”

페서스가 절망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봐주니까 점점 기어오른다.

눈치 빠른 페서스는 곧장 바닥에 무릎 꿇었다.

“한 달이나 휴가를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래. 감사할 줄은 아는군.”

“주인님. 드워프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조금 더 치하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유리아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음. 보름을 추가해서….”

“권한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권한? 무슨 권한?”

“노예를 부릴 권한. 앞으로 노예가 많아질 겁니다.”

“아, 그렇지. 좋다. 노예를 부릴 권한을 주지.”

“감사합니다!!”

페서스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붙잡힌 적의 포로는 노예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 손재주 좋은 노예를 드워프들에게 관리는 맡기는 것이다. 그럼 질 좋은 노예가 더 늘어날 테니까.

포로에 관해선 이미 예전에 유리아와 이야기를 나눴기에 거침없이 말했다.

“새로운 무기가 생겼으니 시험해보러 가볼까.”

“그전에 주인 등록을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주인 등록? 그건 어떻게 하는데?”

“우선 창대를 손에 쥐시고….”

???

스톰브레이커를 받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하루에 세 시간을 할애해 투창을 연습했다. 창을 휘두르는 건 영 소질이 없어서 관뒀다. 하지만 투창은 크게 필요한 기술이 없었다. 사격 특성 덕분에 가까운 거리에선 백발백중으로 명중시킨다.

‘100M 이내에 움직이지 않는 대상이면 거의 90% 확률로 맞출 수 있지.’

평원에 선 나는 창을 하나 내던졌다. 최대한 멀리 던지는 것에 신경 썼다. 700M가 넘게 날아갔다. 비록 원하던 장소엔 떨어지지 않았지만.

“주인님! 대단해요!”

“너무 멋지다!”

“여기 다음 창이에요!”

내 주위에 있던 메이드들이 날 칭찬했다. 땀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는데 수건으로 내 몸을 닦고, 차가운 음료수의 빨대를 내 입에 가져다주었다. 내 입가에선 시종일관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주인님. 무릎을 조금 더 내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이지.”

유리아의 훈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녀의 조언대로 따르면 창이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갔다.

“회수.”

12개의 투창 중에 분신인 11개의 투창은 그대로 사라지고 본체만이 내 앞으로 다시 날아왔다. 회수한 창을 땅에 박자, 원래의 거창으로 형태가 변했다.

“돌아가자. 씻고 밥 먹자고.”

그 후에는 당연히 행복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나는 스톰브레이커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기 전에 잠깐 휘둘러봤다. 붕붕. 검과 다르게 창은 영 어색했다.

-주인님. 페트라스 후작이 찾아왔습니다.

“…….”

내 기감에선 페트라스 후작의 기척은커녕 다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모르는 척하며 거창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여기서 내가 페트라스 후작의 기척을 느낀 척하면 일이 꼬인다.

“형편없는 창 솜씨군.”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루크만 페트라스 후작이 이쪽을 향해 당당히 걸어오고 있었다.

“페트라스 후작 각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알면서 묻지 마라.”

페트라스 후작은 요근래 푸르커스 백작가의 후계자 후보들을 찾아가 시험했다. 먼저 젠트를 찾아갔고, 그저께는 카일을 만났다. 그리고 오늘이 내 차례인 모양이다.

“내일쯤 돼서야 오실 줄 알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더군. 원래 어제 오려고 했다.”

“형님들에게 어떤 평가를 하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장남은 다소 평범하더군. 다만 그는 귀족이었다. 차남은 무인으로서 감탄했다. 그 젊은 나이에 최상급의 경지…. 부끄럽게도 잠시 질투마저 느꼈다. 차남은 제 아비를 뛰어넘는 강자가 되겠지.”

“왜 페트라스 후작 각하께서 저희를 평가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녀석의 아들들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싹수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너희들 중 한 명이 프루커스 백작을 이을 터. 그 역량을 알아보고 싶다.”

“지금 여기서 싸웁니까?”

“…….”

북부의 거인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봤다. 그리고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 나와 거리를 벌렸다.

“가시는 겁니까?”

“흔적을 보니 창술이 아니라 투창을 하는 것 같군. 네 투창 실력에 흥미가 생겼다. 한 번 창을 던져봐라.”

“죽을지도 모릅니다.”

“패기롭구나. 죽일 수 있다면 죽여 보거라.”

루크만은 나와 100M의 거리를 벌렸다.

“유리아. 메이드들 데리고 물러나 있어.”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힘내세요!”

메이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거창을 들었다. 투창 형태로 바꾸지 않았다. 비록 정밀도, 속도 등이 떨어지지만, 거창 상태에서 날리는 편이 파괴력이 더 강했다.

‘많이 투창한다고 해서 통할 인물도 아니야. 초전에 모든 걸 담는다.’

마나를 끌어올리고 뇌전을 사용했다.

파지지지직!

내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뇌전은 내 몸을 타고 위로 올라가 거창에 모인다.

전신에 힘을 준다. 근육이 긴장하고 창대를 쥔 손이 빠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끝에 푸른 오러가 희미하게 일렁였다.

‘번개처럼 날려주마.’

번개를 이미지 한다. 거창의 주위를 번개가 감싸서 본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한계까지 힘이 실린 걸 깨닫고 루크만을 향해 투창했다.

콰앙!

마치 대포를 쏜 것처럼 창이 허공을 가르며 루크만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포물선 따윈 없는 정확한 일직선이다.

“…생각 이상으로 제법이군.”

마나를 집중하고 있던 청력을 통해 루크만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직후, 루크만이 창을 던졌다.

황금색 오러가 휘감긴 창과 번개의 창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승자는 황금빛 창이었다. 번개는 하늘로 솟구쳤다가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고, 황금빛 창은 내 앞 5M 부근에 박혔다. 루크만이 마음만 먹었다면 창으로 날 꿰뚫을 수 있었으리라.

“대단하시군요.”

“말에 영혼이 없군. 넌 내가 던진 투창보다 더 대단한 투창을 봤나? 누구의 투창을 본 거지? 일천의 창수?”

성하리의 투창이었다. 그녀가 던진 창이 내 가슴에 박혔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글쎄요.”

“…말하기 싫다면 됐다. 이제 검을 들어라. 프루커스 가문의 또 다른 천재의 실력.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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