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3화 〉 55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55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미궁 속이다.
미궁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두 명의 쌍둥이 자매, 헬리와 켈리가 보였다.
나는 육체가 가벼워진 것을 느끼면서 방의 중심을 쳐다봤다.
유리아가 있었다.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는 내가 끼워주었던 반지가 있었다.
내가 겪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겠다.
쿠쿵.
미궁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며 붕괴의 조짐을 보였다. 허나 앞으로 3년은 끄떡없을 테니 신경 쓸 건 없다. 3년 후에는 미궁 무너지고, 미궁 도시는 평범한 도시가 되겠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유리아. 어떻게 됐어? 경지가 오른 거야?”
유리아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고, 나는 그녀의 경지를 알아볼 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유리아는 잠깐 눈을 감았다. 자기 자신을 관조한 뒤에 다시 눈을 뜨고 싱긋 웃었다.
“네. 다행히 경지는 계획대로 올랐습니다.”
오러 마스터 상급. 아크 메이지 상급.
이 세계의 인간 중에서 유리아가 최강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경지다.
‘원작과 달라서 좀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좋게 풀렸군.’
성공적으로 미궁의 기운을 흡수한 듯했다. 덤으로 내 몸까지 가벼워진 것을 보아 나도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은 모양이다.
나는 유리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우리는 방금까지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함께 누워 있었다. 그 열기가 꺼지지 않고 아직 몸속에 남아 있었다.
양손을 벌려 유리아를 끌어안았다.
“아…. 주인님.”
“어쩌면 지금이 꿈일지도 모르지. 네가 진짜 내 유리아가 맞는지 확인해봐야겠어.”
“네. 얼마든지 확인해주세요.”
내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곧 우리는 구석에 있는 쌍둥이 자매는 완벽하게 무시하고 몇 시간 동안 섹스에 열중했다.
“아으응….”
???
섹스가 끝나고 헬리와 켈리 쌍둥이 자매들을 불러 이것저것 물어봤다.
우리가 없는 동안 무슨 변화가 생겼냐고.
그녀들이 말하기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몬스터가 이곳에 들어오는 일도 없었고, 모험가가 나타나는 일도 없었다.
5일.
우리가 사라진 5일 동안 그녀들은 이 어두컴컴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고 한다.
“제임스 님…. 물 좀…. 물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너무 목이 말라요.”
“5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죽을 것 같아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과 음식을 꺼냈다.
이 쌍둥이들은 노예로 삼기로 정했다.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다.
‘일단 미궁 도시로 한 번 돌아가서 몬스터 부산물을 한 번에 처리하고 미러 터널을 이용해 영지로 돌아가야겠군.’
미러 터널을 이용하면 공간 이동 주문서를 아낄 수 있었다. 품안에 안긴 유리아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계획을 세웠다.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을 때는 유독 머리가 잘 돌아가는 기분이다. 유리아의 가슴을 지혜 주머니라고 불러도 마땅하지 않을까.
“저, 저희는 돌아가면 죽게 되나요?”
“뭐든지 할게요. 살려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배를 채운 헬리와 켈리가 내게 애원했다. 바닥에 무릎 꿇고 내 다리를 붙잡은 것이다.
“노예가 주인의 몸을 함부로 붙잡다니 건방집니다. 떨어지십시오.”
유리아가 서늘하게 말하자 그녀들이 깜짝 놀라 내게서 물러났다.
나는 유리아의 몸을 꽉 잡았다.
“주인님을 알아보고서도 모른척한 메이드는 건방지지 않고?”
“읏, 그건…. 죄송합니다….”
“유리아. 너도 벌을 받아야지. 도시로 돌아갈 때까지 들박형이야.”
“…네. 주인님. 기꺼이 벌을 받겠습니다. 아응….”
유리아는 매미처럼 내 몸에 달라붙었다. 내 자지가 그녀의 보지와 합체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읏, 하으으….”
그녀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흐느꼈다. 망토를 쓰며 그녀의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비록 우리를 본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낄 테지만.
“헬리, 켈리. 위로 안내해라. 우리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도망가도 상관없다.”
헬리와 켈리를 구속하고 있던 족쇄를 풀었다.
“다만 다시 잡혔을 때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지.”
씨익 웃으며 말하자 그녀들은 고개를 획획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도망갈 생각은 전혀 없어요!”
“주인님의 명령에 충실히 따를게요!”
그녀들은 유리아가 오러 마스터란 걸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오러 마스터에게서 쉽게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현실에 수긍했다.
헬리, 켈리 쌍둥이 자매가 길 안내를 시작했다.
“흐읏, 앙…. 너무 깊어요. 주인님… 앗으….”
나는 유리아를 들박 하면서 그녀들의 길 안내를 받았다.
“꺄악?!”
도중에 데스 클리너가 나타났다. 쌍둥이 자매가 상당하기엔 벅찬 몬스터. 허나 천장에서 떨어진 검은 번개가 데스 클리너를 단숨에 찢어발겼다. 내게 들박 당하고 있는 유리아의 실력이다.
‘역시 유리아야. 더 강해졌어.’
우리는 유리아의 도움 아래에 몬스터 걱정 없이 위로 올라갔다.
도중에 부패된 시체를 발견했다. 헬리와 켈리의 동료였던 놈들이다. 대머리 시체는 기어서 움직이려다가 데스 클리너에게 몸과 머리가 잘려나간 듯 했다. 피와 내장이 썩으면서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
‘데스 클리너는 생물을 먹지 않지. 이렇게 될 걸 예상했어.’
헬리와 켈리는 시체를 보며 벌벌 떨었다. 내게 저항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그녀들의 관리가 한층 쉬워지겠다.
???
몬스터 부산물을 처분하기 위해 모험가 길드에 들렸다.
모험가 길드는 저번과 달리 어수선했다.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모험가들은 괜히 직원들이 눈치를 봤다.
“아, 제임스 님!”
처음 왔을 때 나를 안내했던 직원이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부산물을 처리하러 왔는데 바쁜 것 같군.”
“바쁘긴 하지만 업무는 진행 중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미궁 쪽은 아무 일도 없던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여기보다 더 남쪽에 있는 콜리타 도시에서 대규모의 언데드가 나타났습니다. 도시민들을 피난시키고, 언데드를 없애기 위해 모험가 길드가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대규모 언데드의 출현이라. 큰일이군.”
워작보다 더 빠른 시기에 일어났다. 허나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했다. 전쟁도 더 빠르게 일어날 판이다. 예측하고 있었던 일이다.
“큰일입니다. 이미 사상자가 2,000명 넘게 발생했습니다. 파악하지 못한 피해자까지 합하면 두 배 이상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언데드의 규모는?”
“최소 6,000마리 이상입니다. 모험가 길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언데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언데드 군단이라 해도 되겠군. 갑자기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졌을 리는 없을 테고. 원인은 뭐지?”
“조사단은 파견했습니다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건 없습니다. 상층부에선 자연 발생이 아닌 어떤 집단이 인위적으로 언데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중입니다.”
“그런 대규모의 언데드를 사람이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상하군.”
“저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층부는 생각이 다른 모양입니다. 지금 모험가 길드는 언데드를 상대할 모험가들을 모집하느라 무척 바쁩니다. 제임스 님도 괜찮으시다면 대륙을 위해 나서주시지 않겠습니까? 긴급 상황인 만큼 보수는 모험가 길드에서 확실히 지급합니다.”
그가 내게 서류를 보여주었다. 언데드 토벌에 참가하면 얻는 이익이 그곳에 다 적혀 있었다. 확실히 긴급 상황인 만큼 보수가 세긴 했다.
그러나 내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내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보수는 적었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차피 언데드 군단은 결국 진압된다. 비록 대륙 남쪽 지대는 엉망이 되겠지만.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겠군. 나는 이곳에서의 볼일을 모두 끝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 그렇습니까. 요즘 대륙의 정세가 심상치 않으니 부디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콜리타 도시라 하면 여기서도 가까운 편이지. 그쪽도 조심하도록.”
그날 밤, 테브라 영지로 귀환했다.
그리고 며칠 뒤, 카일이 모험가 길드의 요청을 받아 남쪽으로 지원을 갔다.
???
“요새 메이드장의 분위기가 느슨해진 것 같지 않아?”
말을 꺼낸 건 전투 메이드 중 한 명인 아만다였다. 긴 금발에 요염한 몸과 분위기를 갖춘 그녀를 비롯해 메이드들은 휴게실에 모여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과자를 집어 먹고 있었다.
“맞아요! 그저께 제가 실수로 창문을 깨트렸는데, 잔소리도 하지 않으시고 조심하라는 말만 하고 지나가시더라고요.”
“왜 창문을 깨트리는 거야? 넌 일주일에 한 번은 깨트리는 것 같더라.”
“아, 그게…. 다리가 짧아서 잘 넘어지는 걸 어떡해요.”
“아래를 잘 보고 조심해서 다니면 되잖아.”
“가슴이 너무 커서 발이 안 보여요.”
“…….”
메이드들은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쓸데없는 잡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두 메이드장인 유리아가 약간 변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안 그래도 아름다웠던 메이드장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뭐랄까. 조금 더 여성스러워진 느낌이지.”
“전 지금의 메이드장이 좋아요. 이전에는 조금 다가가기 무서웠는데.”
“너희들. 정말 모르는 거야?”
아만다가 어린 메이드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네? 뭐가요?”
“메이드장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생겼잖아. 한눈에 봐도 보통 비싼 게 아닐 것 같은 예쁜 반지가 말이야.”
“어, 그, 그랬나요? 사람의 손은 잘 보지 않아서….”
“맞아. 아만다 씨의 말대로 반지가 있었어. 그거 역시 주인님이 주신 거겠지?”
“전에 메이드장이 반지를 보고 조용히 웃고 있는 걸 봤어. 주인님이 주신게 아니라면 메이드장도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겠지.”
“메이드장이 주인마님이 되는 거야?”
“메이드장이라면 가능성이 있지.”
메이드들은 꺄르르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메이드장인 유리아였다.
“어쩐지 사람이 없어서 와봤더니…. 여러분 모두 여기에 모여 계셨군요. 아직 업무 시간입니다. 모두 자리로 돌아가세요.”
“아, 메이드장! 네, 네! 지금 바로 갈게요!”
메이드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휴게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움직이십시오. …아만다. 당신은 너무 느긋하시군요.”
“오늘 일은 전부 끝냈어. 일이 끝났으니 자유 시간이잖아?”
“전쟁을 대비해서 저녁에 AM 부대 훈련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습니까?”
“……그거 내일이 아니었어?”
“오늘입니다. 가서 훈련 준비하세요.”
“아이참. 오늘 그냥 쉬고 싶었는데~.”
아만다가 투덜거리며 떠났다.
휴게실에 홀로 남게 된 유리아는 조용히 왼손을 들었다. 약지에 낀 반지를 보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유희를 종료합니다.]
[경험치 정산을 시작합니다.]
[헬리 바인래드의 인연 레벨은 3입니다.]
[켈리 바인래드의 인연 레벨은 3입니다.]
[인연 레벨 3 달성 보너스 포인트 3을 획득합니다.]
[…….]
[유리아 그레이스의 인연 레벨 12를 달성했습니다.]
[인연 레벨 12 달성 보너스 포인트 300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실로 돌아왔다.
[성유진
레벨: 65
근력: 65 체력: 65 민첩: 64 지능: 50 정력: 68 마나: 63]
[사용 가능 포인트: 1,247]
이게 현재 내 능력치와 포인트였다.
이미 포인트를 어디에 쓸지 정해 놓았기에 거침없이 손이 움직였다.
[영천류(影天流) Lv.10
영천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 850 포인트를 소모해 레벨 7이었던 영천류를 레벨 10으로 바꾼다.
영천류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바닥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영천류에 대한 지식에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영천류의 기수들인데…. 약간 지식이 추가된 것만으로 새롭게 느껴지는군.’
당장 시험해보고 싶으나 여긴 집안이었다. 집안에서 칼을 휘둘렀다가 뒷정리를 해야 하는 건 결국 나였기에 참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 지식이 있어. 알 듯 말 듯 한 느낌.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도 같은…. 뭔가 찝찝한 느낌이야.’
뒤늦게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천류의 극기.
예전에 진세영이 말했었다. 영천류에도 오의가 있다고. 만화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필살기.
‘영천류 레벨을 더 올리면 알 수 있을까?’
[800포인트를 사용해 영천류(影天流) Lv.10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내게 남은 포인트는 397 포인트가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