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1화 〉 561. 아카데미의 구원자
561. 아카데미의 구원자
“헉! 헉, 허억!”
나는 숨을 헐떡였다.
거의 10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계속 좆을 놀렸다. 몇 번을 사정했는지 그 횟수마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색욕의 시험은 지독했다.
한 미녀를 따먹으면 다른 미녀가 나타나 나를 유혹했다. 그것도 제각각 다른 분위기의 미녀다. 내 부랄이 텅텅 빌 때까지 쥐어 짜내려는 했다.
그러나 내 정력이 어디 보통 정력인가. 수많은 미녀들을 상대하며 단련된 내 자지는 지금도 죽지 않고 건재했다.
‘설마 정액보다 체력이 먼저 바닥 날줄이야!’
지금의 내 신체 능력은 현실의 신체 능력보다 훨씬 떨어졌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귀찮았다.
다행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미녀들이 직접 움직여 내 위로 올라타고, 내 가슴과 목덜미를 핥으며 애무해온다.
‘과연 색욕의 시험. 행복한 시험이군.’
하지만 생각했던 만큼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초반에는 그저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자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짜라서 임신시킬 수 없어서 그런가?’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허공에 좆질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자위보다는 낫지만.
‘계속 여기에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이스테도 기다리고 있을 테고…. 마지막으로 한번. 아니, 딱 두 번만 싸고 가자!’
이후로 4번을 사정한 뒤에 지친 몸을 일으켰다. 내 몸에 달라붙는 미녀들을 뒤로하고 바깥으로 나간다.
“유진 님! 저희랑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놀고 가요!”
“유진 님. 제 소중한 곳 좀 봐주세요! 이상하게 생기진 않았나요?”
“원하시는 플레이가 있으면 말해주세요. 전부 해드릴게요!”
나는 미녀들의 말을 무시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입고 나갔다.
아무리 예쁜 미녀라고 하더라도 저들은 가짜였다. 내 아이를 임신할 수 없고, 일차원적인 매력밖에 없었다.
‘미녀의 하렘이라면 백환 세계의 메이드들이 있지. 걔들이랑 떡을 치는 게 더 만족스러워.’
내가 동굴을 나가는 순간, 미녀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색욕을 극복했습니다.』
‘극복이라…. 흐. 이게 색욕을 극복한 건가?’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눈앞에 뜬 알림창에 큰 의미를 둬선 안 된다. 결국 조건을 만족해서 뜬 메시지에 불과하니까.
“유진 님. 나오셨군요.”
“아. 꽤 힘들었지. 넌 어땠지?”
“다시 해봐도 가장 쉬운 시험이었어요.”
“나체의 남자들이 잔뜩 나왔겠군. 어른이 나왔나? 아이가 나왔나?”
“네? 남자가 나오다니요?”
“……동굴 안에 뭐가 있었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동굴을 한 번 들어갔다가 나오니 색욕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나와 차이가 있는 건 그녀가 너무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색욕이 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르다. 나는 이미 성인 남자를 초월한 정력을 가지고 있다.
“섹스를 알고 있나?”
“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입니다.”
지식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 그게 부끄러운 건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자위는 해봤고?”
“자위… 그게 뭔가요?”
“알았다. 네가 색욕의 시험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성적인 쾌락을 모르기 때문이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뭐, 이해한다. 그 몸으로 성적인 쾌락을 느끼는 건 무리겠지. 하지만 넌 두 번째 사도로서, 구목교의 성녀가 될 몸이다. 성녀가 성을 몰라서 되겠나. 네게 간접적으로 성의 쾌락을 느끼게 해주지.”
“간접적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게 있으면 가능하지.”
“팔찌?”
그녀에게 검은 팔찌를 주고 착용시켰다.
이모션 커넥트다.
털썩.
이스테는 팔찌를 착용하자마자 입을 벌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걸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쾌락을 그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동굴에 갔다 올 테니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색욕의 시험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너를 위해 한 번 수고를 해주지.”
“아, 네…. 감, 사합니다.”
“왜 그러지? 어디 아프나?”
“그게…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서….”
이스테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었다. 머리카락과 같은 금빛 속눈썹도 파르르 떨린다.
“그게 색욕이다. 너무 빠지지 말도록.”
나는 다시 동굴 속으로 쑥 들어갔다.
여지없이 날 홀리는 미녀들이 나타났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옷을 전부 벗고 바닥에 내려 놓았다.
‘완전 회복.’
지친 상태가 회복된다. 무거워진 몸이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것처럼 가벼워진다. 자지가 한계까지 발기했다.
‘오랫동안 즐길 생각은 없고… 딱 3시간만 즐기자.’
???
이모션 커넥트의 효과 유지 시간인 3시간에 맞춰서 밖으로 나왔다.
동굴 속에 남아 좀 더 섹스하고 싶긴 했지만, 이스테의 반응이 궁금했다.
“오.”
이스테를 보자마자 내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으…, 아읏….”
이스테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옷은 입고 있었으나 사제복은 잔뜩 흐트러진 상태다. 얼굴은 붉고 식은땀이 잔뜩 맺혀 있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녀의 하체쪽을 쳐다봤다. 바닥에 흥건한 웅덩이가 있었다. 미약한 지린내가 났다.
“지리는 성녀!”
“윽…. 이, 이상한 별명을 붙이지 마세요. 전 성녀가 아니에요. 이건 그… 자극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이….”
이스테가 오줌을 지린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는 동굴 안에서 20번가량 사정했다.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오직 사정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래야 이스테가 간접적으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니까.
순진무구한 미래의 성녀님에겐 자극이 강했을 것이다. 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수 던전의 특성을 생각하면 기절하는 게 불가능했을 수도 있지.’
나는 이스테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도 좀 지쳤으니 기다려주지. 아, 내게서 느낀 색욕은 어땠지?”
“굉장했어요…. 그런 격렬한 감정이 있을 줄 몰랐어요. 유진 님은 어떻게 멀쩡하신 거죠?”
“난 아홉 번째 사도니까.”
“역시. 유진 님은 대단하시군요.”
이스테가 감탄했다. 다소 딱딱했던 말투가 조금 변한 것 같다. 목소리에도 존경심이 실린 걸 느꼈다. 그녀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이스테의 호감도 : 31』
호감도 30이면 내게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다.
몇 시간 전에 봤을 때는 호감도가 12밖에 되지 않았었다. 호감도 상승이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나는 이스테를 빤히 쳐다봤다.
“……? 왜 그러신가요?”
“아무것도.”
쾌락 때문인가? 오히려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오니 길을 걷다가 돈을 주운 기분이었다.
“아, 그리고 유진 님이 동굴에서 나오실 때 색욕의 시험에 통과된 걸 느꼈어요.”
“…감정이 공유되었기 때문인가.”
어쩌면 호감도가 오른 것도 나와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스테에게 내 감정을 공유해 느끼게 해주면 더 확실하게 원작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겠지.’
이모션 커넥트의 남은 사용 횟수는 한 번이었다.
‘3시간은 너무 적어. 상점에서 살 수 있지만, 가격이 무려 2,000 포인트지.’
방법은 있었다.
나는 현실로 잠깐 돌아가 광명승천도를 이용해 이모션 커넥트를 강화했다. 대충 80시간 정도 걸렸다.
「이모션 커넥트
서로의 감정을 연결한다. 3회용이다. 현재 2번 사용. 특별한 힘으로 강화되었다. 」
자세한 스펙을 알려면 랜덤 뽑기 상점 메뉴로 들어가야 한다. 허나, 랜덤 뽑기 상점에서는 물건이 강화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즉, 효과가 어느 정도 강화되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
‘효과가 좋아지거나 시간이 늘어났겠지.’
광명승천도를 이용해 물건을 강화하면 어떻게든 반드시 효과가 좋아진다. 부작용이 커지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 경우엔 효과가 너무 좋아졌을 경우다. 대부분 물건은 부작용이 줄어든다.
‘이모션 커넥트에는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어.’
나는 내 손바닥 위에 놓인 검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이스테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저… 유진 님.”
“응?”
“유진 님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요? 유진 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요. 언동을 보면 절대 그 나이 또래가 아니에요. 혹시 저처럼… 특별한 눈을….”
그녀가 내게 가진 호감도는 관심을 가지는 단계.
“난 아홉 번째 사도다. 특별한 눈을 가진 건 당연하지. 다만 네 눈에 비하면 내 정령안은 아무것도 아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지경이지.”
“정령안이라면 정령들의 사랑을 받겠군요. 부러워요. 정령들은 무척 귀엽다고 들었어요.”
“정령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하급 정령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가뿐히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렇군요. 명심할게요. 그런데… 정령안으로는….”
“정령안으로는 내 상황이 설명되지 않지.”
“네. 전 유진 님이 교주님이나 저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
나는 잠깐 말문을 닫았다. 고민되었다. 말해도 되나?
『이스테의 호감도 : 32』
호감도가 올랐다.
에스테는 미래에 눈부신 미녀가 되는 건 확정이다. 그것도 공략하기 더럽게 까다로운 미녀가 된다. 여기서 인연을 만들고 작업을 쳐놓으면 나중이 편해지겠지.
“비밀을 지킬 수 있나? 설령 교주가 너에게 묻더라도 침묵할 수 있나?”
“……맹세할게요. 교주님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나는 이번이 두 번째다.”
“네? 그… 원래 다른 몸이었는데 빙의하셨다는 말인가요? 교주님에게서 그런 마법이 있다고 들었어요.”
“내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 눈으로 날 보면 되지 않나?”
이스테의 분홍색 입술이 꾹 다물렸다가 한참 뒤에 열렸다.
“…유진 님. 전 이 눈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눈을 보면 유진 님도… 좋아하시지 않을 거예요. 하물며 유진 님은 제 눈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시잖아요.”
“아홉 개의 눈을 가진 신의 두 번째 사도가 눈을 쓰는 걸 두려워하는 건가? 이스테. 네가 구목교의 두 번째 사도라는 걸 잊지 마라. 눈을 써야 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써라. 그리고 난 네 눈을 보고 싶다.”
“……전 아직 사도 후보예요.”
“나도 그렇지. 하지만 결국 시간 문제라는 걸 너도 알고 있을 거다.”
“평소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유진 님에 대해 너무 궁금해요. 잠깐만. 잠깐만 눈을 뜰게요.”
“떠라.”
이스테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망설임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나는 차분하게 이스테를 지켜봤다.
눈이 올라가고 신비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나처럼 단색으로 된 눈동자가 아닌, 화려한 색채를 가진 눈동자였다. 눈동자가 빛나면서 천천히 색채도 변한다. 눈동자가 우주를 비추고 있는 것 같다.
‘무지개보다는 오로라 같은 눈동자군.’
이스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모르겠어요. 가능성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유진 님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럼 이건 어떻지?”
그녀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이스테의 눈이라면 이게 스마트폰이란 걸 곧장 알아차릴 것이다. 미래의 물건이라는 것도.
하지만 이스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도 모르겠어요. 분명 눈앞에 존재하는데… 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이건?”
인벤토리에서 마나 큐브를 꺼냈다.
“검은 상자는 아공간 주머니같은 것이었군요. 음…. 어…?”
마나 큐브를 본 이스테가 두 눈을 끔뻑거렸다.
“어, 어…?”
“왜 그러지? 이것도 뭔지 모르겠나?”
“마나 큐브라는 건 알겠어요. 근데 이게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 어? 분명 진짜인데… 가짜처럼 느껴져요. 이상해요. 왜…. 이건 미래에 있어야 정상이… 아!”
이스테는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유진 님은, 유진 님은 미래에서 오셨군요!”
“뭐, 그렇지. 비밀이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네!”
이스테는 두 눈을 감았다. 얼굴을 보면 미래인과 만나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유진 님. 저는 미래에 어떻게 되나요? 훌륭한 두 번째 사도로서 구목교의 교인들을 이끄나요? 교주님은 미래에도 건강하시죠?”
“모른다.”
“…네?”
“나한테는 전부 과거일 뿐이다. 나라는 변수로 인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반대로 죽을 사람이 살 수도 있지.”
“……미래의 저는 교주님과 유진 님을 실망시켰군요.”
이스테가 쓸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