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9화 〉 569. 아카데미의 구원자
569. 아카데미의 구원자
나룻배에 서 있던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르텅그 님의 종입니다. 손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파티 초대장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
그는 생기 없는 눈동자로 초대장을 훑어보고 다시 내게 건네줬다.
“확인했습니다. 배에 올라타시죠. 파티장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모시겠습니다.”
나와 유리아가 나룻배 위에 올라탔다.
출렁.
분명 땅 위에 있음에도 강 위에 있는 것처럼 나룻배가 흔들렸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스스로를 하르텅그의 종이라 칭한 남자는 손에 쥔 노를 저었다. 나룻배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놀라운 점은 허공을 떠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바람과 기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님. 저자는 언데드와 비슷하군요.
유리아의 전음이 들려왔다. 역시 유리아다. 뛰어난 눈썰미로 바로 사공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다.
사공은 뒤돌아 서 있는 상태. 나는 유리아에게 입을 뻥긋거리며 뜻을 전달했다.
‘시체에 인공영혼을 넣어 만든 사역마지. 그 육체는 시체가 틀림없지만, 영혼이 있으니 언데드라고 부르기엔 좀 헷갈리지. 하지만 난 언데드로 판단하고 있어.’
-주인님이 언데드라고 하신다면 언데드입니다.
나룻배는 구름 위로 올라갔다. 강물 대신 구름을 헤치고 나아간다. 꽤 볼만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3분 만에 어딘가로 도착했다.
잔잔한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거대한 유람선이다.
체감하기로는 나룻배는 날아다니는 것에 비해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것 외에도 나룻배 자체에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나룻배가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창백한 얼굴들의 사공들이 파티 참가자들을 나르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경우 대부분 나처럼 가면을 썼다.
‘하르텅그의 초대장을 받는 이들은 대부분 뒷세계와 관련된 자들이지. 그중에는 높은 권력을 가진 위선자들도 있을 테고… 여러모로 정체가 알려지면 곤혹스러운 자들이니 가면을 쓰는 거지.’
나룻배를 내려선 우리를 향해 웨이터가 다가왔다. 금발의 여자였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긴 금발 머리도 묶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뛰어나다. 그러나 눈이 죽어 있다.
“누구지?”
“시종인 라미아입니다. 파티 초대장을 가진 손님을 모실 시종이 붙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제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다른 시종을 불러오겠습니다.”
“아니. 네가 마음에 드는군.”
나는 그녀에게 초대장을 건넸다. 초대장을 받아 확인한 그녀는 팔찌를 나와 유리아에게 주었다.
“팔찌는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뜻이니 부디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착용해주십시오.”
그 자리에서 바로 착용했다.
“여러분이 머무르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방은 초고급 호텔 만큼이나 화려했다. 침실, 거실, 욕실 등등 모두 인테리어가 뛰어났고, 장식품과 가구는 죄다 최고급 물건이었다.
라미아는 우리에게 단추 같은 무언가를 건넸다.
“저와 연락하고 호출할 수 있는 마법 도구입니다. 단추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시고 명령을 내려주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편안히 휴식을 취하십시오.”
“잠깐.”
밖으로 나가려는 라미아를 불러세웠다.
“네.”
라미아가 부동자세를 취한다. 살아 있는 이간이 확실한데 눈빛이나 행동이 꼭 프로그램이 정해진 인간 같았다.
“내가 명령하면 무엇이든지 하나?”
“네. 무엇이든지 합니다.”
“말을 너무 쉽게 하는군. 내가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나?”
“죽으라고 명령하신다면 죽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엔 다른 시종이 여러분을 모시지 않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다른 시종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이 여자는 내가 죽으라고 한다면 진짜 죽을 것이다.
“하르텅그에게 세뇌라도 당했나?”
“아뇨. 최면이나 세뇌에는 일절 당하지 않았습니다. 하르텅그 님과는 계약 관계로 묶여 있을 뿐입니다.”
“하르텅그에게 모든 걸 바쳤다는 건가? 그럼 넌 하르텅그에게서 뭘 얻었지?”
“죄송합니다.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은 간다.
하르텅그는 최고위 악마.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억지를 들어줄 수 있다. 힘을 원하면 힘을, 재능을 원하면 재능을.
그러나 원하는 것에 따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르텅그는 계약자와 내기를 하지.’
가령. 힘을 원한 계약자끼리 싸움을 붙여 승자에게 자유를 주고, 패자를 노예로 만든다던가.
재능을 준 계약자에게 일정 기간 내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던가.
이 내기에서 패배하면 하르텅그의 노예가 된다. 눈앞에 있는 라미아처럼.
“라미아. 벗어라. 이 명령도 거부하나?”
“벗겠습니다. 제 몸을 취하시겠다면 바치겠습니다. 손님의 시중을 들고 봉사하는 것이 저의 일이니까요.”
라미아가 정장을 벗었다. 입고 있던 속옷도 망설임 없이 벗어 알몸이 된다.
백옥처럼 흰 피부였다. 허리에는 매끄러운 굴곡이 있으며, 가슴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로 탱글탱글 해 보였다. 젖꼭지는 그녀의 입술처럼 옅은 분홍색이다.
그녀의 상체도 좋지만, 하체에 더 눈이 갔다. 보지에는 털 하나 없이 깔끔한 백보지다. 보지 또한 옅은 분홍색이다. 허벅지 사이에 공간으로 소음순이 약간 튀어나온 게 보였다.
골반이 발달했고 새하얀 허벅지에 눈길을 빼앗겼다. 만지고 싶었다.
“섹스 경험은 어느 정도지?”
“죄송합니다. 섹스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죄송하기는. 오히려 좋군.”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에게 소파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명령했다. 라미아는 두말 않고 따랐다.
“명령이다. 자위하도록.”
“네.”
라미아가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유두를 문지르고 보지를 조심스레 만졌다. 자위를 하는 모습이 소극적이고 어설프다. 평소에도 자위를 잘 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위하면서 대답해라. 일정이 어떻게 되지?”
“모레 저녁, 하르텅그 님이 오십니다. 손님께서는 그때 얼굴을 비춰주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자유롭게 일정을 보내시면 됩니다.”
나는 라미아의 보지를 쳐다봤다. 연분홍색의 보지는 클리토리스가 작았다. 전체적으로 예쁜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젖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라미아의 맞은편, 넓은 소파에 앉았다. 유리아는 라미아가 준 마도구를 빤히 들여다보며 분석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마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마도구의 수준은 대단치 않습니다. 도청이나 녹음 기능은 없습니다.”
“그래? 옆에 와서 앉아.”
유리아가 내 옆에 앉았다. 내 손이 자연스레 유리아의 치마를 들추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만지작거렸다.
“으응…. 주인님. 바깥에는 안 나가십니까?”
“나중에 구경할 거야. 지금 나가봤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혼잡하기만 하겠지.”
“알겠습니다.”
유리아가 갈아입은 지 20분도 되지 않은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메이드복을 벗긴다.
“라미아. 우리의 얼굴과 이름을 누군가에게 말할 건가?”
“손님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떠벌리지 않습니다. 죽음까지 가져가겠습니다.”
“하르텅그가 네가 물어도?”
“하르텅그 님의 명령입니다. 하르텅그 님이 직접 물으신다면, 전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하르텅그 님은 그러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겠지. 아무리 일이 급하더라도 놈이 가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지.”
원작을 통해 알고 있다. 하르텅그. 그놈은 궁지에 몰려도 제 자존심과 체면을 챙길 놈이다.
알몸이 된 나와 유리아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각자의 손은 서로의 은밀한 부위를 가볍게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운 손길은 점점 음란해지고, 성기는 흥분되어 갔다.
귀두 끝에서 나온 쿠퍼액으로 유리아의 손이 흠뻑 젖었고, 유리아의 보지에서 나온 애액으로 인해 내 손도 흠뻑 젖었다.
내 손은 유리아의 보지털을 헤치고, 소음순을 벌린 뒤에 구멍 속으로 검지와 중지, 약지… 총 3개의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이 그녀의 보지 안에서 꿈틀거리며 질벽을 긁어내자, 찌걱이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유리아 누나.”
적당한 타이밍에 준비해둔 대사를 내뱉었다.
“하으읏, 주인님…!”
효과는 뛰어났다.
보지가 한순간 꽉 조여오더니 조수를 뿜었다. 그녀가 오르가즘을 느낀 것이다.
보지 속에서 손을 뺐다. 끈적한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주인님.”
유리아가 내 몸을 잡고 밀쳤다. 소파에 눕게 된 내가 유리아를 올려다봤다. 붉게 상기되어 잔뜩 흥분한 얼굴이다. 나를 담고 있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뜨겁게 느껴졌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참을 수 없게 돼버립니다. 지금도….”
유리아가 상체를 숙였다. 아래로 늘어진 풍만한 가슴이 내 몸에 닿는다. 부드러운 가슴속에서 딱딱한 유두의 감촉이 이질적이다.
내 몸이 작아서일까. 안 그래도 풍만하던 유리아의 가슴이 더 크게 느껴졌다.
“괜찮아. 허락해줄게. 참지 않아도 돼. 유리아 누나.”
“웃… 유진!”
유리아가 내 몸을 탐한다. 입을 맞추고, 손으로 내 허리와 엉덩이를 잡는다. 그리고 보지로 내 자지를 문질렀다.
우리는 점점 섹스에 빠져들었다.
???
날이 밝을 때까지 쉬지 않고 섹스를 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대충 5시간은 넘을 것이다. 정력은 괜찮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라미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우리의 섹스를 보면서 계속 자위를 했었다. 그녀의 보지도 흠뻑 젖어 있는 상태다.
“유리아.”
“네. 주인님.”
땀에 젖어 소파에 누워 있던 유리아가 몸을 일으키고 내 몸을 끌어안고 들어 올렸다. 내 머리가 그녀의 가슴 사이로 푹 들어갔다. 푹신한 감촉에 다시금 자지가 발기한다.
“움직일 힘이 없어. 네가 도와줘.”
“네. 맡겨만 주세요.”
유리아가 한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라미아의 보지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축축하다. 라미아가 생기 없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봤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
“배려 감사합니다만, 손님의 시중을 들고 봉사하는 게 저의 일입니다. 제 입장은 생각하지 마시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그러지.”
유리아가 내 몸을 앞으로 밀었다. 내 자지가 라미아의 보지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처녀막이 찢어졌다. 붉은 피가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처녀를 잃은 라미아의 표정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보지가 꾸욱꾸욱 조여오고, 숨소리가 약간이지만 변했다. 제대로 내 물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순결을 나 같은 놈에게 잃어서 안 됐군.”
“괜찮습니다. 제 순결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요. 손님께서 제 순결이 만족스럽기를 바랄 뿐입니다.”
“난 만족스러워.”
“다행입니다.”
???
늦은 아침을 먹고 잠을 잤다. 그리고 해 질 녘에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모처럼 초호화 유람선 파티에 초대되었는데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너무 아깝다.
“가까운 곳부터 안내하겠습니다.”
라미아의 안내를 받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유람선 내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공간 결계같은 마법의 힘을 사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수영장이었다. 어지간한 고급 호텔 수영장보다 더 사치스럽고 화려한 수영장이었다. 수많은 사람도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수영장이라는 특색 때문일까. 가면을 쓴 자들은 별로 없었다.
“저 사람들 전부 손님들인가? 많군.”
“아닙니다. 이번 파티에 하르텅그 님에게 초대받은 손님은 총 85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들은 하르텅그 님의 아래에 있는 자들입니다. 저보다 지위가 높긴 합니다만, 손님들에 비하면 여전히 지위가 낮습니다.”
“저들도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나?”
“손님이 취할 수 있는 생명은 손님에게 배정된 저뿐입니다.”
나는 한 여자를 쳐다봤다. 썬배드에 고혹적으로 누워 있는 갈색 머리의 여자였다. 두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는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음. TV에서 본 것 같은데… 모델?”
“네. 저들 중 일부는 세계 각국에 모델로서 활동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모두 하르텅그 님의 은혜를 받았지요.”
은혜를 입었다.
다시 말해 저들 모두가 하르텅그와 계약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