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3화 〉 573. 아카데미의 구원자
573. 아카데미의 구원자
“잠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우리를 붙잡았다. 나는 눈동자만 옆으로 굴러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르텅그에게 한 대 처맞고 천장째로 날아간 데빌 헌터 젠이었다.
“너희에게 물어볼 게 있다.”
“살아 있었나.”
“육체의 내구성에는 자신 있다.”
“그런 것 치곤 복부의 중심은 끔찍하게 함몰되어 있군.”
“이 정도면 며칠 쉬면 낫는다. 그보다… 너희들은 대체 누구지?”
그가 물어본다고 해서 순수하게 대답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정체를 밝힐 생각이었다면 가면을 쓰고 다니지도 않았겠지.
“자기 정체도 밝히지 않는 놈에게 우리가 정체를 밝혀야 하나?”
“내 정체? 내 정체라면 밝힐 수 있다. A급 히어로인 젠 하이트다. 전 세계 곳곳에 숨어 활동하고 있는 악마를 찾아내 죽이고 있다.”
젠은 망설임 없이 가면을 벗었다.
적갈색의 머리카락의 날카로운 인상. 검은색의 눈동자는 깊게 가라앉아 있다.
“……내가 하르텅그를 적대했다고 해서 네 적이 아니라는 건 아니다. 행동에 조심성이 없군.”
“지금 날 공격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는 건 최소한 적은 아니라는 뜻이 아닌가?”
“죽기를 원한다면 죽여줄 수도 있고.”
절대로 너와 타협할 생각은 없다. 그 뜻을 피력하자 젠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너희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마음에 맞는 동료를 만나는가 했더니만, 너희들은 내 동료가 될 생각이 전혀 없군.”
“네 동료는 히어로 협회에서 찾아보시지.”
“찾아봤다. 악마를 상대할 정도의 배짱과 능력을 가진 녀석들은 별로 없더군.”
“왜 하르텅그를 노렸지? 하르텅그는 공작. 대악마다. 네 실력으로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텐데.”
“최근에 악마 후작을 쓰러뜨린 적 있다. 엄청나게 제약을 받은 상태였고, 내 힘은 악마의 상극이어서 이쪽이 놀랄 정도로 쉽게 쓰러뜨렸지. 공작과 후작은 한 단계 차이. 고작 한 단계 차이라면 고생 좀 하면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멍청하군. 그 한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그 한 단계는 컨디션을 이유로, 마음가짐에 따라 쉽게 넘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젠은 나와 유리아가 없었다면 100% 죽었을 것이다.
“멍청하다는 말에는 반박할 수도 없군. 정체를 말할 생각이 없다면 됐다. 싫어하는 상대에게 질척거릴 생각은 없다. 대신 마지막으로 질문하지.”
“뭐지?”
“너희는 이후에도 다른 악마를 쓰러뜨릴 건가?”
“내가 그것들이랑 원수를 좀 졌거든.”
“정의를 들먹이는 자들보다 훨씬 믿음이 가는군.”
젠은 그대로 우리를 지나쳐 사라졌다. 유람선 밖으로 빠져 나갔는지, 유람선 내의 방으로 돌아갔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솔직히 별 관심도 없었다.
‘앞으로 몇 시간 후에 히어로 협회가 찾아오겠지.’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니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유리아의 품에 안긴 상태로 일단 방으로 돌아갔다.
???
유람선 내에 있던 인원 절반 이상이 죽었다. 숫자로 따지면 대략 2,000명가량이다. 그중 600명은 초대받은 손님들이고, 나머지는 하르텅그의 노예들이다.
방안에서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면 유람선 내부의 혼란스러움을 들을 수 있었다.
‘하르텅그가 사라지면서 노예는 해방됐어. 자유가 되었지. 하르텅그라는 질서가 사라졌으니 혼란이 오는 것도 당연해.’
비록 하르텅그와 거래하면서 얻었던 것이 사라졌다고 해도 악마의 노예 상태에서 풀려났으니 무척 기쁠 것이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있지. 라미아? 하르텅그는 죽었다. 우리의 시중을 들 필요는 없다.”
눈앞에 서 있는 라미아에게 말했다.
“제가 맡은 임무는 온전히 끝내고 싶습니다. 손님이 이 배를 떠나실 때까지 끝까지 모시겠습니다.”
라미아는 여전히 죽은 눈이었다. 하르텅그 때문에 성격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보다.
“지금도 내가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을 텐가?”
“네.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죽을 생각이었군. 내가 떠나고 죽을 건가?”
“네.”
“하르텅그에 대한 충성심은 아니군. 원래 그랬나?”
“네.”
“…….”
라미아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나는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고, 라미아는 어떤 민감한 질문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라미아 크로줄리.
어렸을 적에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녀는 피아니스트였다.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고 사라진 인물이었다.
“하르텅그와 계약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받는 대신, 3년 안에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내기를 진행했습니다.”
“실패했으니 지금 내 시중을 들고 있는 거겠지.”
“네. 하르텅그와 계약한 피아니스트는 저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총 3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중 누구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타고난 천재를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아마 하르텅그의 노예들 대부분이 라미아와 비슷한 사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라미아는 운이 좋았다.
하나는 나와 만났다는 것이고, 나는 그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다른 하나는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 각성자였다면 하르텅그의 제물이 되어 죽었겠지.
“라미아. 어차피 죽을 생각이라면 내 아래로 들어올 생각이 없나?”
“……전 손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허드렛일이 전부입니다.”
“허드렛일이 가장 귀찮은 일이지. 강요할 생각은 없다. 내 제안을 거절하고 자살하더라도 말릴 생각도 없다.”
라미아는 잠시 생각한 뒤에 말했다.
“하겠습니다.”
“예상이 틀렸군. 거절할 거라 생각했다.”
“제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부하가 됐으니 멋대로 죽지 마라.”
“네.”
“그럼 첫 번째 명령이다. 벗어. 유리아 너도.”
우리 셋은 침대 위에서 끈적한 친목을 다졌다.
???
그 후에 예상대로 히어로 협회에서 구조선이 찾아왔다. 구조선을 본 나는 바로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히어로 협회는 이번 일을 덮으려 할 것이다.
유람선에 있는 이들 중에는 유명인이 한, 두 명이 아니었으니까. 사건의 내막이 알려지면 세계가 동요할 테니까.
히어로 협회의 구조선을 본 나는 유람선을 떠날 준비를 했다.
“주인님. 문밖에서 누군가 이곳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젠의 얼굴이 떠오른다.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나를 감시하는 건가.’
어리석은 짓에는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마땅하다.
“대단한 놈은 아니지? 없애 버려.”
“분부 받들겠습니다.”
유리아가 2분가량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누구였어?”
“에릭 보가트의 수행인 이었습니다. 겸사겸사 에릭 보가트 또한 처리했습니다. 주제넘은 참견이었을까요.”
“잘했어. 어차피 나중에 죽일 놈이었으니까. 어떻게 죽였어?”
“술에 취해 있었기에 뒤에서 습격하여 목을 잘랐습니다. 시체는 그 자리에 내버려 두었습니다. 명령하신다면 시체를 챙기거나 바다에 버리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어차피 히어로 협회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할걸? 기껏해야 하르텅그에게 모든 죄를 다 덮어씌우겠지. 자, 우리도 사라지자고. 라미아. 너도 준비해.”
???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유리아는 우리집 근처에 새로운 집을 구했다. 이게 꽤 괜찮았다.
우리 집이랑 가까워서 몰래 빠져나가 편안하게 놀 수 있으니까. 집이 저택 수준인긴 한데 돈이야 언제든지 쉽게 벌 수 있고, 유람선의 카지노에서 번 돈들도 있었다.
유리아는 이 세계에 머무는 동안 라미아를 교육했다. 전투가 아닌 방법으로 나를 보좌할 수 있도록.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아 라미아는 그럭저럭 괜찮은 비서가 되었다. 유리아의 교육이 뛰어난 것도 맞지만, 본인에게도 비서의 재능이 있었다.
나는 유리아가 사라지기 전에 컨셉을 즐기기로 했다.
“유리아 누나!”
“네. 주인님.”
침대 위에 유리아의 무릎에 앉았다. 몸에 힘을 빼고 누웠는데 유리아의 왼손이 내 등을 조심스레 바친다.
유리아의 부드럽고 따뜻한 유방이 내 얼굴에 닿았다. 아래쪽에서 보니 가슴 크기가 엄청나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그녀의 오른손은 내 자지를 감싸 쥐고 천천히 훑어주고 있었다. 요도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희고 고운 손을 끈적하게 만들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없어.”
불편한 곳? 있을 리가 있나. 오히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나른해진다.
그녀의 오른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자 눈앞의 하얀 가슴이 작게 출렁이며 나를 유혹한다. 분홍색 유두가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나는 입을 벌려 미끼를 문 물고기처럼 그녀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으응….”
유아 퇴행이라도 한 것마냥 유리아의 유두를 쪽쪽 빨았다. 한동안 계속 유두를 빨았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이어서 혀로 유두를 굴리고 이빨로 약하게 씹었다.
“앗아…, 하응.”
젖꼭지를 강하게 자극할 때마다 상체를 가늘게 뜨는 유리아의 반응도 재밌었다. 나는 이후에 양손까지 이용해 유리아의 가슴을 집중적으로 애무했다.
대딸로 2번 사정하고 난 뒤, 유리아의 가슴 위에 걸터앉았다. 유리아의 달아오른 얼굴과 푸른색 눈동자를 보니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누나. 자지가 끈적끈적해.”
자지로 그녀의 얼굴을 건드렸다. 턱, 입, 코, 뺨, 눈, 이마. 어느 부위가 닿더라도 자지는 기분이 좋았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내 자지로 더럽혀진다는 사실에 발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찝찝하시겠군요. 바로 청소해드리겠습니다.”
유리아의 입에서 나온 선홍색 혀가 내 자지를 구석구석 핥기 시작했다. 나는 유리아의 얼굴을 보면서 즐겼다.
“하응… 쭙… 츄릅….”
열심히 내 자지를 핥는 유리아의 얼굴에 사정했다. 찐득한 정액으로 더랍혀진 그녀의 얼굴을 본 나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아예 몸을 그녀에게 맡겼다.
“하앙! 하아아읏, 앙!”
유리아가 내 위에서 음탕하게 몸을 움직였다. 보지로 사정없이 내 자지를 삼키고, 내가 지겨워지려고 하면 요염하게 다리를 움직여 자세를 조금씩 바꿨다.
“윽! 누나! 또 쌀 것 같아!”
“언제든지, 언제든지 참지 말고 싸주세요! 제 보지는 주인님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아앙!”
유리아가 내 발목을 양손으로 붙잡고, 자지를 뿌리 끝까지 머금었다. 사정이 끝난 뒤에야 그녀는 내 다리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음부에선 내 하얀 정액이 아래로 주르륵 흘려나왔다.
그 모습을 본 내 자지는 몇 번째인지 모를 발기를 시작했다.
“몇 번이든 이 몸을 바쳐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유리아의 마지막 날은 평소처럼 새하얀 액체로 끝났다.
???
어느 동네에 괴상한 소문이 돌았다.
몸집이 작은 강간범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벌써 수 십 명의 여자들이 당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강간당했다는 피해자는 없었기에 소문은 그저 소문으로만 여겨졌다.
허나 소문은 진실이었다.
나는 광대 가면을 쓰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강간했다. 일단 강간하고, 그 영상을 찍고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한다. 설령 신고하더라도 나는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초딩. 대한민국의 법은 날 벌할 수 없다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면 대부분 포기한다.
“유진 님.”
금발의 외국인 미녀 비서, 라미아가 나를 불렀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국어는 유창했다.
“왜. 라미아.”
“2주 전에 주인님께 겁탈당했던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별거 아니네. 어차피 경찰은 아무것도 못 해.”
“이번에 한국지부 히어로 협회가 움직였습니다. 특수한 사건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쯧. 한국에서 놀면 잡힐 수도 있겠군. 라미아. 출장이야. 일본으로 가. 그리고 알지?”
“네.”
라미아의 협력과 공간 이동 주문서. 그리고 미러 터널을 이용하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었다. 한국 히어로 협회가 움직인다면 당분간 사리면 된다.
‘그나저나 선의 카르마가 제법 줄었군.’
『이름: 성유진
근력: E+- 체력: D 민첩: E+ 내구: E 마나: C
특성: 정령안(S)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B)
카르마: 선(善) 12』
원래는 착하게 지내며 선 카르마를 존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생활은 너무 지루했다. 거기에 눈을 살짝만 돌려도 거리를 지나가는 미녀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참으라고?
‘내 인내심이 그렇게 뛰어날 리가 없지. 괜찮아. 악 카르마만 많이 오르지 않으면 돼.’
죽이지 않고 강간만 할 뿐이라면 그렇게 빠르게 악의 카르마가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선의 카르마를 올릴 방법도 이미 다 알아냈다. 가장 쉬운 건 빌런을 죽이는 것.
‘선의 카르마가 딱 10이 될 때까지. 10이 될 때까지만 하자.’
유희 생활 어플은 이름 그대로 내 즐거움을 위한 것.
‘창작물 속에 들어왔으면 즐기건 즐겨야지.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