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5화 〉 585. MT
585. MT
가게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하승희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내 팔을 옆으로 떨쳐냈다.
“왜 팔을 올린 거죠?”
“나도 모르게 무심코. 불쾌했어?”
“…….”
그녀가 잠깐 침묵했다. 나는 제법 놀랐다. 평소 하승희의 성격을 생각하면 날 선 말투의 대답이 들려와야 정상이었으니까.
“…불쾌하지는 않았어요.”
거짓말이다.
내가 갑자기 어깨 위에 팔을 올렸는데 불쾌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녀가 이토록 저자세로 나오며 나를 배려하는 듯한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내가 가진 헤빌의 촉진제가 탐나는 것이다. 우린 아직 정식으로 계약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지금 내 눈치를 보는 것이다.
‘즉, 계약서가 쓰기 전까지는 내가 갑이라는 거지. 그리고 계약서를 쓴 뒤에도 예전처럼 날 무시하지 못할 테지.’
택시를 탔다.
우리는 정해진 장소로 갔다. 제주도 내에서도 사람이 오가지 않는 동네였다.
택시 안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떠들어댔다가 택시 운전기사의 귀에 정보가 들어간다. 우리 입장에서 그건 최대한 막아야 했다.
택시에서 내리고 하승희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울창한 나무들 속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잠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숲속에 던전이 있었다.
“E등급 개방형 던전인 오색뱀이에요. 최근 열흘간, 이 던전에 들어간 헌터는 한 명도 없어요. 이곳이라면 다른 헌터도 오지 않겠죠.”
오색뱀.
E급 몬스터인 주제에 상대하기는 까다롭고, 마석도 적게 준다. 독은 치명적이지 않으나 동시에 가치도 별로 없었다. 헌터들의 입장에서 오색뱀의 사냥은 효율이 나지 않는다. 거기다 이런 외지에 던전이 있다. 차라리 도시와 가까운 F급 던전에서 사냥하는 게 더 효율이 좋으니 헌터들이 찾지 않는 던전이다.
“내가 가진 헤빌의 촉진제는 얼마 없어.”
“그래도 3병 이상은 있죠?”
“그 정도는 있지.”
사실 2,000병이 넘는다. [미스터 S] 세계관에서 헤빌의 촉진제를 될 수 있는 한 잔뜩 챙겼으니까.
“그 촉진제가 대단한 물건이란 건 인정해요. 하지만 정보가 부족해요. 직접 두 눈으로 그 촉진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알아. 이해해. 근데 괜찮겠어? 넌 이제 막 E등급 헌터에 오르지 않았어?”
“괜찮아요. 헌터 등급이 낮은 건 헌터 활동을 잘 하지 않아서니까요. 경호원들의 말에 의하면 제 실력은 D등급은 된다더군요. 그리고 C등급인 선배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죠?”
“뭐, 그건 그렇지. 근데 알려진 던전이면 경비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한 거야?”
“매수했어요. 내일 아침까지 이곳으로 아무도 안 올 거예요.”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가 한 것이라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 것밖에 없었는데. 역시 세진 그룹의 3세라 그런가. 돈과 더불어 적지 않은 권력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는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깜깜한 밤이었던 밖과 다르게 던전 내부는 낮이었고 초목이 가득하다. 오색뱀이 숨어다니기에 최적인 곳이다.
“뭘 할 거야?”
“그 촉진제의 한계를 알고 싶어요. 가령 촉진할 수 있는 게 지구의 평범한 식물뿐인지. 아니면 던전 내의 특별한 식물도 영향을 받는지.”
“미리 말해두는데 촉진제에는 특수한 영약을 만들어내는 효과 같은 건 없어.”
무협지에서 자주 나오는 영약.
영기를 품은 약초들.
헤빌의 촉진제를 식물의 성장을 촉진할 뿐이지 약초에 영기를 불어 넣지 않는다.
“알아요.”
하승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약초를 뜯어냈다.
“……던전에서 자라는 약초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알고 있는 약초는 몇 개 없어요.”
그녀의 손에는 잎이 파란 약초가 들려 있었다.
분수꽃.
꽃 부분을 따면 물이 분수처럼 뿜어지기에 이름 붙여졌다. 던전 내에서만 자라는 약초다. 복용법은 분수처럼 뿜어지는 물을 마시면 된다. 효과는 이온 음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순식간에 갈증을 없애고 수분을 채워 준다.
가격은 한 송이에 3,000원 정도다. 던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에 가격이 싸다. 효과도 별로 대단하지 않다.
하승희는 분수꽃의 꽃을 잡아 뜯었다. 꽃줄기에서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걸로 뭐하게?”
“이건 이제 죽은 꽃이에요. 촉진제는 혹시 죽은 꽃도 되살릴 수 있나요?”
“안 될걸. 이건 촉진제니까.”
“한 번 시도 해보죠.”
하승희가 분수 꽃의 줄기를 땅바닥에 꽂았다. 나는 그 위에 헤빌의 촉진제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투명한 촉진제 한 방울이 줄기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10초가 지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안 되네.”
“그렇네요. 그럼….”
하승희는 분수꽃의 꽃잎 8개를 바닥에 뿌렸다. 꽃잎이 바닥에 닿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꽃잎이 갈라지더니 뿌리와 새싹이 나오면서 점점 커져갔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여덟 송이의 분수꽃이 자랐다.
“촉진제를 먼저 땅에 뿌려도 효과가 있군요.”
하승희는 분수꽃 하나를 다시 꺾었다. 분수꽃이 제대로 자랐는지 확인하고 꽃잎을 쥐어뜯어 바닥에 흩뿌렸다.
우리 주위에 분수꽃 무리가 형성되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승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효과가… 좋네요. 너무 좋아요.”
원래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사용한 촉진제는 광명승천도로 강화시켰으니 더 좋을 수밖에.
“아, 그런데 아까 화분은 어쩌죠? 누군가 그 화분에 식물의 씨앗이라도 뿌렸다간….”
“괜찮아. 그 화분의 흙은 영양분이 없을 테니까. 촉진제는 만능이 아니야. 식물을 빠르게 자라게 해주지만 동시에 땅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빨아당기지.”
“그것만으로도 대단해요.”
하승희의 두 눈이 반짝인다.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이 쌩쌩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걸로 됐지? 돌아가자.”
“아뇨. 부족해요. 식물 종류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참에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요.”
“꽤 시간이 늦어질 텐데. 괜찮아?”
“상관없어요.”
나와 그녀는 던전 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식물에 촉진제를 실험해봤다. 차이는 확실히 존재했다. 촉진제 한 방울에 수 백 개를 피워낼 수 있는 약초가 있는 반면, 20개도 피워내지 못하는 약초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병에 절반 정도 남은 걸 전부 한 번에 뿌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나는 씨익 웃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주위에 기감을 퍼트린다. 오색뱀 여러 마리의 기척이 느껴진다. 헤빌의 촉진제에 흥분한 상태에다가 마나도 각성하지 못한 그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 촉진제는 더 있으니 한 병 정도야.”
화끈하게 촉진제를 뿌렸다.
땅바닥에 잡초와 꽃, 나무 등이 땅을 뒤흔들면서 순식간에 자라기 시작한다. 나와 하승희는 균형을 잡기 위해 멀찍이 떨어졌다.
‘지금이다.’
숨어 있는 오색뱀들을 향해 살기를 뿌렸다. 살기에 자극당한 오색뱀들은 몬스터의 본성을 드러내 우리를 덮치기 시작했다.
사방에 식물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어서 굉장히 성가셨지만, 미리 준비하고 기감으로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화련비도를 뽑아 검기를 일으켜 카멜레온 같은 위장색 가죽을 가진 오색뱀을 3마리를 동시에 베어낸다. 내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오색뱀이 계속해서 죽어 나갔다.
“승희야! 괜찮아?!”
식물밭에 쓰러져 있는 하승희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주위에는 바닥에 날카로운 상흔과 함께 찢겨 나간 오색뱀들의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쓰러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노리고 있는 다른 오색뱀들도.
‘계획대로다. 크크.’
물론 표정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기에 심각한 표정을 연기하며 하승희를 끌어안고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한적한 곳에 하승희를 바닥에 내렸다.
“승희야!”
하승희의 대답은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몸 곳곳에 피가 흐른다. 오색뱀에게 물린 것이다. 그것도 최소 8마리 이상에게.
오색뱀의 마비독은 헌터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한 번 물리면 10분 정도 몸이 저릿해지는 게 전부니까. 하지만 연속으로 물리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승희의 능력은 신체 관련 능력이 아니야. 다른 헌터들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지. 즉, 독에 대한 내성도 다른 헌터들보다 낮아.’
나는 하승희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차가우면서도 당당하던 그녀의 눈동자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내가 이 상태로 만들었지만 죽일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일이 틀어지면 인벤토리에서 해독제를 꺼내 그녀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를 보면 몸이 마비되었을 뿐이지 죽을 것 같진 않다.
‘하승희는 그 사실을 모르지.’
나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을 했다. 오색독의 마비독은 움직이지 못하게 할 뿐이다. 즉, 하승희의 감각은 정상이다.
“승희야. 오색뱀의 독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물렸어. 약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독이 되는데, 마비독이라도 더 하지. 만약 마비독이 심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승희야. 지금부터 응급 처치를 할게.”
대답은 없었다. 하승희는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나는 우선 성감 고조를 사용하고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피로 젖은 소매를 걷어 올린다. 오색뱀의 송곳니 자국이 있는 곳에 곧바로 입을 가져갔다. 입술을 통해 그녀의 야들야들한 피부가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상처 부위를 쪽쪽 빨면서 독과 피를 뽑아냈다.
분수꽃의 물로 입안을 헹구고 다른 부위의 독과 피를 쪽쪽 빨아낸다.
나는 그녀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씨익 웃었다. 뱀에 물린 상처는 그녀의 은밀한 부위에도 있었다.
운이 좋았다. 만약 장비를 제대로 챙기고 던전에 들어왔더라면 이런 일은 벌여지지 않았을 테니까.
“승희야. 다른 의도는 없어. 이건 전부 널 구하기 위해서야.”
거침없이 하승희의 옷을 벗겼다.
비록 여기서 섹스는 하지 못하더라도 처녀의 옷을 벗기는 일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고급스러운 문양의 하얀색 브래지어를 풀었다. 뽀얀 피부에 예쁜 분홍색을 가진 유두가 나왔다. 유두와 유륜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다.
나는 오색뱀에게 물린 왼쪽 가슴에 입술을 댔다.
쪼옥. 쪽. 쪽.
그녀의 유방을 빨면서 시선을 위로 올려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마비독으로 인해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허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가슴의 독을 빨아낸 나는 이번엔 복부 쪽으로 향했다.
‘가슴 바로 밑부분이군. 좋은데.’
물컹한 가슴과 딱딱해진 분홍색 유두가 내 얼굴에 닿는다. 물론 나는 독을 빼내는데 집중하는 척 연기를 했다.
‘다음은….’
하체다.
바로 하얀 바지를 벗기지 않고 왼쪽 발끝부터 향했다.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오색뱀의 공격을 막아줄 만큼 내구도가 뛰어나지 않았다.
구두를 벗긴다. 상처 부위에 고여 있는 피를 물로 씻어냈다.
‘발가락과 아슬아슬하게 겹쳐져 있군. 하승희의 발 정도는 기꺼이 빨 수 있지.’
여기서 조금이라도 멈칫거리면 내 명분이 흔들리게 된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나는 그녀의 발과 종아리를 쪽쪽 빨았다.
그다음은 허벅지 안쪽.
“허벅지 안쪽에서 피가 나오고 있어. 바지를 벗길게.”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의 하얀 팬티를 볼 수밖에 없었다.
팬티의 중심은 흠뻑 젖어 있었다. 천 너머로 보지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고, 보지털이 거뭇하게 보였다. 달큰하면서도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 어떤 고급 향수보다 남자를 미치게 하는 보지 냄새다.
허벅지의 독을 쪽쪽 빨아내면서 머릿속은 하승희 보지 생각만 하고 있다.
저 축축하게 젖어 음탕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보지를 그냥 보기만 하라고? 그건 참을 수 없다.
‘방법은… 있다!’
나는 기감을 펼쳐 근처에 지나가는 개미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를 강하게 빨면서 개미를 하승희의 팬티 위에 올렸다. 개미가 뿔뿔거리며 하승희의 팬티 위를 기어 다닌다.
“헉! 벌레?! 승희야! 팬티 속으로 벌레가 들어갔어!! 던전에 있는 위험한 벌레일지 몰라! 바로 떼줄게!”
하승희의 끈적하게 젖은 팬티를 벗겼다. 투명한 애액이 팬티에 가득 묻혀 있었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벗기면서 찰나를 이용해 팬티 일부에 개미를 묻혔다.
개미가 하얀 팬티에 묻은 끈적한 애액에 붙잡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봐. 승희야. 여기 벌레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