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5화 〉 595. 광명승천도
595. 광명승천도
아주 오랜만에 광명승천도 세계에 들어왔다.
저번에 들어왔을 때 목적이었던 ‘광명승천도’를 얻은 뒤로 흥미가 팍 식은 세계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곳은 내 마음대로 하기 힘든 세계였다.
‘세계가 넓은 건 좋은데 강한 놈들이 지나치게 많지.’
후단시(候段市)의 유성검문(流星劍門).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
유성검문을 창설한 문주인 성고단이 이 세계의 내 아비다. 아비라고 해서 현실 세계의 부모 자식 사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17명의 처첩을 거느린 성고단은 자식이 죽어도 다시 낳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놈이었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 대협인 척 행동하는 주제에 생각하는 꼬락서니는 사파의 거두나 다름없었다.
‘이 유성검문에서 나보다 강한 놈은 최소 30명은 넘지. 그리고 유성검문은 어디까지나 지방에서 잘나가는 문파일 뿐이야.’
나는 터벅터벅 걸으며 별채로 향했다.
유성검문은 현실의 대학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넓었다. 문파원과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들까지 다 합치면 총 3,000명이 넘는다.
‘그중에서 미인이 별로 없다는 것이 슬프지.’
별채의 안으로 들어갔다. 시녀 한 명이 별채 안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 다리를 벌벌 떨었다. 내게 범해졌던 시녀였다. 내 취향의 미녀는 아니지만, 나름 보통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시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물었다.
“셋째 어머니는 안에 있나?”
“네. 네. 지금 성지곤 공자님과 대화 중이십니다.”
“몸의 대화 중이겠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그녀를 지나쳐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남녀의 야리꾸리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썩 좋은 냄새가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성지곤이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악! 지곤아! 좋구나! 좀 더 세 개 박아다오!”
“네! 갑니다! 셋째 어머니!”
성지곤의 밑에 깔린 여자는 성고단의 셋째 부인이었다. 몇십 년 전에 둘째 부인이 죽고, 그녀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성지곤의 어미인 첫째 부인의 경우 출신 성분이 영 좋지 않았다.
셋째 부인의 나이는 올해로 90세가 넘는다. 부인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녀는 영약을 이용해 외모를 최대한 가꾸어 못해도 50대 정도의 외모를 유지했다. 젊었을 때는 미녀였을 것 같긴 하나, 지금 저 여자는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저 늘어진 젖가슴과 시커먼 유두를 보면 발기한 좆도 가라앉는다.
반면 성지곤은 굉장히 흥분해있다. 성지곤은 젊은 여자보다 나이 든 여자를 더 좋아하는 이상한 놈이었다. 나이 든 여자라면 못생긴 여자라도 잘 따먹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새낀 또라이야.’
내가 침실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섹스에 집중하고 있던 그들이 나를 봤다.
“유, 유진이 왔구나.”
“어, 유진아. 잠깐 기다려줘.”
셋째 부인인 안박려와 이런 관계가 된 건 2주 전부터였다.
안박려는 부인들 중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진 것에 반해 남편인 성고단에게 소외당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늙었으니까.
정상적인 취향을 가진 성고단은 젊고 예쁜 처첩을 더 좋아했다. 꽤 오랫동안 소외당했기 때문일까. 안박려는 성지곤에게 겁탈당했음에도 오히려 좋아했다.
‘뭐, 안박려의 입장에선 한창인 젊은 남자에게 안기는 것이니….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안박려가 예상보다 쉽게 성지곤에게 빠진 덕분에 일은 쉽게 풀렸다.
그녀는 내가 시녀를 겁탈해도 안박려는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녀에게 잘하라고 타박할 정도다. 내가 성지곤보다 위에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오랫동안 문파에서 살아온 그 짬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허억! 쌉니다! 셋째 어머니!”
“어서! 어서 내 안에 싸거라! 어차피 임신 따윈 하지 않으니 걱정 할 필요 없다!”
안박려의 다리가 성지곤의 허리를 꽉 동여맨다. 성지곤이 늙은 여자를 따먹는 건지, 안박려가 젊은 남자를 따먹는 건지 헷갈렸다.
정사는 끝나고 그들은 옷을 걸쳐 입었다.
“유진아.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문파 내에 떠돌고 있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소문…? 아, 직가표국(織家?局)과 협력 관계를 맺는다는 소문 말이더냐?”
“네. 그 소문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다. 얼마 전에 전서구가 날아왔다가 사라졌다. 곧 직가표국에서 손님이 오실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직가표국의 등장은 원작에서도 나왔으니까.
“그럼 정말 본문과 직가표국이 협력을 맺는 것입니까?”
“아무 일도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 협력이 맺어서 이득이 되면 되었지 나쁜 일이 뭐가 있겠느냐.”
나쁜 일은 없다. 서로가 이득이다.
유성검문을 직각표국에 무인을 제공하고 돈을 벌 수 있다. 표국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늘어난다. 직가표국의 입장에선 후단시의 영향력이 늘어난다.
직가표국의 의도가 순수하다면 말이다.
“표국이 정말 우리와 협력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면 우선 시범 운송을 하겠지요.”
“굳이 시범 운송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 유성검문의 힘은 확실하다.”
“표국 입장에서 확실한 게 좋을 테니까요. 물론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하게 된다면…. 셋째 어머니. 저와 지곤이를 아버지께 추천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성고단의 부인과 첩의 차이점은 출신이다. 외가가 어느 정도 힘을 가졌다면 부인이 되고 그게 아니면 첩이 된다. 안박려의 외가는 성고단도 무시할 수 없고, 그녀가 가진 유성검문의 영향력도 적지 않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다만…. 너희들은 표객이 되고 싶은 것이냐? 너희는 그런 하찮은 일을 할 필요는 없느니라.”
“표객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는 강호도 못 나가보지 않았습니까? 혈기왕성한 나이에 산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그럽니다. 시범 운송으로만 만족하겠습니다.”
“……알겠다. 시범 운송이 있다면 너희들을 추천하겠다. 되었느냐?”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물러 가보겠습니다.”
나는 성지곤을 데리고 별채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요근래 안박려와 자주 만났지만, 누구도 의문을 가지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안박려가 가진 권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안박려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지. 우리와 그녀는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가족이니까.
나와 성지곤은 유성검문의 외곽, 지금은 창고로 사용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아지트 중 하나다.
“유진아. 그 시범 운송이란 거 꼭 해야 해? 굳이 문파 밖으로 나갈 필요 있어?”
성지곤과 나는 유성검문에서 만족스런 생활을 지내고 있다.
평소에는 하녀들을 협박하고 범하고, 주말이 되면 복면을 쓰고 도시로 내려가서 여자들을 범한다. 충실한 나날이다.
“야. 넌 남자 새끼가 야망도 없냐?”
“야망? 글쎄. 옛날에는 협객이 되는 게 꿈이긴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
“늙은 할망구들의 보지나 따먹으면서 말이지?”
“과일도 원래 푹 익혀서 먹는 게 맛있는 법이잖아.”
“그건 나도 인정해. 근데 네가 먹는 건 푹 익다 못해 썩은 것들이잖아.”
“유진아. 우리 서로 취향 존중하기로 했잖아. 갑자기 왜 그래?”
“네가 답답해서 그런다. 야, 잘 생각해봐. 이 세상은 넓어. 인생을 전부 바쳐도 전 세계를 둘러보는 건 불가능할 정도로. 그리고 세계가 넓은 만큼 사람도 많지. 유성검문 밖에는 보기만 해도 좆이 발딱 서는 여자가 있을 수 있다고. 넌 여기에 박혀서 그 여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거야? 어?”
“아, 아니. 그렇게 말하면 갈 수밖에 없잖아. …후단시 밖에도 예쁜 여자들이 많겠지?”
“후단시는 촌 동네야. 우린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라고.”
성지곤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하다. 여자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근데 밖은 위험하지 않아?”
“그러니까 몸을 지킬 힘은 길러야지. 성지곤. 강호는 어떤 세계지?”
“강호는… 강자들이 우대받는 세계지.”
“아니야. 힘이 전부인 세계야. 힘만 있다면 여자든 뭐든 다 가질 수 있다고!”
“내가 들었던 강호에 대한 것과는 좀 다른데.”
“그래서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아니야. 지금껏 유진이 네 말이 틀린 적없으니 사실이겠지. 그리고 난 열심히 하고 있어. 매일 수련하고 있다고.”
“야. 다른 사람은 수련 안 하는 줄 알아? 그리고 이 세상에는 너보다 더한 천재도 많아.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영약과 무공을 배우면서 수련하지. 평범하게 살아서는 그놈들을 절대 못 이겨.”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방법이 없잖아.”
“없긴 왜 없냐. 당연히 있지. 그 새끼들이라고 해서 불사신은 아니야. 독이나 저주로 죽일 수 있어. 그리고 기연이란 것도 있지. 제대로 된 기연만 찾아봐. 단숨에 강해질 수 있어.”
“유진아. 기연이 괜히 기연이 아니야. 인연이 닿는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게 기연이야.”
“크크. 그건 다른 놈들에게만 통용되는 말이지. 넌 나 같은 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거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내가 3개월 먼저 태어난 형이야. 그런데 넷째 어머니는 언제 덮칠 거야?”
성고단의 넷째 부인 비성애. 올해로 54세인 여자다.
성지곤은 비성애를 자신의 전용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지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고단의 부인인 만큼 어느 정도의 미모는 가지고 있지만, 굳이 전용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그 여자가 왜 좋은 거냐?”
“넷째 어머니는 마음이 아름다워.”
“내 형제가 개새끼였나? 왜 개소리가 들리지.”
“10년 전이었어. 우리 어머니가 엄하신 거 알지?”
성지곤의 어머니는 유독 엄했다. 첫째 부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랜 성격이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때 어머니께 크게 혼나고 울면서 별채를 뛰쳐나갔다가 넷째 어머니께 위로받았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 하아. 그때 맡은 넷째 어머니의 향기는 정말이지….”
“그러냐? 근데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착한 여자가 아닐 텐데. 착각한 거 아니야?”
“아니야. 넷째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셔. 지금 찾아가서 대화를 나눠보면 너도 알 거야.”
“그렇게 좋은 분을 덮치겠다고?”
“좋은 분이니까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어. 그리고 내 몸이 넷째 어머니를 원하고 있어.”
“크크. 미친놈.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넷째 어머니는 함부로 덮치지 마라.”
“왜? 셋째 어머니처럼 하면 안 돼?”
“셋째 어머니는 외로움도 타고 굶주리고 있던 여자였어. 가진 권력에 비해 내적으로 강하지 못했지. 하지만 넷째 어머니는 아니야. 외유내강이지. 이런 여자는 함부로 덮치면 좆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게?”
“약점을 잡아야지.”
“넷째 어머니한테 약점이… 있나?”
“약점이 없으면 만들면 돼. 그리고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약점은 만들어질 거야. 크크.”
셋째 부인과 넷째 부인을 따먹으면 일은 일사천리로 이어진다. 다른 처첩들은 셋째 부인과 넷째 부인의 권력을 무시하지 못하니까.
성지곤의 어미인 첫째 부인? 이미 시나리오는 준비해놨다. 분명 먹힐 것이다.
“공자님들. 간식을 가져왔습니다.”
문밖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내가 말했다.
문이 열리고 20대 초반의 젊은 하녀가 들어왔다. 외모는 하녀들 중에서 상위다. 그리고 5년 전에 결혼한 유부녀다.
“기다리고 있었어. 이리 와.”
내가 그녀에게 손짓했다. 그녀는 탁자 위에 간식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다가와 익숙하게 바지를 벗기고 내 자지를 쪽쪽 빨기 시작했다. 유부녀치곤 펠라치오가 평범했다.
성지곤은 내 옆에서 간식을 집어 먹으며 내게 물었다.
“근데 유진아. 직가표국이 정말 시범 운송을 할까?”
“할 거야. 이 근처 지리를 지도로 기록할 생각일 테니까. 너는 잠시 떠날 준비나 해.”
하녀의 어깨를 툭툭 건들었다. 내가 원하는 걸 눈치챈 하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었다. 나는 하녀를 침대에 눕히고 허리를 움직였다.
“하악. 앗, 공자님…! 아앙!”
???
3주 뒤, 직가표국의 표두가 유성검문에 찾아왔다. 그들은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시범 운송을 실행하기로 결정되었다. 시범 운송에는 직가표국의 표객들과 유성검문의 무인들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이번 시험 운송에 나와 성지곤이 뽑힌 건 두말 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