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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 609. 광명승천도 (389/2,000)

〈 609화 〉 609. 광명승천도

609. 광명승천도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해 이동한 곳은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객잔이었다. 천장에는 거미집이 자리 잡고 나무 바닥은 칙칙하다 못해 썩어가고 있다.

성지근 여전히 기절한 채로 바닥에 엎어져 있다. 자세가 불편해 보이지만 굳이 내가 자세를 바로잡아 줄 이유는 없다.

‘직성미는 왜 안 오지? 설마 신공세에게 죽기로 선택한 건가? 그 정도로 멍청한 여자는 아닐 텐데.’

내 생각은 기우였다. 직성미가 곧 나타났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대체 정체가 뭐야?”

“나에 대해선 알고 있지 않습니까. 유성검문의 성유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유성검문의 일개 무인이 공간함을 가진 것도 모자라 축지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종이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믿을 것 같아?”

“믿든, 안 믿던 사실이 그렇습니다. 전 유성검문의 성유진입니다.”

“…….”

그녀는 날 빤히 쳐다보다가 혀를 차고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객잔의 창문으로 바깥을 쳐다본다. 초목과 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는 하늘이 보인다.

“…여긴 어디야?”

“파양시에서 1시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폐가입니다. 객잔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비를 피하는 것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죠.”

“돌아가야 해. 아현신가가 이를 드러낸 이상… 직가표국은…!”

직성미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려는 걸 팔목을 잡아 제지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아현신가와 유성검문을 손을 잡았습니다. 가봤자 직 소저 혼자서 전황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붙잡혀서 직가표국을 압박할 인질만 될 뿐이겠죠.”

“크윽! 그럼 나보고 대체 어쩌라고!”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방금 사용했던 종이, 공간 이동 주문서를 드리겠습니다. 사용하면 후단시 근처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직 소저는 직가표국에 돌아가서 상황을 알리는 거죠.”

“지금 나만 돌아간다면 아버지가 의심할 거야. 직가표국의 표객들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차라리 여기서 싸우다 죽는 편이 나아.”

“천리경을 주기로 한 걸 잊었습니까? 나강문의 술법서도 같이 가져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건들을 차례차례 꺼내 반쯤 부서진 낡은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해답이 있음에도 직성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다.

“……원하는 게 뭐야?”

“크크.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푹신한 침대를 꺼내고 바지를 벗었다.

직성미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3분 정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두 눈을 떴다.

“……알았어요.”

“오? 말투가 변했군요.”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 당신은 제 은인이에요. 이미 당신에게 순결도 빼앗긴 몸뚱이를 바치는 것으로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 몸을 바치겠어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보았으니 나를 예전처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강자존이고, 그녀가 봤을 땐 난 정체를 숨긴 강자로 보일 테니까.

그녀가 침대로 다가오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지에서 내가 싸지른 하얀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아래로 흐른다. 다시 봐도 꼴리는 몸이다.

“직가표국을 위해서입니까?”

“직가표국과 저를 위해서입니다.”

직성미가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팔목을 잡아 끌어당겨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다시 열락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

약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섹스를 한 나와 직성미가 침대에 누웠다. 직성미는 고분고분하게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누가 옆에서 본다면 우리 사이를 애인 사이로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반항하지 않고 나를 따랐다. 비록 목적이 있다곤 하나 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나른함을 즐겼다.

“만족하셨나요?”

내 자지를 팔팔했다. 섹스를 하려면 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를 생각하면 계속 섹스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내 계획을 위해서라도 직성미를 이제 보내줘야 한다.

“만족했고 말고. 자, 약속한 대로 이것들은 전부 네 거야.”

“아응.”

아쉬운 대로 그녀의 젖가슴을 마지막으로 주물렀다.

직성미가 몸을 일으켰다. 내 품 안에서 벗어난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천리경을 썼다. 그 목적이야 뻔했다. 지금 파양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려는 것이다.

“상황은 어떻지?”

“……살아남은 표객들은 전투를 피해 뿔뿔이 달아난 것 같아요. 그리고 아현신가와 유성검문의 무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어요.”

“그래?”

“불리한 건 유성검문이에요. 아현신가의 힘에 밀려 지금도 유성검문의 무인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렇군.”

“……당신은 분하지도 않나요? 당신이 속한 유성검문의 무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요.”

“별로. 그들이 전부 죽어도 상관없어. 오히려 죽어 주면 편하지.”

상황은 원작대로 흘러가고 있다. 비록 과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유성검문의 멸문은 확실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성지곤을 쳐다봤다. 객잔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성지곤은 현재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설삼과 다른 영약을 복용하고 지성단(智城丹)도 줬으니 출지의 경지에 오르겠지.’

성지곤에겐 토(土)의 무공인 보련신공(寶輦神功)을 줬다. 나강문주가 술법과 함께 익히던 무공이다. 신공이란 이름이 아까운 무공이긴 하나, 대부분의 무공들은 이름만 거창한 경우가 많으니 그러려니 넘어갔다.

직성미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을 준비를 하고 나를 쳐다봤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은혜는 무슨. 이건 정당한 거래야.”

“아뇨. 은혜입니다. 제 몸뚱이가 이것들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보긴 힘드니까요. 이 빚은 반드시 갚도록 하죠.”

“뭐, 그 몸뚱이로 갚던가.”

직성미의 속셈이 훤히 보였다. 내가 범상치 않다는 걸 알고서 어떻게든 연을 만들어 이용하려고 한다.

다른 남자 놈들이었다면 불쾌했겠지만, 그녀는 미녀였다. 불쾌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직성미가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고 사라졌다.

‘슬슬 나도 영약을 복용해야겠군.’

설삼과 기타 다른 영약들을 꺼냈다. 영단을 만드는 편이 효율이 더 좋지만, 그럴 시간도 방법도 모른다. 광명승천도는 여전히 스톰 브레이커를 강화 중이라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입안에 영약들을 한 번에 쑤셔 넣었다. 영악마다 맛이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더럽게 쓰다는 것이다.

‘우욱….’

토하려는 것을 참고 영천기공을 운기 한다. 유성검문의 심법은 영 내게 맞지 않았다.

‘원래는 영약을 하나씩 복용해야 하는데…. 뭐, 괜찮겠지. 따로 먹는 것도 귀찮고.’

나는 날이 밝을 데까지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속내가 쿡쿡 쑤시는 걸 제외하고는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축하합니다! 출지(出志) 2단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천옥(天玉) 10개가 주어집니다.』

『축하합니다! 출지(出志) 3단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천옥(天玉) 15개가 주어집니다.』

눈을 뜨니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영천기공을 운기 한 것이다. 성지곤은 아직 가부좌에 앉아 있었다. 그에게서 기운이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출지의 경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얻은 것으로 천옥은 총 56개군. 출지의 경지부터 단계마다 천옥이 주어지는 건 좋군.’

『특별 임무가 생성되었습니다!』

『당하고만 살 수는 없습니다!』

『10일 이내에 신공세를 죽이십시오!』

『성공 보상: 천옥 50개』

지난 몇 개월 동안 임무를 주지 않던 천강성 시스템이 드디어 임무를 줬다.

‘페널티가 없는 퀘스트군.’

임무를 무시해도 상관없었다. 허나 무시하기에는 천옥 50개가 탐이 났다.

‘천옥 50개만 있으면 VIP 1로 올라갈 수 있어.’

???

성지곤은 정오 무렵에서야 겨우 일어났다.

몽롱한 눈을 한 그는 나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하하! 유진아! 내가 출지의 경지에 올랐어! 그 출지의 경지에 올랐다고!”

“잘됐네. 축하한다. 너도 이제 사람들이 알아주는 천재의 반열에 올랐네.”

“에이. 너만 할까. 그런데 앞으로는 어쩔 거야? 파양시로 돌아가서 삼장로를 도와 싸울 거야?”

“가봤자 늦었어. 우리 둘이 합류한다고 해서 전황은 달라지지 않아. 우린 유성검문으로 귀환한다.”

“……아버지나 다른 장로들이 역정을 내지 않을까? 우린 전투에서 도망친 거잖아.”

“괜찮아. 이게 있으니까.”

내가 손에 든 것은 나강문주의 술법서였다. 법기 정도는 아니지만, 술법서도 귀한 물건이다. 이걸 가지고 가면 성고단도 우리의 공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강문의 법기는 아현신가에 배앗겻다고 보고하고…. 적당히 자해해서 전투의 흔적을 만들어야겠군.”

“일이 잘 풀릴까? 아현신가가 유성검문을 배신하고 공격했다는 건…. 앞으로도 아현신가와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잖아.”

“일은 잘 안 풀리겠지. 아현신가는 유성검문 보다 더 힘이 강한 세력이야. 법기도 빼앗겼으니 빠르게 유성검문을 치워버리고 직가표국과 전투를 벌이거나, 냉전 상태에 들어가겠지.”

여러모로 손해를 보는 건 유성검문이었다.

“유성검문은 조만간 멸문할 거야. 도망칠 준비나 하자. 챙길 여자들은 챙겨야지.”

“도망이라니…. 어디로?”

“지금부터 생각해봐야겠지만 후보는 있지. 외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유성검문의 여자들을 전부 데리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사히 도망치도록 할 수는 있었다.

‘나와 몸을 섞은 여자들을 개죽음당하게 둘 수는 없지.’

웬만한 여자는 상관없는데 그중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성지곤의 누이인 성소정을 아직 따먹지도 못했어.’

우리는 유성검문으로 뛰어가기로 했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갈 수 있으나, 너무 빠르면 의심받을 수도 있다.

‘성고단에게 의심받는 건 최대한 피하자.’

???

“아현신가가 배신했다고?!”

“그게 사실이오?!”

“이 더러운 아현신가 놈들…!”

유성검문에 도착한 나와 성지곤은 곧장 문주와 장로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현신가가 배신했고, 유성검문과 직가표국이 파견한 무인들은 거의 전멸한 수준이며, 나강문의 법기인 천리경은 아현신가가 가져갔다. 라고.

“크흑….”

나와 성지곤은 분통스럽다는 듯 연기했다. 옷에는 피가 묻어 있고, 몸 곳곳에 붕대를 감았다. 자해로 상처를 낸 것이다.

“저희의 힘이 부족하여 법기를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강문주의 술법서는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아니다! 너희들은 잘해주었다!”

성고단이 술법서를 가져가며 말했다. 우리를 치하하고 있지만 그 두 눈은 술법서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하고 있겠지.’

끼리끼리 논다고 장로들 또한 성고단과 비슷했다.

“문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나강문주는 한 때 이 근방에서 알아주던 술법사! 그가 가지고 있던 법기에 못하더라도 술법서도 보물입니다!”

“이 술법서를 이용해 술법사를 육성하거나, 다른 술법사 문파에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술법서는커녕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면 왜 도망쳤냐고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유성검문은 망할만한 문파였어. 오히려 이런 욕심만 많은 놈이 상층부에 앉아 있는데 지금까지 멀쩡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군.’

그래도 몇몇 정상인 장로도 있었다.

“문주! 술법서에 관한 건 나중에 정해도 늦지 않소! 지금 급한 건 파양시에 남아 있는 우리 유성검문의 무인들과 아현신가요!”

“아현신가 뿐만이 아니지! 직가표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 우리가 먼저 직가표국을 배신하고, 우리는 아현신가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두 세력이 모두 본문의 적이 된 최악의 상황이 아니오?! 대책이 필요하오!”

“진짜 최악의 경우는 직가표국과 아현신가가 동시에 우리를 공격해오는 것이오. 한 세력만으로도 벅찬데… 두 세력이 동시에 공격해온다? 그때는 멸문 말고는 답이 없소.”

회의가 진행되기는 한다. 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고 큰일 났다, 큰일 났다. 라는 소리만 반복한다.

“…성유진. 성지곤. 너희는 나가 봐도 좋다. 몸도 좋지 않으니 휴식을 취해라.”

“네. 문주님.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공을 세웠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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