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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 617. 신의 아틀란티스 (397/2,000)

〈 617화 〉 617. 신의 아틀란티스

617. 신의 아틀란티스

던전을 클리어하고, 던전의 정보를 협회에 넘겼다. 던전 내에 새로이 출현한 몬스터와 벽화의 정보들.

협회는 호들갑을 떨지 않고 신중한 태도로 우리가 건넨 정보를 받아들였다.

나와 한하린에게 있어 대단한 발견이고 특별한 경험일지 몰라도, 협회에 있어 우리들의 정보는 일상이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하루에 몇십 개가 넘는 던전이 클리어되며, 던전에서 얻는 새로운 정보들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정보를 제공한 대가는 협회로부터 받았지. 나머지는 협회가 알아서 할 일이야.’

이보다 내게 더 중요한 건 3주 뒤에 있을 B등급 헌터 승급 시험이었다. 나는 자신 있었지만, C등급 이상의 승급 시험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B등급 승급 시험의 성공률을 약 20%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승급 시험에서 중요한 건 스펙이지. C등급은 마나를 각성한 헌터가 아니면 대부분 승급하지 못하고, B등급은 B등급에 맞는 힘을 갖춰야 하지.’

B등급 승급 시험은 다른 시험 응시자들과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서 트롤 짓을 벌이거나, 사전 지식이 부족하고 헌터간의 협력이 매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시험에서 떨어질 것이다.

‘한 번 떨어지면 3개월 동안은 다시 시도할 수 없으니 약간이지만 준비는 해둬야겠지.’

그리고 3주 후.

나는 승급 시험을 통과했고 B급 헌터가 되었다.

???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에 들어온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성유진

클래스: 뇌절사

칭호: 운명 파괴자

신좌: 천공의 주인

소속: AL 401 지구

근력: 81 민첩: 70 체력: 76 마나: 91 행운: 32

고유 특성: 기만(SS)

특성: 뇌전(S)

스킬: 아스트라페(B), 만뢰(B), 전광석화(D)

(상태창 적용 중)」

에이플랜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구역을 클리어하고 수련을 통해 능력치를 올렸다. 물론 내가 직접 한 건 아니고 자동진행을 한껏 활용했다.

‘좋네.’

이 세계에 오자마자 느꼈다. 현실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강하다. 지금 이 몸은 못해도 A급 헌터를 넘볼 수 있을 것이다.

‘천마 상태창을 돌리면 그 이상이겠지.’

천마하니 천마신공의 오류가 떠오른다.

[광명승천도] 세계의 천강성 시스템이 발견한 천마신공의 오류.

‘천마신공의 구결에 우연히 실수가 발생했을 리가 없지.’

천마신공을 만든 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그것도 어중이떠중이 아니라 격만 따져도 최상급에 속하는 신이 만든 무공이다.

‘무공은 구결이 조금만 달라져도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지 않아. 하물며 천마신공. 그 어떤 복잡한 기계보다 정교한 무공이야. 마천의 왕이 실수했을 리가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바꾸어 내게 알려준 것이다.

‘문제는 그 이유를 모르겠어.’

천강성이 수정한 천마신공은 효율이 더 좋아지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천마신공의 마성이 사라졌다? 그럴 리가. 천마신공이 괜히 천마신공이 아니다. 고작 구결 일부를 바꾼 것만으로 마성이 사라질 리가 없다.

‘천마신공은 마를 이용한 무공. 천마신공에서 마(魔)를 빼면 쓰레기나 다름없지.’

머리를 굴려 봤자 추측일 뿐으로 확신할 수 없다.

‘직접 천마신공을 사용해보자. 마천의 왕은 지금도 날 주시하고 있을 테니 뭔가 반응하겠지.’

「이름: 성유진

클래스: 천마(天魔)

칭호: 불사자

신좌: 마천의 왕

소속: AL 401 지구.

근력: 81 민첩: 70 체력: 76 마나: 91 행운: 32

고유 특성: 기만(SS)

특성: 천마지체 (A)

스킬: 천마신공 (S) 종속 (S) 마풍신공 전수(SSS)

(상태창 적용 중)」

‘마천의 왕. 만약 날 죽이기 위해 천마신공에 수작을 부린 것이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다른 건 몰라도 당하고만 살 수는 없었다. 주먹으로 한 대 맞으면 칼침을 놓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게 내 성질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천강성 시스템이 오류를 수정한 천마신공의 구결을 외우며 운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천마신공의 운기를 성공하자마자 시스템 알림창이 떴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진정한 천마신공을 깨우칩니다.」

「천마신공(S)이 SSS 랭크로 상승합니다.」

「천마지체(A)가 S 랭크로 상승합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당신은 천마신공을 깨달으며 진정한 천마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천마존(天魔尊)’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외의 알림창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 머릿속으로 천마신공의 다른 사용법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초식이 아니다. 초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무언가다. 마법이나 주술에 더 가깝다.

‘일단 내게 해는 되는 건 아니군.’

「마천의 왕이 경악합니다!」

「시스템이 경악합니다.」

「시스템이 마천의 왕을 의심합니다!」

「시스템이 마천의 왕의 로그를 확인합니다!」

「마천의 왕이 억울해합니다.」

「내 이름을 걸고 말한다! 맹세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스템은 여전히 마천의 왕을 의심합니다.」

“대체 뭐야. 나도 좀 알자. 설명 좀 해줘.”

시스템과 마천의 왕에게 말했다. 본래 규칙에 따라 추방자나 대륙인에게 정보를 주는 건 금지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예외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미 보상을 받았으니까. 내가 원하는 건 그 보상이 주어진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본래 네게 준 천마신공은 격하된 상태였다.”」

“역시 일부러 천마신공의 구결 일부를 손댄 것이군. 함정이라도 심었나?”

내가 적의와 살의를 담아 말하자 마천의 왕의 메시지가 다급히 떠올랐다.

「마천의 왕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합니다.」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 일부러 천마신공을 격하시키지 않았더라면 네게 줄 수도 없었다. 밸런스의 문제로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았을 테니.”」

“천공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뇌정을 줬어.”

「마천의 왕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그와 나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뇌정과 천마신공도 다르다.”」

“……그건 그렇지.”

마천의 왕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천공의 주인의 격은 마천의 왕보다 높다.

천공의 주인, 제우스는 주신이며 한 신화를 대표하는 신이다. 아틀란티스의 최고신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제우스가 내게 준 뇌정은 SS랭크. 이것만으로도 역대급으로 어마어마한 후원이다.

‘일반적으로 아이템 보다 스킬의 가치가 더 높지. 마천의 왕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야.’

천마신공을 격하하지 않았다면 시스템이 내게 천마신공을 주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은 넘어가야겠군. 이런 일로 억지를 부리면 마천의 왕과 사이가 틀어진다. 아직 놈과 사이가 틀어질 수는 없어. 뜯어낼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나는 눈을 감고 천마신공을 운기 했다. SSS랭크로 올라가서 그런지 운기가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시스템은 여전히 마천의 왕을 의심합니다.」

「마천의 왕은 억울해 미칠 것 같습니다.」

「알려준 적 없다! 조사해봤으면 너도 알 것 아니냐! 시스템! 저놈이 이상하다는 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시스템은 성유진에게 해명을 요청합니다.」

무시할까 하다가 입을 열었다.

“섹스를 하다가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지.”

「시스템은 당신의 거짓말을 믿지 않습니다.」

“야. 시스템. 섹스해 봤어?”

「시스템은 섹스는 쾌락을 동반한 번식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안 해봤군. 섹스는 진리다. 진리를 행하는데 불현듯 찾아오는 깨달음 따위가 대수겠냐.”

「천공의 주인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마천의 왕이 낄낄 웃습니다.」

「시스템은 한숨을 내쉽니다.」

시스템은 이후로 날 추궁하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천마신공에 집중했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엘레나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포도를 하나, 하나 따먹고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앙상한 포도 가지를 보니 벌써 3개째를 먹고 계신 모양이다.

“왔으면 말이라도 걸지 그랬어?”

“마나 수련 중이란 걸 뻔히 아는데 건들겠나?”

마나 수련 중에 사람을 함부로 건들거나 소리쳐서 집중력을 끊어내는 건 살인 시도나 똑같았다. 마나가 몸 안에서 터지거나 역류하면 내상은 기본이고 불구가 되거나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매너가 없네. 남의 마나 수련을 포도까지 먹으면서 지켜볼 줄이야. 공작이면 그래도 돼?”

“옳은 말이군. 여기가 내 집무실이 아니었다면 당장 무릎부터 꿇고 네게 용서를 빌었겠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잘못은 내게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집무실에 들어와 멋대로 천마신공을 운기 했으니까.

성급한 짓이란 걸 안다. 허나 그만큼 나와 엘레나의 사이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 가까워진게 아니라서 불만이지만.’

설령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찾아왔더라도 상관없었다. 천마신공을 겉으로 보는 거로 알 수 있는 무공도 아니고, 설령 누가 날 건들더라도 완전회복이 있다.

“삼 개월 후에 십년제가 시작된다.”

포도알을 꿀꺽 삼킨 엘레나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십년제.

유스티아 제국의 수도에서 10년마다 열리는 대축제.

보낸 10년에 감사하고 앞으로 보낼 10년의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

특히 이번 십년제는 그 의미가 크다. 아틀란티스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십년제이기 때문이다.

“의외인데. 네가 십년제에 관심을 가질 줄이야.”

엘레나는 십년제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원작에서도 십년제에 불참했다. 십년제는 수도에서 열리고 그녀가 참석해봤자 쥐최측인 황가만 빛나게 할 뿐이고 얻을 것은 정작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십년제 자체에는 관심 없다. 마음 같아선 무시하고 싶다.”

“무시하면 되잖아.”

“그러기엔 최근에 저지른 일들이 많다. 여기서 내가 침묵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날 만만하게 보는 놈들이 주제도 모르게 날뛰게 되겠지. 안 그래도 바쁜데 그런 것들까지 일일이 상대해줄 여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가와 다른 제국오공 전원이 축제 때 수도로 올라오라고 내게 압박하고 있다.”

“수도에 가면 죽는 것도 아니니 상관않아?”

수도에 가봤자 고작해야 황제나 다른 공작들로부터 한 소리 듣는 것이 전부 일터다.

그녀의 주적인 황태자는 엘레나에게 뭐라 할 수 있는 급이 되지 않았다. 유스티아 제국에서 공작들의 권력은 황제도 감히 무시하지 못하니까. 괜히 제국의 기둥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십년제가 일어나기 전에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만 아니라면야.”

“그리고 이번에 에이플랜 레기온을 데려가고 싶군.”

“뭐? 왜?”

“요즘 제국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 레기온을 지원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 거다. 이 내가 유행에 뒤처질 수는 없지. 나는 이전부터 에이플랜 레기온을 후원해 왔다. 자격은 되지 않나?”

긴밀한 관계는 무슨. 귀족들이 레기온을 통해 영향력을 펼치려는 속셈이란 걸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에이플랜 레기온은 너의 비해 많이 부족해.”

“에이플랜 레기온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너와 레기온 마스터의 명성이라면 내 이름을 장식할 정도는 된다.”

나는 고민하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플랜 레기온에 나쁠 것은 없었다. 다른 레기온에 질투는 받겠지만 그뿐이다. 지금 에이플랜 레기온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

“자세한 건 에이플랜 레기온 마스터에게 말해. 난 레기온 마스터가 아니야.”

“그럴 생각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건?”

“제국오공 중 한 명에게 편지를 전하는 일이다.”

“심부름이야? 쉽겠네.”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다.”

“보상은 뭐야?”

“뭘 원하지?”

“십년제에 무도회가 열리는 걸 알고 있어. 그 무도회의 네 파트너로 참석하고 싶어.”

“…뻔히 보이는 수작이군. 하지만 뭐, 네게 신세 진 것도 있고 하니 들어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엘레나에게 물었다.

“엘레나. 넌 날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어?”

“6할 정도는 신뢰하고 있다.”

나는 씨익 웃었다.

아마도 엘레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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