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24 - 624. 신의 아틀란티스 (404/2,000)

〈 624화 〉 624. 신의 아틀란티스

624. 신의 아틀란티스

「현혹하는 검의 방을 통과했습니다.」

「최초 통과 보상으로 마나와 체력이 1씩 상승합니다.」

“이건 그런 방법으로 깨라고 만든 방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와 방의 목적대로 임하겠습니다.”

세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다시 이곳을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방금 그것도 천마신공인가?”

“예.”

“무공이라기엔 궤를 달리하는군. 하지만 무공이란 틀에 있는 건 확실하다.”

“평범한 무공이 아니란 건 동의합니다.”

천마신공이 평범해선 안 되지.

???

「검의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내 앞에는 무덤이 있었다.

수많은 검들이 마치 비석처럼 땅에 박혀 있었다.

“공녀님. 여기선 무얼 해야 합니까?”

“아무것도. 이곳은 이름 그대로 무덤일 뿐이다. 과거 이름을 떨쳤던 검사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저 검들은 검사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검입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저 검들은 모두 가짜다. 검 아래에 있는 땅을 파도 시체도 없다. 이곳은 분위기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낸 곳에 불과하다.”

“시체도 없고 전부 가짜라니…. 허탈하군요.”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생각해라. 경은 아버지께 돌아가서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럼 아버지는 경이 검의 무덤을 공략했음을 인정할 것이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녀님. 덕분에 사흘이란 짧은 시간 만에 검의 무덤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내 조언이 있었다곤 하나 경이 가진 실력은 진짜였다. 그리고 나도 경의 천마신공을 보고 깨달은 것들이 많다. 감사해야 하는 쪽은 나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무덤 따위에 처음부터 관심 없었다. 나는 세이라를 빤히 쳐다봤다.

“내게 할 말이 있나?”

“오히려 공녀님께서 제게 할말이 있으시지 않으신지요.”

“알아차리고 있었나.”

“예. 저도 검사 나부랭이입니다. 이곳에 올 때까지 등이 따끔따끔하더군요.”

세이라는 여기까지 오면서 내게 호승심을 느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마신공에 대한 호승심이다.

세이라는 나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나는 세이라 아르피스다. 그대, 성유진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엘레나 발데르트 공작을 모시고 있는 성유진입니다. 결투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지?”

나랑 여기서 섹스해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인내심을 발휘해 말을 삼켰다. 지난 사흘 동안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나름 친분을 쌓았다. 그 친분을 한순간에 없앨 수는 없다.

“제가 결투에서 승리한다면 저와 함께 아르피스 도시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공녀님과 함께 돌아간다면 아르피스 공작 각하의 환대를 받을 수 있겠죠. 제게 있어 이번 임무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좋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세이라는 깔끔하게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있어 큰 손해가 되는 조건이 아니었으니까.

“아르피스 공녀님은 제게 바라는 것이 없습니까?”

“경에게 결투를 신청한 건 나다. 나는 경이 최선을 다하기만을 원한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마주 보며 연습용 검을 들어 올렸다. 내 검에서 검강이 일렁이고, 그녀의 검에서도 푸른 검강이 치솟는다.

먼저 움직인 건 세이라였다. 가볍게 보법을 밟으며 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검을 휘두른다. 세이라의 주먹 쥔 왼손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왼손 주먹은 페이크다.’

카앙!

검을 받아 쳐냈다. 팔이 저릿거릴 정도로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역시 그녀는 나보다 강하다.

‘내 패배는 확정이군.’

완전 회복이나, 아이템 같은 힘을 사용하지 않는 한 순수한 실력만으로는 나로선 세이라를 이길 수 없다.

‘쉽게 패배할 수는 없지. 여기서 내가 허무하게 패배하면 세이라는 내게 흥미를 잃을 테니까.’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그녀의 왼쪽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내 왼쪽 주먹에 천마기가 일렁인다. 그녀와 다르게 난 페이크가 아니다. 세이라가 깜짝 놀라 검을 옆으로 세운다.

‘세이라의 앞에선 계속 검만 써왔지. 내가 주먹도 쓸 수 있는 걸 몰랐을 거야.’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검을 세워 내 주먹을 막아냈지만, 용권의 충격파까지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세이라의 몸이 뒤로 붕 떠오른다. 도복에 감싸인 세이라의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는 걸 보면서 몸을 회전시켰다. 회전력을 온전히 검에 담는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회천(回天).

천마신공의 회천마룡(回天魔龍)을 천마검으로 펼쳐냈다.

‘검격이 제대로 들어가더라도 죽지는 않겠지. 검의 무덤 내에선 중상을 입어도 빠르게 회복되니까. 그리고 고작 이 정도로….’

내 검이 그녀의 복부를 가른다. 도복과 살갗이 베이며 핏물이 튀었다. 하지만 얕다. 세이라는 아슬아슬하게 내 공격을 피했다.

놀라운 건 피부는 베였는데 도복은 찢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금 건 위험했다.”

세이라는 양손으로 검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아까의 공격으로 도복이 흐트러지면서 풍만한 가슴이 노출되었다. 새하얀 가슴이 유방이 출렁였다. 가슴이 큰 만큼 분홍색 유두와 유륜도 큰 편이었다. 특히나 그녀의 유두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길어서 젖소를 떠올리게 하는 음란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의 왼쪽 가슴 아래쪽에 점이 있었다.

‘젠장 정신이 팔렸다.’

그리고 이건 세이라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건 신성한 결투. 이런 식으로 내가 패배해서 결투가 끝나면 세이라는 날 경멸할 것이다.

‘찰나!’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보법을 밟아 세이라의 뒤로 이동했다. 무리하게 펼친 천마군림보에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세이라가 순식간에 몸을 돌리고 휘두르는 검의 궤도를 바꿨다.

‘천마신공도 천마신공이지만… 세이라의 검술도 비정상적이군. 마치 검 자체가 살아있는 것 같아.’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구중삼살(九中三殺).

천마군림보를 연계해야만 쓸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한다.

노리는 것은 양쪽 어깨와 명치.

세이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퇴보를 밟았다. 그럴 수밖에. 구중삼살은 세 번을 동시에 공격하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이었으니까.

구중삼살은 지금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오묘한 기술이다.

허나 세이라의 대처는 빨랐다. 그녀는 화끈하게 왼쪽 어깨를 버리고 검으로 명치를 방어하며 오른쪽 어깨에 대한 공격은 피했다.

“대단하군. 경의 그 기술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피가 솟았다.

그녀가 아니라 내 앞에서다. 세이라는 내 공격을 피하자마자 내 몸을 베었다. 큰 기술을 사용하며 발생한 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아르피스 공녀님이야말로 대단하십니다. 방금 공격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끝낼 건가?”

“아뇨. 아직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이라는 가슴을 까고 있었다. 결투 중에 가슴이 드러났는데도 얼굴색 하나 붉히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저 엄청난 젖탱이를 눈앞에 두고도 만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 가슴을 만지고 싶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쾅!

발에 힘을 주어 천마군림보의 일보를 밟았다. 내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는 동시에 기혈이 한계까지 뒤틀리며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진다.

당장 쓰러지고 싶지만, 하기로 한 이상 끝까지 해야 한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구중오살(九中五殺).

다섯 개의 참격이 세이라에게 향한다.

직접 기술 사용한 나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 공격 완전하지 않다. 뒤로 물러서면 가볍게 공격을 피할 수 있다.

허나 세이라는 피하지 않았다. 하체에 힘을 주고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검은 푸른 궤적을 그리며 다섯 개의 참격을 산산이 박살 낸다.

저건 기술도 뭣도 아니다.

기초의 정수.

한계까지 다다른 기초가 일궈낸 일격.

일격의 깊이가 다르니 내 허점투성이의 참격이 무참히 박살 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내 진짜 목적은.’

나는 비틀거리며 세이라에게 다가갔다. 세이라가 다시 자세를 잡지만, 내 손에 쥐여 있던 검은 이미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콜록!

피까지 토하자 그녀의 기세가 약해졌다.

‘지금이다.’

세이라의 가슴에 내 머리가 닿았다. 얼마나 푹신하고 탄력적인지 내 머리가 그대로 다시 튕겨 나갈 뻔 했다. 나는 몸의 힘을 뺐다.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며 그녀의 왼쪽 유두가 입안에 들어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꽉 깨물었다.

“히아아앗?!”

세이라가 어울리지 않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몸에서 힘이 빠진다. 모르긴 몰라도 유륜과 그 근처에 내 이빨 자국이 진하게 남았을 것이다.

‘세이라. 네 가슴은 내가 찜했다.’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피를 토해서 젖꼭지에 피 맛이 난다는 게 가장 안타깝군….’

깨어났을 때 날 욕하진 않겠지. 그녀의 옷이 흐트러지며 풍만한 가슴이 나온 것도, 내가 기절하기 직전 그녀의 품에 떨어져 유두를 입에 문 것도 전부 사고였으니까.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

눈을 떴다.

나는 바른 자세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상체를 일으킨다. 내상은 치료되어 있었다.

“일어났군. 몸은 괜찮나? 검의 무덤 내에서 내상을 입은 것이니 빠르게 치료되었을 거다.”

“예. 괜찮습니다.”

약간 떨어진 곳에 세이라가 있었다. 세이라의 얼굴에 땀이 맺혀 있고 손에 검을 쥔 것을 보니 수련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죄송합니다. 공녀님. 결투의 마지막에 제가….”

예상 밖으로 그녀는 살짝 뺨을 붉혔다.

“괘, 괜찮다. 경이 고의로 저지른 실수가 아님을 알고 있다. 오늘 일을 함구한다면 경에게 잘못을 따지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오늘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세이라는 제대로 도복을 입고 있었다. 아쉬웠다.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그녀의 가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제가 기절한 지 몇 시간이 지났습니까?”

“12시간 정도군.”

“……너무 오랫동안 기절하고 있었군요.”

“그 정도 내상을 입었는데 12시간 만에 완쾌하고 일어났다. 시간을 아쉬워할 상황은 아닐 텐데.”

“그것도 그렇군요. 이곳이 아니라 밖이었다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이라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공녀님?”

“경과 결투를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경과 함께 돌아갈 생각이다.”

“감사합니다! 아르피스 공작 각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세이라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예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마냥 딱딱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제게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경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그 마녀의 아래에 있기엔 경이 너무 아깝다. ……생각해보니 경은 이전에 발데르트의 정식 기사가 아니라고 말했군. 경에게 제안하지. 내 기사가 되어라.”

“아르피스 공녀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그 마녀보다 내 기사가 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경과 나는 같은 검의 길을 걷는 검사가 아닌가? 경이 아르피스 가문의 기사가 된다면 함께 검을 절차탁마할 수 있다. 경이 수락한다면 아버지에게 말하여 경에게 가르침을 내리도록 청하겠다.”

세이라의 공략 방법이 머릿속에 번쩍였다.

여기서 이 제안을 수락하면 못해도 삼개월 안에 세이라를 따먹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세이라의 제안을 수락하면 난 엘레나를 배신하게 되지.’

정식 기사가 아니었다곤 하나 엘레나가 느끼기엔 충분히 배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전부 사라진다. 엘레나를 따먹고 난 뒤였다면 바로 수락했겠지만….

“죄송합니다. 공녀님. 엘레나를 배신할 수 없습니다.”

“배신이라…. 경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예. 정식 기사가 아니더라도 저는 발데르트의 기사입니다.”

“경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 마녀는 냉정하다. 때가 되면 그 마녀는 아무렇지 않게 경을 버릴 것이다.”

“제 생각엔 그러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세이라는 불쾌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잠깐 침묵을 지킨 뒤에 말했다.

“어쩔 수 없군. 당분간 경과 함께 행동해야겠다.”

“…네? 공녀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경과 같은 장래 유망한 기사를 그 마녀 밑에 둘 수 없다. 그 끝이 뻔할 테니까. 그러니 경에게 아르피스의 기사의 장점을 내가 직접 가르쳐 주지. 아르피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면 발데르트 따윈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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