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42 - 642. 신의 아틀란티스 (422/2,000)

〈 642화 〉 642. 신의 아틀란티스

642. 신의 아틀란티스

콰아아아아아앙!

갑작스러운 폭발음이 터지고 감금실 전체가 흔들리며 그 여파로 잠겨있던 감금실 문이 열렸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유진 씨!”

“그래!. 이건 하늘이 준 기회야!”

나는 손가락에 일으킨 검기로 그녀의 목과 이어진 밧줄을 잘라냈다.

릴스네는 스스로의 목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사라진 밧줄과 다시 찾아온 자유가 어색한 모양이었다.

“릴스네! 이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야! 탈출하자!”

“네!”

우리는 알몸으로 손을 잡고 감금실 밖으로 이끌었다. 여기서부터 보다 릴스네를 신경 써야 한다. 괜히 그녀를 놓쳤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간 나를 의심할 수도 있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복도를 뛰었다.

“유진 씨! 저기 방이 있어요!”

“저긴 출구가 아니야! 내가 갇혀 있었던 방이야!”

저 방안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없다. 알보쥬의 물건과 내 물건들이 들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이곳에 찾아와서 물건들을 회수해야 한다.

복도 끝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망설일 것 없었다. 바로 위로 올라갔다. 천장에 문이 틀어막혀 있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었다. 우리는 웬 오두막의 바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오두막은 어질러져 있었다. 침대가 있고, 탁자가 있었고, 굴러다니는 술병이 있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배신이다! 배신!”

“두목이 배신했다!”

알보그 도적단의 도적들이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도적들은 손에 흉기를 들고 숲을 이리저리 쫓아다녔다.

“알보그 두목을 죽여!”

“씨발! 두목이 배신하는 게 말이 돼?!”

“이젠 그 새끼를 두목이라고도 부르지 마!”

릴스네와 시선을 교환했다. 돌아가는 상황은 도적들의 짜증 섞인 외침으로 알 수 있었다.

‘알보그. 계약대로 진행하는군.’

알보그 도적단은 내게서 돈을 받고 협력한다. 허나 나는 알보그 도적단이 아니라 알보그와 1대1로 계약했다. 알보그 도적단은 내게 선급을 받았지만 정확한 계약 내용은 오직 두목인 알보그만이 알고 있다.

알보그는 정확히 칠일째 되는 날, 오늘 자신들의 부하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유진 씨! 내분입니다! 유진 씨의 말대로 이건 하늘이 준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맞아. 여기서 숨어 있다간 들킬 거야. 우린 도망쳐야 해.”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벽에 도적의 옷이 있었다. 나는 바지 하나만 걸치고 나머지를 그녀에게 주었다. 미리 준비해둔 옷이다. 바지 속에는 당연히 스마트폰이 있었다.

“릴스네. 일단 옷부터 대충이나마 걸쳐. 난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올게.”

“바깥에 나간다고요?”

“무기가 필요해. 괜찮아. 어수선하니까 무기 하나 정도는 간단히 훔칠 수 있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이 안에 숨어 있어.”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에 밖으로 나갔다.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검을 꺼내 들고 숲으로 뛰쳐나갔다.

“끄아아아아악!”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알보그가 자신의 부하들을 죽이고 있었다.

“오. 나오셨구만.”

온몸에 피칠을 한 알보그가 날 보며 히죽 웃었다.

“정리는 끝났나?”

“아직 7명 남았수. 어디 있는지는 다 알고 있으니 10분이면 끝날거유. 근데… 댁은 안에서 일주일 동안 뭐한거유?”

“좋은 일을 했지.”

“댁도 꿍꿍이가 가득한 인간이구만. 크하하.”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도적들의 시체 중 하나를 잡았다. 목이 절반 이상 잘리고 가슴에 창이 박혀 있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지.”

“상관은 없는데 시체는 뭐 하려고? 혹 잡아먹으려고 그러슈?”

“인육을 먹어도 너희들 같은 걸 먹겠나.”

알보그는 맞다면서 낄낄 웃었다. 그러다가 싹 정색하며 내게 말했다.

“뭐 잊은 거 없슈?”

“자, 약속한 대가다.”

나는 주머니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계약의 대가.

아틀란티스 최고의 범죄 조직인 헬텐의 소개서다.

“크하하하! 이걸로 나도 큰물에서 놀 수 있겠구만!”

“편지 봉투에 적힌 장소로 가서, 그 편지를 그곳에 있는 자에게 건네면 된다.”

나는 몸을 돌렸다. 알보그와 나의 계약은 이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 저놈과 엮일 일은 없다.

“크하하. 같은 동료가 될 텐데 매정하구만.”

“수고해라.”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알보그는 남은 부하 7명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 헬텐에 들어가려는 그는 자신의 시시한 과거를 여기서 전부 청산할 테니까.

오두막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기만(SS)을 사용했다.

내가 질질 끌고 가고 있는 시체의 모습이 바뀐다. 마른 체형의 도적이 알보쥬의 모습으로.

기만(SS)이 제대로 적용된 것을 확인한 나는 오두막의 입구에서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말했다.

“릴스네! 나와! 알보쥬가 죽었어!”

“정말입니까?!”

릴스네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도적 상의만 나체에 걸치고 있었다. 가슴은 가렸지만 아슬아슬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분홍색 보지가 보일 것 같았다.

“봐. 여기 시체가 있어.”

“…….”

릴스네는 말이 없었다.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가짜 시체임을 알아본 것일까?

다행히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 눈에 눈물이 맺혔고, 주먹 쥔 양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게 죽다니….”

“릴스네. 이미 죽은 놈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고는 똑바로 날 쳐다봤다.

“유진 씨.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도적놈들이 없는 쪽을 발견했어. 도망가자.”

“네!”

우리는 숲을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적 중에서 우리를 쫓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운이 좋았어. 설마 저놈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날 줄이야.”

“유진 씨는 저들이 내분이 일으킨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도적단의 내분은 90% 이상이 돈 때문이야. 지금 상황도 별반 다를게 없겠지. 우린 돌아가는 것에 신경 쓰자. 우선 가까운 마을에 가서… 네 옷부터 구해야겠네.”

다음날 우리는 에이플래 레기온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릴스네와 입을 맞추어 지난 7일 동안 있었던 일을 따로 강명진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강명진도 우리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기에 이 일은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나와 릴스네는 따로 알보그를 찾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알보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알보그는 실종되었고, 두 번 다시 그에 대한 정보가 우리에게 들리는 일은 없었다.

물론 나는 알보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

제 20 구역, 고요의 평원.

알보그는 편지 봉투에 적힌 곳에 도착했다. 초원 위에 큰 바위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이었다.

알보그의 시선은 중심에 있는 한 바위로 향했다.

한 사람이 바위위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눈, 코, 입이 없는 하얀 팔각형 가면을 쓴 남자였다.

알보그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댁이 헬텐의 보스요?”

“맞아. 내가 헬텐의 수장이야.”

“목소리를 들어보니 영 믿음이 안 가는구만. 패기가 없어. 패기가.”

“그래? 그래도 내가 헬텐의 수장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아.”

알보그는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의 습관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질 것 같진 않구만. 진짜 저게 헬텐의 보스인가?’

알보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에 들어온 이유는 헬텐에 들어가기 위해서유. 그리고 이건 소개서.”

알보그는 소개서에 마나를 담아 그에게 던졌다. 대상의 실력을 보기 위한 같잖은 수작이었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소개서를 받아 들고 읽었다.

“왜? 제법 유명한 도적이잖아. 굳이 헬텐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있어?”

그가 물었다.

“나도 큰물에서 놀고 싶수. 도적질만 하기엔 내가 너무 아깝지 않수.”

“그렇구나.”

“반응이 그게 뭐유. 혹시 소개서가 잘못 됐수?”

“소개서는 문제없어. 천마의 소개서가 확실해. 근데 네가 원하는 건 헬텐의 간부 자리지?”

“맞수. 나 정도면 충분하지 않수?”

“부족해.”

하얀 팔각형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한참 부족해. 천마는 능력이 부족해도 특별함이 있었어. 그리고 빠르게 그 능력을 갖춰가고 있지. 간부들 대부분이 천마를 인정했지만, 넌 아니야. 네겐 간부들의 관심을 끌 만한 특별함도 없고, 능력도 한참 부족해.”

알보그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대놓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들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근래 들어 이렇게 화가 뻗치는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내 능력이 부족해서 헬텐의 간부가 될 수 없다?”

“그래.”

“…지랄마라. 너 따위가 감히 내 능력을 논해? 네놈에게 확실하게 내 능력을 보여주마.”

알보그는 검을 뽑았다. 검은 자신의 배를 찔렀다. 검날이 등을 관통했다.

“어?”

당황한 알보그가 검을 빼내려고 했다. 팔은 더욱 깊숙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는 다른 손을 움직여 검을 빼내려고 했다. 허나 그 손은 검이 아니라 그의 왼쪽 눈을 빼내 바닥에 버렸다.

“이게… 무슨…?!”

입에서 피를 토한 그는 이 자리에서 도망가기로 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다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간단한 환술이다.”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그가 억지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망토를 뒤집어쓴 거울 가면이 서 있었다. 거울은 죽어가는 알보그를 비추고 있었다.

“감각의 인식을 바꾸는 환술이지. 어느 정도의 실력만 갖추어도 눈치채고 대처할 수 있는데…. 너는 대처조차 하지 못하는군. 이제 네가 무능하다는 것을 실감했겠지.”

“빌어먹을…!”

알보그는 배에 꽂힌 검을 뽑아내 거울 가면을 향해 던졌다. 검은 날아가지 않고 그의 목에 꽂혔다.

“멍청한 놈.”

알보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거울 가면의 조소였다.

“거울.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됐어.”

“이놈을 죽이라는 건 천마가 내게 한 부탁이었다.”

“응? 천마는 내게 이놈을 소개한다고 널 통해 내게 말했잖아?”

“천마는 말만 했을 뿐이다. 네가 직접 나설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그리고 의외로군. 고작 이런 덜떨어진 놈 때문에 네가 직접 나설 줄이야.”

“여유 시간이 있었어. 그리고 나도 의외야. 네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잖아.”

“그에겐 여러 가지로 신세를 져서 나선 것뿐이다.”

“그가 제법 마음에 들었나 봐?”

“…….”

거울은 침묵했다. 팔각형은 침묵을 즐기다가 입을 뗐다.

“십년제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어.”

“호오. 뭐지?”

팔각형은 십년제에 대한 정보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감사한다. 이 정보가 없었다면 귀찮아질 뻔했군.”

“뭘. 나도 그놈들은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같은 동료들끼리 서로 도와야지.”

“서로 돕는다라…. 네가 찾는 건 찾았나?”

“단서는 대충이나마 발견한 것 같아. 늘 그랬듯이 이제부터가 문제지만.”

“흠. 알겠다. 다른 할 말이라도 있나?”

“없어. 십년제는 즐겁게 보내.”

팔각형이 사라졌다.

거울 가면은 그가 있던 바위를 보다가 사라졌다.

그곳에는 시체 한 구만이 아직 뜨거운 피를 흘릴 뿐이었다.

???

[유희를 종료합니다.]

[성유진

레벨: 70

근력: 80 체력: 80 민첩: 75 지능: 70 정력: 80 마나: 80]

[사용 가능 포인트: 2,227]

현실로 돌아왔다.

쌓인 포인트는 무려 2,000이 넘었다.

평소보다 많았다. 그 이유는 레벨 달성 보상 때문이었다.

[레벨 70달성으로 70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 70달성으로 백지 카드를 획득합니다.]

뿐만이 아니라 백지 카드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얻었다.

‘이 백지 카드가 엄청나지.’

[백지 카드.

랜덤 뽑기 상점에 있는 물건 중 하나와 교환할 수 있습니다.

가격 : -

※주의

한 가지만 교환할 수 있습니다.

백지 카드는 오직 보상으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이 백지 카드를 이용해 [유희 리셋권]이나, [죽은 자의 소생] 또는 [30일 회귀 티켓]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쓸데는 없지. 그래도 만약 쓰게 된다면 역시 죽은 자의 소생으로 바꾸려나?’

손이 근질근질 거린다. 좋은 물건이 들어오니 당장 쓰고 싶었다.

‘저건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니 필요할 때 쓰기로 하고…. 쌓인 포인트부터 쓰자. 포인트부터….’

총 2,227 포인트.

능력치에 투자할까. 아니면 스킬과 특성의 레벨을 상승시킬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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