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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5 - 645. 종갓집 (425/2,000)

〈 645화 〉 645. 종갓집

645. 종갓집

“괜찮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 내가 도와줄게. 우선 팔에 힘을 빼고… 이렇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손이 내 팔뚝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누나가 잘 가르쳐줄게.”

하나정과 두 눈이 마주쳤다. 하나정이 여우처럼 웃었다. 눈동자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직감했다. 이 여자. 나를 노리고 있다고.

“…네. 누나.”

나는 기꺼이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하나정의 손이 느긋하게 움직이며 내 팔근육을 훑는 게 느껴졌다.

“좀 더 힘을 빼.”

“이렇게요?”

“응. 그렇게 휘두르는 거야.”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하나정은 향수를 하지 않았다. 약간의 땀 냄새와 함께 여자 특유의 살내음이 느껴졌다. 익숙한 냄새였다. 침대 위에서 많이 맡아본 냄새였으니까.

딱!

장작이 반으로 쪼개졌다.

“누나 이게 맞아요?”

“맞아. 잘하고 있어.”

그녀가 내 곁에서 멀어졌다. 대충 어떻게 하는지 이미 알았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잘못된 방향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장작이 요상하게 무서졌다.

“……역시 이렇게 되네요.”

“실망하지 마. 내가 계속 도와줄게.”

“고마워요. 누나.”

하나정이 다시 내게 다가와 자세를 잡아 준다.

“등이나 허리도 피는 게 좋을 것 같아.”

“아. 네.”

그녀의 손길이 은근했다. 나도 그녀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느꼈으나, 갑자기 그녀가 태도가 돌변할 수 있었다. 여긴 현실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당해야 한다.

“누나. 좀 덥네요. 상의는 벗으면 안 될까요?”

“으, 응? 괜찮아. 내 눈치 볼 것 없이 마음대로 해.”

나는 상의를 벗었다. 조각 같은 근육으로 가득 찬 몸이 드러났다. 헌터들은 몸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상위 10%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내 몸의 근육들은 유희 생활 어플의 영향을 받아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다. 진세영이 그렇게 말했으니 확실하다.

“…….”

하나정이 멍하니 내 상체를 쳐다봤다. 그녀의 남편도 B급 헌터. 몸이라면 빠지지 않을 텐데 저 반응이다. 특히 그녀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향하는 곳은 내 가슴 근육이었다. 빨딱 선 내 젖꼭지를 빨고 싶은 모양이다.

‘저 누나의 남편도 나랑 같은 B급 헌터일 텐데…. 아니지. 지원계 능력자라면 겉으로 보이는 몸매는 일반인이랑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몸매를 보는 건 처음일 수도 있겠군.’

양손으로 도끼를 잡았다. 팔뚝 근육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하나정이 침을 꼴깍 삼켰다.

“유, 유진아.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아, 그런가요. 어떻게 했더라….”

“이렇게야. 이렇게.”

그녀가 다시 내 몸에 손을 뻗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그녀의 손길에 따라 도끼를 휘둘렀다.

딱! 따악! 딱!

“이제 잘하네.”

“하하. 요령을 알고 나니 쉽고 재밌네요.”

“재밌는 것도 한순간이야. 10분도 안 지나서 질리게 될걸?”

10분도 아니었다. 1분 만에 장작 패는 일이 지겨워졌다. 하지만 옆에 하나정이 있기에 내색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

“유진아. 그만해도 돼. 네 덕분에 장작은 이미 충분히 쌓였으니까.”

나는 뒤를 돌아봤다. 못해도 천 개가 넘는 장작들이 쌓여 있었다.

“어…. 장작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나요?”

“필요해. 그놈의 전통이 뭔지…. 요리도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이 아니라 아궁이로 한다니까? 거기에 사람도 많아서 이 정도면 2주면 사라질 분량이야. 아, 트럭에 옮기는 것도 도와줄래?”

“끝까지 도와드릴게요.”

장작을 들고 트럭에 옮겨 쌓았다. 신체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일을 끝내고 그녀와 나는 트럭 끝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다.

“바로 안 가봐도 돼요?”

“빨리 가봤자 다른 일만 잔뜩 시킬 거야. 여기서 적당히 쉬다가 가는 편이 나아. 아, 이건 비밀이다?”

“저 입 무겁다니까요.”

“그래. 믿을게.”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가 하늘을 쳐다봤다. 나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볼 게 하늘밖에 없었다. 맑은 하늘이었다.

“누나. 내일은 뭐 하세요?”

“내일? 글쎄. 어머님이 시키는 일을 하겠지?”

“종갓집이 장난 아니라던데….”

“응 장난 아니야. 특히 우리 집안은 그놈의 전통인지 뭔지 때문에 더 힘들어. 아, 너 혹시 담배 피니?”

“담배요? 아니요. 누나는 혹시 담배 피우세요?”

“응. 5년 전에 끊었지만. 가끔씩 피고 싶어진다니까.”

하나정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의외였다. 그녀의 청초한 얼굴을 보면 담배 같은 건 평생 손에 쥐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집에 담배 몇 갑 있어요. 드릴까요?”

하나정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정말? …아, 그래도 몇 갑은 필요 없어. 한 개비…. 딱 한 개비만 있으면 돼.”

“끊은 담배가 간절하실 정도로 힘드신가 보죠?”

“말도 마.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땐 진짜 도망칠 시도까지 했다니까.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하나정이 팔을 들어 올리더니 이리저리 움직였다. 뚜둑뚜둑. 소리가 났다.

“어깨가 뻐근하신가 봐요?”

“응. 좀 그래. 이 나이에 이러니 나중이 걱정이야.”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제가 안마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부탁해볼까? 힘 조절 잘해야 되는 거 알지?”

“걱정 마세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성감 고조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성감 고조가 없더라도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안마를 시작했다.

“어때요? 시원하죠?”

“응. 시원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시원해. 혹시 전문가야?”

“전문가는 아닌데 마사지에는 자신 있어요.”

내 말을 들은 하나정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자신 있어? 그럼 다리 마사지 좀 부탁해도 될까? 요즘 많이 서 있고, 걸어 다니다 보니 다리가 많이 아프더라고.”

“물론이죠.”

나는 하나정의 옆에 앉았다. 하나정은 긴 치마를 올리고 내 무릎 위로 다리를 올렸다. 새하얀 다리였다. 통통한 허벅지까지 보였다.

그녀의 의도가 짐작 간다.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거나, 나를 유혹하고 싶거나. 어느 쪽이든 환영이었다.

그녀의 다리를 주물렀다. 종아리는 탄탄했고 허벅지는 말랑한 편이었다.

“앗, 진짜 마사지… 잘하네?”

“기분 좋아요?”

“응. 기분 좋아.”

“팔도 해드릴까요?”

“부탁해. 아, 저고리는 벗는 편이 좋겠지?”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으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그렇죠.”

하나정이 저고리를 벗었다. 파란 치마가 가슴 부분까지 올라와 조이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그녀의 가슴이 컸다. 딱 달라붙어 있는 가슴골이 보인다.

‘C컵 정도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E컵은 되겠네.’

하얀 속옷을 입고 있긴 했으나, 가슴이 커서 온전히 숨길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팔뚝을 주무르면서 말했다.

“외간 남자 앞에서 맛 벗어도 돼요?”

“이런 아줌마의 몸에 관심 있니?”

“아줌마라뇨?! 누나가 얼마나 예쁜데요. 아무리 봐도 20대로밖에 안 보여요.”

“빈말이라도 듣기 좋네.”

“빈말 아니라니까요.”

하나정의 팔을 마사지하던 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 보였다. 하나정의 가슴 앞부분이 젖어 두 개의 동그란 얼룩이 생긴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누가 그녀의 가슴을 만진 것도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하나. 모유다.

내 시선을 느낀 하나정은 자신의 가슴을 보고 다급히 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녀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 어머. 네게 못 볼 꼴을 보였네….”

“괜찮아요. 근데 지금도 모유가 계속 나와요?”

“아기가 젖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안 그래도 난 모유가 많은 체질이라 가끔씩 이렇게 나오더라고…. 주기적으로 젖을 짜줘야 하는데 이번엔 깜빡 잊어서…. 부끄럽네.”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괜찮아요.”

나는 남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모유를 쪽쪽 빨고 싶은데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마사지 해줘서 고마워.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하나정이 다시 저고리를 입으며 말했다. 나는 트럭에서 내렸다.

“네. 다음에 또 봐요. 누나.”

“응.”

그녀가 트럭을 운전하며 종갓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돌아가기 전에 폭포 쪽으로 향했다. 수련 좀 하고 갈 생각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정씨 종갓집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종갓집 종주인 정소운이 내게 볼일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의 부탁은 멧돼지 사냥이었다.

들어보니 그의 조카가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나갔다가 산속에 있는 커다란 멧돼지를 본듯했다.

나는 그의 부탁을 수락했다. 정소운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진우성과 보통 관계가 아닌 듯하니 되도록 그의 비위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 대가로 마을에 머무는 동안 종갓집에서 음식과 술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400년 전통의 종갓집 요리…. 좀 기대 되긴하는군.’

정소운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어디 가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은 아닐 것이다.

산에 올라간 나는 거의 3시간을 헤맨 끝에 멧돼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게 몬스터보다 멧돼지의 흔적을 더 찾기 어렵나.’

멧돼지는 두 마리였다.

한 마리는 1M가 넘을 정도로 제법 컸고, 다른 한 마리는 평범했다. 나를 발견한 멧돼지는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내게 달려들었다.

‘자기들이 몬스터인 줄 알고 있나.’

가소로웠다.

칼을 뽑거나 마나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발길질 두 번에 멧돼지의 머리가 깨지면서 즉사했다.

‘뒤에도 있군.’

새끼 멧돼지 4마리가 있었다. 내 손보다 약간 더 큰 정도다. 밟아 죽였다간 피와 내장이 옷에 묻을 것이 뻔했기에 뇌전을 일으켜 새끼들을 죽였다.

‘이걸로 일은 끝.’

인증 사진을 찍고 종갓집으로 내려가 음식 대접을 받았다.

‘맛있군! 대단하다! 400년 전통!’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폭포에서 수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세영은 저녁이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계신가요?”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부랴부랴 대문을 열자 하나정이 있었다. 등에는 포대기에 싼 아이를 업고 있고, 양손에는 종이 가방을 들고 있다.

나는 그녀의 종이가방을 들어주면서 물었다.

“누나. 여긴 어쩐 일이에요.”

“저녁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이 집엔 저 말고 아무도 없어요. 말 편히 해요.”

“정말?”

“네. 일단 들어오세요.”

나는 그녀를 안으로 들이고 대문을 닫았다. 그녀는 직접 음식들을 꺼내 상에 차려주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 없는데.”

“아니야. 이게 내 일이기도 해.”

하나정이 바닥에 내려놓은 아이를 쳐다봤다. 고른 숨을 내뱉으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누나 아들이에요? 귀엽네요.”

“그렇지? 이름은 정운수야.”

“누나는 식사하셨어요?”

“했어. 너도 얼른 먹어.”

하나정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거 찾죠?”

그녀에게 담배와 라이터를 건넸다.

“지, 진짜 있네…?”

“있다니까요.”

하나정은 긴장하며 담배를 받았다. 정말 담배를 피워도 될지 고민하는 게 눈에 보였다.

“누나 화장실 가서 피고 와요. 옷에 담배 냄새 배지 않게 조심하면 안 들킬 거예요.”

“응…. 잠깐, 잠깐만 갔다 올게.”

그녀는 20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담배 3개비는 피고 온 것 같았다. 얼굴 안색은 낮에 봤을 때보다 훨씬 생기가 있어 보였다.

“또 담배 피우고 싶으면 와요.”

“다시 찾아올 수 있을 지나 모르겠네. 이 마을엔 의외로 보는 눈이 많아서 소문나는 것도 순식간이야. 핑곗거리가 없으면 찾아오지도 못한다니까.”

그녀는 상을 정리하고 아들과 함께 떠날 준비를 순식간에 끝마쳤다.

“누나 잠시만요.”

대문을 벗어나기 직전에 그녀를 불렀다.

“응? 할 말 있니?”

“담배 냄새가 날지 모르니 제가 확인해봐도 될까요?”

“냄새를 혼자서 확인하는 것과 좀 다르긴 하지. 부탁할게.”

얼굴을 하나정에게 가까이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어깨, 목, 머리카락, 가슴, 허리, 치마 등등 세심히 기울였다.

“좀 부끄럽네….”

“담배 냄새는 안 나네요.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 전부 벗고 폈어요?”

“요령이야. 요령. 손은 어때? 제대로 씻어서 아무 냄새 안 나지?”

“네. 안 나요. 이제 마지막 부위만 확인하면 되겠네요.”

“마지막 부위? 전부 확인한 거 아니야?”

“입은 안 했어요. 잠깐 아~ 해봐요.”

하나정은 요염하게 눈웃음 짓고는 입을 벌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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