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1화 〉 67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67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나는 라이칸스로프 무리 뒤쪽에 있는 놈을 쳐다봤다. 다른 라이칸스로프보다 더 큰, 4M에 달하는 거대한 몸과 매서운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라이칸스로프 로드다.
‘자잘한 놈보다 보스 몹 한 마리를 잡는 게 더 이득이지.’
마침 보통의 라이칸스로프들은 젠트와 기사들이 상대하고 있고, 라이칸스로프 로드는 뒤에서 오만하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라이칸스로프를 상대할 필요도 없이 옆으로 빙 돌아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공격하면 된다.
늦게 도착한 것이 도리어 행운으로 작용했다.
“유리아. 플로이. 저놈은 나 혼자서 상대한다.”
“네. 주인님.”
수긍한 유리아와 달리 플로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응? 메이드장. 그렇게 쉽게 허락해도 되는 건가. 저래 보여도 라이칸스로프 로드다. 거기다 악원의 수해 출신. 지금의 나라도 쉽게 볼 수 없는 놈이다.”
“괜찮습니다. 주인님은 약하지 않습니다. 위험할 땐 저희가 보조하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선 주인님이 직접 나서서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토벌하는 편이 좋습니다.”
“음…. 메이드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다.”
어째 플로이는 나보다 유리아를 더 믿는 것 같았다. 주군으로서, 남자로서 서운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플로이를 이해한다. 유리아는 플로이의 스승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플로이보다 유리아를 더 믿는다.
“플로이. 젠트 공자와 로우레인 기사단이 먼저 건드린 라이칸스로프는 공격하지 마십시오. 후에 트집잡혀 분쟁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단, 라이칸스로프가 먼저 덤벼드는 경우는 다르니 단호히 대처하십시오.”
“알겠다. 메이드장. 너희도 들었겠지?”
“네.”
여기사들이 대답했다. 그녀들의 다리가 바쁘게 움직이며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포위했다.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도망을 막기 위해서이고, 젠트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유진!! 그놈의 머리는 내 것이다!”
“형님. 먼저 가지는 쪽이 임자입니다. 아, 형님이 먼저 가진 그것들은 손대지 않을 테니, 절 방해할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나는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앞으로 나섰다. 라이칸스로프 로드는 포위당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해오지 않는다. 놈의 시선은 내게 향했다가 플로이에게 움직였다. 이중에서 가장 강한 자를 쫓는 것이다.
‘이 새끼가.’
짜증나면서도 우스웠다. 저놈은 플로이의 실력을 알아봤음에도 진짜는 유리아라는 것을 모른다. 놈의 수준은 명명백백하게 유리아의 아래였다.
무기를 들었다. 롱소드가 아닌 화련비도다. 내 손에 가장 익숙한 무기였다. 화련비도의 붉은 칼날이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우우웅.
마나를 움직여 푸른색 검기를 뽑아낸다.
라이칸스로프 로드는 그제서야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크르르르르.”
로드의 살의가 내 몸을 붙잡고 심장을 옥죈다.
몬스터들의 흔한 기선 제압이다. 기선 제압에 먹히면 온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는 몸에 힘을 주는 것으로 로드의 살의를 떨쳐냈다. 지금 내 뒤에는 유리아와 플로이가 있었다. 놈에게 두려움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설령 나 혼자였어도 두려움 따윈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크어어어어어엉!”
로드가 울부짖으며 나를 향해 달려든다. 나를 적수로 인정한 모양이다.
나는 칼을 들어 로드의 날카로운 손톱에 맞섰다. 놀랍게도 로드의 손톱에는 오러가 맺혀 있었다. 손톱은 총 8개. 놈은 8개의 손톱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팔은 2갠데, 손톱은 8개라…. 돌겠네.’
로드의 공격은 무질서한듯하면서도 질서가 있었다. 본능에서 만들어지고 실전으로 다듬어진 공격이다. 피하고 막아내더라도 반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 손톱에 맺힌 오러만 아니었다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으로 놈의 숨통을 노렸을 것이다. 내게는 완전회복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놈의 손톱에 맺힌 오러 때문에 심장을 내주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크어어어어어엉!”
라이칸스로프 로드가 포효를 내질렀다. 놈의 속도가 빨라졌다. 팔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손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로드의 팔과 손가락이 따로 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무진장 헷갈렸다.
“큭.”
로드의 오러가 순간적으로 늘어나며 내 팔뚝을 베었다. 피가 터졌다. 괜찮다. 살이 좀 베였을 뿐이다. 검은 휘두를 수 있다.
“주군!!”
플로이가 나서려고 했다.
“오지마!”
나는 플로이를 막아섰다. 플로이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 자존심을 생각해주었다.
‘잠깐 방심했을 뿐이야.’
뇌전을 사용할까 잠시 망설였다. 뇌전은 젠트로부터 숨겨두고 싶었다. 그가 뇌전을 보면 마도구의 위력이라며 내 실력을 깎을 테니까.
-주인님. 시간이 없습니다. 젠트 공자와 기사들이 라이칸스로프의 절반을 토벌했습니다.
유리아의 전음이 들렸다. 나는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감당하느라 그녀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양손으로 칼을 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가속과 찰나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허나 그보다 앞서 유리아의 전음이 이어졌다.
-앞이 아니라 옆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유리아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로드의 손톱이 내 얼굴을 스쳤다. 곁에서 봤을 땐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피한 것이다.
“크르르르르르.”
라이칸스로프로드가 분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라이칸스로프 로드는 달려들기 전 뒷발에 힘을 주는 습관이 있습니다.
유리아의 말대로였다. 그녀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의 미묘한 습관이었다.
‘아니 이걸 습관이라고 봐야하나? 원래 움직이기 전에 다리에 힘 주는 게 당연하잖아.’
나는 다소 어이가 없었지만, 유리아의 조언 덕분에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패월을.
영천류(影天流) 패월(蔽月).
유리아의 말에 따라 상체를 끝까지 휘어 로드의 손톱을 피한 뒤에 카운터를 먹였다. 로드의 어깨에서 가슴을 베었다. 대량의 피가 튀었다. 허나 로드는 쓰러지지 않았다.
“크어어어어어어!”
로드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두 발로 땅 위에 섰던 늑대인간은 거대한 늑대가 되었다. 놈이 이를 드러내며 나를 향해 뛰었다.
유리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만 했다. 라이칸슬로프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날카로움과 기술이 사라졌다. 놈은 이제 단순한 몬스터에 불과했다.
‘그저 속도와 힘만 빠른 평범한 몬스터가 됐군.’
사냥은 더 쉬워졌다.
영천류(影天流) 유선(流線).
푸른 오러가 어두운 공간을 가른다. 오러의 뒤로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붉은 피가 뒤따른다.
“커어엉!”
놈이 마구잡이로 달려들고, 나는 다시 칼을 휘둘렀다. 내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로드의 속도는 느려졌다.
상처 입은 로드가 뒷다리를 삐끗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전투는 끝났다. 나는 로드의 모가지를 잘랐다. 그러자 주위가 시끄러웠다.
“크어어어!”
“아우우우우우!”
“우우우우….”
라이칸스로프들이 로드의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놈들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기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라이칸스로프들을 도륙했다.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머리를 양손으로 들었다. 몸집만 4M가 넘는 놈이었던지라 머리통도 엄청 컸다. 내 머리 정도는 한입에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다.
“유진…!”
비통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젠트의 경악한 눈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더해 놈의 열등감이 느껴진다. 원작대로라면 젠트는 현재 머릿속으로 나와 싸우는 상상을 할테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질투를 느낄 것이다.
“형님. 이놈의 머리를 원하십니까? 원하신다면 양보하겠습니다.”
엔티온의 기사가 이 장면을 뒤에서 보고 있다. 전리품을 넘긴다고 해서 내 공적까지 넘어가지 않는다.
“…필요 없다…!”
젠트는 씹어뱉듯이 말하며 다른 라이칸스로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종의 화풀이에 가까웠다.
???
“공적은 똑같다. 유진이 로드를 죽였고, 젠트가 나머지를 죽였다. 상황은 이미 보고받았다. 이의를 받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에 우트렌 성으로 돌아온 엔티온이 나와 젠트에게 말했다. 이유는 짐작 간다. 젠트가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졸개들을 맡지 않았다면 내가 쉽게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죽일 수 없었을 거라는 계산때문이겠지.
나는 수긍했다. 인티온에게 따져봤자 그는 내뱉은 말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우트렌 성에서는 라이칸스로프 로드를 홀로 죽인 나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었다. 젠트의 명성이 묻히고 내 명성이 위로 올라가고 있다.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아버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젠트 형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때는 아마… 조카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젠트가 미간을 좁혔다. 내 말의 의미를 찾는 듯했으나, 곧 실없는 소리라고 판단했는지 인상을 펴고 말했다.
“다음에 보자꾸나.”
젠트는 내가 말한 조카가 내 조카가 아니라 자신의 조카라는 걸 꿈에도 모를 것이다.
???
며칠 뒤, 프루커스의 본가가 있는 프터스에 도착했다. 장례식 대열은 오래 머물지 않고 생필품을 보충했다.
나는 프루커스 백작 부인이자, 나의 좆집인 엘라인와 단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 보고 싶었습니다!”
“흐읏. 유진아…. 지금 저택에는 손님이 많다.”
엘라인은 끌어안았다. 양손으로 그녀의 등과 엉덩이를 잡았다. 오래전 출산을 경험한 풍만한 엉덩이는 만질수록 중독적이다.
틀어 올린 적갈색 머리카락 아래의 목덜미에선 남자 가슴에 불을 지르는 향기가 났다.
“어머니. 못 본 사이에 향수를 바꾸셨군요.”
“기분 전환 삼아 한 번 바꿔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느냐…?”
“설마요. 어머니껜 어떤 향수라도 어울립니다.”
혀를 내밀어 엘라인의 목을 핥았다.
“아, 앗으….”
나는 엘라인의 드레스를 벗겼다. 어물쩍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앞으로 2~3시간 뒤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왕자님과 공주님에게 대접을… 흐으읏…”
“괜찮습니다. 어머니의 몸이 좋지 않다고 미리 말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엉덩이 틈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보지를 만졌다. 보지는 뜨겁게 달아올라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어, 어쩔 수 없구나. 말해도 넌 물러나지 않을 테고… 시간이 없으니 빨리하는 게 낫겠구나.”
엘라인이 적극적으로 내 옷을 벗기고 키스했다. 나는 그녀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보지에 자지를 삽입했다.
낄꺼억.
“하아아아!”
“역시 어머니의 안쪽은 따뜻하군요.”
“…너도 건강해서 다행이구나.”
엘라인이 붉어진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나는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어머니. 카일 형이 안 보이던데….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일주일 전에… 국경지대로 나갔다. 전쟁이 더 심화되고 있어서 그런지 한동안 국경지대에서 머물겠다고 하더구나. 읏….”
카일도 슬슬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카일 형이 없어서 다행이군요. 이렇게 어머니와 둘이서 놀 수 있으니….”
“…….”
엘라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나와 똑같은 심정이란 걸 말해주고 있다.
“앙, 아으읏!”
“어머니. 이후에 다시 찾아와도 되겠습니까?”
“내, 내게 허락받을 필요 없다. 여긴 너의 집이지 않느냐. 하앙.”
“어머니…!”
우리는 바닥에 쓰러졌다. 옆에 있는 침대를 놔두고, 테이블과 의자를 무시하고 천박하게 바닥을 기면서 서로를 탐했다.
???
왕도로 돌아왔다.
라펠리 국왕의 화장은 왕도에서 가장 넓은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었다.
기사와 병사들은 묵념했고, 백성들은 통곡했다.
나는 에이든 왕자의 뒤에서 그를 관찰했다. 그는 사전에 내가 말했던 대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저 눈물은 유리아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
‘슬퍼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야지.’
그래야 에이든 왕자에게 붙은 망나니란 이미지를 없앨 수 있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아일린 공주가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마법으로 만든 가짜 눈물이 아니라 진짜 눈물이었다. 100% 연기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나는 활활 타오르는 불을 바라봤다. 마법으로 피어난 불은 너무 강해서 국왕의 시체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유희를 종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