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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8 - 678. 뱅가드 ? 외계침공 (458/2,000)

〈 678화 〉 678. 뱅가드 - 외계침공

678. 뱅가드 ? 외계침공

“좋습니다, 클라우드! 누구 인생이 더 작살 나는 지 한 번 해봅시다!”

호기롭게 외칠 때였다. 내 키보다 높은 옥수숫대가 흔들렸다.

나와 그녀의 고개가 동시에 옥수수밭으로 향했다. 지금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움직이는 무언가가 옥수수밭 속에 있다.

“이쪽으로 와!”

클라우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제가 당신의 속셈을 모를 줄 아십니까? 급한 척해서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스마트폰을 빼앗아 날 두들겨 팰 생각이겠죠. 하찮은 수작에는 안 당합니다.”

“그게 아니야! 직감이 좋지 않다고! 지금 상황은 위험해! 어서 내 곁으로 와!”

클라우드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표정이 리얼해서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안 속습니다.”

“갑갑해 죽겠네! 됐어! 내가 갈 테니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

그녀가 나를 향해 움직인 순간이었다. 옥수수밭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 조차도 반응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꺄아아아악!”

클라우드가 비명을 지르며 검은 것을 향해 주먹과 발을 날렸다.

‘개? 도마뱀?’

나는 클라우드를 공격하는 그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온몸이 갑각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어떻게 머리는 사나운 개와 흡사했고, 꼬리 부분은 도마뱀처럼 길었다.

“저리 꺼져!”

콰앙!

충격파가 발생하며 검은 개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옥수수밭으로 떨어진 검은 개는 빠르게 움직여 모습을 감췄다. 옥수수밭이 워낙 커서 뒤쫓는 건 불가능 해 보였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클라우드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이게 괜찮은 거로 보여?!”

걱정해서 말을 걸었더니 돌아온 건 히스테릭이었다. 이해한다. 갑자기 습격당했는데 짜증이 안 나면 오히려 이상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검은 개에게 물어뜯기고 밟혀서 망토는 걸레 짝이 되고 쫄쫄이 슈트는 찢어져 하얀 피부 일부를 드러냈다.

상처 입은 피부에서 피가 흐른다. 그녀에게 상처를 줄 정도면 검은 개는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고작해야 긁힌 수준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멀쩡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근데 그 쫄쫄이는 맨날 찢어지는군요. 내구성도 안 좋은데 왜 계속 입고 다닙니까?”

“이래 보여도 첨단 소재로 만든 슈트야! 그리고 쫄쫄이라고 하지 마.”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검은 개는 위험해. 내가 당할 정도야. 일반인이 공격당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을 거야. 여기서 없애야 해.”

“동의합니다만, 놈은 옥수수밭에 숨었습니다. 찾아내거나 꾀어낼 방법이 없는 이상 힘듭니다. 본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안 돼. 그 괴물은 내게 상처 입힐 정도의 괴물이야. 특수부대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당할 거야. 인명 피해 없이 잡으려면 우리가 해야 해.”

“우리요? 뭔가 잘못 말하지 않았습니까?”

“넌 평범한 인간이 아니잖아. 신체능력부터가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에 비하면 평범한 인간입니다.”

나와 그녀는 건물 쪽으로 향했다.

우리의 임무. 좀 더 정확하게는 나의 임무는 이 농장 어딘가에 있는 행성좌표 발신기를 없애는 것이다. 저 발신기는 대기에 있는 에너지를 모으며 행성좌표를 브락타시아 행성좌표를 발신한다. 그리고 브락타시아 행성의 신호를 받게 되면 워프 게이트로 변해 브락타시아 행성과 이어지게 된다.

농부의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온 우리는 참혹한 현장과 마주했다.

온몸이 찢겨나간 4구의 시체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이미 굳어 버린 피와 구더기가 꿈틀거리는 부패한 내장. 팔과 다리, 머리통이 전부 곳곳에 박살나 있다. 그나마 얼굴은 멀쩡해서 그들이 4인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욱.”

클라우드가 헛구역질을 했다. 히어로 노릇을 하면서도 이런 참혹한 현장을 많이 겪어보지 못한 모양이다.

“토하려면 밖에 하십시오.”

“안 해. 넌 왜 멀쩡한 거야?”

“겨우 이런 거로 놀라진 않습니다.”

“…….”

그녀가 묘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적의가 없다.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아직 여물지 못한 히어로는 뭔가 오해를 하고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 오해를 풀어주기엔 너무 귀찮았기에 내버려뒀다.

나와 그녀는 건물을 뒤적거렸다.

“윽, 이것들은 뭐야?”

클라우드가 집구석에 숨겨져 있는 강철 금고를 억지로 뜯어내 물건을 꺼냈다. 말라비틀어진 도마뱀, 붉은색 마법진이 그려진 시커먼 책, 염소의 뿔 등등. 금고에는 돈 대신에 보기에도 기괴한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건 악마 소환책이고… 다른 것들은 주술적인 뭔가겠죠.”

“…악마 소환? 미친 거 아니야?”

그녀가 정색하며 말했다. 이 세계는 악마가 존재했다. 초능력자도 있고, 외계인도 있는데 악마라고 해서 없을 이유는 없었다.

“이 집의 가족들이 악마숭배자였나 보죠.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온갖 미친놈이 많습니다.”

“그 미친놈들을 찾아 처리하는 게 네 일이고?”

“비슷합니다. 국가에 위험한 일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없앤다. 오플은 그 때문에 존재하는 비밀 기관입니다. 집안에는 행성좌표 발신기가 없는 것 같으니 옆 건물로 가보죠.”

옆 기구는 창고였다. 트럭이나 농기구 등이 들어있는 창고. 그리고 우리는 창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행성좌표 발신기를 발견했다.

생긴 건 1M 크기의 작은 강철 성처럼 생겼다. 성 곳곳에 작은 빨간 불빛이 천천히 반짝거린다.

“이거야?”

“네. 상부에서 알려준 형태와 일치합니다. 이걸 박살 내면 임무는 완료입니다.”

“검은 개는 죽여야 해.”

“네. 네. 압니다. 우선 이것부터 박살 내죠.”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들은 외계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였는데….”

“외계인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 협력하는 외계인이 있고, 지구인이라 하더라도 지구를 없애고 싶은 지구인이 있습니다. 이 세상이 증오스러웠거나, 아니면 외계인에게 선물이라도 받았겠죠.”

“……비켜봐.”

비켜섰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행성좌표 발신기를 향해 호쾌하게 휘둘렀다.

번쩍!

투명한 에너지 배리어가 발신기를 보호한다. 그녀의 주먹을 발신기를 박살 내지 못했다.

“이거 너무 단단하잖아!”

“에너지가 무한한 것도 아닙니다. 계속 공격하다 보면 깨진답니다.”

콰앙! 쾅!

작은 주먹이 에너지 배리어를 두들겼다. 쩌억. 배리어 일부가 금이 갔다. 정확히 3번째 주먹에서였다.

‘무식한 년.’

사실 본부에서 저 물건을 박살 낼 방법을 알려줬다. 물을 붓고 전기를 흘려보내 고장 내면 된다.

“……!”

살기가 느껴졌다.

등골에 전율이 내달리고, 온몸의 털들이 곤두서는 살기다.

클라우드 또한 느꼈는지 행동을 멈추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사방이 아니야. 위다…!’

콰지직!

천장을 부수고 검은 개가 나타나 클라우드에게 떨어졌다. 마치 행성좌표 발신기를 지켜내려는 것처럼.

‘검은 개는 역시 외계에서 온 파수꾼이었나.’

나는 일단 거리를 벌리고 총을 꺼냈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클라우드의 팔을 물어뜯는 검은 개를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은 검은 개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너 잘 만났다! 아까와는 다를 거야!”

클라우드는 검은 개의 다리를 꽉 붙잡아 메쳤다. 기술은 엉성하지만, 신체능력이 뛰어났다.

“커어엉!”

검은 개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고 다시 클라우드에게 달려들었다. 클라우드도 자존심을 자극받았는지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신체 능력으로 맞선다.

멋진 개싸움이었다.

“클라우드! 힘내라! 파이팅!”

“닥쳐!”

긁힌 상처가 온몸에 가득한 클라우드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검은 개의 발톱에 쫄쫄이가 찢어져서 왼쪽 젖가슴과 엉덩이골이 보인다는 걸.

‘모르겠지. 싸움에 정신이 없으니.’

보기 좋았다. 될 수 있으면 검은 개가 클라우드의 쫄쫄이를 완전히 찢어버렸으면 좋겠다.

“넌 너무 위험해!”

클라우드가 검은 개를 잡아 회전하며 내던졌다. 목표는 행성좌표 발신기다. 검은 개와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인 모양이다.

콰아아앙!

배리어가 부서지고 행성좌표 발신기가 찌그러진다.

두우우웅.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나는 가까스로 쓰러지는 걸 참아냈다. 반면에 클라우드는 바닥에 쓰러져서 옴짝달싹 못 했다.

위잉! 위잉! 위잉!

행성좌표 발신기가 밝은 빛을 내며 번쩍거린다. 무언가 잘못됐다.

발신기의 앞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으나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뭔가 이대로 내버려두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해킹.’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행성좌표 발신기를 4초 동안 해킹할 수 있습니다.]

‘당장 워프게이트를 중지해.’

행성좌표 발신기는 내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폭발할 것처럼 일그러졌던 공간이 점점 작아지며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초가 지났다. 해킹 스킬의 효과가 끝났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전부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만이었다.

공간의 일그러짐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나와 클라우드를 집어삼켰다.

‘……착각이었나?’

나는 멀쩡했다. 클라우드도 바닥에서 일어났다. 나는 다친 곳이 없었고, 클라우드의 쫄쫄이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양손으로 가슴과 보지를 가리고 꽥 소리쳤다.

“이쪽 보지 마! 눈 돌려! 그리고 옷 내놔!”

“거 참….”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재킷을 벗어 주었다. 그리고 검은 개의 시체와 행성좌표 발신기를 보다가 멈칫했다.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일단 검은 개는 죽은 게 맞았다. 머리가 함몰되었고 숨도 쉬지 않는다.

이상한 건 행성좌표 발신기다. 천천히 번쩍거리던 붉은 빛이 계속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느낌이 달랐다. 나를 감싸고 있는 세계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았다.

“클라우드.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재킷을 입고 있던 그녀는 내 말에 미간을 좁혔다가 깜짝 놀랐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아까부터 느껴지던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주위가 답답했다. 우리는 밖에 있는데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먹을 들어 행성좌표 발신기를 강하게 쳤다. 에너지 배리어가 발동되지 않았으니 내 힘으로도 충분히 박살 낼 수 있었다. 허나 발신기를 뒤로 살짝 밀려날 뿐이지 부서지긴커녕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내 손만 아팠다.

“뭐하는 거야? 그것도 못 부숴?”

“……당신이 한 번 해보십시오.”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휘둘렀다.

발신기를 부서지지 않고 밀려나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발신기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이상해. 이게 뭐야?”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답답함을 참기 힘들었다. 문을 밀었다. 뻑뻑했다.

‘아까는 이렇게까지 빡빡하지 않았는데….’

강하게 힘을 주자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온 나는 눈을 의심했다. 옥수수밭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옥수수 잎이 바람에 흔들리다 말고 멈췄고, 하늘의 구름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멈췄다…?’

그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

“능력이 안 써져! 너! 이번에도 또 뭔가 한 거야?!”

뒤에서 클라우드가 성을 내며 다가왔다.

“능력이 안 써진다고요?”

“그래! 솔직히 말해! 대체 뭘 한 거야?!”

“제가 뭘 한 건 아닙니다. 그것보다 바깥을 보십시오.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또 농담을….”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농담을 아니란 걸 눈치채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멈춰있는 옥수수밭을 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맙소사….”

나는 스마트폰을 열었다. 스마트폰은 작동했다. 다만 통화 연결은 되지 않았고, 시간도 그대로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건 확실한 모양이다.

‘짐작 가는 원인은… 하나뿐이네. 행성좌표 발신기. 젠장. 설마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이번 퀘스트는 좆된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랜덤 스킬권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 가서 이 현상을 한 번 알아볼까.’

방법을 생각하던 내 눈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클라우드가 보였다.

‘……어쩌면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나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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