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2화 〉 682. 뱅가드 - 외계침공
682. 뱅가드 ? 외계침공
내 자지는 무적이었다.
성감 고조와 보지의 소리라는 스킬까지 갖췄다.
분노한 제나를 좆으로 굴복시키고 지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는 나와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내 자지 없이 살 수 없게 된 그녀였다. 쉽게 날 포기할 수 없었겠지.
나는 레이시에게 연락해 만남을 가졌다. 그녀는 당당하게 비밀 아지트로 들어왔다. 팔짱을 낀 그녀는 퍽 재수 없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지? 말해봐.”
“보지야. 젖어라.”
“뭣, 흐으읏?!”
레이시가 비틀거렸다. 나는 그녀의 몸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안함을 느낀 그녀가 버둥거렸으나 내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뭘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하지 마!”
꽥꽥 소리를 질렀다. 경호원들을 부르는 것일 테지만, 이 집은 방음이 확실하다.
안방의 침대에 던져진 레이시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기구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를 고문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인테리어다.
짜악.
채찍을 든 내가 레이시를 향해 말했다.
“이 암퇘지야. 누가 너의 주인인지 오늘 제대로 알려주마!”
???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전화가 왔다. 브랜드였다.
“미스터 S. 몸은 괜찮나?”
제나와 레이시를 교육하느라 휴가를 받았다. 휴가를 그냥 줄 것 같지 않아서 임무 도중에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더니 회복을 이유로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습니다.”
“자네가 수행해줘야 할 임무가 있네.”
“어떤 임무입니까? 격하지 않고 쉬운 임무였으면 좋겠군요. 기왕이면 몸이 편한 임무로.”
“후. 자네에겐 미안하군.”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브랜드의 목소리는 농담할 때와 달랐다. 안쓰러운 감정이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 나왔다.
“대체….”
“아마 자네가 맡은 임무 중에 이번이 역대급으로 가장 힘든 임무라고 장담할 수 있네.”
“그딴 장담은 됐습니다. 어떤 임무입니까?”
“언더 월드.”
“니미 씨발!”
척추 반사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오른다.
로드 세이버.
그놈은 내게 언더 월드의 마녀를 회유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당시에는 쉽게 생각했다. 언더월드에 관해 뭣도 몰랐으니까.
뒤늦게 언더월드에 관해 알고는 뒷목을 잡았다. 허나 언더월드에 가는 걸 포기한 건 아니었다.
‘언더월드의 마녀가 내 취향이었으니까!’
단지 내게도 준비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언더 월드라고요?! 로드 세이버! 그 새끼죠? 그 새끼가 뭔가 했죠?!”
“맞네. 로드 세이버가 상부에 언더월드의 마녀를 회유하는 걸 제안했지. 상부는 로드 세이버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했고, 전문가들이 로드 세이버의 의견을 검증한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내렸지.”
언더 월드의 마녀는 이름 그대로 언더 월드에 거주하는 빌런에 가까운 여자였다.
빌런에 가까운 여자. 빌런에 가깝지만 빌런이 아닌 중립인 여자.
“저들끼리 결론을 냈으면 저들끼리 해결할 것이지, 왜 제가 나온 겁니까?”
“로드 세이버가 자네를 콕 집었네. 로드 세이버는 자네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야.”
“…시발. 그딴 놈의 인정은 필요 없습니다. 이 임무 안 하면 안 됩니까?”
“상부를 설득하는 건 이미 늦었어.”
“왜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습니까.”
“내가 해봤으니 알지. 상부는 지구와 인류를 위해서라는 말을 꺼내더군. 터무니없는 명분이야.”
거부해도 된다.
언더 월드.
다른 세계로 가야 하는 미친 임무다. 이런 임무라면 거부할 관리도 내게 있었다. 내가 안 하겠다는데 저들이 어쩌겠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지금이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도 불가능한 임무가 아님을 알기에 내게 임무를 준 것이다.
“……조건이 있습니다.”
“이 임무를 한다고?”
“지구가 위험한데 마냥 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단, 조건을 들어줘야 합니다.”
“내 선에서 처리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상부에 전하겠네. 말해보게.”
“로드 세이버의 검 중의 하나를 원합니다.”
“…허.”
로드 세이버. 빛나는 검을 사용하는 히어로다. 그리고 그에게는 30개가 넘는 검이 있다는 걸 난 알고 있다.
“그 어처구니없는 조건은 둘째치고… 로드 세이버의 검은 로드 세이버 밖에 사용하지 못하네. 모르나?”
“로드 세이버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는 검이 딱 하나 있습니다.”
“…진짠가?”
“진짭니다. 그 검을 주지 않는다면 임무는 포기하겠습니다.”
로드 세이버는 그 검을 줄 것이다. 그 검은 로드 세이버가 어렸을 적에 잠깐 사용했던 검으로 다른 검에 비해 약했다. 거기에 로드 세이버는 히어로 중에서도 책임감 높은 히어로다.
“……일단 상부에 전하겠네. 결론이 날 때까지 임무를 설명하겠네. 자네의 동행자는 클라우드네. 내일 오후, 클라우드와 함께.”
“잠깐만요. 클라우드요? 그녀와 같이합니까?”
“언더 월드는 위험한 곳이란 걸 상부도 알고 있네. 자네가 뛰어난 요원이라고 해도 위험한 곳이지. 혼자서 보낼 리가 있나?”
“……클라우드가 받아들였습니까?”
“본인이 직접 지원했지.”
“…….”
“클라우드가 함께 가니 언더 월드에서 비교적 안전할 거야. 자네는 마녀를 만나서 정부의 뜻을 전하고….”
브랜드의 말은 무척 길어서 지루했다.
???
로드 세이버의 검을 받았다. 생긴 건 평범한 롱소드와 비슷하다. 검집에서 검을 빼내면 검날이 은은하게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검의 이름은 아우스비더. 이 검을 장비하고 있으니 신체 능력이 약간이지만 올라간 걸 느꼈다.
“S. 뭐해? 준비는 끝났어?”
“예. 예. 거의 끝났습니다.”
나와 클라우드는 멕시코에 있는 정글에 들어와 있었다.
언더 월드는 고대에서부터 지구와 연결된 다른 세계였다. 지구 곳곳에 언더 월드와 연결된 통로가 있으며, 이 통로를 통해 언더월드의 괴물이 지구로 오거나, 지구인이 언더 월드로 갈 수 있다.
우리는 로드 세이버가 알려준 언더 월드 입구를 쳐다봤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싱크홀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네.”
클라우드는 자기 머리보다 큰 돌덩어리를 들고 싱크홀에 던졌다. 30초를 넘게 기다려도 돌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기가 진짜 언더 월드로 가는 통로 맞아?”
“로드 세이버의 말에 따르면 맞을 겁니다.”
“……뭔가 불길하기 한데 어쩔 수 없지.”
클라우드가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몸을 끌어안았다. 물컹한 가슴 감촉에 기분이 좋아진다.
“갑자기 뭡니까? 또 섹스하자고요?”
“그게 아니야. 통로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난 날 수 있으니 만일을 대비하는 거야.”
“뒤에서 안아도 되지 않습니까?”
“배낭 메고 있는 주제에.”
“배낭을 잡는 게 좋지 않습니까.”
“배낭이 떨어지면 그대로 끝이잖아. 몸을 잡는 게 나아. 간다.”
클라우드는 내 몸을 잡고 싱크홀로 뛰었다. 나는 다급히 손전등을 켜고 아래를 비추었다. 3초가 지나고 10초가 지나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 얼마나 깊은… 윽. 느꼈어?”
“네. 공기가 변했군요.”
공기가 무거워지고 끈적해졌다. 호흡을 할 때마다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낙하하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무슨 원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위로 올라가는 건 확실했다.
“보라색 하늘…. 진짜 언더 월드잖아.”
그녀의 중얼거림에 나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작은 구멍을 통해 보라색 하늘이 보였다.
나는 클라우드의 도움을 받아 언더 월드의 땅에 쉽게 올라섰다.
우리를 반긴 건 커다란 닭이었다. 100명이 달라붙어도 못 먹을 것 같은 크기의 검은색 닭.
“엄청 크네. 난 치킨 안 좋아하는데.”
“그 맛있는 치킨을 안 좋아한다고요?”
“닭보다는 돼지나 소가 좋아.”
꾸꾸꾹?!
10M가 넘는 커다란 닭이 우리를 보고 고래를 갸웃거리다가 우리를 먹이로 인식했는지 부리를 조이기 시작했다. 나와 클라우드는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클라우드. 저것 좀 빨리 어떻게 해봐요.”
“너 검 받았잖아. 네가 한번 해봐.”
“클라우드가 있는데 제가 왜 나섭니까.”
클라우드는 작게 혀를 차고 닭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에 맞은 닭은 뒤로 몇 미터 날아가 바닥에 넘어졌다.
꼬꼬꼬꼬꼬꼬!!
바동거리며 다시 일어난 닭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클라우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클라우드가 능력을 사용했다. 바람을 일으켜 거대 닭을 날려버린 것이다.
“진즉에 이렇게 할걸. S. 우린 어디로 가야 해?”
“잠시만 기다려보십시오.”
배낭 속에서 지도를 꺼냈다.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으니 엄청 불편했다.
지도는 로드 세이버가 직접 그린 것으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언더 월드에 도착하면 우선 유령 나무가 보이는 쪽으로 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령 나무?”
“사람이 절규하는 표정의 나무입니다. 반투명하면서 흐릿한 안개 같은 나무라고 적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저주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별 신기한 나무가 다 있네. 하늘에서 한 번 찾아볼게.”
“저도 같이 올라가 주십시오. 공중에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싶습니다.”
“알았어.”
클라우드가 내 손을 잡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잎이 없고 가지만 무성한 검은 나무가 유독 많았다. 하늘은 보라색이라서 독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기에 있는 거, 유령 나무 맞지?”
클라우드가 오른쪽을 가리켰다.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지도에 적혀 있는 대로 사람이 절규하는 표정과 닮았다. 저게 나무라고 해야 하는지는 좀 의아하지만.
“예. 맞는 것 같습니다.”
“로드 세이버의 지도는 정확한 것 같네. 걘 어떻게 언더 월드를 이렇게 잘 아는 거야?”
“모르셨습니까? 로드 세이버는 귀환자입니다.”
“귀환자?”
“그의 가문은 조금 특별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다른 세계에 보내 적응시킨다고 한다더군요. 언더 월드도 그가 돌아다닌 세계 중 하나입니다.”
“애를 다른 세계에 보낸다고? 어이가 없네. 뭐하는 가문이야?”
“저도 모릅니다. 제 권한으로도 로드 세이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잡담을 하며 걸어서 움직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면 안 된다. 언더 월드의 하늘은 ‘나이트메어’라는 괴물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놈들에게 걸렸다간 아주 좆되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유령 나무로부터 음산한 귀곡성이 들렸다. 나는 유령 나무의 앞에서 다시 지도를 펼쳤다. 유령 나무의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적혀 있었다. 오른쪽으로 쭈욱 가다 보면 숲을 벗어나 길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클라우드. 오른쪽으로 가야 합니다. ……뭐하십니까?”
클라우드는 우리가 왔던 뒤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적의로 가득한 눈과 주먹을 쥔 손. 그녀는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와. 우릴 따라온 걸 눈치챘으니까.”
뒤쪽, 검은 나무들 사이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니 바로 알아차리는군.”
다크 메이커.
시커먼 쫄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은 남자였다.
클라우드의 숙적에 가까운 존재로 빌런이다. 다만,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고 인기도 제법 좋아서, 그가 다크 히어로로 활동하는 만화도 있다.
“또 너야? 스토커처럼 따라붙는 건 그만두시지.”
클라우드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말했다. 다크 메이커는 피식 웃었다.
“네가 내 계획을 방해했으니, 나도 네 계획을 방해해야지. 너 때문에 실패한 내 계획이 10개가 넘어가는 건 알고 있나?”
“이건 지구의 운명이 달린 일이야.”
“그러니 더 방해해야지. 지구는 한 번 깨끗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넌 진짜 안 되겠어.”
클라우드는 몸에 구름을 휘감았고, 다크 메이커는 몸 주위에 어둠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 허공을 날아다니며 부딪혔다. 하얀 것과 검은 것이 부딪힐 때마다 충격파가 발생한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꽤 재밌긴 한데.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지. 난 빨리 마녀를 보고 싶어.’
나는 검을 뽑고 정신을 집중했다. 내게는 찰나가 있고, 특성 레벨이 오른 영천류가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다크 메이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지금 내 신체 능력으로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찰나를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마침 내 근처로 날아온다.
‘찰나!’
영천류(影天流) 서광(曙光).
은은한 빛줄기 하나가 어둠을 갈랐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다크 메이커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 유령 나무와 부딪혔다. 유령 나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크 메이커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