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5화 〉 685. 뱅가드 - 외계침공
685. 뱅가드 ? 외계침공
“첫 번째 내기야.”
도로시가 말했다. 생각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던 걸 보면 평소에 내기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내기입니까? 첫 번째이니만큼 쉬웠으면 좋겠군요.”
“무슨 소리니. 내기에 걸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데. 간단한 내기는 안 되지.”
“전 목숨이 걸렸습니다만.”
“난 언더 월드를 떠나야 해. 집을 버리고 다른 세계에 가서 부려 먹혀야 하지. 어떻게 봐도 내가 더 손해지 않니?”
확실히 그녀가 더 손해인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어떤 내기입니까?”
“우리 집 뒤쪽. 저기 바위산이 보이니?”
도로시가 몸을 뒤로 돌렸다. 뛰쳐나갈 듯 출렁이는 가슴에 내가 더 조마조마해졌다. 나는 한 박자 늦게 도로시가 가리키는 바위산을 봤다.
“네. 멋진 바위산이군요.”
“저 산에는 하피가 살고 있어. 네가 해야 할 일은 하피의 알 5개를 가져오는 거야. 쉬운 내기지 않니?”
“예. 쉬운 내기군요. 감사합니다.”
이 세계의 하피가 어떤 몬스터인지 자세히 몰라도, 내게는 클라우드가 있다. 클라우드의 힘이라면 하피라도 적수가 되지 못하겠지.
“단, 너 혼자 해야 해. 옆에 있는 금발 아이는 나랑 여기에 있을 거란다.”
도로시의 미소가 짙어졌다.
“누구 맘대로!”
클라우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반박하며 도로시를 노려봤다. 그녀의 태도로 보아 그녀는 도로시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이 내기는 나와 그의 내기야. 외부인은 빠져 있으렴.”
“누가 외부인이라는 거야? 내 임무 중 하나가 S의 호위야. 이런 방식의 내기는 내가 인정 못 해.”
“네가 인정 못 하면 어쩔 거니? 나랑 한 번 하게?”
“못할 것도 없지.”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는다. 나는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는 도로시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녀를 잡아 포로로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도로시를 지구로 데려가야 한다.
“자, 자, 두 사람 모두 진정하십시오. 클라우드. 내기는 저 혼자 하겠습니다. 먼저 내기를 제안한 것도 저이니 저 혼자 하는 게 맞습니다.”
“너, 이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도 모르는 거야?”
“압니다. 하지만 도로시 님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선 이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클라우드. 이곳의 지휘권과 선택권은 제게 있습니다.”
“……”
클라우드가 뒤로 물러났다.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니 잔뜩 토라진 게 틀림없었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섹스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도로시라고 부르렴.”
옆에서 마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클라우드의 속을 긁기 위해서다. 실제로 클라우드의 표정은 더 나빠졌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바로 바위산으로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조금 쉬다 가는 게 어떠니? 너희를 위해 웰컴 티를 준비했거든.”
“언더 월드는 날이 저무는 것도 아니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마녀의 웰컴 티가 뭔지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마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고, 클라우드는 여전히 토라진 얼굴로 내 뒤를 따랐다.
마녀의 집에 들어왔다. 마녀의 집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집안 곳곳에 현대 물건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주방 같은 경우는 아예 현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렴.”
도로시는 주방으로 향했다. 웰컴 티를 준비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모양이다.
‘보지의 말에 따르면 방금전까지 자위를 하고 있었을 테니….’
나는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마녀라 그런지 이상한 장식품이나, 재료 같은 것들이 널려 있다. 묘하게 어질러진 집안은 그녀가 혼자 사는 노처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혼자 산다면 굳이 방안에서만 자위할 필요는 없지.’
찾았다.
푹신한 소파 밑에 떨어져 있는 검은색의 뭉툭한 나무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표면에 액체가 묻어 반질거렸다.
“클라우드. 다크 메이커는 괜찮겠습니까? 정원에 내버려 뒀다가 도망가면 어떡합니까?”
“그거라면 괜찮아. 다크 메이커는 내 구름에 묶여뒀으니까. 그리고… 저 정원. 평범한 곳이 아니야. 내 직감이 말하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좀 불안하군요.”
“괜히 나까지 불안해지잖아. 나가서 한 번 보고 올게.”
클라우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쉽게 밖으로 나가서 다행이었다. 나는 재빨리 소파에 다가가 도로시의 애착 딜도를 잡았다. 아직 마르지 않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느껴진다.
킁킁.
‘크으. 노처녀의 보지 냄새!’
손에 든 나무 딜도를 내 물건과 비교해본다. 길이는 내 자지보다 길다. 손잡이 부분이 있으니 당연했다. 굵기는 보통이 아니었는데 내 물건 쪽이 조금 더 굵다.
‘이런 걸로 보지를 마구 쑤신단 말이지….’
도로시는 자위의 마녀라는 별명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도로시가 있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웰컴 티를 준비한다던 그녀는 작은 냄비에 약초 같은 것들을 넣고 끓고 있었다.
“도로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도로시는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좀 더 그녀에게 다가갔다.
“집 안에 있는 것들 말입니다. 전부 주술적인 물건들입니까?”
“뭐, 비슷해. 보는 건 상관없는데 함부로 만지지는 말렴. 저주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아…. 정말입니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걸 하나 만지고 말았는데…. 저주에 걸렸는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뭐어?”
도로시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끝을 올리며 뒤로 돌았다. 출렁거리는 가슴에 또다시 시선을 빼앗겼다.
“헉!”
도로시는 내 손에 들린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 이리 내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도로시가 내게 달려들어 딜도를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때를 노렸지. 찰나!’
내 사고 속도가 빨라지며 세계가 느려졌다.
도로시는 여유가 없었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내게서 딜도를 빼앗을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딱 봐도 몸을 쓰는 타입이 아니다. 그녀의 복부 쪽에 있는 군살이 그 증거다.
‘여기서 살짝 다리를 내밀면… 자기 실수로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할 테지.’
다리를 움직이자 찰나가 풀렸다. 도로시가 크게 휘청거리며 내 쪽을 향해 떨어진다. 나는 당황하는 척하며 그녀를 받쳤다. 왼손으로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을 만지고, 오른손으로는 풍만한 엉덩이를 잡았다.
‘보지야! 작게 떨면서 자궁을 자극해!’
-응. 알았어.
“하으읏.”
도로시의 입에서 달콤한 교성이 나왔다. 나는 양손에 힘을 주었다. 엉덩이는 탱탱했고, 젖가슴은 부드러워서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다.
“도로시. 괜찮으십니까?”
도로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게 넘어진 그녀의 위치가 절묘해서 내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기 직전이어서다.
“괘, 괜찮으니까, 그 물건 이리 줘.”
“위험한 물건입니까?”
“으, 응. 위험한 물건이야. 함부로 다루면 저주에 걸릴 수도 있어.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니?”
“죄, 죄송합니다.”
천천히 손을 놓았다. 내 상체에 닿은 감촉과 손의 감촉이 생생하다.
“사과할 필요 없어. 실수한 건 나니까.”
도로시는 딜도를 등 뒤로 감추고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꼴리는 시스루 드레스와 드러난 하얀 허벅지와 종아리에 그녀를 덮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진정해라. 성유진.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 물건은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어? 비, 비밀이야. 말해줄 수 없어. 이제 곧 차가 다 우려지니 식탁에 가서 기다리렴. 어서.”
그녀가 횡설수설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기선 물러나는 게 정답이다. 억지로 다가가 봤자 관계만 더 안 좋아진다. 그녀의 몸이 엄청나다는 걸 알았으니 만족할 수 있다.
‘크크. 공략법도 대충 떠올랐지.’
???
나와 클라우드는 도로시가 내온 차를 아연하게 쳐다봤다. 찻물의 색은 진한 녹색으로 걸죽해 보였다. 뭔가 고기 조각 같은 건더기들이 떠다니고 있다. 차가 아니라 독극물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식기 전에 마시렴.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라 몸에 좋은 것만 넣었단다.”
도로시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뭘 넣은 거야?”
클라우드가 차의 냄새를 맡고 인상을 팍 썼다. 이해한다. 냄새만으로 쓴맛이 느껴질 정도로 고약했으니까.
“주재료 하나만 말하자면 만드라고라를 넣었어. 몸에 정말 좋은 식물이란다.”
“만드라고라? 내가 알고 있는 그 만드라고라?”
“만드라고라는 유명하니 역시 너도 아는구나. 그 만드라고라야.”
“우엑. 그 괴식물을 먹으라고?”
그녀들이 서로 설전을 벌일 때, 나는 컵을 잡았다. 도로시는 우리를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독을 내왔을 리는 없을 것이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두 눈을 딱 감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맛은 예상 밖이었다.
“어? 이거 의외로 맛있습니다. 야채 주스 맛이 나는군요.”
“후후. 손님에게 맛없는 차를 대접할 수는 없잖니.”
“그리고… 힘이 넘쳐납니다. 피로가 싹 풀리는군요.”
접대용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피로가 사라져 정신이 또렷해지고 신체가 한결 가벼워졌다.
“혼자만 먹을 수 없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제가 이런 거로 거짓말할 이유가 있습니까?”
“거짓말이면 가만 안 둬.”
클라우드가 차를 마셨다. 미심쩍어하던 그녀는 곧 차를 후루룩 마셨다. 도로시는 우리를 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시선은 내 목과 단추를 풀어 드러난 쇄골에 집중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후에 잠깐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도로시의 보지와 대화를 나누며 차근차근 그녀의 정보를 모았다. 비록 그녀의 속마음은 알지 못하더라도 간단한 정보 하나, 하나가 공략의 성공률을 올려준다.
‘보지야. 지금 상태는 어떠니?’
-젖어 있어. 자위하고 싶어.
도로시와 두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요염하게 웃는다. 이전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녀는 노처녀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나를 유혹하려고 하는 눈짓과 몸짓으로 보인다.
나도 그녀에게 웃어줬다.
???
바위산으로 걸어갔다. 내 뒤를 눈 세 개 달린 검은 고양이가 졸졸 따라왔다. 도로시의 사역마였다. 그녀는 사역마를 통해 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나 지켜볼 것이다.
‘하피라….’
떠나기 전에 도로시는 내게 하피에 대해 말해주었다. 언더 월드의 하피는 여자의 머리에 새의 몸을 가진 인면조다. 하피는 포악하여 공격성이 높으며, 하피의 노래를 들으면 정신을 빼앗긴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평범한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강철같은 정신을 유지하면 하피의 노래에도 홀리지 않지.’
그렇지 않더라도 내게는 정신 내성이 있으니 하피의 노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피를 상대하는 것에도 자신 있었다. 고민스러운 것은 내 힘을 어디까지 보이냐는 것이다.
‘지금 내 힘을 전부 보이면 도로시는 다음 내기를 더 어려운 것으로 하겠지. 내기에서 지면 도로시는 날 진짜 죽일 거야. 그러니 다음 내기를 위해서라도 약해 보여야 해.’
바위산에 도착했다.
바위 사이사이로 강풍이 불어와 몸을 때렸다. 태풍 속을 걷는 것 같아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공중에서 하피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로 만들어낸 음율은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날 알아차린 것 같진 않고… 그냥 노래 부르는 건가? 내가 아니라 클라우드가 왔어도 고생 좀 했겠어.’
나는 힐끗 뒤를 쳐다봤다. 검은 고양이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하피의 노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다.
바위 뒤에 숨어서 고개를 올려 하피가 몇 마리인지 지켜봤다. 높은 곳에 앉아 있는 하피는 총 5마리가 넘었다.
‘내 목적은 하피를 죽이는 게 아니라 하피의 알 5개를 가져가는 거야. 저놈들의 둥지를 찾아야 해.’
영천류의 보법을 이용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움직였다. 검은 고양이는 대놓고 움직였는데 신기하게도 하피들은 고양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하피가 비명을 내질렀다. 나를 발견한 것이다. 한 마리의 비명에 근처에 있던 하피들이 모여들었다.
“젠장. 조심히 걸었는데 왜 갑자기 들킨 거지?”
나는 의문을 느끼면서 검을 뽑았다. 그러면서 뒷걸음질로 물러나며 자세를 잡았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하피들은 다짜고짜 덤비지 않고 합창을 부른다. 나는 노래에 고통스러워하는 척하면서 놈들이 덮쳐오는 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