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1화 〉 691. 뱅가드 - 외계침공
691. 뱅가드 ? 외계침공
“하아…. 하아….”
침대에 정면으로 누운 도로시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다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섹스를 한 결과 그녀는 내게 완전히 굴복했다. 그녀는 그동안 5번의 실신과 각성을 반복했다.
나는 그녀를 봐주지 않았다. 그간 쌓여 있던 것도 있었고, 도로시를 완전히 굴복시켜야 했으니까.
“내기는 내가 이겼어.”
“…알고 있어. 내가 졌어….”
한 박자 늦게 도로시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녀의 목에는 키스 마크로 가득하고, 살짝 처진 커다란 가슴에는 내 이빨 자국이 새겨져 있다. 보지와 허벅지는 정액투성이다.
“넌 이제 내 노예야.”
“…네에. 주인님.”
도로시의 얼굴을 잡았다. 도로시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
‘슬슬 클라우드가 돌아올 때라고 생각했는데… 다크 메이커 놈을 추적하다가 일이라도 생겼나.’
소식이 없다 보니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2시간 후, 클라우드가 찾아왔다.
분한 표정을 한 그녀를 보고 일이 틀어졌음을 알았다.
“…클라우드. 표정이 안 좋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다크 메이커를 놓쳤어.”
“설마 그놈이 지구로 도망친 겁니까?”
“그건 아니야. 시커먼 놈이 나타나서 날 방해하더니 다크 메이커를 데리고 갔어.”
클라우드가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다크 메이커를 쫓아 서쪽 끝에 있는 붉은 절벽까지 갔다고 했다. 신체 손상에 음식도 제대로 섭취 못 했던 다크 메이커는 클라우드와 싸우기는커녕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클라우드에게 제압당하기 일보 직전, 하늘에서 검은 유령 같은 것이 나타나 클라우드를 방해했다고 한다.
“나이트 메어네.”
듣고 있던 도로시가 시커먼 놈의 정체를 말했다. 나와 클라우드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트 메어. 언더 월드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 언더 월드의 하늘을 지배하는 놈들은 로드 세이버조차 치를 떨 정도다.
“그것들은 보통 이런 일에 참견하지 않아. 아마 나이트 메어 중 하나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겠지.”
“당신…. 다크 메이커를 추적할 방법을 알고 있구나?”
“흐음. 다크 메이커란 남자에게 모종의 장치를 해뒀거든. 언더 월드에 있다면 어디에 있든 찾을 수 있단다.”
도로시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클라우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로시에게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도로시. 부탁해. 도와줘.”
도로시의 어깨를 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흠칫. 얼굴을 붉힌 그녀가 몸을 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네.”
“뭐, 주인님?!”
클라우드가 발작하듯 소리치며 나와 도로시를 번갈아 쳐다봤다.
“S! 무슨 일이야! 설명해!”
“별일 아닙니다. 클라우드 당신이 없는 동안 세 번째 내기를 했고, 내가 이겼습니다.”
“그게 저 아줌마가 널 주인님이라 부를 이유는 아니잖아?!”
“내기의 보상과 대가를 바꿨습니다. 패배자가 승리자의 노예가 되기로요.”
“…….”
의심 어린 눈동자로 날 쳐다보던 클라우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설마 둘이 잔 거야?”
역시 클라우드의 직감은 뛰어났다. 나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고, 도로시는 팔짱을 껴 커다란 가슴을 부각하며 요염하게 웃었다.
“이것들이 내가 고생해서 다크 메이커를 뒤쫓고 있을 때…!”
“진정하십시오. 클라우드. 어쨌든 이걸로 도로시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임무도 완수하게 된 거니 나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너. 유부남 주제에 대체 왜 그렇게 막사는 거야?”
“유부남?”
도로시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녀는 내가 유부남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아 양손으로 가슴을 쥐었다. 손가락이 젖가슴에 파고든다.
“아읏….”
“야!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클라우드가 내게 달려들었다. 상황은 한동안 난장판이 되었다가 정리되었다.
???
우리는 다크 메이커를 추적하기로 했으나,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다크 메이커가 직접 우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크 메이커가 가진 우리에 대한… 아니, 정확하게는 나에 대한 증오심이 보통이 아니니까.
“전부 찢어 죽여주마. 크아아아아아악!”
하늘 위에 떠있는 다크 메이커가 말했다. 그의 모습과 목소리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뒤틀린 얼굴은 이미 인간의 생김새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으며, 목소리는 기계로 음성변조라도 한 것처럼 탁하고 거칠었다.
“나이트 메어와 계약했어. 저건 이미 인간이 아니야. 나이트 메어의 장난감이지.”
“……아줌마. 다시 인간으로 만들 방법은 없어?”
“금발 계집아. 저건 이미 틀렸다는 걸 너도 알잖니. 저 남자의 영혼의 절반은 이미 나이트 메어에게 먹혔어. 고통에 찬 비명이 그 증거야. 방법은 없어.”
“…….”
클라우드가 각오한 얼굴로 하늘로 떠오른다.
다크 메이커를 여기서 죽일 수 있다. 그것 하나만큼은 내게 좋은 일이었다. 문제는 지금의 다크 메이커는 훨씬 강해져 있다는 거지.
“네 영혼은 죽어서도 고통받을 것이다.”
다크 메이커가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검은색 연기 같은 것들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유진! 뒤로 물러서렴!”
도로시가 내 앞으로 나서서 나무 지팡이를 휘둘렀다. 마법이 발동되며 날아오던 검은색 연기가 땅바닥에 수직 낙하한다. 연기에 닿은 땅바닥은 회색의 재로 변했다.
“저건 악몽의 기운이야. 다른 건 몰라도 저 공격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해. 육체가 재가 되는 걸 넘어서 나이트 메어에게 영혼을 빼앗기게 되니까.”
“닿기만 해도 그런다고? 무시무시하잖아. 이러면 클라우드도 위험할 것 같은데….”
“걘 괜찮아. 인간이 아니니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거야. 넌 되도록 내 뒤에 가만히 있으렴.”
자존심에 금이 가는 말이었으나, 우리 중에서 가장 약한 건 나였다. 나는 검 손잡이를 꽉 쥐며 생각했다.
‘기회가 오면 뛰쳐나가 놈을 죽여버리자.’
이전에 내게 당했던 다크 메이커는 여전히 날 약한 놈으로 보고 있다.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클라우드와 공중에서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회는 온다.’
전투의 양상은 클라우드가 밀리고 있다.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다. 마녀인 도로시가 클라우드를 보조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기는 건 다크 메이커가 될 것이다. 변수가 필요하다.
‘어째 도로시의 마법은 전부 막히고 있고…. 저놈과 계약했다는 나이트 메어 때문인가?’
이곳에서 변수가 될만한 건 나뿐이었다. 나는 슬금슬금 움직였다.
“다크 메이커! 네가 이렇게 추해질 줄이야…. 더 추해지기 전에 내 손으로 널 없애버리겠어!”
“크으아아아아악! 웃기지 마라! 날 이렇게 만든 건 너희들이다! 내 영혼이 갈려 나가도 네놈들 만큼은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특히 네놈!!”
클라우드에게 달려들던 다크 메이커가 갑자기 방향을 꺾었다. 목표는 나였다. 내게 거시기가 잘려서 그런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큼은 죽이겠다는 의지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S!! 피해!!”
찰나를 사용했다. 다크 메이커의 손아귀를 옆으로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로드 세이버가 내게 준 검은 다크 메이커의 옆구리를 베어 갈랐다.
“크아아아아아악!”
직후, 다크 메이커의 몸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와 시야를 가린다. 이건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내 앞에 나타난 하얀 불빛이 어둠을 몰아냈다.
“내 뒤에 있으라고 했잖니!”
분노한 도로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도로시가 지팡이를 흔들며 마법을 사용한다.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 나는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구름이 다크 메이커를 공격한다.
“크아아아아악!”
지긋지긋한 비명소리였다.
‘찰나.’
영천류(影天流) 뇌광(雷光).
파지지지직.
뇌전을 머금은 검날이 다크 메이커의 몸을 베었다. 다크 메이커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쯧.”
혀를 찼다. 마나를 쓸 수 없어 그 위력은 본래의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마나만 쓸 수 있어도 다크 메이커는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
“나이트 메어! 내 남은 영혼도 전부 주마! 이것들을 죽일 힘을 내놔라!”
다크 메이커의 외형이 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인간이라 해줄 수 있는 꼴이었는데, 지금은 하반신이 녹듯이 사라지고 머리에도 웬 이상한 뿔같은 것들이 돋아나고 온몸이 검은 연기로 휘감겨 있다. 인간과는 명백하게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금발! 뭘 여유롭게 보고만 있는 거니! 지금이 기회야! 빨리 공격해!”
도로시가 소리쳤다. 클라우드가 이를 악물고 다크 메이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의 몸에서 푸른 번개가 번쩍거린다.
그러나 클라우드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하늘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늦었어. 물러나, 금발! 저건 이미 인간이 아니라 나이트 메어야!”
“인간이 아니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보면 모르니? 나이트 메어에게 전부 빼앗긴 거야! 육체도, 영혼도!”
“어떻게… 아아악!”
다크 메이커의 공격에 맞은 클라우드가 저 멀리 날아갔다. 다행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건 아닌 것 같다.
다크 메이커는 하늘에서 꿈틀거렸다. 갑작스레 모습이 변하면서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나는 그 틈을 타 빠르게 도로시의 곁으로 다가갔다.
“도로시! 놈을 죽일 방법은 없어?!”
“나이트 메어를 없앨 마법을 준비하기엔 시간과 재료가 부족해. 그 외의 방법은….”
그녀의 시선은 내 손에 들린 검으로 향했다. 아우스비더. 벨 수 없는 것을 베는 능력을 가진 검.
“그거라면 나이트 메어를 없앨 수 있어.”
“그럼 됐네. 내가 할게.”
“위험해. 나이트 메어의 손만 닿아도 넌 죽을 거야.”
“안 닿으면 되지. 네가 좀 도와줘. 방법은 그것뿐이잖아?”
“도망치는 방법도 있어. 내 마법이라면….”
“정말 저거한테서 도망칠 수 있어?”
“…….”
도로시는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나이트 메어는 언더 월드의 최상위 포식자다. 그녀라고 해서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도로시. 내가 놈을 죽일 테니 마법으로 도와줘.”
“…하아. 알았어.”
도로시가 마법을 부렸다. 다리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다. 내가 옆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자 내 몸이 옆으로 떠올랐다.
“나이트 메어를 상대하려면 하늘을 날아야 해.”
동감한다. 놈은 기본적으로 하늘에 떠 있으니까.
“하늘을 날아본 적 없어서 어색한데.”
“내가 도와줄 테니 넌 나이트 메어를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렴.”
하늘에 가만히 있던 다크 메이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젠 다크 메이커가 아니다. 저건 다크 메이커를 먹은 나이트 메어다.
“나름 괜찮은 애피타이저였다.”
나이트 메어가 나를 보며 말했다.
검을 꽉 쥐었다.
저 멀리서 구름을 휘감은 클라우드가 이쪽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메인 디쉬가 모였군.”
나이트 메어는 나와 클라우드가 아닌 도로시를 향해 움직였다. 다크 메이커와 달리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도로시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도로시는 침착하게 마법을 사용해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아주 먼곳까지 이동하진 못하더라도 나이트 메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다크 메이커!!”
클라우드의 어깨빵이 나이트 메어에게 부딪혔다. 아예 소용 없지는 않았다. 그녀의 구름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때다.’
나이트 메어의 뒤로 돌아가 검을 찔렀다. 나이트 메어가 차분히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이 건방진….”
놈이 죽음의 손을 뻗어온다. 그 순간, 내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뒤로 훅 빠졌다. 도로시다. 도로시가 마법으로 날 도운 것이다. 나이트 메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놈의 손이 길쭉하게 늘어난다.
“어딜!”
클라우드의 발차기가 놈의 팔을 도중에 꺾었다.
“긴가민가했는데 지금 보니 알겠어. 너, 다크 메이커가 아니구나? 다크 메이커는 어쨌어?!”
“그놈은 이 세상에 없다. 너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나이트 메어가 땅을 기듯이 움직이더니 클라우드의 뒤에서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른다.
“끄으, 크그으읏.”
클라우드가 버둥거리며 양발로 나이트 메어를 찼다. 발은 나이트 메어의 몸을 그냥 통과했다.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