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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2 - 692. 뱅가드 ? 외계침공 (472/2,000)

〈 692화 〉 692. 뱅가드 - 외계침공

692. 뱅가드 ? 외계침공

나이트 메어가 땅을 기듯이 움직이더니 클라우드의 뒤에서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른다.

“끄으, 크그으읏.”

클라우드가 버둥거리며 양발로 나이트 메어를 찼다. 발은 나이트 메어의 몸을 그냥 통과했다.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찰나.’

순식간에 나이트 메어에게 접근한 나는 그 머리를 베어내려고 했다. 허나 놈에게서 불어온 검은 바람이 나를 뒤로 날렸다.

도로시가 나무 지팡이를 바닥을 찍었다. 하늘에서 빛 한 줄기가 떨어져 나이트 메어의 어깨를 지졌다.

“금발! 구름을 써!”

“아아아아!”

클라우드의 몸에서 구름이 뿜어져 나와 나이트 메어를 덮쳤다.

“클라우드! 3초라도 좋습니다! 구름으로 놈을 잡으십시오!”

나는 버럭 외치며 허공을 날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하얀 구름이 나이트 메어를 단단히 구속했다. 클라우드는 내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이, 이것들이…!”

당황한 놈이 손을 휘저으며 구름을 찢는다. 그러나 구름은 재빠르게 재생하며 놈을 다시 구속한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다.

‘찰나!’

느려진 세상 속에서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찰나가 풀리기 직전 다시 찰나를 사용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나이트 메어의 머리를 베었다.

놈의 흉측한 머리가 하늘로 떠오른다. 놈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고작 머리를 잘랐다고 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미친…! 머리를 베는 게 아니라 쪼개야 했나?!”

생각해보면 처음 언더 월드에 왔을 때 상대했던 유령 나무도 마찬가지였다. 검으로 토막 낼 수는 있었지만, 완전히 죽이거나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아니. 이게 끝이야.”

도로시였다. 그녀가 하늘을 부유하는 나이트 메어의 머리를 향해 나무 지팡이를 흔들었다. 지팡이 끝에서 바람이 불어 놈의 머리를 끌어당긴다.

“크으윽! 마녀! 외부인 때문에 우리를 적대할 생각이냐!”

“불리해지니 너도 추해지는구나. 꼴사납게 굴지 말렴. 저들과 함께 나를 죽이려고 한 건 너였잖니?”

“아아아아악! 이대로 사라질 수는….”

나이트 메어의 머리는 지팡이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놈의 몸은 먼지 날리듯 사라졌다. 클라우드는 그제야 바닥에 꿇어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하아. 하아. 지, 진짜 죽을 뻔했어…!”

클라우드에게 다가가 살펴보았다.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제외하면 몸이 나쁜 곳은 딱히 없어 보였다.

“도로시. 놈은 어떻게 됐어? 죽은 거야?”

“지팡이 속에 봉인한 것뿐이야. 나이트 메어는 언더 월드에서 불멸이니까. 이게 최선이야.”

“언더 월드에서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세계, 예를 들면 지구에서 봉인을 풀고 죽이면 돼. 언더 월드가 아니니 비교적 간단히 죽일 수 있어.”

도로시는 흐트러진 옷매를 정리한 뒤 나를 보며 요염하게 웃었다.

“그리고 난 내기에 졌으니 널 따라 지구에 가야 하지. 흐음. 지구에 가서 잘 부탁해. 주인님.”

???

우리는 지구에 가기 전, 하루를 더 도로시의 집에 머물렀다. 도로시가 지난 몇십 년 동안 나고 자란 집이다. 나중에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떠나기 전에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챙길 물건도 있었고.

그리고 우리는 도로시의 마법으로 올 때보다 빠르게 지구로 향하는 통로로 갈 수 있었다.

우리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난리가 나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들어간 인터넷에는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원작 영화에도 있던 일이었으니까.

‘세상 사람들이 외계인에 대해 알게 됐다는 건…. 원작으로 치면 영화 후반부라는 거지.’

나는 침착하게 스마트폰을 들어 브랜드의 번호를 찍었다.

“브랜드? 저 S입니다. 방금 막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오! S! 드디어 돌아왔나! 난 자네가 임무에 성공할 줄 알고 있었네! 마음 같아선 당장 헬기를 보내 자네를 데려오고 싶네만, 여긴 그만큼 좋은 상황이 아니야. 자네가 직접 언더월드의 마녀와 클라우드를 데리고 본부로 와줘야겠네. 되도록 빨리.”

브랜드의 목소리는 여유를 가장하고 있지만, 전에 없을 정도로 긴박했다.

“브랜드. 대충이나마 설명해주십시오. 외계인 놈들의 침공이 시작된 겁니까?”

“사흘 전부터 시작됐네. 다만 본격적인 침공은 아니네. 침공하기 전에 간을 보듯이 정찰대를 지구로 보내고 있네. 목적은 그것뿐만이 아닌건 확실하네만… 전세계는 이미 외계의 존재를 깨닫고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지. 지금 당장 미국에 쳐들어오는 외계인 놈들의 수만 2,000마리가 넘네! 미스터 S! 빨리 와주게!”

뚝.

전화가 끊겼다.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다.

나는 이번엔 이 세계의 내 마누라인 제나에게 연락했다.

“자기?”

“제나. 지구 상황은 대충 들었어. 지금 어디야?”

“지하 피난소에 있어. 여긴 사람이 많고 좀 시끄럽지만, 그럭저럭 안전한 곳이야. 자기도 빨리 피난소로 와.”

“미안. 제나. 내 직업이 뭔지 자기는 잘 알잖아. 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할 것 같아.”

“그런 건 히어로에게 맡기면 안 돼? 자긴 평범한 사람이잖아.”

“히어로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도 아니지.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자기도 알잖아.”

스마트폰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자기. 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거 알지?”

“알지. 내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잖아. 돌아가서 있는 힘껏 박아줄 테니 기대하고 있어.”

“자기는 이럴 때 그런 말이 나와?”

“이럴 때이니까 더 그러는 거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걸게.”

“……조심해.”

통화가 끝났다. 레이시에게도 연락했으나 소식이 없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옆에 있던 클라우드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옆에서 듣자하니 내가 다 어이가 없네. 너 말이야.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적어도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 제나를 사랑하고, 클라우드도 사랑하고, 도로시도 사랑합니다.”

“이 쓰레기 새끼.”

“클라우드는 절 안 사랑합니까?”

“…….”

클라우드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난 주인님을 사랑해.”

조용히 있던 도로시가 내 뒤쪽으로 다가와 내 등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두 개의 살덩이가 등을 통해 느껴진다.

“이 아줌마가…!”

눈을 치뜨며 발끈한 클라우드를 손으로 저지했다. 평소 때라면 모를까. 지금 그녀들이 투닥거릴 시간은 없다.

“도로시. 마법을 이용해 단숨에 도시로 이동할 수 있어?”

“그건 힘들어. 난 지구의 지리에 대해 모르니까. 그리고 장거리 공간 이동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그래? 그럼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겠네.”

우리는 뉴욕으로 향했다.

???

뉴욕은 조용했다.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수는 적었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건물 안에 처박혀 있거나, 피난소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대도시는 괜찮아. 히어로와 군대가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시골 쪽이지.’

군대와 경찰들은 시골에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키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히어로들은 지금도 지구를 침공하고 있는 브락타시아 인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도로시와 함께 본부 쪽으로 향했다. 클라우드는 도중에 도움 요청을 받고 다른 쪽으로 날아갔다. 히어로 쪽도 일손 부족인 건 매한가지였다.

“이 도시만 보면 언더 월드보다 조용하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래. 원래는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야. 아, 본부에 가면 여러 사람이 네게 말을 걸 거야. 귀찮더라도 상대해줘.”

“무례한 인간들에겐 저주를 걸어도 되지?”

“제발 좀 봐주라.”

“농담이야. 어느 정도는 참을게. 난 주인님의 노예니까. 하지만 가기 전에….”

도로시가 내 오른팔을 잡아 끌어안았다. 거대한 산봉우리 사이에 팔이 파묻힌다. 그녀의 체온과 심장의 두근거림이 팔을 통해 전해져 온다.

“그 금발 계집도 없는데…. 조금 쉬다 가면 안 되겠니?”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근처에 운영하는 호텔이 없는데….”

“난 밖에서 쉬어도 괜찮아.”

“지구도 쉬면서 구해야지.”

나와 도로시는 뉴욕의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갔다.

“하아아아아앙!”

???

본부의 앞에서 로드 세이버와 마주쳤다. 그는 처음 봤을 때보다 피곤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다가 옆에 있는 도로시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하, 이게 누구야. 패배자이자 도망자잖아?”

도로시가 로드 세이버를 보며 냉소했다. 나는 도로시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녀가 여기서 사고를 치면 내가 더 피곤해질 것이 확실하다.

“도로시….”

로드 세이버를 도로시에게 무언가 말하려다가 포기하고 내게 말했다.

“역시 최고의 요원답게 그녀를 데려와 주었군. 경의를 표한다. 미스터 S.”

“해야 할 임무를 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주신 검도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검은 돌려드릴까요?”

“그 검은 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우스비더는 미스터에게 필요한 검이라 생각되는군.”

“감사합니다.”

돌려달라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버틸 생각이었다. 이 검은 진짜 쓸만한 검이니까.

“그런데 로드 세이버. 혹시 도로시에게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자꾸 눈길이 향하시는군요.”

“…….”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주지 않겠니? 솔직히 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열불이 터지지만, 유진을 봐서 어느 정도 참을 수는 있어.”

로드 세이버는 초조한 듯 주먹을 쥐었다가 입을 뗐다.

“…도로시. 그때는 미안했다. 난 네게 죽을 수도 없었고, 널 죽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 그래서 선택한 게 도망이었단 말이지? 그따위로 변명할 거면 입 다물고 있지 그랬어. 그럼 지금 보다 덜 실망했을 텐데.”

“할 말이 없군.”

로드 세이버는 뚜벅뚜벅 걸어 뒤로 멀어졌다. 나는 로드 세이버의 기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어쩌면 옛날의 로드 세이버는 도로시에게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로드 세이버가 멀어지는 것을 보다가 도로시와 입을 맞췄다.

“하응… 응….”

그녀는 당황하지도 않고 내 키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저 멀리서 로드 세이버가 이쪽을 돌아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아예 도로시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키스했다. 로드 세이버는 우리의 애정 행각을 잠깐 지켜보다가 떠났다.

???

도로시는 본부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녀는 바로 본부의 핵심이 되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점성마법이 브락타시아인의 지구 침공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로시 덕분에 지구의 피해는 80% 이상 줄어들었고, 세계는 다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계 침공의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본부의 사람들은 지구를 지켰다고 기뻐하고 있지만, 나는 이후에 벌어질 대침공을 알고 있었다. 대침공을 막아내야 지구는 비로소 진짜 안전해진다.

어느 날. 레이시가 날 찾아왔다.

“안녕. 유진.”

“…레이시. 너 안전한 곳으로 도망간 거 아니었어?”

그동안 나는 레이시에게 몇 번 연락했었다. 하지만 연락이 닿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안전한 곳으로 간 건 맞아. 아버지가 나도 모르게 많은 걸 준비했더라고. 그리고 이제 나와 아버지는 더 안전한 곳으로 떠날 거야.”

의아함을 느꼈다.

더 안전한 곳으로 떠난다? 지금 지구는 안정화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처럼 대침공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내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원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침공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도, 안전한 곳으로 피난 갈 정도로 확신이 있는 사람은 없다.

“……안전한 곳이란 건 지하 벙커를 말하는 거냐?”

“그보다 더 안전한 곳. 브락타시아.”

“설마.”

“아버지는 대침공에 필요한 지구의 정보를 모두 브락타시아에 넘겼어.”

“인류를 배반했다는 거냐.”

“난 아무래도 좋았지만… 아버지는 브락타시아의 기술력을 보고 굴복했어. 유진. 난 네가 마음에 들었어. 나랑 같이 가자. 어차피 지구는 브락타시아에게 지배당하게 될 거야. 노예로서 사는 것보다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낫잖아?”

레이시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아.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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