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7화 〉 697. 대학교
697. 대학교
나는 대학교 정문 입구에서 하승희를 기다렸다.
대학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힐끔거리며 날 쳐다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난 SNS는 안 하지만, TV도 나오고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다. 몇몇은 아예 말까지 걸어왔다. 귀찮았지만 대충 상대해줬다. 여긴 현실이다. 평판이 좋아서 나쁠 건 없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검은색 고급 외제 차가 학교 입구에 섰다. 뒷문이 열리며 꾹 다문 입술의 하승희가 손으로 미니스커트를 가리며 땅에 내렸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쉰 뒤에 다가왔다.
“유진 선배. 오래 기다렸어요?”
“20분 정도 기다렸어. 신경 쓰지 마.”
“꼭 여기서 만날 필요가 있었나요? 헌터과 내에서 만났으면 주목도 받지 않을 테고, 이상한 소문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텐데요.”
“난 소문 따위 별로 신경 안 써.”
소문이 퍼지는 건 확정이다. 하승희는 세진 그룹의 손녀로서 재벌 3세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유명한 여자다. 그녀와 내가 함께 있는데 소문이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소문은 무시할만한 게 아니에요. 처음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해지죠.”
“알아. 알아. 그래도 여유는 있어. 나중에 대처하면 돼. 그것보다.”
나는 은근한 눈길로 하승희를 쳐다봤다. 상의는 회색 블라우스고, 하의는 검은색 미니스커트다. 치마가 짧은데도 옷이 명품이라 그런지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내가 시킨 대로 했지.”
“…네.”
“대답은 잘하네. 하지만 난 두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면 믿기 힘들어.”
“지금 여기서 보여달라고요? 미쳤어요?”
주위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하승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승희가 흠칫 놀랐다. 그러나 나와 거리를 벌리거나, 내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그녀와 나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건 나다.
“일단 좀 걸을까.”
“…헌터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요?”
“헌터과로 바로 갈 거면 입구에서 만나지도 않았지. 너 CC 알아?”
“…캠퍼스 커플. 선배.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확실히 하죠. 저와 선배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에요.”
하승희가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이것만큼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승희의 집안은 꼴림의 요소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목적은 그녀의 몸이었다. 뭐, 겸사겸사 마음도 얻으면 좋고.
“내가 캠퍼스 데이트를 즐겨본 적 없어서 말이야. 이번 기회에 한 번 해보려고. 그러니 너도 어느 정도 맞춰줘. 할 수 있지?”
“…전 한시라도 빨리 선배와 재계약을 하고 싶은데요.”
“날 즐겁게 해주면 계약 조건이 좋아진다는 생각은 안 들어?”
“……하아. 알았어요. 어울려 드리죠. 대신 오늘 확실하게 계약해야 해요.”
“물론.”
우선 그녀와 캠퍼스를 거닐다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다. 국천 대학교는 사람이 많은 만큼이나 캠퍼스가 넓었고 쓸데없이 자연을 추구했다.
커다란 나무 뒤편으로 들어간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섰다. 내 손이 그녀의 허벅지와 허리를 만졌다.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하승희가 두 눈을 감았다.
입술이 포개어진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화장품 맛이 미약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레 입술이 벌어지고 나와 그녀의 혀가 뒤섞인다.
한 번 키스를 즐긴 내가 입을 떼고 피식 웃었다.
“…왜 웃으시죠?”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넌 처음엔 키스도 엄청 못했었는데 지금은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잘하잖아.”
“……다 선배 덕분이죠. 그리고 그리 옛날은 아닐 텐데요?”
“나한텐 옛날이야.”
나는 유희 생활 어플 때문에 시간 감각이 남들과 좀 달랐다.
“자. 그럼 확인해볼까.”
하승희의 회색 블라우스를 풀었다. 봉긋하게 솟은 C컵의 모양 좋은 가슴이 나왔다. 분홍색 유두는 절반 정도 발기해 있었다.
사실 그녀가 노브라라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진한 회색의 블라우스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티가 났기 때문이다. 나는 하승희의 가슴을 잡고 머리를 숙여 젖꼭지를 입에 넣었다.
“읏, 으응….”
탱글한 젖꼭지를 쪽쪽 빨자 금세 딱딱해졌다.
“가슴은 마음에 들어. 보지는 어떠려나.”
살짝 떨어져서 하승희의 미니스커트를 위로 끌어올렸다. 적당히 자라있는 보지털과 꽉 다물어진 분홍색 처녀 보지가 보였다.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노출 때문인지 그녀의 보지는 살짝 젖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대음순을 잡아 양옆으로 벌렸다. 클리토리스와 속살까지 예쁘다.
“좋네.”
나는 바지를 벗어 자리를 꺼냈다. 몽둥이 같은 자지를 본 하승희가 반사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여기서 섹스를 하는 건 아니죠?”
“여기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전에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
그녀가 무릎을 굽혀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의 눈높이에 자지가 맞춰진다. 나는 그녀와 섹스를 하기 전에 항상 펠라치오를 요구했다. 그녀가 내 자지를 보고 침을 삼킨 것도 그 때문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자지를 보자마자 침이 대량으로 분비되었을 테니까.
“바로 해주려고? 안 된다고 거부할 줄 알았는데.”
“제가 안 된다고 해도 억지 부릴 게 뻔하니 빨리하고 끝내는 게 효율적이에요.”
하승희는 나에 대해 잘 알았다. 그녀가 입술을 크게 벌렸다. 하얗고 고른 이빨과 침이 가득 고여 있는 입안이 보였다.
“하읍….”
따뜻하고 축축했다. 혀가 움직이며 귀두의 갈라진 요도를 자극한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져 간질거렸다.
귀두를 빨면서 손을 움직여 자지 기둥을 자극한다. 물 흐르듯 자유로운 손놀림이다. 따로 내가 그녀에게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내 자지를 빠느라 일그러진 하승희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면서 펠라치오를 즐겼다.
‘쌀 것 같아.’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이대로 하승희의 입안에 기습적으로 사정할 생각이었다. 허나 그녀는 자지가 불끈거리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는 입을 뗐다. 그녀는 펠라치오는 잘 해주는 편이었으나, 입안에 사정하는 걸 잘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지를 흔들며, 다른 한 손을 펼쳐 귀두를 감쌌다. 정액이 위로 튀는 걸 막은 것이다. 후두두둑. 후두둑. 대량의 저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기분 좋아. 근데 난 네 입안에 싸고 싶었어.”
날카로운 시선이 내게 꽂혔다.
“……미리 말하던가요. 아니면 이대로 한 발 더 빼 드려요?”
고분고분했다. 지금 하승희는 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걸 잠깐 잊었다.
“아니. 괜찮아.”
나는 자지를 털고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승희와 나무 밖으로 나가 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의문이 담긴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의아한 모양이다.
‘어차피 다 잡은 물고기. 천천히 아껴서 먹어도 이상하지 않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시간은 많다.
???
내가 다니는 국천 대학교는 서울 내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대학교다. 본래의 내 성적만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내가 국천 대학교에 지원을 받으며 입학할 수 있었던 건 헌터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학교도 엄청 넓고 볼 것도 많네.’
광장에 있는 조각상을 자세히 살펴봤다. 고구려 시대의 무장한 병사들의 조각상이다. 예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생동감이 느껴진다.
“읏, 하으… 읍….”
하승희는 조각상에 집중하지 못했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입을 막는 데 필사적이었다. 내 오른손이 그녀의 사타구니에 들어가 보지를 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지 구멍이 좁군. 이거 조심하지 않으면 막이 찢어져 버리겠어.’
약지로 보지 구멍을 후비며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당연히 성감 고조를 사용했다.
“흐읏. 윽…!”
찔꺽.
하승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다리를 후들거렸다. 그녀가 쓰러지지 않으려고 내 팔뚝을 꽉 잡았다. 동시에 보지 구멍이 강렬하게 수축하며 내 손바닥에 애액을 뿜어낸다.
“흐으으, 흐으으으읏…!”
그녀의 절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손을 빼냈다. 흠뻑 젖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손을 코에 가져다 대니 살짝 시큼한 냄새가 났다.
“…유진 선배. 계약은. 계약은 언제 할거죠?”
하승희가 붉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오늘 저녁에? 너무 재촉하지 마. 일단은 지금을 즐기자고.”
나는 씨익 웃으며 어느 한 곳을 쳐다봤다. 저 멀리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평범한 얼굴을 하고, 옷을 껴입어 온몸을 가린 남자. 박수호다.
“야! 박수호!!”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승희는 당황하며 빠르게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바닥에 떨어진 보짓물은 구두로 밟아 숨겼다.
“유진이 형!”
박수호가 큰 목소리로 화답하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그러다 박수호의 움직임이 느릿해졌다. 내 옆에 서 있는 하승희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참아야 했다.
“…무슨 꿍꿍이에요?”
찌릿. 하승희가 날 노려보며 물었다. 하승희는 박수호에 대한 마음을 대부분 정리한 모양이지만, 박수호는 하승희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했다.
“꿍꿍이 같은 건 없어. 둘이 다니는 건 심심하니 수호를 불렀을 뿐이야.”
하승희는 믿지 않는 눈치였으나 감히 내게 따지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진 형…. 스, 승희랑 있었네요?”
“아. 오늘 승희랑 중요한 계약이 있어서 아까부터 같이 움직이고 있어.”
“중요한 계약이라뇨?”
박수호는 떨리는 눈동자로 적극적으로 물어왔다. 박수호는 원래 이렇게 대놓고 물어오는 놈이 아니었다.
“일 이야기야.”
하승희가 말했다. 평소보다 척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에 박수호가 움찔거렸다. 딱히 그녀가 박수호를 싫어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단지 숨겨야 할 것이 많은 하승희가 예민할 뿐이지.
“…그래. 일 이야기면 어쩔 수 없지. 유진 형. 전 이만 가볼게요.”
“가긴 어디가. 급한 일은 아니야. 지금 우린 대학교를 둘러보고 있는데 너도 같이 가자.”
“제가 방해 되는 게 아닐까요?”
“계약은 지금 당장 하는 게 아니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오랜만에 학교에 왔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섭섭하지. 점심도 내가 살게.”
하승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눈치는 있었다.
“수호야. 시간 괜찮으면 너도 같이가자.”
“그, 그럴까.”
박수호가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나와 하승희의 사이를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다.
나는 박수호와 하승희의 어깨를 동시에 잡으며 물었다.
“너희들 도서관에 가본 적 있어?”
“아뇨. 굳이 갈 필요가 있나요?”
“저도 가본 적 없어요. 형.”
공부하기는커녕 출석도 잘 하지 않는 헌터과다. 도서관에 가본 적 있을 리가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도서관이 그렇게 잘 만들어졌다더라. 한 번 구경하러 가보자.”
“네. 근데… 형. 손에서 이상한 냄새나요.”
“아. 미안.”
박수호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허공에 털었다. 물기가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손이 젖은 걸 깜빡했네. 냄새가 많이 났어?”
“괜찮아요. 근데 평범한 물은 아닌 것 같은데.”
“아까 화장품을 만지다 일이 터졌거든. 피부에 좋다고 하는데 냄새는 어때?”
“좀 고약하다고 해야하나…. 썩 좋은 냄새는 아니었어요.”
“미안하다.”
“괜찮아요. 이 정도로 뭘.”
동정인 박수호는 이 냄새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게 하승희의 보지 냄새라는 걸 알면 박수호가 어떻게 반응할까.
‘하승희는….’
눈동자를 굴러 하승희를 쳐다봤다. 하승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치심에 입술까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킁킁. 그래도 이 냄새는 묘하게 중독적이지 않아?”
“전 형의 취향을 존중할게요.”
“새끼…. 존중해줘서 고맙다.”
???
도서관에 들어왔다.
내가 입학하기 전에 만들어졌다던 도서실은 밝고 탁 트였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도 많았다.
“오우.”
감탄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CCTV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제법 빈틈없이 설치되어 있으나, 내 눈에는 CCTV가 안 보이는 장소가 몇 군데 보였다.
“와. 책 진짜 많네요.”
박수호가 감탄했다. 하승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놀란 기색이 없었다.
“헌터와 관련된 책도 꽤 많이 있다더라. 한 번 알아보고 올게. 너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