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8화 〉 698. 대학교
698. 대학교
도서관에 들어왔다.
내가 입학하기 전에 만들어졌다던 도서실은 밝고 탁 트였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도 많았다.
“오우.”
감탄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CCTV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제법 빈틈없이 설치되어 있으나, 내 눈에는 CCTV가 안 보이는 장소가 몇 군데 보였다.
“와. 책 진짜 많네요.”
박수호가 감탄했다. 하승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놀란 기색이 없었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헌터와 관련된 책도 꽤 많이 있다더라. 한 번 알아보고 올게. 너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들을 자리에 두고 일어섰다. 박수호는 긴장했고, 하승희는 도도하게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꼬았다. 노팬티인 주제에 대담하게 행동하는 여자였다. 그녀의 허벅지에 시선이 갔으나, 보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 네. 형.”
“…….”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박수호에게 기회를 주려고 일부러 자리를 비켜 준 것이다. 그래야 하승희를 따먹을 때 더 흥분되니까.
‘뭐, 박수호가 뭔가를 하더라도 하승희는 흔들리지 않을 테지만.’
이미 하승희는 내 것이다.
???
하승희와 둘이 남게 되어 긴장한 박수호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와 그녀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았다. 예전에는 하승희 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좀 더 정확히는 제주도에 갔다 온 뒤부터 하승희의 연락이 뜸해지더니, 최근 일주일 동안은 연락조차 주고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하승희는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알고 있다. 저게 하승희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우리 관계가 왜 이렇게 되었지?’
원인은 모르겠다. 딱히 싸운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짐작하기로는 자신이 좀 답답하게 굴었다는 점이다. 하승희가 다가올 때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승희와 나는 사는 세계가 달라.’
하승희는 재벌 3세였고, 자신은 뛰어난 가문은커녕 동생의 저주를 치료하기 위해 돈에 쪼들리는 신세였다. 헌터로서 활동하며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승희를 포기할 수 없어. 내 마음은 승희에게 계속 향하고 있어.’
그녀가 가진 돈 때문이 아니다. 그녀 자체에 끌렸다. 다시 한 번 그녀와 친밀해지고 싶다. 아니, 그 이상의 관계를 원한다.
박수호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승희야.”
“왜?”
하승희와 시선이 마주쳤다. 박수호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더니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 그게. 최근에 어떻게 지냈어?”
“최근?”
하승희는 최근의 자신의 일상을 떠올렸다. 대부분을 촉진제 연구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성유진에게 매달리고, 성유진의 명령대로 자위를 하고 항문을 깨끗이 비우고…. 하승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 때문에 바빴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도 몰라.”
“유진이 형이랑 하는 일이야?”
“관계가 없지는 않아.”
“…….”
대화가 뚝 끊겼다.
당황한 박수호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말했다.
“그, 무슨 일을 하는지 나한테도 알려주면 안 될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게.”
“고마워. 그렇지만 회사 기밀이다 보니 외부에 유출하는 건 절대 안 돼. 네 마음만 받을게.”
“기밀…. 아. 그렇구나.”
박수호는 빤히 쳐다보는 하승희의 시선에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성유진이 떠올랐다. 하승희는 성유진을 차갑게 대하고 있으나, 유독 성유진과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승희도 유진 형의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고…. 이러다가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박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고백하자. 더 늦기 전에 고백하자.’
박수호가 고백하기 직전이었다. 멀리 사라졌던 성유진이 책 몇 권을 들고 다가와 테이블 위에 올렸다.
“승희야. 네가 대여하려던 책에 문제가 있어서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더라. 안내해줄게. 가자.”
“…책이요?”
하승희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그녀는 이 도서관에 원하는 책 같은 건 없었다. 원하는 책이라면 도서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구하면 된다.
“어. 네가 원하던 책.”
“…알았어요. 가죠.”
하승희가 일어나자 박수호도 일어났다.
“저, 저도 갈게요.”
성유진이 손사래를 치며 그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아냐. 수호야. 넌 여기에서 책이나 보고 있어. 승희만 가면 되니까. 금방 갔다 올게.”
“그래. 간단한 일이야. 선배 말대로 여기서 기다려줘.”
“어, 어….”
박수호는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승희까지 저리 말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멍하니 지켜봤다.
???
하승희를 데리고 간 곳은 도서관의 구석이었다. CCTV가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 마침 근처에 사람들도 없다. 나는 그녀를 데려오자마자 미니스커트를 위로 올리고 탐스러운 엉덩이를 잡았다.
있는 힘껏 엉덩이를 주무르자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여기서 하려고요? 진짜 선배는 미친 것 같아요.”
“CCTV 위치는 다 파악해뒀어. 여긴 CCTV가 못 찍는 곳이야. 너도 알잖아. 벽에 손이나 짚어.”
“하아.”
하승희가 벽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박기 좋게 뒤로 내밀었다. 나는 자지를 꺼내 그녀의 보지를 툭툭 쳤다.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내 자지를 적신다.
“보지에 하는 거죠? 계약은 잊지 마세요. 제 순결을 가져갔으니 그 대가는 확실히 내놔야 할 거예요.”
차분하게 말하고는 있으나, 묘한 열기와 기대가 서린 눈동자였다.
“아니. 보지는 나중에. 지금은… 여기에 할 거야.”
“응앗!”
자지를 똥구멍을 밀어 넣었다. 빡빡한 조임과 별개로 자지는 쉽게 들어갔다. 그동안 길들여 놓은 보람이 있었다.
철퍽!
나는 힘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자지를 박을 때마다 하승희의 예쁜 궁둥이가 내 하복부에 부딪혀 일그러진다. 동시에 그녀는 내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거렸다.
“웃, 흐읍… 아응…!”
무언가를 참듯이 입술을 깨물고 인상을 찌푸린 그녀는 점점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다.
뚝. 뚜욱. 뚝.
바닥에 애액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녀의 어깨 위에 턱을 올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네 후장 보지는 곱창볶음보다 더 쫄깃해.”
“미, 미친놈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앙!”
“목소리 죽여. 여긴 도서관이야.”
“하윽. 처, 천천히 좀…!”
“너무 느긋하게 하면 박수호가 눈치챌 거야.”
“앙! 흐그읏. 아…!”
박음질을 하다가 오른팔로 그녀의 가슴을 휘감았다. 팔목으로 그녀의 탄력적인 가슴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후장에 정액을 가득 사정한다.
“……!”
하승희는 입을 벌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 좋았다. 역시 승희야. 후장 보지가 이 정도인데 진짜 보지는 어느 정도일지 생각만 해도 기대되네.”
짜악.
그녀의 엉덩이를 때려주고 자지를 빼냈다. 벌어진 후장 구멍으로 출렁이는 하얀 정액이 보였다.
주르륵.
보지에서 나온 애액이 거미줄처럼 아래로 늘어졌다.
???
나는 혼자 박수호에게 다가갔다.
“유진 형. 승희는요?”
“승희? 잠깐 화장실에 갔어. 금방 올 거야.”
화장실에서 내 정액을 빼내고 있을 거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바지로 향했다.
“형. 바지에 뭐 묻었는데요?”
“어? 아까 물 마시다가 흘렀나 보네. 곧 있으면 마르겠지.”
의자에 앉았다. 박수호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내 눈치를 살폈다.
“왜 그래? 할 말 있어?”
“유진 형…. 저 오늘 승희에게 고백할 거예요.”
“…음.”
“형. 반응이 왜 그래요? 형도 혹시….”
“뭐, 나도 승희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야.”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동자가 동요를 숨기지 못하고 흔들린다. 박수호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한다. 그러나 미숙하다. 나를 향한 분노가 언뜻언뜻 보인다.
“…승희랑 사귀는 사이에요?”
“좀 특별한 사이이긴 한데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특별한 사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그게…. 말하기 좀 그런 사이야.”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줘요!!”
박수호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근처에 있던 시선이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박수호는 아차 한 표정으로 주위에 사과하고 바로 의자에 앉았다.
“미, 미안해요. 형. 소리 지를 생각은 아니었어요.”
“이해해. 사람이 욱할 수도 있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와 승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야.”
“……그럼 제가 승희에게 고백해도 형은 상관없겠네요.”
“어? 난 상관없어. 그게 너랑 승희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줘야지.”
“아까도 말했듯이 전 승희에게 고백할 거예요.”
박수호의 얼굴은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했다. 박수호는 오늘 진짜 하승희에게 고백할 모양이다.
“……그래. 나도 승희에게 마음이 있으니… 응원은 못 해주겠다.”
“괜찮아요. 저도 승희와 관련된 일만큼은 형을 응원하지 못하니까요.”
우리는 하승희가 돌아올 때까지 침묵했다.
???
점심은 대학교 밖에서 해결했다. 학식은 가끔 먹었기에 굳이 새롭게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점심은 근처 고급 중화 식당에서 해결했다.
원형 테이블 밑으로 손을 넣어 하승희의 매끈한 허벅지를 몰래 쓰다듬었다. 내 손은 점심을 먹는 동안 더 대담해져서 하승희의 보지를 계속 쓰다듬었다.
손가락에 걸리는 까슬한 보지털과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축축한 보지와 가지고 놀기 딱 좋게 발기한 클리토리스.
‘보지를 만지니 마음이 진정되는군. 역시 보지가 최고야.’
하승희는 움찔움찔 거렸고, 고백할 생각에 잔뜩 긴장한 박수호는 상황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피젯스피너를 돌리는 느낌으로, 마음의 진정을 얻기 위해 계속 보지를 만졌다.
덕분에 점심은 비교적 조용한 식사가 되었다.
점심 후에 강당으로 향했다.
TV에도 나오는 유명인이 강연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뒷자리에 앉아 강연을 지켜봤다.
강연은 지루했다. 경제, 돈을 모으는 방법과 재테크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내겐 영 와 닿지 않았다. 유희 생활 어플이 있는 내겐 돈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박수호 이놈은 강연에 흠뻑 빠졌군.’
항상 돈이 없는 박수호에겐 이 강연이 무척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내 왼쪽에 앉은 하승희를 쳐다봤다. 그녀도 지루한 눈으로 강연을 듣고 있다.
‘이럴 땐 보지를 만져야지.’
하승희의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넣었다.
“…읏!”
아까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젖어 있었다.
그녀가 날 흘겨봤다. 난 모르는 척 정면을 보며 손을 놀렸다.
“읍… 윽. 큭….”
하승희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신음을 삼켰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클리토리스를 튕겼다.
“……!!”
보지가 있다면 강연은 더이상 지루하지 않았다.
???
강연이 끝났다.
우리는 학교를 돌아보다가 헌터과로 갔다. 분위기 잡기에 헌터과 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헌터과는 다른 과보다 시설이 좋았고, 오후 늦게까지 남아 있는 학생이 없었다. 교수들은 강의시간이 아닐 때는 죄다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니, 오후 4시만 되어도 헌터과 강의실은 텅텅 비게 된다.
“이야.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오니 기분이 묘하네”
나는 감탄하듯이 말했다. 연기였다. 사실 한하린과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몇 번 온 적 있었다. 이유는 물론 섹스하기 위해서다. 강의실에서 하는 섹스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유진 형. 저 승희랑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요. 잠시만 자리 좀 비켜주시면 안 될까요?”
박수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승희는 이따가 나와 할 계약 때문인지 조금 초조해 보였다.
나는 고민하는 척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깐 나가 있을게. 둘이 대화하고 있어. 10분이면 돼?”
“네. 10분이면 돼요.”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멀어지는 인기척을 내주고, 다시 기척을 숨긴 뒤 강의실 창문에 몰래 달라붙었다. 내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창문을 살짝 열었다.
고백을 앞두고 최대로 긴장한 박수호는 내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수호야.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해줄래? 이후에 유진 선배랑 계약 문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해서 마냥 시간을 소모할 수는 없어.”
박수호는 덜덜 떠는 손을 감추듯 주먹을 꽉 쥐고는 말했다.
“…승희야. 나. 난 예전부터 널 좋아했어. 지금 와선 너무 늦은 것 같은 고백이지만… 너와 사귀고 싶어.”
“…….”
하승희는 잠시 박수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