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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 709. 아카데미의 구원자 (489/2,000)

〈 709화 〉 709. 아카데미의 구원자

709. 아카데미의 구원자

숲 속에 들어온 우리는 이상한 점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바로 식물을 제외한 어떤 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람쥐나 참새는 흔적도 보이지 않고, 흙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나 성가신 모기 같은 곤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숲인데 수목원 같군.’

우리는 적당히 숲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너무 바깥쪽에 있으면 기계 몬스터에게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깊숙이 들어가기에는 이곳이 S급 던전이라는 사실이 걸린다. 기계 몬스터라고 해서 숲에 들어올 수 없는 것도 아니니까.

숲에 자리 잡은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지 않았다. 날씨가 추운 것도 아니었고, 모닥불의 불빛과 연기는 도리어 적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게 된다.

그리고 설령 추워지더라도 크게 상관없었다. 우리는 전원 각성한 히어로다. 어지간한 추위가 아니라면 영향은 없다. 여차할 땐 한소희가 마법을 사용해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사라의 품 안에 안겨 바닥에 앉아 있었다. 사라의 크고 부드럽고 따뜻한 젖통이 내 후두부와 목덜미를 통해 느껴졌다. 편안한 베개에 기대어 있는 것 같아서 눈이 점점 감겨온다.

‘정령안을 꽤 썼더니 피곤해. 완전 회복은 만일을 대비해 아끼는 편이 좋겠지….’

한소희와 사라의 대화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이 던전에 대해 나름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실속이 없는 대화다. 본래 사라의 일은 던전 공략이 아니니 정보가 한정적인 게 당연했다.

‘일단 자자. 다시 일어나서 모카와 정령안을 이용해 이 던전을 한 번 쫙 둘러보는 거야.’

그편이 성하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성하리에겐 한소리 듣겠지만.

나는 사라의 분홍색 젖꼭지를 입에 넣었다. 움찔 놀라는 사라가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젖꼭지를 빨면서 눈을 감았다. 역시 잘 때는 여자의 가슴이 있어야 잠이 잘 온다.

???

눈을 떴다.

대충 4~5시간 잔 것 같은데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고 태양의 위치도 똑같았다. 여기가 던전이라고 생각하면 하늘이 변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어나셨습니까?”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입에 물고 있던 젖꼭지를 뺐다.

“흐으….”

사라가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나는 자면서도 그녀의 젖꼭지를 뱉지 않았다. 오히려 물고, 빨고, 씹고, 즐겼다. 그 증거로 사라의 젖꼭지는 내 침으로 푹 젖어 이빨 자국이 찍혀 있다. 유륜 주위도 마찬가지다.

“몇 시가 지난 거야?”

“5시간 잤어. 아주 잘 자던걸? 지금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건지 알고는 있니?”

한소희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졸린 걸 어떡해.”

대충 대답하며 모카를 찾았다. 하얀 부엉이 정령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정령안을 발동한다. 주위에 있는 결계가 보였다. 견고해 보이지는 않는다. 급하게 만든 티가 확 났다.

“결계야?”

“역시 바로 알아보네. 일단 급하게 조잡하게나마 쳐뒀어. 결계는 전문분야가 아니지만, 공격 한 번 정도는 막아줄 거야.”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결계 실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스킬 마법(A)과 특성인 방진의 대가(S)의 영향으로 보정을 받으니까. 다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없었고, 이곳이 S급 던전이란 점이 문제였다.

“일단 모카로 정찰부터 하면 돼?”

“…유진아. 심각한 문제가 있어.”

“뭔데?”

“식량이 없어. 네가 잘 때 내가 근처를 둘러봤는데, 먹을 수 있는 버섯이나 동물이 전혀 안 보여.”

식량도 문제였다. 보통 히어로들은 던전 공략을 할 때 비상식량을 챙긴다. 맛은 더럽게 없어도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허나 갑자기 휘말려 던전에 오게 된 우리에게 비상식량은커녕 당장 먹을 물 한 모금도 없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른 건 몰라도 물은 정말 중요했다. 한소희가 마법으로 물을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한소희의 마나를 물을 만드는 것에 쓰기엔 너무 아깝다. 거기에 마법으로 만든 물은 더럽게 맛없고.

“괜찮아. 아공간을 가지고 있어.”

“정말이니?!”

“응.”

한소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적어도 굶어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하리 언니가 챙겨준 모양이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꼬르르르륵.

뒤쪽에서 난 소리에 나와 한소희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유진 님.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게 좀 많이 배고파서….”

“응. 괜찮아.”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꺼냈다. 사라의 젖가슴이 만족스러웠기에 나도 어느 정도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유리아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꺼낸 것이다.

“헉! 유, 유진 님. 이건….”

“왜? 먹기 싫어?”

“아뇨. 그게 아니라 도시락에 랍스터와 스테이크, 푸아그라가 있다니! 이, 이런 건 언제 챙겨두신 겁니까?!”

“캐비어도 있어. 먹어 봐.”

“이, 이렇게 한번에 먹는 것보다 아껴가면서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괜찮아. 많이 있어.”

[백환] 세계에 가서 유리아에게 도시락을 또 부탁하면 그만이었다. 정 급하면 맛대가리 없는 비상식량도 가져오면 되고.

당황하는 사라와 다르게 한소희는 군말 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녀는 성하리의 소비력을 잘 알고 있기에 별 의심도 하지 않았다. 성하리는 많이 버는 만큼 화끈하게 돈을 쓰는 여자였다. 다른 히어로 중에서도 성하리만큼 돈을 잘 쓰는 히어로는 없을 것이다.

‘독감이 유행할 때 5억짜리 약을 가져왔는데 말 다했지. 심지어 그건 능력치가 오르는 영약도 아니었어.’

이미 각성한 나는 약을 먹지 않아도 독감에 걸릴 인은 없었겠지만.

“아아…!”

랍스터 살점을 한 입 먹은 한소희가 몸을 부르르 떨며 감탄사를 흘렸다. 섹스와는 다른 종류의 쾌락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만약 이 세계가 요리 만화속 세계였으면 이미 보지는 홍수 상태였겠지.

“이렇게 맛있다니…! 평생 먹어본 요리 중에 최고야! 대체 어느 레스토랑의 셰프가 만든 거니? 한국의 유명 레스토랑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한소희는 입으로 감탄사를 흘리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꿀꺽.

“그, 그렇게 맛있습니까?”

사라는 랍스터가 전부 사라지기 전에 젓가락질했다. 한소희에게 뒤처지지 않는 젓가락 실력이었다. 랍스터를 한 입 먹은 사라의 반응은 한소희와 다를 바가 없었다.

“……!”

두 눈을 부릅뜨고 최면에 걸린 것마냥 미친 듯이 음식들을 탐했다.

유리아의 요리에 익숙해진 나만이 느긋하고 우아하게 음식을 먹었다. 어느 순간부터 감탄사는 없고 음식을 먹는 소리만 들린다.

‘며칠 굶은 거지들이랑 식사하는 것 같군.’

나는 그녀들이 이 요리들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랐다. 익숙해지면 웬만한 음식들이 죄다 맛없어지니까.

“잠깐. 누나들. 껍질은 먹지 마.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소희 누나. 껍질 내려나. 사라 누나는… 이미 늦었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냈다. 그녀들은 행복한 얼굴로 나무에 기대앉았다. 그녀들의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나는 그녀들 사이에 앉았다. 그녀들의 체온을 느끼면서 양손으로 보지를 만졌다.

“응… 아응….”

“하아… 흐긋….”

식욕이 충족된 한소희와 사라가 기분 좋은 교성을 흘렸다. 끝내주는 요리에 긴장감이 풀어졌는지 보지는 빠르게 젖었다.

‘식후엔 역시 보지지!’

???

한바탕 농밀한 3P 섹스를 하고 난 뒤에 모카를 시켜 숲을 정찰시켰다.

‘식량은 문제도 아니니 급할 필요 없어. 여긴 S급 던전이야. 천천히 하자. 우선 이 숲이 진짜 안전한지부터 확인하는 거야.’

모카의 시야가 공유되며 숲 곳곳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숲을 돌아다니는 기계를 발견했다.

외형은 몬스터 보다는 인간을 닮았다. 왼손에는 기계 석궁이 달려있고, 오른손에는 정글도처럼 생긴 칼이 달려 있다. 등은 부풀어 있으며 다리는 말의 다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마치 사냥꾼처럼 생겼군.’

기계 사냥꾼은 광학미채라도 사용하는지 반투명했다. 내가 가진 정령안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으리라.

‘숲을 천천히 돌아다니는군. 당장 마주칠 일은 없겠어.’

모카를 시켜 다른 곳을 정찰했다. 다른 기계 사냥꾼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각각 움직이며 숲을 돌아다녔다.

‘발견한 건 다섯 개체. 저것들이 없으면 숲도 더 안전해지겠지. 아니면 증원이 숲으로 몰려오거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소희와 사라에게 본 것을 보고했다. 나른해졌던 그녀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숲도 안전한 곳이 아니었군요.”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거 아닐까요? 탁 트인 바깥보다는 낫잖아요. 기계 사냥꾼의 숫자도 적고.”

“다르게 생각하면 기계 사냥꾼이 정예이기에 수가 적은 걸지도 모릅니다.”

“……선택해야겠네요. 도망칠 건지. 아니면 싸울 건지. 난 싸우자는 쪽이에요. 함부로 숲 밖에 나갔다가 기계 몬스터들이 몰려들면 방법이 없어요. 기계 사냥꾼만 없애면 숲은 안전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잘 숨는다면 들키지 않을지도 몰라요.”

“저도 소희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성하리 님을 찾기 전까지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는 편이 낫습니다. 기계 사냥꾼을 피해 숲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건 유진 님만 피곤하게 할 뿐입니다.”

“유진아. 너는 어쩔래?”

그녀들은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았다. 기계 고블린을 처리한 것도 나다. 나는 엄연한 전력 중 일부였다.

“누나들의 말이 맞는 것 같아.”

기계 사냥꾼의 스펙은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가 먼저 상대를 발견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어드밴티지다.

“함정을 만들자. 끌어들여서 사냥하는 거야.”

해킹을 쓰면 쉽다. 몇 시간 전에 기계 곤충에게 사용해 효과가 확실하다는 걸 확인했다.

허나 해킹은 비장의 수단이다. 최후까지 최대한 아껴야 한다.

???

2시간 뒤.

쉬지 않고 숲을 돌아다니는 기계 사냥꾼은 결국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후우웅.

사냥꾼이 보완된 결계 속으로 들어와 우리를 발견했다.

“결계가 반응했어!”

“들어온 겁니까?!”

그녀들은 광학미채로 몸을 숨기고 있는 사냥꾼을 발견하지 못했다. 기척을 완벽하게 숨기고 투명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 눈이 없었다면 나도 위험했겠어.’

발끝에 뇌전을 사용했다. 한줄기의 뇌전이 발끝에서부터 시작되어 땅을 타고 사냥꾼을 향해 쭉쭉 뻗어 간다. 작은 한줄기의 뇌전. 기계 사냥꾼은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그게 실수였다.

파지지지지지직!

압축되어 있던 뇌전이 사방으로 퍼지며 사냥꾼을 감전시킨다. 광학미채가 부서지고 기계 사냥꾼의 모습이 드러났다. 감전으로 끝내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냥꾼은 기계 고블린과 다르게 내성이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몸을 감싸고 있는 장판을 찢어내고 그 속에 직접 뇌전을 흘려야 된다든가.

“은신 실패. 전투 타입 변경.”

기계 사냥꾼의 두 눈에 붉은 안광이 번쩍이며 들어왔다.

“사냥 개시.”

석궁에서 화살이 발사된다.

사라가 움직였다. 빛이 번쩍이는 레이피어로 화살 5개를 모조리 쳐냈다.

“이 정도라면…!”

사라가 자신감을 느낄 때, 나는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살펴봤다. 화살의 크기는 손바닥 보다 작았고 촉에는 하늘색의 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독이 분명하다. 화살에 약을 바를 리 없을 테니까.

“석궁 실패. 전투 타입 변경.”

과감하게 석궁을 땅에 버린 기계 사냥꾼이 땅을 박차고 높이 뛰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무 기둥을 두 발로 박차고 빠르게 움직인다. 나무를 발판 삼아 움직이는 사냥꾼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이, 이런! 놓쳤습니다!”

당황한 사라가 소리쳤다.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내가 가진 정령안 덕분이다.

‘날 노리고 있어. 처음의 공격으로 내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가?’

눈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우리들이 움직임을 놓쳤다고 판단한 기계 사냥꾼은 위에서 아래로 쇄도했다.

‘계획대로다.’

쾅!

나와 한소희를 감싸고 있는 마법 배리어가 발동했다. 사냥꾼은 마법 반발력에 의해 오른쪽으로 튕겨 나갔다.

콰앙!

날아가던 도중 갑자기 아래로 떨어진다. 한소희가 준비해둔 중력장이 발동한 것이다.

우리는 한걸음에 준비해둔 구덩이로 움직였다. 약 8M 깊이의 구덩이에 처박힌 사냥꾼이 이쪽을 쳐다본다. 사냥꾼의 다리를 박살 난 뒤였다.

“전투 타입 변경.”

사냥군의 부풀린 등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알아차렸다. 저건 제트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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