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711 - 711. 아카데미의 구원자 (491/2,000)

〈 711화 〉 711. 아카데미의 구원자

711. 아카데미의 구원자

“한시라도 빨리 합류해야 해. 내 전투 보조가 없으면 아무리 성하리가 있는 공략대라 하더라도 전멸할 수 있어.”

“…….”

플로라의 말에 우리는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함부로 플로라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숲에 있던 기계 사냥꾼을 어렵지 않게 잡은 건 하나, 하나 유인해서 함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숲을 나가 기게 몬스터와 맞닥뜨리고 싸운다? 미친 짓이다.

그렇다고 위험에 처한 공략대를 내버려 둔다? 우리의 희망은 성하리가 있는 공략대였다. 공략대가 전멸하면 미래는 없다. 또 다른 공략대가 오기 전까지 영원히 이 던전 내에서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플로라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도움이 될까요?”

“너 정도면 괜찮아. 내 능력을 잊은 거 아니지? 내가 있으면 너도 A급 히어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잖아.”

“네. 잘 압니다. 시카고 최고의 서포터와 함께하니 영광이군요.”

사라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플로라도 분명 보았을 테지만, 그녀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한소희를 재촉했다.

“너는 어떡할 거야?”

“……유진이를 위험한 곳에 데려갈 수 없어요. 제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진이를 지키는 거예요.”

한소희가 내 몸을 꽉 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너 바보야? 이곳이 영원히 안전할 것 같아? 이 던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기계왕이 너희들의 존재를 모를 것 같아? 이곳이 안전한 건 공략대 때문이야. 공략대가 전멸하는 순간, 기계 몬스터는 여기에 들어 닥칠 거야. 제발 미래 좀 생각하고 말해.”

“당신은 하리 언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성하리를 믿는다는 말이야? 말은 좋은데 결국 떠넘긴다는 거잖아.”

플로라는 있는 대로 눈살을 찌푸리며 한소희를 노려봤다.

“성하리. 걔가 미친년인 건 나도 인정해. 다른 S급보다 신체 능력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창을 다루는 솜씨나 전투 감각은 S급 중에서도 상위야. 하지만 이 던전은 성하리 혼자서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던전이 아니야.”

상식적으로는 플로라의 말이 옳다. 하지만 나도 어째서인지 성하리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유진이는….”

“이 꼬맹이라면 최우선으로 지키면 되잖아. 그리고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아. 기계 공장은 우리가 박살 내놨고, 기계 몬스터의 수도 보이는 대로 없애면서 다녔으니까.”

“…….”

플로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해볼 만했다. 허나 한소희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 누나. 가자. 엄마가 위험할지도 몰라.”

“유진아. 죽을지도 몰라. 유진이는 죽고 싶지 않잖아.”

“엄마가 죽는 게 더 싫어.”

“…….”

한소희는 결국 갈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곳에 나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까.

상황이 정리되자 플로라는 인상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어. 결정했으면 당장 움직여야 해. 공략대는 이미 한계에 달했을 거야.”

나는 플로라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 지는 알고 있어요?”

“난 기억력이 좋은 편이야. 잔말 말고 따라와.”

기억력이 좋다라….

한소희랑 사라와 시선을 교환했다. 플로라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 관계를 짐작하고 알고 있다. 공략대와 마주하기 전에 플로라의 입을 막아야 한다.

다행히 일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어, 어? 여기에 지하로 가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플로라가 당황한 듯 부서진 철판을 뒤적거렸다. 아래로 가는 길은 있었다. 허나 기계 부품들로 막혀 있었다. 작위적인 느낌이 났다. 공략대의 짓은 아닐 테니 아마도 기계왕의 짓인 것 같았다.

그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안색이 좋지 못했다.

“플로라. 이건 설마… 공략대를 땅에 파묻기 위한 기계왕의 수작이 아닙니까?”

“……가능성은 있어. 기계왕은 다른 기계 몬스터와 다르게 지능이 뛰어나 보였으니까.”

“제 힘으로 뚫어보겠습니다.”

주먹으로 막힌 입구를 쾅쾅 쳐보던 사라는 결국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빛의 참격이 입구를 공격했다. 빛의 참격은 약간 파고들었으나 입구를 베기에는 무리였다.

“안 돼. 저건 못해도 10M 이상의 두께야. 포기해.”

“그럼 위에서 땅을 파는 건… 아니, 철판을 뜯어내 지하로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저 철판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지? 전문 도구가 있어도 하루에 2M 이상 내려가는 건 힘들 거야. 그리고 지하는 30M 아래에 있어.”

“방법이 없군요. 숲으로 돌아가야 합니까?”

“지하로는 미로처럼 복잡했어. 크기도 엄청 컸지. 입구가 여기 하나만 있을 리 없어. 다른 입구를 찾아야 해.”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는 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다른 입구를 찾아 움직였다. 걸어가면서 플로라의 풀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 플로라 듀몬트

근력: C- 체력: B 민첩: B+ 내구: D 마나: A+

특성: 축복의 손길(S)

스킬: 축복(S), 강화(A), 은밀기동(C), 암기술(B)

호감도: 22』

서포팅에 특화된 특성과 스킬들이었다.

‘호감도는 22라…. 20부터가 관심 있는 수준이었지? 이 정도면 평범하다고 봐야겠지.’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쳐다봤다. 검은색 가죽 원피스는 치마가 꽤 짧았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실룩거리고 아슬아슬하게 엉덩이 밑 살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일부러 날 유혹하려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걷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습관처럼 저렇게 걷는 거였다.

‘처녀 주제에 야한 옷을 입고 다니는군.’

이전에 본 그녀의 보지 생김새가 떠오른다.

흠칫.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플로라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붉은 단발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뭐, 뭘 보는 거야? 이 꼬맹이가!”

“누나 엉덩이 봤는데요.”

“…….”

당당하게 말하자 플로라가 입을 벌리고 경악한다. 이내 뭐를 생각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발랑 까진 꼬맹이. 네가 앞장서.”

“플로라 씨! 지금 무슨 말이에요?! 유진이 보고 앞장 서라고요? 미쳤어요?!”

한소희가 바로 반박했다.

“이 꼬맹이가 내 엉덩이를 음흉한 눈으로 봤다고!”

“엉덩이 좀 본 게 어때서요? 아까부터 보라고 씰룩이던데요.”

“미, 미친년. 내가 엉덩이를 씰룩이긴 언제 씰룩였단 거야!”

“뻔뻔하시네요. 제가 뒤에서 직접 봤어요. 애초에 던전에 들어오는데 그런 복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이 옷은 특수 제작품이야. 가격만 해도 2억 달러가 넘는 최고급이라고!”

고성이 오가기 시작하자 사라가 끼어들어 그녀들을 중재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하십시오. 언제 기계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플로라 씨. 앞장서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플로라와 한소희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라가 빤히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일단 그녀를 무시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쳐다봤다. 사라의 엉덩이는 이곳에 있는 여자 중 가장 컸다. 정장 바지에 감싸인 엉덩이는 노출이 없었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씰룩씰룩. 사라는 일부러 엉덩이를 씰룩이며 걷는 게 확실했다.

“사라! 왜 그렇게 걷는 거야?! 이 꼬맹이가 네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안 느껴져?!”

“플로라는 너무 예민합니다. 유진이가 제 엉덩이를 보더라도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한소희도 사라에 이어 툭 내뱉듯이 말했다.

“저도 사라와 같은 의견이에요. 엉덩이 좀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아예 만지게 해줄 수도 있어요. 유진아, 내 엉덩이 만질래?”

“응. 누나. 만질래.”

옆으로 손을 뻗어 한소희의 엉덩이를 만진다. 가슴은 B컵이지만 골반은 잘 발달되어 있고, 엉덩이도 탱탱하고 크다.

“앗응….”

“미, 미친년…!”

플로라가 두 발짝 떨어졌다.

“유진 님. 제 엉덩이도 원할 때 만지시면 됩니다.”

사라가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도 만졌다.

플로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희들 진짜 돌아버린 거야?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플로라.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유진 님은 아직 어립니다.”

“어리다니…. 저 꼬맹이의 태도나 너희들의 태도나 모두 비상식적이야. 게다가….”

플로라는 얼굴을 붉힌 채 입을 다물었다. 무엇을 떠올렸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아마 나와 그녀들의 섹스 장면이겠지. 플로라는 굳이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플로라의 호감도: 15』

나는 그녀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22였던 호감도가 7이나 내려갔다. 나를 적대하는 10 미만이 아니니 상관없었다.

‘호감도는 편리하긴 한데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어.’

나는 사라와 한소희의 엉덩이를 계속 주물렀다. 그녀들은 싫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이건 모두 내 계획 중 일부다.

‘일단 섹스에 대한 흥미를 자극해야지.’

즉, 야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며 성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처녀라곤 해도 자위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닐 테니 S급 던전에 갇히면서 욕구가 쌓여 있겠지.

“히잇…! 유, 유진아. 손가락이 너무 깊이 들어간 것 같은데…?”

깊이 들어갔다. 엉덩이 아래쪽의 토실한 보지를 만지고 있으니까. 비록 바지 위라곤 해도 보지의 부드러움은 느껴진다.

“안 돼?”

“아, 안 되는 건 아니고… 하으응….”

힐끗 본 플로라는 경멸 섞인 눈으로 나와 한소희를 보고 있다.

『플로라의 호감도: 13』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계속 우리에게 꽂혀 있었으니까. 흥미가 있다는 증거였다. 비록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도.

‘원래 비상식적이고 자극적인 게 재밌지. 막장 드라마도 그렇잖아.’

내 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담해질 것이다.

???

기계 몬스터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2M가 넘는 커다란 칼을 든 인강형 기계 몬스터다.

“블레이드네. 저 칼을 쉬지 않고 휘두른다는 걸 제외하면 특별한 것도 없는 몬스터야. 축복으로 신체 능력을 올려 줄 테니 해치워버려.”

플로라가 사라를 향해 오른손을 획획 내저었다.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노을빛이 흘러나와 사라에게 스며들었다.

“힘이 넘쳐흐릅니다!”

“10분 내로 처리해. 내 축복의 유지 시간은 딱 10분이니까.”

“네!”

사라가 자신있게 대답하며 앞으로 돌격했다. 확실히 그녀의 움직임은 아까보다 빨라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전투를 지켜보며 축복의 효과를 대충이나마 짐작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군. 가진 마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마나 효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어. 시카고 최고의 서포터라는 건 허명이 아니야.’

사라의 레이피어가 적의 목을 찌르고 갈랐다.

“방심하지 마! 저것들은 머리가 없어도 움직여.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찢어 버리거나, 몸 어딘가에 있는 마석을 부셔! 그게 놈들의 원동력이니까.”

“네!”

허리 부근에 숨겨져 있던 마석이 부서지자 기계 몬스터는 행동을 멈추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플로라는 기계 몬스터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팔짱을 끼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플로라 누나. 지하로 가는 입구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4시간 전부터 돌아다니고만 있잖아요.”

“시끄러워, 성추행 꼬맹이. 내가 기억하는 것과 조금 달라졌어. 분명 저기에 지하로 가는 입구가 있어야 하는데…. 기계왕이 막아 둔 거야.”

“모든 입구가 막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그래. 네 말이 맞아. 밖에 있는 입구보다 차라리 건물에 있는 지하 입구를 찾는 게 빠를 것 같아. 아무리 기계왕이라 해도 모든 입구를 단기간에 막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건물에도 지하로 갈 수 있어요? 누나는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내 남동생은 뛰어난 오퍼레이터거든. 설마 기계왕이 하나가 아닐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것보다 너… 당장 떨어져! 남의 허벅지를 왜 만지는 거야?!”

“누나. 허벅지가 예뻐요.”

“성추행 좀 하지 마. 성하리는 네가 이러는 걸 알고 있어?”

“엄마는 몰라요.”

“성하리를 만나면 아들이 아주 색골이라고 말해야겠어. 걔가 엄마니 알아서 교육하겠지.”

플로라는 나를 찌릿 노려봤다.

『플로라의 호감도: 1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