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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 719. 아카데미의 구원자 (499/2,000)

〈 719화 〉 719. 아카데미의 구원자

719. 아카데미의 구원자

진령성가의 가주이자, 나의 외조부인 성명생과 조부인 성한구는 만나자마자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꿇어앉아 반성하는 척 그들의 잔소리를 감내했다. 괜히 변명해봤자 잔소리만 길어진다.

잔소리가 끝난 뒤에는 공부였다. 학교에 관한 공부는 아니고 정령과 진령성가의 역사에 대한 공부였다. 지루하고 재미없었기에 자동진행으로 넘겼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키나를 찾아 정원으로 왔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 한 달 정도 처박아두고 싶은데.’

성하리가 마키나를 너무 귀여워한다. 딸이 생겼다고 좋아할 정도라서 마키나를 계속 여기에 두는 건 힘들었다.

“마키나. 돌아가자.”

나는 마키나가 쭈글거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곳의 정령들은 군대 놀음에 깊게 심취했다. 신입이 생기면 우선 갈구고, 굴리고, 놀리고 본다. 신입은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이들은 꿀맛이다.

아무리 상급 정령 이상의 힘을 가진 마키나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정령들 앞에선 기세등등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내 예상과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거기 너! 지금 날 올려다 봤니? 네 주제에?!”

푹신한 의자에 앉은 마키나가 다리를 꼬고 정령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수많은 정령들이 오와 열을 맞춰 줄 서 있었다.

“히익!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화들짝 놀란 불의 중급 정령이 바로 도마뱀 대가리를 숙였다.

“그래. 그래. 바로 시정하는 태도는 좋아. 근데 시정하기 전에 알아서 잘했으면 더 좋았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마키나의 작은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저기 화분이 거슬리네. 다른 곳으로 치워.”

근처에 있던 바람의 정령들이 신속하게 행동했다. 바람의 힘을 사용해 화분을 옮긴 것이다.

“…음. 그냥 원래대로 하는 게 좋은 것 같네. 원상복귀.”

화분은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목 말라.”

마키나가 발끝을 까딱이며 말했다. 마키나의 옆에 부동자세로 서 있던 상급 물의 정령이 투명한 유리컵에 시원한 물을 따랐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실체화가 가능한 마키나는 컵의 물을 꿀꺽꿀꺽 원샷 했다.

“캬아! 물맛 쥑이네!”

나는 정신을 되잡았다. 보통 정령들은 순수하지만, 이곳의 정령들은 구르고 굴러서 순수하지 않았다. 말로 구워삶거나, 협박하는 건 불가능했다.

“크흠.”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충성!!”

정령들이 모두 나를 향해 경례했다. 나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마키나에게 다가갔다.

“어, 유진이 왔어? 물 한 잔 마실래?”

마키나는 여전히 거만한 자세로 내게 물컵을 건넸다. 마셨다. 시원한 냉수가 오장육부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다. 끝내주는 물맛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왜 얘들이 너한테 설설 기는 건데?”

“에이. 내가 살아온 짬이 있지. 내가 얘들과 같을 수는 없잖아.”

“짬은 무슨. 바른대로 말해. 뭔 짓 했어?”

마키나는 우아하게 냉수로 목을 축이고는 말했다.

“난 보통 정령이 아니야. 무려 너랑 직접 계약한 정령이지.”

“…나랑? 아!”

마키나가 씨익 웃었다.

이 정령 군대에서 나는 최고 존엄이다. 정령 군대의 시작은 나였고, 내게는 정령들이라면 누구나가 원하는 정령옥이라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 정령옥을 원하는 정령들은 내 말에 거스르지 못한다.

요컨대 마키나는 최고 통수권자를 빽으로 둔 초특급 신병이다.

“이제 알겠어? 같은 신병이라도 다른 정령들과는 격이 다른 거야. 격이.”

아주 내 이름을 작정하고 팔아서 호가호위한 것이다.

“그리고 하리 아줌마의 이름도 썼어. 얘들이 하리 아줌마를 그렇게나 무서워하고 경계하더라구. 나, 여기 마음에 들었어.”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지하게 마키나를 한 대 때릴까 하다가 관뒀다. 때린다고 해서 반성할 성격도 아니었다. 물론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돌아가자.”

“벌써?”

“설마 평생 여기에 있을 생각이냐?”

“흐응. 그것도 나쁘지 않은걸?”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키나를 강제로 붙잡았다.

“아악! 넌 날 너무 막 다뤄! 좀 더 날 배려하라구!”

“배려? 네 입장은 내 노예나 다름없다는 걸 잊지 마라.”

마키나는 내가 아무리 험하게 다루어도 나를 배신할 수 없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갔다.

“마키나. 내 이름을 멋대로 썼으니 벌은 받아야지.”

마키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무릎 꿇고 손이라도 들까?”

“아니. 실체화하고 기계화 능력을 사용해라.”

머릿속으로 마키나가 변해야 할 기계를 떠올렸다. 정령과 계약하면 이런 점이 편했다. 구태여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

마키나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빨리해.”

“미친놈…!”

날 욕한 마키나가 이를 악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쓸데없는 저항이었다.

“명령이다.”

몸속에서 마나가 빠져나간다. 마키나가 내 마나를 이용해 기계화를 사용했다. 마키나의 외형이 사라지고, 대신 허공에 강철 조각 같은 물질들이 나타나 기계를 만들어냈다.

만들어진 것은 패트병과 비슷하게 생긴 강철 원통이었다. 나는 허공에 떠 있는 그걸 한 손으로 들고 바지를 벗어 자지를 꺼냈다.

‘미쳤어! 미쳤어! 넌 미쳤다고!’

머릿속에 마키나의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머릿속에서 직접 샤우팅 하는 느낌이라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해. 오나홀을 쓰면서 자위하는 건 오랜만이라 집중력이 필요하니까.”

스마트폰을 틀어 야동을 틀었다. 할로윈 특집 야동이다. 흡혈귀, 마녀, 좀비의 분장을 한 미녀 3명이 다른 남자들과 난교를 하는 최신 야동!

오나홀을 들어 아래쪽을 확인했다. 살구색과 분홍색의 실리콘 보지가 있었다. 보지의 모델은 성하리였다.

손가락으로 소음순을 벌렸다. 꾸불꾸불한 내부가 보였다.

‘자기 엄마의 보지를 복사한 오나홀이라니! 제정신인 거야?!’

“진짜 보지를 매일 따먹고 있는데 뭘.”

오나홀의 옆부분에 있는 버튼 중 하나를 눌렀다. 질내가 꾸물거리더니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이 보지에서 분비되었다.

“지금 시대에선 구현이 불가능한 기술력일 텐데…. 상상하는 대로 전부 만들어지는 건 아닐 테고…. 오버 테크놀로지가 심할수록 내 마나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인가? 이건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어.”

마나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기계화를 유지하는데 마나가 필요한 것이다.

오나홀을 자지에 가져갔다. 자지가 천천히 오나홀에 들어간다. 나는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자지를 완전히 넣었다. 오나홀의 내부는 따뜻하고 질벽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내가 알고 있는 성하리의 보지 감촉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나는 오나홀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감촉은 정말 나쁘지 않다. 허나 일정 이상 흥분하기 힘들었다. 섹스는 보지만이 전부가 아니다.

‘빨리 끝내! 빨리 끝내라고!’

“호들갑 떨지 마. 어차피 너한테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감각은 없지만, 너한테 범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널 범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안 했어. 아예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서 했겠지.”

오니홀의 단계를 1단계에서 최고 단계인 5단계로 바로 올렸다.

“오오오…!”

오나홀이 꽉 조여오고 질벽이 빠르게 회전한다. 내가 오나홀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알아서 정액을 짜내려고 움직인다. 과학이 만들어낸 명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고 있다.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오나홀도 아마 이번 한 번만 쓰고 다시는 쓰지 않겠지.

나는 오나홀에서 의식을 떼고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할로윈 분장을 한 여자 3명이 서로 경쟁하듯 신음을 내질렀다. 여자들의 미모는 최상급이었고, 연기는 평균 이상은 했다. 카메라 구도도 좋았다. 빌어먹을 모자이크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것이다.

“으윽. 싼다.”

‘아악! 더러워!’

???

이 세계에서 히어로가 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히어로 협회의 정규 시험.

1년에 2회 치러지는 정규 시험을 통과하면 F급 히어로 라이센스를 받아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있다. 혜택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정규 시험은 무척 힘들어서 합격률이 10%도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사이드킥 활동.

1년 동안 C급 이상 히어로의 사이드킥으로 활동한 후에 히어로로 전환한다. 장점은 비교적 쉽게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것과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3가지 방법 중 가장 위험하다.

세 번째는 히어로 아카데미 졸업.

3년 동안 전문 히어로 교육을 받는다.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부터가 히어로로서 인정을 받은 것으로 대형 클랜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또 졸업하면 바로 D급 히어로로 활동한다.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히어로들이나 시민들로부터 인정받는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히어로 지망생들은 아카데미의 입학을 원한다. 허나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나이 제한이 있고, 입학시험에서 떨어지면 두 번 다시 입학시험을 치를 수 없다.

그리고 오늘 나는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른다.

12월 23일.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오늘 이 시험에서 합격하면 대충 3개월 뒤에 마루한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내 또래가 모인 대기실은 난로가 켜져 있음에도 공기가 서늘했다.

서로가 경쟁자로 인식하는 듯, 모두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책을 펴서 읽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몸을 풀거나 조용히 긴장을 풀고 있다.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필기는 실기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비율로 따지면 대충 8:2다. 단, 오퍼레이터 부문은 예외다.

‘애초에 오퍼레이터 지망은 다른 곳에서 시험을 치르지.’

철컥.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내부가 워낙 조용했기에 문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쪽으로 향했다.

9시 57분.

시험 시작 3분 전에 들어온 그녀는 상당한 미녀였다.

긴 연보라색 머리카락과 다크 블루 색의 가라앉은 눈동자.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명품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 아래로 보이는 종아리는 검은 스타킹에 감싸여있다.

얼굴은 청순한데 굉장히 무표정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분위기를 흘린다.

‘류하나. 설마 같은 시험장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이거 놀랍네.’

류하나.

원작에 나오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다.

대한민국에 손꼽히는 노스다이아 클랜장의 딸이 바로 그녀다. 그리고 그녀의 설정 중 하나가 옷을 입으면 말라보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가슴은 A컵… 아니, B컵 정도인데. 벗으면 더 대단해진단 말이지? 벗겨버리고 싶군.’

류하나는 자신을 향한 시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름: 류하나

근력: D+ 체력: D 민첩: C+ 내구: F+ 마나: B-

특성: 검의 무녀(SS)

스킬: 신검합일(A), 검의 노래(A), 영검(C).

호감도: 10』

능력치만 보면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손색이 없다.

SS 랭크의 특성은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 알려준다.

‘호감도는 10. 그 이하는 적대이니 나한테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거지.’

원작 게임을 떠올린다. 류하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에서도 1티어라고 불리는 캐릭터였다. 초반, 중반, 후반 모두 좋다고 장평이 난 캐릭터다.

‘그런데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라 NPC일 땐 후반부에 높은 확률로 타락한단 말이지.’

너무 노골적으로 류하나를 쳐다본 것일까. 그녀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삐익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노이즈가 울렸다. 나를 비롯한 수험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죄송합니다. 마이크 상태가 영 안 좋군요.

남자의 목소리였다. 수험생들은 몸을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수험생 여러분. 지금부터 마루한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시작합니다. 오전은 필기시험입니다. 필기시험은 제 1 강의실에서 진행되니 10분 전까지 제 1 강의실로 모여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수험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제 1 강의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느긋하게 움직이는 건 나와 류하나를 비롯해 몇 명밖에 없었다.

류하나에게 말을 걸려는 것을 꾹 참고 제 1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류하나의 공략법은 먼저 다가가는 게 아니라, 먼저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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