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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2 - 722. 아카데미의 구원자 (502/2,000)

〈 722화 〉 722. 아카데미의 구원자

722. 아카데미의 구원자

“꾹!”

모카는 내 왼쪽 어깨로 올라탔다.

배현성과 오유미는 영체화 상태의 모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특수한 기척은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류하나는 모카를 정확하게 쳐다봤다.

류하나의 특성인 검의 무녀(SS) 덕분이다. 그녀가 움찔거렸다. 그 이유는 정령들이 선천적으로 날카로운 기질을 타고난 류하나를 본능적으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내 어깨에 소환된 모카도 에외는 아니었다. 류하나를 경계하듯 빤히 쳐다본다. 내가 아니었다면 모카는 이미 하늘을 날아 거리를 벌렸을 것이다.

“모카. 정찰이야. 하늘 높이 올라가.”

모카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비상했다. 정찰이 목적이니 굳이 실체화할 필요는 없다. 정령안(S) 시야 공유 능력으로 주위를 살핀 나는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400M 떨어진 곳에 브라운 오크 3마리가 있어. 그 옆, 200M 떨어진 곳에 추가로 2마리가 있고.”

“휘유. 던전에 들어온 지 1분 만에 바로 몬스터 위치 알아차리는 거 진짜냐고.”

배현성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마냥 무거워 보이는 인상인데 의외로 성격이 가벼웠다.

우리는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장비를 들고 달렸다.

브라운 오크.

이름 그대로 갈색 피부의 오크다. 일반적인 오크와는 피부 색깔을 제외하면 차이 없다. 참고로 오크는 놀보다 강하다.

브라운 오크 3마리면 수험생 수준에선 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전투를 걱정하는 이가 없다.

‘수험생 중에서도 톱클래스니 1대1로 브라운 오크를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지.’

브라운 오크 3마리는 자리에 앉아 모닥불을 멍하니 쬐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간다!”

검과 원형 방패를 각각 양손에 치켜든 배현성이 소리를 내질러 브라운 오크들의 이목을 끌었다.

“우아아아아악! 이 돼지들아! 형님 오셨다!”

“췌엑! 췍!”

오크들은 조잡한 돌도끼를 들었다. 무기가 형편없다고 무시해선 안 된다. 오크의 진짜 무기는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인한 육체에 있으니까.

겁도 없이 오크들에게 달려든 배현성은 자신감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단, 오직 방어에만 한정해서 말이다.

“잘했어, 배현성!”

후위의 선 오유미가 안전하게 마법을 캐스팅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에너지 볼트 5개를 소환해 날린다. 에너지 볼트에 적중한 브라운 오크 3마리가 돼지 멱따는 비명 소리와 함께 사망한다.

나와 류하나는 나설 필요도 없었다.

‘과연 수험생 톱클래스야. 생각보다 더 잘하네.’

빠르게 현장을 정리하고 브라운 오크를 찾아 움직였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느긋하게 팀을 따라 움직였다. 완벽하게 정찰하는 것만으로도 일인분을 했다.

배현성과 오유미의 활약에 초조해지는 건 류하나였다. 팀에서 유일하게 활약을 못 하고 있다. 그녀가 끼어들기엔 브라운 오크의 어그로를 끌고, 에너지 볼트 마법으로 마무리 짓는 오유미의 패턴은 완벽했다.

배현성과 오유미를 보니 새삼스레 원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 엑스트라가 마루한 아카데미의 37기 학생들을 평가하는 말.

황금 세대.

마루한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많은 천재가 모여 있는 기수.

“오유미. 지치진 않았어? 마법을 더 사용할 수 있겠어?”

류하나는 감정을 숨기고 오유미에게 물었다.

“응? 괜찮아. 고급 마법 캐스팅은 잘 못 해도 마나 양에는 자신 있거든. 앞으로 5번은 문제없어.”

벌써 30분이 지났다. 남은 시간 동안 5번이면 충분하다.

“…배현성. 체력은 괜찮아?”

“형에게 훈련받은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1시간은 끄떡없이 버틴다.”

배현성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류하나는 조용히 물러섰다. 초조하면서도 함부로 나설 수 없는 건 효율이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억지를 부리면서 나서봤자 팀에 불화만 초래하고, 감독관으로부터 감점만 받을 것이다.

‘감독관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류하나에게 최고 점수를 주겠지. 활약이 없어도 불화를 일으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최고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류하나의 입장에선 활약하지 못해 불안할 테고.’

‘꾸우욱. 꾹!’

머릿속에 모카의 의지가 전해져왔다. 보스 몬스터를 찾았다.

브라운 오크 로드.

실제로는 보스 몬스터인 척하는 히어로다. 이 사실을 아는 건 아카데미 내에서도 소수다.

“보스 몬스터를 찾았다. 저 빌딩 보이지? 저기 옥상에 브라운 오크 로드가 있어. 아까 봤을 땐 안 보였는데, 이번에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모양이다.”

“브리핑대로 오크로드네. 음…. 꼭 오크 로드를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우린 지금까지 잘 해왔어. 내가 장담하는데 아마 우리 정도로 한 팀은 없을 거야. 굳이 보스 사냥으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오유미는 부정적이었다.

“나도 오유미의 말에 동의한다. 이 시험의 목적은 오크 로드의 죽음이 아니다. 우리는 선두 중의 선두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달라. 보스 몬스터를 발견했으니 처리해야 해. 그게 던전 공략이야.”

나는 류하나의 의견에 동의하며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류하나의 말이 맞아. 보스 몬스터는 처리해야 해. 그래야 우리가 진짜 상위권이 되지. 너희들. 입학시험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거 알고 있지? 이 시험장에선 우리가 최상위여도, 다른 시험장에 우리 같은 애들이 없을 것 같아? 여기서 만족하다가 입학 순위 50위 안에도 못 들어갈걸? 조금이라도 성적을 높이려면 보스 몬스터를 처리해야 해.”

입학 순위.

그 단어는 배현성과 오유미의 의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긴. 여기서 안주하면 50위권 내는 힘들겠지. 아니, 어쩌면 100위 아슬아슬할지도 모른다.”

“…입학 순위. 잠깐 잊고 있었어.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면 50위권 내에는 반드시 들어가겠지?”

마루한 아카데미는 입학 순위가 높을수록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중 하나는 입학 순위 100위권 내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입학 순위가 높을수록 장학금의 금액도 높아진다. 수석이 1억이고 차석이 9,000만 원이다.

“그럼 보스 몬스터를 죽이기로 정한 거지?”

배현성과 오유미는 류하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류하나가 있다면 오크 로드 정도는 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생각은 맞다. 물론 평범한 오크 로드였을 경우엔.

???

오크 로드가 있는 빌딩 옥상으로 올라왔다. 남은 시험 시간은 약 15분.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오호? 멀리서 볼 때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내 눈으로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있군.’

두 눈으로 오크 로드를 본 나는 조금 놀랐다. 오크 로드를 연기하는 건 홍지욱인가 뭔가 하는 감독관일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인물이었다.

강지영.

S급 히어로이자, 마루한 아카데미의 학장인 그녀가 오크 로드 행세를 하고 있다.

‘강지영이 직접 움직이는 건 상당히 의외인데. 목적이 뭐지? 성하리가 뭔가 부탁했나? 부탁받았다고 움직일 사람이 아닌데…. 류하나 때문인가?’

이유는 모르겠다. 이유를 안다고 해서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이 빌어먹을 돼지 놈아!!!”

박현성이 괴성을 지르며 오크 로드를 향해 돌격했다. 오크 로드의 정체가 강지영이란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오크 로드가 움직였다. 배현성에게 어그로가 끌린 척 거대한 돌 도끼를 배현성에게 휘두른다.

‘정령안과 원작 지식이 없었으면 나도 진짜 오크 로드라고 생각했겠어.’

뒤쪽에서 마나 유동이 느껴진다. 오유미였다.

“잘했어. 배현성. 아무리 오크 로드라도 이건 못 막을 거야! 에너지 볼트!”

사람 머리만큼 큰 에너지 볼트 10개가 생성되어 오크 로드를 향해 날아간다. 배현성이 솜씨 좋게 뒤로 물러났다. 에너지 볼트 10개가 모두 오크 로드에 명중했다. 그러나 오크 로드는 멀쩡했다. 세 발자국 뒤로 밀려난 게 전부다.

“마, 말도 안 돼. 아무리 오크 로드라도 상처 하나 없는 건…! 이건 아니야! 도망쳐야 해!”

오유미의 멘탈이 흔들렸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 막혔으니 당연했다.

‘세 발자국 밀려난 것도 연기지만.’

나는 손을 뻗어 오유미의 어깨를 잡았다. 오유미가 날 쳐다본다.

“진정해.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어. 그리고 우리에겐 류하나가 있잖아.”

류하나는 이미 오크 로드를 공격하고 있었다. 양손에 쥔 두 개의 검을 화려하게 휘두른다. 그녀의 쌍검술은 마치 춤 같았다.

‘환검 종류인가. 빠르고 날카롭네.’

그뿐이었다.

류하나의 검술은 뭔가 부족했다. 검술 사이, 사이에 틈이 보인다. 내가 류하나와 싸운다면 30초 안에 류하나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오크 로드는 배현성을 발로 찼다. 방패가 부서지고 배현성이 뒤로 날아갔다.

“커억!”

나는 날아가는 배현성을 붙잡아 바닥에 눕혔다. 기절했다. 내상은 입지 않았다.

“저, 전투가 너무 빨라. 이래서는 마법으로 지원할 수가…!”

오유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배현성이 오크 로드를 상대할 때와 다르게 류하나와 오르 로드는 여기저기 움직이며 싸우고 있다.

“내가 할게.”

강지영과 류하나에게 내 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

나는 눈앞의 전투를 집중해서 쳐다봤다. 류하나가 카운터를 유도했다. 오크 로드는 류하나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었다. 허나 카운터는 막혔다. 단순히 근력의 차이였다. 류하나는 역으로 반격당하기 전에 마나를 폭발적으로 일으켜 거리를 벌렸다.

‘딱 좋은 타이밍이군. 모카! 번개다!’

벼락이 내려꽂혔다.

오크 로드가 비틀거렸다. 아니, 비틀거리는 척을 했다.

‘효과가 너무 없잖아. 강지영은 얼마나 강한 거야?’

『이름: 강지영

근력: S+ 체력: SS 민첩: A+ 내구: S+ 마나: A+

특성: 호루스의 눈(SS), 대지의 늑대(S).

스킬: 중검(S), 마법(A), 육감(S), 괴력(A), 자연회복(S).

호감도: 42』

과연 S급 히어로의 능력치였다.

‘내구가 S+ 랭크라…. 모카의 벼락인 안 통할만 하네.’

오크 로드가 이쪽을 쳐다본다. 그 눈이 말하고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덤비라고.

‘류하나도 슬슬 한계같군. 나서 볼까.’

바닥에 떨어진 배현성의 한 손 검을 들었다. 협회에서 준 기본 무기인데 나름 균형이 잡혀 있었다.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달렸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자 오크 로드가 반응했다. 류하나의 공격을 도끼를 들어 막고,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찰나.’

상체를 숙여 주먹을 피하며 오크로드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검날은 오크 로드의 허리를 가른다. 붉은 피가 튀었다. 물론 이것도 마법이다. 실제로는 강지영의 옷자락을 벤 것뿐이다. 검기도 일으키지 않은 상태다 보니 그녀의 허리에 작은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다.

‘오오. 탄탄한 복근이네. 찰나!’

검은색 폴라티로도 숨길 수 없는 불륨감의 가슴을 손으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

강지영의 두 눈이 커진다. 그녀의 발이 내 배를 때렸다. 내 의식을 넘어선 속도였기에 피할 수 없었다.

뒤로 날아가 바닥을 몇 번 구른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 순간에 강지영이 힘을 빼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바닥에 뻗었을 수도 있었다.

‘크으. 가슴 감촉 죽이네.’

류하나가 오크 로드의 뒤를 노렸다. 오크 로드는 왼팔을 내어주고 류하나의 다리를 잡아 내던졌다.

“이런.”

나는 달려가 류하나를 등을 잡았다. 내 품에 안기게 된 류하나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호흡도 거칠었다.

“류하나. 괜찮아?”

“……괜찮아. 내려줘.”

“류하나. 도망가자. 저건 상대 못 해. 피해를 입히긴 했는데 너도 지쳤어.”

“아니야. 가능성은 있어. 오크 로드는 왼팔을 못써.”

내가 말리기도 전에 류하나가 뛰쳐나갔다.

‘멧돼지처럼 돌진하는군. 뭐, 류하나도 지금은 애송이지.’

강지영이 준 마지막 기회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퍼억!

오크 로드의 주먹에 복부를 맞은 류하나가 나가떨어졌다. 그대로 그녀가 기절했으면 편했을 것이다. 나와 오유미가 배현성과 류하나를 데리고 도망치면 되니까. 하지만 류하나는 일어났다. 검 한 자루를 지팡이 삼아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류하나! 이건 이미 실패야! 돌아가자!”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류하나가 중얼거렸다. 멋진 전투 의지다! 라고 해주기엔 이미 눈에 초점이 안 잡혔다. 류하나는 한계였다. 저 중얼거림도 의지라기보다는 집념이었다.

‘원작에서도 이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지. 이때는 오히려 류하나를 다그쳐야 해.’

이 이벤트가 벌써 발생할 줄이야.

나는 오른손을 들어 류하나에게 싸대기를 날렸다.

짜아아악!

류하나가 바닥에 주저앉아서 흔들리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녀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젠장. 너무 세게 때렸다.’

나는 당혹감을 감추고 원작 플레이어의 대사 선택지 하나를 통째로 외웠다.

“류하나! 정신 차려! 넌 이런 애 아니잖아!”

“…….”

[류하나의 호감도: 5]

일이 좀 꼬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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