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4화 〉 724. 아카데미의 구원자
724. 아카데미의 구원자
나는 은근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아직은 나보다 키가 더 큰 강지영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강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날 쳐다봤다.
“뭐지?”
“별건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잖아.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라도 하자.”
“걷기 불편하니 손은 치워라. 같이 저녁 먹을 시간은 없다. 바쁘다.”
나는 바로 손을 치웠다. 강지영은 끊는 게 확실한 여자였다. 억지로 떼를 쓰며 질척거렸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호감도 좀 확인해볼까.’
『강지영의 호감도: 57』
호감도 50 이상은 호감을 느끼는 수준으로 연애가 가능했다. 하지만 강지영의 성격과 입장을 고려하면 호감도 57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아카데미 입학 시즌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오늘 일을 엄마한테 말해도 돼?”
“…….”
강지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성하리가 오늘 일을 알면 필시 강지영을 찾아가 따질 것이 분명했다. 나와 저녁 식사를 하는 것과 성하리에게 시달리는 것. 어느 것이 더 귀찮은 일인지는 깊이 생각해볼 것도 없다.
“…알겠다. 오늘 저녁 시간은 비워두지. 하리의 집에 가면 되나?”
“모처럼이니 둘이서 먹자. 엄마한테는 내가 말할게.”
강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조금 있다가 내가 연락하지. 그런데 왜 굳이 나랑 같이 식사하려는 거지?”
“내가 이모를 좋아해서?”
“…….”
강지영은 잠깐 날 쳐다봤다가 다시 정면을 보며 걸었다. 아마 지금 내 말을 농담 비슷한 거로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워커홀릭이다. 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이 서툴다.
“이모. 저녁은 뭐 먹을까? 스테이크? 한식?”
“적당한 거로.”
“스테이크가 좋겠네.”
???
던전에서 나왔다. 던전 입구에 있는 오유미와 배현성을 발견했다. 오유미는 어두운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고, 기절한 배현성은 감독관에게 실려 가고 있었다.
“…성유진. 무사해서 다행이야. 난 네가 오크 로드에게 죽는 줄 알았어.”
“감독관이 보고 있었을 테니 만일의 경우에도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류하나는?”
“걔는 아직 안 나왔어.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못 봤어?”
“숲에 떨어지기 전에 봤어. 먼저 왔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오유미는 피곤한 눈으로 날 보다가 허공에 일렁이는 던전 입구를 주시했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감독관에게 말 안 했어?”
“했어. 괜찮다고 하더라.”
잠시 후,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류하나가 나왔다. 옷은 흐트러지고 흙먼지가 묻어 있었는데도 미모가 뛰어나서 그런지 깔끔하게 느껴졌다.
“무사하네. 시험은 끝났어. 난 이만 돌아갈게. 나중에 입학식에서 보자.”
오유미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류하나는 날 빤히 쳐다봤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미안. 너무 세게 때렸지?”
“……아니. 괜찮아. 생각해보면 내가 팀을 잊고 혼자 날뛰긴 했어. 그때는 네 말 따라 후퇴하는 게 정답이었어.”
“네가 이해해주니 마음이 편해지네.”
“검술은 누구한테 배웠어?”
“검술? 그건….”
“말하기 곤란하면 됐어. 이만 가볼게.”
류하나가 나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등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호감도를 확인했다.
『류하나의 호감도: 16』
‘적대 상태에서는 벗어났군. 호감도가 낮은 건 여전하지만.’
나쁘지 않다.
오늘은 실패했지만, 류하나를 공략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싫어도 마주하게 될 테니까.
나는 강지영과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류봉무는 집에 들어온 류하나를 쳐다봤다가 흠칫 놀랐다. 지저분한 옷차림과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 평소의 류하나와 달랐다. 특히 옷에 묻은 핏자국을 본 류봉무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류하나. 시험은 잘 보았느냐? 노스다이아 클랜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았겠지?”
류하나가 조용히 대답했다.
“네. 아버지. 최선을 다했어요. 오늘은 이만 방에 들어가서 쉴게요.”
“……알겠다.”
류하나가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류봉무는 곧바로 집 밖으로 나가 한국 히어로 협회로 향했다. 그리고 2년 전 한국 히어로 협회장으로 취임한 유필성을 만났다.
“…아이고. 노스다이아 클랜장께서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오늘 딸아이가 치른 아카데미 입학시험의 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유필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류봉무 씨.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카데미 입학시험 자료는 유출이 금지되어있습니다.”
“압니다. 유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만 볼 테니 보여주십시오. 딸아이와 관련된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정말 곤란합니다만….”
“저와 협회장님의 신뢰는 이것밖에 되지 않습니까? 실망이군요.”
유필성은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유필성은 류봉무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클랜의 수장이다. 거기에 유필성이 협회장이 된 뒷배경에는 류봉무가 끼여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진짜 곤란합니다. 따님의 입학시험장의 총감독관이 누군지 아십니까?”
“누굽니까?”
“강지영 학장입니다. 강지영 학장이 직접 나서서 따님이 계신 시험장을 직접 감독하셨습니다. 입학 시험의 내용이 궁금하시겠지만, 강지영 학장이 직접 나섰으니 자중하십시오. 달리 강지영 학장이 직접 나설 만큼 따님이 대단하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강지영.
지천의 선구자.
아무리 노스다이아 클랜이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다.
유필성은 류봉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유필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유필성 협회장님. 이 일로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후우. 류봉무 씨니까 보여주는 겁니다. 소문나지 않게 주의해주십시오. 만일 강지영 학장의 귀에 들어갔다간… 윽.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몸서리가 치는군요.”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류봉무 씨의 말이 아니면 이런 부탁은 들어주지도 않았을 겁니다.”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30분… 아니, 1시간만 기다려주십시오.”
밖으로 나간 유필성은 40분 만에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여기 따님이 치른 입학 시험장의 자료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데이터를 복사해 드리고 싶은데, 내 아래에 있는 놈이 안 된다고 난리를 치는 터라 여기서 1시간 내로 자료를 확인해주셔야겠습니다.”
“예.”
짧게 대답한 류봉무는 노트북을 만졌다.
우선 필기시험에 대한 자료를 확인했다. 그의 딸인 류하나는 1등으로 만점이었다. 영상도 있었다. 아무 문제 없었다.
첫 번째 실기 시험. 놀을 상대하는 전투다. 류하나의 기록은 27초. 류하나는 침착하게 놀을 상대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유필성이 감탄사를 흘렸다.
“역시 류봉무 씨의 따님입니다. 10년 후엔 대한민국 최고의 히어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허….”
“…….”
그러나 류하나는 실기 1등이 아니었다. 류하나보다 더한 기록이 있었다. 그 영상을 확인한 류봉무는 두 눈을 부릅떴다. 유필설 또한 입을 벌렸다.
“1초…? 이, 이런 인재가 있었다니. 이름이 성유진?”
“……정보를 보니 성하리의 아들이군요.”
“허어. 그 여자의 아들이라니 바로 납득이 됩니다.”
두 번째 실기 시험 자료도 봤다. 류하나와 성유진은 같은 팀이었다.
“이 오크 로드…. 강지영이군요.”
“그렇습니까? 용케도 알아보시는군요.”
“느낌이 강지영입니다.”
류봉무는 집중해서 영상을 봤다. 류하나는 강지영에게 압도당했다. 그리고 성유진에게 뺨을 맞았다.
유필성은 류봉무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유동에 뒤로 물러났다.
“지, 진정하십시오. 노트북이 부서지면 정말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유진 학생의 행동은 좀 과격하긴 하나 틀린 행동은 아니지 않습니까?”
유필성의 말이 맞다. 성유진이 아니었다면 류하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 더 큰 실수를 저질렀으리라.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가슴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분노했다. 허나 곧 이어진 장면에 분노가 잊혀졌다.
“검기…! 성하리의 아들은 천재를 넘어선 괴물이로군요. 저 나이에 검기를 사용하다니…!”
“검기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상으로 대단한 건 저 검술입니다. 저 아이의 검술 실력은 웬만한 현역 히어로 보다 더 대단합니다.”
D급 히어로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이다. 성하리만큼 압도적인 느낌은 없어도, 수험생 중에는 최고의 실력인 건 확실했다.
영상은 성유진이 오크 로드와 함께 떨어지는 것으로 끝났다.
류봉무는 영상을 몇 번 더 돌려보았다.
‘하나가 기죽는 것도 당연하군. 그러나 하나의 재능은 아비인 내가 잘 안다. 하나는 저놈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것과 별개로 성유진의 실력은 진짜였다. 가능하다면 노스다이아 클랜으로 데려오고 싶다. 딸인 류하나와 좋은 경쟁자가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크흠. 류봉무 씨. 이 정보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전 약속은 지킵니다. 제 명예를 걸겠습니다.”
“아니. 뭐, 명예까지야….”
류봉무는 협회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머릿속은 협회에 올 때보다 훨씬 복잡했다.
???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이날 오후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성유진 님.
마루한 아카데미 입학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3월 2일 입학식이 진행되오니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확인해주십시오.』
합격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였다. 이브에 합격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더 기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는 협회의 배려가 분명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방을 향해 소리쳤다.
“엄마! 아카데미에 합격했다고 문자 왔어!”
침실 쪽에서 성하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역시 유진이야! 엄마는 유진이가 합격할 줄 알고 있었어! 합격 기념 파티를 해야지! 원래는 내일 하려고 했지만… 유진이가 합격했는데 엄마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잠시만 기다려!”
3분 후에 성하리가 나왔다. 소파에 앉아 귤이나 까먹고 있던 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 엄마. 그 모습은….”
“크리스마스니까 준비해봤어. 원래는 내일 입을 생각이었는데.”
산타바니걸이었다.
머리에는 빨간 토끼 귀를 꼈고, 몸에 착 달라붙는 레오타드는 붉은색으로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난다. 가슴은 터질 것 같고 새하얀 다리는 날 유혹한다.
“어때?”
성하리가 포즈를 잡았다. 왼손은 허리에 올리고 오른손은 머리 뒤로 올려 하얀 겨드랑이를 보여준다.
“마, 마망!”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성하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성하리의 허리를 끌어안아 입을 맞추려고 했다. 성하리가 손을 들어 날 저지했다.
“잠깐만. 유진아.”
“왜? 나 급해.”
“이번은 네 아카데미 합격 기념이니까. 특별히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해줄 테니 가만히 있으렴.”
성하리의 봉사! 평소에도 내게 봉사하듯 잘해주는 그녀가 이번에는 어떻게 해줄지 궁금해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자지는 한계까지 발기해서 가만히 있진 못했지만.
쪼옥.
성하리가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동시에 그녀의 손이 움직이면서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으음~ 음~ 으흥~”
성하리는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몸이 살랑이면서 풍만한 가슴과 검은색 머리카락이 출렁였다.
기분 좋게 내 상의를 벗기고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새삼스럽게 느끼는 건데 우리 유진이 정말 많이 컸네.”
“앞으로 더 클 거야.”
갑자기 성하리가 울상을 지었다.
“왜 그래, 엄마.”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유진이랑 같이 못 있잖아. 아카데미는 기숙사제니까.”
“주말에는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서 만날 수 있어.”
“그래도 유진이가 유진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다 나네.”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뭘.”
성하리가 내게 밀착했다. 레오타드에 감싸인 풍만한 가슴이 내 상체를 누른다. 동시에 그녀의 손이 내 바지를 벗겼다. 팬티를 뚫고 나온 딱딱한 자지가 성하리의 아랫배를 꾹꾹 눌렀다.
성하리는 내 목을 양팔로 끌어안고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허리를 받쳤다.
“유진아. 엄마가 우리 유진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알아.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
“엄마는 유진이 없으면 못 살아. 아카데미에 들어가도 주말마다 집으로 와야 해. 안 오면 엄마가 찾아 가버린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같이 아카데미에 가자.”
“얘가 참….”
성하리의 입술이 내 입술과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