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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3 - 733. 아카데미의 구원자 (513/2,000)

〈 733화 〉 733. 아카데미의 구원자

733. 아카데미의 구원자

3방향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화살에 기껏 잡은 투창 자세를 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최다연이 노리는 건 내가 공격이 아닌 수비에 텀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최다연의 의도대로 질질 끌려갈 생각은 없다.

‘역장.’

마나 일부가 빠져나가며 투명한 역장이 내 몸을 감싼다. 3개의 화살이 역장을 때렸다. 화살이 튕겨 나가고 역장이 부서진다. 역장은 소모한 마나에 따라 크기와 강도가 달라진다. 지금은 딱 알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 대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 거야.”

콰앙!

굉음과 함께 창이 허공을 찢으며 최다연을 향해 날아갔다.

최다연은 공중기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공중을 박차고 옆으로 뛴 것이다. 내가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쉽게 쳐내고 피할 수 있듯이, 최다연 또한 정면에서 날아오는 투창을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차이점이 있다. 나는 최다연의 화살을 쳐내거나, 역장으로 막아낼 수 있다. 허나 최다연은 내 투창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투창을 막기에는 최다연의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끝까지 피하진 못하겠지.’

최다연이 첫 번째 투창을 피하는 직후, 바로 두 번째 창을 던졌다. 최다연은 허공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두 번째 투창을 피했다. 무리하게 움직이며 빈틈이 발생했다. 세 번째 투창이 그녀의 왼쪽 종아리를 관통한다.

“윽!”

날개 찢긴 나비처럼 최다연이 아래로 떨어진다. 입술을 꾹 깨물며 비명을 참은 것만큼은 칭찬해줄 만 했다.

‘기본적인 기량 차이에 대련은 이미 끝났어. 여기서 투창으로 가슴을 꿰뚫으면 대련은 끝나겠지.’

최다연의 패인은 공중기동(C)을 너무 믿었다는 거다. 차라리 그녀가 지상에서 피하는게 더 나았을 것이다.

‘…역시. 지금 당장 끝내는 건 좋지 않겠지. 최다연에게 더 확실히 날 각인 시켜야 하니까.’

4번째 투창을 날렸다. 목적한 부위는 오른쪽 어깨다. 최다연은 이번에도 고통을 참고 내게 반격할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기엔 그녀의 높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그녀는 지금 이곳을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어?’

최다연이 예상 밖의 대응을 했다. 화살을 손에 쥐고 날아오는 창을 쳐낸 것이다. 화살과 함께 그녀의 손도 부서지며 피가 튀었다. 그러나 여긴 시뮬레이터. 1초 만에 최다연의 손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직 시뮬레이터 안에서만 가능한 막무가내다.

그녀가 들고 있던 활이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크기가 커졌다. 그녀는 땅에 활끝을 박아 세우고 내가 던진 네 번째 창을 활시위에 걸었다. 그건 이미 활이 아니라 발리스타였다.

창이 날아온다.

순수하게 놀랐다. 창은 무려 내가 던진 것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굳이 저렇게 창을 쏠 필요는 없을 텐데. 아무래도 좀 화난 모양이군. 찰나.’

세계가 느려진다. 내 흉부를 노리고 날아오는 창이 확실히 보였다. 빙글빙글 회전까지 하고 있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창 자루를 잡았다. 손바닥이 쓸리긴 했어도 창은 확실히 잡았다.

“…….”

경악한 눈으로 이쪽을 보는 최다연을 향해 입꼬리를 올려 웃어주었다.

최다연은 얼굴을 굳히며 원래 크기로 돌아온 활을 꽉 쥐었다. 그녀는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아까랑 다를 게 없다면 좀 실망인데.”

“실망? 내 위에 있다는 것처럼 굴지 마. 너 따위의 실망은 아무 관심 없으니까.”

“말투가 거칠어졌어, 최다연.”

“…….”

화살이 날아온다. 아까처럼 신중하게 쏘지 않는다. 손이 가는 대로 속사한다. 나는 창으로 화살을 전부 쳐냈다. 가끔 화살 하나가 이탈해 내 사각을 노리지만, 내 기감을 속일 수는 없었다.

“화살이 전부 떨어졌군. 항복하는 게 어때?”

“화살이라면 충분히 있어.”

최다연이 태양을 등졌다. 나는 담담히 그녀를 직시했다. 평범한 눈이었다면 모를까. 내 눈은 특별해서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있다.

그녀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태양의 빛이 활에 모여들어 빛의 화살을 만들어낸다.

‘열기의 화살이군.’

황금빛의 화살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파이어볼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울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나는 최다연보다 최다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태양열의 품은 화살이 황금빛의 꼬리를 허공에 남기며 내게 날아온다.

뇌전을 일으킨다.

파지지지직.

창대를 타고 시퍼런 전류가 흐른다. 창을 휘둘러 황금빛의 화살을 쳐냈다. 실체 없는 화살은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진짜가 온다.’

지금 쏘아진 황금빛의 화살은 일종의 표식이다. 진짜는 최다연의 등 뒤, 태양에서 작은 화살 수백 개가 쏘아져 온다.

태양의 열기로 만들어진 화살들.

최다연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

‘겉으로 보기엔 대단하지. 하지만 실제로 잘 들여다보면 열기의 화살 하나, 하나는 불안정하고 별 볼 일 없어. 오직 특성 하나에만 기대어 만든 기술. 모카를 부를 필요는 없어.’

나 혼자서 충분하다.

‘찰나.’

느려진 세상에서 창에 뇌전을 밀어 넣고 투창 자세를 취했다. 찰나가 풀린다. 그러나 창에 담긴 뇌전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찰나.’

한 번 더. 한계까지.

‘찰나.’

준비가 끝난 뇌창을 망설임 없이 내던졌다. 뇌창은 열기의 화살들을 뚫고 지나갔다. 뇌창이 품은 번개가 수백 개의 열기의 화살을 모조리 찢어발긴다.

최다연은 피하지 못했다. 뇌창은 그녀의 반응했을 땐 이미 지근거리에 다가온 상태였으니까. 창은 그녀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다. 최다연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쿵!

추락 소리는 유독 크게 들렸다.

시뮬레이터 룸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교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까지. 승부는 났다. 전투는 금한다.”

-5초 후, 오로라 시뮬레이터를 종료합니다.

시뮬레이터가 종료하면서 현실을 가렸던 가상의 장막이 사라진다. 초원은 딱딱한 바닥으로 돌아오고, 푸른 하늘은 잿빛의 천장이 되었다. 무한히 펼쳐지듯 늘어났던 공간도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는 기분이라 신기하군.’

오로라 시뮬레이터에 놀라고 있을 때, 최다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활을 손에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시뮬레이터 룸 밖으로 나갔다. 우아하고 도도한 걸음을 시뮬레이터 룸으로 들어올 때 보다 빨랐다.

‘태연한 척 해도 속으로는 죽을 맛이겠지. 크크.’

나는 최다연의 심정을 예측하며 느긋하게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조용했다. 한화성이라도 올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학생들은 대부분 나를 경계했다. 내가 그들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학년의 학생이나, 선생같은 경우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특히 2학년 쪽이 시끌 했다. 마나를 이용해 청력을 높여봤다.

“37기는 장난 나이라더니… 진짜 장난 아니네. 저 후배랑 싸우면 3분 만에 질 자신 있다.”

“네가 3분이나 버틴다고? 1분이 아니라?”

“우리 동아리에 딱 어울리는 인재야.”

“뇌성, 성하리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 소문이 진짜일지도 모르겠어.”

여기저기서 성하리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내가 성하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교생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

‘상관 없어. 어차피 숨길 생각도 없었고.’

내 시선은 최다연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기숙사로 돌아갔다.

???

기숙사로 돌아온 최다연은 현관문을 잠그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악!”

퍼억! 퍽! 퍽! 퍽!

괴성을 내지르며 안방 중심에 설치된 샌드백에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찼다. 형편없는 움직임이었다. 이건 수련이 아니라 오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구잡이로 샌드백을 패는 것에 불과했다.

“내가! 이 내가! 겨우 그딴 놈한테 지다니…!”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눈에는 투명한 눈물까지 맺혔다. 그녀는 너무 분했다.

그녀는 대련에 들어가기 전에 성유진이 정령사라는 정보를 수집했다. 따로 조사를 한 건 아니고 아카데미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엿들은 것이다.

“그놈은 대련에서 정령도 부르지 않았어!”

이쪽은 최선을 다한 반면에, 저쪽은 최선은커녕 본 실력도 내비치지 않았다. 정령 없는 정령사와 싸워서 패배한 것이다. 수치심과 분노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최다연이 괴성을 내질렀다. 기숙사는 어제, 입실하자마자 방음 공사를 끝냈기에 소음이 밖이나 아래층으로 새어나갈 일은 없었다.

“더워!”

그녀는 운동복을 벗어 던졌다. 몸에 달라붙는 T셔츠 한 장과 팬티만 걸치고 다시 샌드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가슴을 출렁출렁 흔들린다.

“하필이면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을 때…! 하필이면…!”

샌드백을 때리던 그녀는 샌드백에서 물러났다. 평소에는 샌드백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풀렸으나, 오늘은 샌드백만으로 부족했다. 그녀는 방구석에 서 있는 여자 마네킹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어머니, 최정화가 가르쳐준 스트레스 푸는 법을 실행했다. 마네킹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있는 힘껏 당겼다.

끼기기긱.

특수 제작된 마네킹은 튼튼했다. 그녀는 이어서 손바닥과 다리로 마네킹을 때리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성유진! 아아아아악!”

그녀는 마네킹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며 레슬링을 했다. 감정을 담아 내지르는 목소리는 쩍쩍 갈라졌다. 실제로 레슬링을 배운 건 아니고, 눈대중으로 본 레슬링기술을 마네킹에게 쓴 것이다.

10분이 지나, 어느 정도 화가 풀린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긴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팬티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최다연은 방 밖으로 나갔다. 대충 던져놓았던 스마트폰에 부재중 전화가 무려 20통이 왔다. 절반은 반에서 사귄 친구… 아니, 추종자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강후였다. 최다연은 추종자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이강후에겐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드디어 받아주셨군요! 괜찮으십니까?!”

“닥쳐. 용건이나 말해. 쓸데없는 이야기 때문에 전화를 걸진 않았겠지?”

“전 아가씨가 걱정돼서….”

“네가 날 걱정한다고? 지금 날 동정하는 거야? 너 따위가?”

“아, 아닙니다! 방금 정보팀으로부터 성유진에 대한 정보를 받았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복부에 손을 올렸다. 상처는 없다. 대련에 있었던 일은 모두 가상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배를 꿰뚫고 지나간 창의 감촉과 고통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라 왠지 모르게 아릿했다.

“…말해 봐.”

“성유진은 성하리의 아들이었습니다!”

“성하리….”

최다연은 어머니, 최정화가 과거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성하리에게 묘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성하리를 무식한 년이라 부른다든가, 머리채를 잡아 대머리로 만들어야 한다든가 등의 과격한 말을 했다.

그와 동시에 최정화는 성하리를 최고의 히어로로 인정하고 있었다.

“네! 그 관천의 뇌성의 아들입니다! 위쪽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최대한 성유진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고. 그, 그런데 저기…. 아가씨. 면목없는 말입니다만 저랑 성유진은 이미….”

뚝.

최다연은 전화를 끊었다. 자신이 하인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성유진은 근본 없는 놈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이겨보지 못했던 성하리의 아들이라면, 자신이 지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하리의 아들이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실력이긴 했어.”

부엌에 가서 차가운 냉수 한 잔을 들이켜 마신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1억이 넘는 TV를 켰다. 리모컨을 잡고 한참을 조작하던 그녀는 한 동영상을 틀었다.

“아아아앙! 아아앙! 오 마이 갓! 어흐흐흑!! 아아앙!”

검은 머리칼의 여자가 아시아 남자와 천박하게 섹스하는 영상이었다. 남자배우는 아시아인이었다. 성유진과 묘하게 닮았으며 성기가 흑인들 뺨칠 정도로 무척 큰 편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물렁해보인다는 것이다.

최다연은 소리를 크게 틀고 빤히 지켜보다가 땀에 젖은 팬티를 벗었다. 땀이 묻은 그녀의 사타구니는 후끈거렸다. 보지에 묻어 있는 투명한 액체는 땀이라 하기엔 너무 끈적거렸다.

“…흐으….”

그녀의 가는 손이 사타구니로 향했다. 손가락이 보지털을 헤집고, 기다란 중지가 재주 좋게 처녀막을 찢지 않고 작은 보지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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