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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4 - 734. 아카데미의 구원자 (514/2,000)

〈 734화 〉 734. 아카데미의 구원자

734. 아카데미의 구원자

“…흐으….”

그녀의 가는 손이 사타구니로 향했다. 손가락이 보지털을 헤집고, 기다란 중지가 재주 좋게 처녀막을 찢지 않고 작은 보지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손가락 하나로는 부족했다. 예전에는 꽉 찬 느낌이었는데, 요즘에는 못해도 손가락 하나 더 넣어야 만족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손가락을 하나 더 넣으면 처녀막이 찢어질 것이 분명했다. 처녀막만큼은 마지막 일선이다.

“아, 아윽… 앙…!”

찌걱찌걱.

손가락이 움직이며 보지에서 애액이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했다.

최다연은 성적 쾌락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옛날에, 자위를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머리가 번쩍거리고 오줌까지 지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보지가 손가락에 익숙해지고 나서부터는 그 쾌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애액도 찔끔찔끔 나온다.

‘손가락을 하나 더 넣는다면….’

그녀는 유혹을 떨쳐내듯 집중력을 TV 화면으로 옮겼다.

네 발로 엎드린 여배우가 남자 배우의 사타구니로 길어가 커다란 자지와 늘어진 부랄을 할짝댔다. 코까지 킁킁거린다.

꿀꺽.

도대체 어떤 냄새이고, 어떤 맛일까.

찌걱찌걱.

보지에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래도 부족하다. 그녀는 상의와 브래지어까지 벗어 던져 완전히 알몸이 되어 자위에 집중했다.

남배우의 커다란 자지가 여배우의 보지에 들어간다. 여배우는 아파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는 말을 반복하며 교성을 흘렸다.

‘저런 커다란 게 몸 안에 들어오면 어떤 기분일까?’

영상은 뒤로 갈수록 과격해졌다. 여배우는 남배우의 대물에 지배당한다. 추잡한 말을 내뱉고, 음란한 자세를 취하고, 거근에 깔려 목이 쉴 정도로 쾌락을 표현한다.

최다연은 문득 성유진을 떠올렸다. 그에게 패배하고 깔리는 자신을 상상했다. 황금 나무 클랜의 후계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성유진에게 난폭하게 다뤄지고, 몇 번이나 따먹히고, 보지뿐만이 아니라 항문까지 범해진다면….

꾸욱.

보지가 꽉 조여온다.

“아, 아아아아앗!”

그녀가 몸을 떨며 절정을 느꼈다. 평소보다 좀 더 기분 좋았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질구에서 손가락을 빼고 음순과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렸다.

‘……방금 내가 성유진을 생각했다고? 하아. 저 남자배우 때문이야. 성유진이라 너무 많이 닮았잖아.’

다시 자위에 집중했다. 그녀는 성욕이 많은 편이었다. 성욕을 풀어야지 깊게 잠들 수 있고, 내일 수업에도 집중력을 발휘한다.

“읏, 아아아….”

찌걱찌걱.

???

대련이 끝나고. 나는 곧장 의료실로 향했다.

어디 다친 것은 아니다. 대련 중 최다연의 유효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유효타가 있어도 시뮬레이터 덕분에 다칠 일은 없다.

의료실에 온 것은 김천우를 만나기 위해서다. 대련 중 폭주한 그는 정신 상담을 위해 의료실로 끌려갔다.

김천우와 면회를 하기 전에 정신과 의사 선생으로부터 당부를 받았다.

“지금은 멀쩡하지만, 한 번 폭주했으니 또 폭주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아직 검사가 덜 끝나기도 했고. 허락할 수 있는 건 딱 15분이야.”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기실로 가다가 마진배와 맞닥뜨렸다. 마진배는 날 보자마자 인상을 쓰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성유진…. 너 이 새끼… 천우에게 무슨 말을 지껄인 거냐? 천우는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니다. 대체 무슨 말을 지껄였기에 천우를 그렇게 만든 거냐?”

“내가 그걸 너한테 일일이 말해야 하냐? 볼일 끝났으면 기숙사에 가서 잠이나 자. 김천우가 미숙한 건 내가 아니라 김천우가 미숙한 탓이지.”

“이 씨발 새끼가!”

마진배가 내 멱살을 잡았다.

푸욱

“……!!”

작은 나이프로 마진배의 옆구리를 찔렀다. 마진배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왼손을 들어 주먹을 잡아 꺾었다.

뿌드득.

마진배의 손목이 작살난다.

“끄윽!”

“마음 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은데, 아카데미라서 참는다. 마침 의료실이기도 하고 의사한테 가서 치료나 받아. 그리고.”

마진배의 멱살을 낚아채듯이 잡았다. 속절없이 머리를 글려오게 된 마진배의 목에 나이프 끝을 겨눴다. 칼날에 묻은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앞으로 개기지 마라. 광주에 살고 있는 네 부모랑 동생을 찢어 죽여버리고 싶어지니까.”

“너, 너 내 가족을…!”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아직은.”

푸욱.

마진배의 왼쪽 어깨에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크으으윽…!”

“이건 선물이고. 내 말 잘 기억해라.”

나이프에 손을 놓고 그대로 마진배를 지나쳤다. 마진배는 비틀거렸다. 그러나 넘어지지 않고 내 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등 뒤가 따가워서 마진배를 돌아봤다.

“마진구.”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마진배의 남동생 이름.

“…….”

마진배는 두 눈을 내리깔았다.

???

김천우는 의자에 앉아 상념에 잠겨 있었다. 그는 내가 가까이 다가간 뒤에서야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성유진? 네가 왜 여깄어?”

“광전사가 뭐하고 있는 지 보러왔지. 유승준을 묵사발로 만들었더라. 아주 통쾌했어.”

“유승준을 그렇게까지 만들 생각은 없었어.”

“진짜?”

“…….”

폭주했다고 해서 몸의 제어권이 누군가에게 빼앗긴 건 아니다. 김천우는 단지 감정에 몸을 맡겼을 뿐이다. 자기 자신의 의지로 유승준을 도륙했다. 유승준은 20번 이상 김천우에게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너, 옷에 묻어 있는 피는 뭐야?”

“별일 아니야. 신경 꺼. 그것보다 내 말을 믿는 거지?”

“네 말을 믿다니…. 뭘?”

“유승준이 마인이라는 사실 말이야. 유승준이 마인이라서 폭주한 거잖아. 아니야?”

“…….”

김천우가 고개를 숙였다. 눈동자가 마음을 비치는 거울이라는 말이 맞다면, 그의 마음은 지금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다.

나는 김천우의 한 칸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솔직해지자, 김천우. 너도 나처럼 생각하잖아. 유승준은 고통받아 마땅한 놈이었다고. 죽어 마땅한 놈이기도 하고.”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럼 이대로 유승준을 살려주겠다고? 아카데미나 협회에도 그 정체를 말하지 않고?”

“……아카데미에는 말할 생각이야. 유승준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킥킥 웃으며 김천우를 비웃었다.

“정당한 법의 심판?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이 방법이 옳아. 네가 비웃을 자격은 없어.”

“유승준은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해.”

“방해할 생각이야? 그게 아니면… 네가 직접 유승준을 죽인다든가.”

“그게 아니야. 유승준의 뒤에 누가 있는지 생각해. 유승준은 저래 보여도 마도정의 인재야.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유승준을 데려가겠지.”

이건 거짓말이었다.

마도정의 입장에서 유승준이 인재이긴 하나,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집착할 정도의 인재는 아니었다. 마도정은 유승준을 지금 당장에라도 유승준을 버릴 수 있다.

“협회가…. 그럴 리 없어.”

“넌 정말로 협회를 믿어?”

“…….”

김천우는 협회를 완벽히 신뢰하지 않는다. 협회가 정말 질서를 위한, 정의를 위한 집단이라면 부모님이 죽지 않았을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다.

“김천우. 마인과 악마는 고통받고 죽어야 해. 왜? 놈들이 인간에게 그러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것보다 더 심플한 이유가 어딨어?”

“…마인은 악마와 계약한 인간이야. 악마가 아니야.”

“아니. 악마와 계약한 순간부터 마인도 악마지. 그것들은 스스로 인간을 포기한 것들이야. 네가 마인을 살려두면, 그 마인은 또다시 악행을 저지를 거야. 순진한 아이를 죽이고 그 영혼을 악마에게 바치겠지.”

“…….”

김천우는 내 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아카데미에 입학한 김천우는 아직 미숙했고, 조언해줄 다른 친구와 선생과 깊은 관계를 갖지 못했다.

‘김천우. 이 새끼의 특성은 악마와 극상성이야. 김천우만 이용하면 악마를 죽이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

나는 목적을 잊지 않았다.

1회차 때 날 이용하고 중요한 순간에 배신한 제 5 악마 군단장, 파멸의 악마왕 메킨. 그 새끼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아가 확 치민다.

5분간의 침묵 끝에 김천우가 입을 열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지금 가서 유승준을 죽일까? 죽이면 뭐가 달라져?”

“달라지지. 세상은 더 깨끗해지고 아카데미는 더 안전해져. 그거 알아? 아카데미에 있는 마인과 악마는 유승준 하나뿐만이 아니야.”

“……뭐? 누, 누구. 누가 마인이야?! 아니, 악마가 아카데미에 있다고?!”

김천우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어깨를 잡았다. 순간 김천우의 모가지를 잡아 비틀뻔했다. 남자 새끼가 감히 내 어깨를 잡다니…. 나는 치솟는 화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

“김천우. 난 너한테 실망했다. 마인 새끼가 고통당하는 건 당연해. 그런데 마인을 직접 죽일 각오도 없고, 그대로 협회에 보내려고 해? 장난쳐? 대련 중에 폭주할 정도면 마인이랑 악마에 대한 증오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본 모양이야.”

“너, 너는… 대체 정체가 뭐야? 왜 악마와 마인을 그렇게까지….”

“내 과거사를 너한테 하나, 하나 친절히 말해줄 이유는 없어.”

나는 내 어깨를 잡은 김천우의 손을 치웠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어. 넌 여기서 질질 짜고 있어. 쓰레기 같은 마인와 악마는 나 혼자서 다 쳐죽일 테니까.”

“기다려!”

김천우가 문앞을 막아섰다. 그는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나를 올려다봤다.

“네 말이 맞아! 그것들은 악마와 손을 잡은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악마야. 내가 잘못 생각했어. 어쭙잖게 마인에게도 사정이 있다고 생각했어. 네가 내게 실망하는 것도 당연해. 넌 진심으로 마인과 악마를 죽이고 복수하려고 했는데… 나는….”

김천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나를 향해 머리를 깊이 숙였다.

“한 번만 더 내게 기회를 줘! 내게도 마인과 악마를 죽일 기회를 줘!”

“유승준을 죽일 수 있겠어?

”죽일 수 있어. 그놈은… 마인이니까.“

”좋아. 한 번 더 널 믿어 볼게. 당장 유승준을 죽여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대놓고 움직이면 아카데미에 숨어 있는 다른 마인들이 경계하겠지. 당분간은 내 지시에 따라 움직여. 알겠지?“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될까?“

”지금은 쉬어. 면회 시간 끝났으니 돌아가 봐야 해. 내일 아카데미에서 보자.“

손을 내밀었다. 김천우는 내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는 느낌이었지만, 이걸로 김천우라는 악마 대적 무기를 손에 넣었다.

???

그날 자정.

나는 후드를 깊게 쓰고 거울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미러 터널이 활성화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나온 곳은 아카데미 밖에 있는 시내의 한 건물이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매입한 건물이다.

‘밤에 안전하게 나오려면 이 방법을 쓰는 게 빠르지.’

아카데미 통금은 오후 7시다. 학생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오후 7시 이후 아카데미를 나갈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참고로 기숙사 통금은 오후 10시다. 기숙사는 단속도 잘 하지 않아 널널한 편이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시내는 자정인데도 활발했다. 이곳은 마나 농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은 편이라 히어로 업계와 관련된 일들이 전문적으로 발달했다.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더라도 히어로를 비롯해 특별한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부르르르.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이강후 ? 성유진 님. 죄송합니다. 제가 성유진 님을 알아뵈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여기 성유진 님을 위해 준비한 치킨 기프티콘입니다.

이강후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이강후 ? 혹시 원하시는 물건이 있습니까? 제가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구해드리겠습니다.

3시간 전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문자를 보내오고 있다.

‘이 새끼. 아까부터 지랄이네. 하수구 출신이니 내 실력을 보고 쫀 건 아닐 테고…. 내가 성하리의 아들이란 걸 알아냈나.’

메시지를 읽고 씹었다. 이러면 더 똥줄이 탈 것이다.

‘어디 보자.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오른쪽 골목을….’

골목길을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구석에 있는 허름한 건물을 발견했다. 간판도 뭣도 없는 가게였다. 문에 달린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만이 안에 누가 있음을 알렸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본 것처럼 가게 내부는 좁았다. 5평도 되지 않을 크기다. 천장에 달린 전구는 그리 밝지 못해 가게 안은 어두웠다. 테이블 하나와 의자 1개. 그리고 안쪽에 있는 문.

나는 후드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손님의 기척을 느낀 것일까. 안쪽에 있는 문이 열리며 가게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어서 오….”

가게 주인은 날 보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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