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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9 - 749. 가인박명 (529/2,000)

〈 749화 〉 749. 가인박명

749. 가인박명

[성유진

레벨: 74

근력: 80 체력: 80 민첩: 75 지능: 70 정력: 80 마나: 80]

[사용 가능 포인트: 4,305]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내 정보를 확인했다.

4,305 포인트.

[아카데미의 구원자] 세계에 제법 오래 있었더니 포인트가 상당히 쌓였다.

‘어디에 쓸까.’

곰곰이 고민하던 나는 능력치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단 깔맞춤은 하고.’

[성유진

레벨: 74

근력: 80 체력: 80 민첩: 80 지능: 80 정력: 80 마나: 80]

[사용 가능 포인트: 3,105]

1,200 포인트를 사용해 민첩과 지능을 모두 80으로 맞췄다. 보기 좋게 깔끔해졌다.

‘80부터 능력치 1개를 올리려면 120 포인트가 필요하니…. 전부 올릴 수는 없겠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정력!’

[성유진

레벨: 74

근력: 80 체력: 80 민첩: 80 지능: 80 정력: 90 마나: 80]

[사용 가능 포인트: 1,905]

[정력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선 20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정력 능력치를 올리겠습니까?]

능력치 90부터 필요한 능력치는 무려 200 포인트. 많은 포인트가 필요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다음은 마나.’

마나는 정력 다음으로 가장 필요한 능력치다. 마나가 있어야 초월적인 힘을 내거나, 뇌전을 더욱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마나는 다다익선이다. 많을수록 좋다.

‘그다음 능력치는… 힘이지.’

[성유진

레벨: 74

근력: 85 체력: 80 민첩: 80 지능: 80 정력: 90 마나: 90]

[사용 가능 포인트: 105]

최종적인 내 능력치는 이렇다.

나는 남은 포인트를 보며 착잡해졌다. 4,000이 넘던 포인트가 3분 만에 사라졌다. 땅에 버린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한 걸 아는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사용한 포인트.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유희 세계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쌓이는 게 포인트니까.’

짜투리 포인트를 쓸 곳은 하나뿐이다.

랜덤 뽑기.

‘100 포인트 이상을 투자하는 건 오랜만이라 두근두근하는군. 크크.’

랜덤 뽑기에 임할 때는 포인트를 땅에 내다 버리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가즈아!’

랜덤 뽑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좋은 스킬이나 특성이 나오면 그야말로 대박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얼굴은 굳어져만 가고, 주위에 잡동사니들이 쌓였다. 칫솔, 가방, 베개, 과일 등등. 특별한 능력이 붙어 있긴 하나, 뭔가 애매한 물건이 있었다.

예를 들면.

「10초 염색약

머리카락을 원하는 색으로 단 10초 만에 염색합니다. 꼭 머리카락이 아니어도 신체에 나는 털이라면 염색할 수 있습니다.

가격: 5 포인트

※주의

염색할 색을 잘 상상해야 합니다.

염색은 5일 동안 지속됩니다.」

이 같은 물건이 있다.

원하는 색으로 10초 만에 염색할 수 있는 건 편하긴 한데 딱 5일 동안만 유지된다.

‘모발이 상하는 등의 부작용은 없는 것 같으니 좋은 물건이지. …음. 한 번 써볼까.’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필요가 없어도 일단 한 번 써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

충동이 이끄는 대로 10초 염색약을 사용했다.

내 자지털에.

“오! 오오오!”

자지털이 무지개색으로 변했다. 형광등의 빛 때문인지 자지털이 무지갯빛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의외로 괜찮은데? 조금 이따 한하린에게 보여줘야지.”

나는 낄낄 웃었다. 한하린이 보일 반응이 예상된다. 인상을 찡그리며 정색하겠지. 그러면서 당장 원상복귀하라고 말하다가 나한테 박혀서 앙앙 울겠지.

한하린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꼴려진다.

‘하지만 아직 포인트가 남았어. …오. 대박 나왔다.’

「랜덤 마법 주문서

마법 주문서를 찢으면 랜덤으로 마법이 발동한다. 발동 직후, 어떤 마법이 발동하는지 알 수 있다.

가격: 3,000

※주의

마법에 따라 사용자의 목숨도 위험해집니다. 신중하게 사용하십시오.」

이것도 손을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나는 당장 사용해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사용자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건 내 집이 난장판이 될 수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하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내 목숨보다 뒤처리가 더 귀찮았다.

‘남은 포인트는 20. 오늘은 운이 좋아서 이미 본전을 뽑고도 남았어.’

마음 편하게 먹고 랜덤 뽑기를 이어갔다.

더 이상 대박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대박이 떴다.

「기억 조작 성냥

성냥에 불을 붙여 대상에게 보여주면, 대상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가격: 8,000 포인트

※주의

대상의 정신력이 너무 높으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은 조작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아이템이 나왔다.

가장 먼저 떠올린 사용법은 여자에게 쓰는 거다. 강간한 뒤에 사실은 강간이 아니라 서로 마음이 맞아 몸을 섞었다고 기억을 조작하는 거다.

‘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려나?’

조금 꺼림칙한 것은 이건 인식을 바꾸는 최면과 다르다는 거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영상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인 현실에선 조작된 기억을 의심하고 밝혀낼 수도 있다.

‘사용할 땐 신중하게 써야겠군.’

포인트를 전부 사용한 나는 주위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대충 정리하고 한하린의 집으로 찾아갔다.

한하린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껴서 커다란 가슴을 강조한다. 그녀는 집안에서도 도도했다.

“하린아. 나 왔어.”

“성유진! 내가 말 놓지 말라고 했지?!”

“네. 네. 죄송합니다. 그것보다 이것 좀 봐봐요, 하린 선배.”

바지를 벗어 자지를 선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한하린은 인상을 쓰며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어? 거기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원래대로 돌려놔!”

“당분간은 이 상태로 즐길 거예요. 몸에 해롭지도 않고요.”

나는 한하린에게 뛰어가 그녀를 덮쳤다. 소파에 쓰러진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웁! 흐우응…!”

팔과 다리를 흔들며 저항하던 한하린은 곧 키스에 집중했다.

???

운전대를 잡고 액셀을 밟았다. 자동차는 대학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지하 1, 2, 3층 모두 주차장이었는데 이미 주차된 있는 차들로 빼곡했다. 빈자리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아, 괜히 차 끌고 나왔나?”

“형. 저기 자리 비어있는 것 같은데요? 한 번 가봐요.”

조수석에 앉은 박수호가 말했다.

나는 오랜만에 박수호를 만나, 그의 여동생이 입원해 있는 대학 병원에 찾아왔다. 박수호가 먼저 제안했다. 내가 저번에 준 해주용 포션이 여동생에게 큰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렇다고 백택의 저주가 완전히 풀린 건 아니지만.

주차를 하고 선물용 과일바구니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박수호의 얼굴은 병원에 도착한 뒤부터 계속 어두웠다.

“지금와서 말하는 것도 뭐한데, 내가 여기 와도 돼? 너 여동생은 꼭꼭 숨겨두는 것 같던데.”

“여동생이 낯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병원이 지인을 초대할만한 곳은 아니잖아요. 전 친한 친구랑도 잘 안 와요. 그런데 이번엔 가인이가 형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부탁해서요. 저도 형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형이 준 포션 덕분에 가인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박가인.

박수호의 여동생 이름이었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야. 분명 백택의 저주가…. 잠에 빠져들고 점점 쇠약해지는 거였지?”

“네. 처음에는 심하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잠이 많아지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어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잠에 빠져 쓰러지고… 잠자는 시간도 많아졌죠. 형이 준 해주용 포션 덕분에 요새는 하루 4시간 정도 깨어있는데… 심할 때는 60시간 넘게 깨어나지 못한 적도 있어요.”

“저주 중화제를 써도 그래?”

“중화제는 해주제가 아니니까요. 중화제 덕분에 심각한 상황을 피할 수 있긴 한데…. 그것도 점점 효과가 약해지고 있어요. 해주 전문가의 말로는 가인에게 남은 시간이 앞으로 1년도 되지 않는데요.”

“1년…. 시간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중화제에만 의존했을 때의 이야기에요. 해주 포션이나, 다른 해주 관련 물건이 있으면 시간은 더 늘릴 수 있어요. 그리고 S급 해주사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백택의 저주를 푸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박수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여동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병동에 들어갔다.

저주에 걸린 환자들이 모여있는 특수 병동이다. 나는 뒷목을 긁적였다. 뭔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병동이었다.

쿵.

쿵쿵.

쿵쿵쿵.

뭔가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환자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주먹으로 벽을 때리고 있었다.

“헉! 김주학 씨! 벽은 때리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요!”

“괴물이다! 괴물은 때려죽여야 해!”

간호사가 환자를 제압했다. 간호사의 움직임을 보자면 각성자가 틀림없었다.

“저것도 저주? 환각이라도 보이나?”

“네. 정신과 관련된 저주에요. 예전에 저 사람과 대화해본 적 있었는데…. 그때는 저렇게 심하지 않았어요.”

“뭔가 정신 병원같은 느낌이군.”

“…실제로 정신과 관련된 저주를 받은 환자는 적어요. 대부분 육체와 관련된 저주를 받아요. 몸이 썩거나, 등에 계속 고름이 생기거나, 계속 피눈물이 나는 저주 같은 거요.”

“생각보다 더 심각한 곳이군.”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저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이 많아요. 저주의 종류에 따라 중화제도 통하지 않는 저주도 있으니까요. 가인이는 그나마 다행이에요. 백택의 저주는 직접 육체를 파괴하는 종류의 저주는 아니니까요.”

걸어가는 와중이었다. 복도 통로 끝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무심코 걸음을 멈췄는데, 박수호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형. 그냥 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1층에서 간호사에게 면회 신청을 하고, 병동의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은 모두 개인실이었고 조용했다.

“5층의 환자들은 대부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고 들었어요. 가인이는 저 병실에 있어요.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깨어 있을 거예요.”

박수호는 익숙하게 병실 문을 열었다.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는 작은 소음이 들렸다.

“가인아. 나 왔어.”

“오빠 왔어?”

“오늘은 전에 말했던 대로 유진 형을 데려왔어.”

“안녕하세요. 유진 오빠.”

책을 읽고 있던 박가인이 침대에 앉아 인사했다.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커다란 눈, 하얀색의 환자복. 그녀는 전체적으로 체구가 작았다. 키도 작고, 가슴도 절벽이다. 성장 자체를 안 하는 것같았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장인이 몸과 마음을 바쳐 만든 인형 같았다. 만약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면, 그녀를 마네킹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박가인이지? 이야기는 들었어. 난 성유진이야. 이건 병문안 선물이고. 과일을 좋아한다며?”

“좋아해요. 과일은 딱 적당하더라고요. 아, 오빠한테 들었어요. 해주용 포션을 저를 위해 주셨다면서요? 고마워요. 유진 오빠 덕분에 하루에 4시간 정도 활동할 수 있어요.”

박수호와 함께 침대에 가까이 다가갔다.

“일어나서 인사해야 하는데…. 미안해요. 다리가 잘 안 움직여서…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아요.”

“괜찮아. 편하게 있어. 네가 일어나서 인사하면 내가 더 불편해.”

가까이서 보니 박가인은 더 말랐다. 다리는 이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양팔은 만지면 부러질것처럼 가늘었다.

“가인아. 몸은 어때?”

박수호가 물었다.

“괜찮아, 오빠. 요근래 중에 가장 컨디션이 좋아. 간호사 언니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어.”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힘들면 바로 말해.”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박수호는 여동생과 관련된 일에 진지했고, 박가인은 나를 힐끔거린다. 낯가림이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나서기로 했다. 일단 분위기를 풀고 가까워지기 위해선 대화를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지껄이는 건 최선이 아니다. 처음에는 공통된 흥밋거리로 이어 나가는 게 좋다. 다행히도 나와 박가인에겐 공통된 대화 주제가 옆에 있었다. 바로 박수호라는 인물 말이다.

“가인아. 수호의 대학 생활이 궁금하지 않아? 수호 성격상 잘 말 안 할 것 같은데.”

“궁금해요! 오빠는 항상 잘 지낸다고만 말하니까요.”

“잘 지내긴 하지.”

박수호를 들먹이며 박가인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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