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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7화 〉 757. 가인박명

757. 가인박명

“시장으로서 유능한데, 남자로서는 형편없구나.”

“…예?”

“됐어. 경청이나 해. 세 번째 시험에 대해 말해줄게.”

박수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렸다. 방금 들은 말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발기한 자지를 들키고, 밖에 나가서 정액까지 뽑아왔는데 듣는 말이 저거라면 나라도 충격받을 것 같았다.

“그 얼빵한 표정은 뭐야? 정신 안 차려?”

“죄, 죄송합니다!”

짜증 섞인 타박에 박수호가 분위기를 되잡고 집중했다.

“세 번째 시험은 3일 내로 골페라스 마을을 정복하는 거야.”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골페라스 마을 정복이라니요? 저희 북쪽에 있는 그 골페라스 마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베로프린 도시에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의 마을. 오늘부터 3일 내로 점령해.”

“골페라스 마을은 여기서 한나절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골페라스 마을을 침략하고 정복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는 골페라스 마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수호는 주먹을 까지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예카테리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베로프린 도시의 빠른 성장은 인정해. 역사를 뒤져봐도 베로프린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는 별로 없어. 하지만 이대로면 곧 발전도 막히게 될 거야.”

“베로프린 도시는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살기 좋은 도시, 기술이 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 그런 명성이 퍼지더라도 다른 도시나 마을 사람들은 쉽게 이주를 결정하지 않아. 베로프린 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시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에 비해 인구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이 세계는 현실의 대한민국과 다르다. 살아왔던 터전을 버리고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쉽게 떠나지 않는다. 마을에서 태어나면 일평생 마을을 떠나지 않고 마을에서 삶을 마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복은 저희 베로프린 도시의 이념과 상반됩니다! 시민들이 반발할 겁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시민을 구슬리는 것도 네 역할이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대신, 너희들이 내게 정복당할 거야.”

“…그 말씀은 저를 죽이고 도시를 취하겠다는 말입니까? 계약을 무시하고?”

“계약을 무시해?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너와 계약한 적 없어. 베로프린 도시는 내 동맹이 되겠다고 했지만, 네가 시험을 통과해야 적용될 이야기야. 나와 베로프린은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니야.”

“…….”

“어떻게 할 거야? 빨리 결정해.”

박수호는 바닥에 시선을 내렸다. 바닥은 어느새 물이 고여있었다.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그는 안색을 굳히고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나가 봐. 아, 성유진. 넌 남아. 나랑 따로 할 게 있으니까.”

박수호가 몸을 돌렸다.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밖으로 나갔다.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바닥에 고였던 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카테리나 님. 수호를 죽일 생각이셨습니까?”

“아니. 죽일 생각은 없었어. 박수호가 없으면 베로프린 도시는 평범한 도시에 불과해. 내게 필요한 건 박수호가 있는 베로프린 도시니까.”

예상했던 대로 단순히 위협에 불과했다. 이렇게 쉽게 박수호를 죽일 거라면, 첫날에 박수호를 죽였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왜 세 번째 시험을 마을 정복으로 했는지 알 것 같다. 뭐든지 첫 시작이 어려운 법이고, 처음 정복에 성공하고 달콤함을 맛보면 두 번째 정복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박수호가 하기 싫더라도 시민들이 부추길 것이다.

“그래도 수호를 너무 얕보시는 거 아닙니까?”

“얕보는 게 아니라 정확히 판단하는 거야. 박수호가 나한테 개기기엔 10년은 일러. 그것보다 앞으로 와.”

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예카테리나 님. 해야 하는 게 무엇입니까?”

“벗어.”

놀랍지도 않은 명령이었다. 옷을 전부 벗어 알몸이 되었다. 나는 중요부위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자지는 아직 발기하지 않은 상태다.

예카테리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내 자지를 보다가, 손가락을 콕콕 찔렀다. 자지에 자극이 오자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꼿꼿하게 발기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시 박수호의 것에 비해서 엄청 크네.”

“예카테리나 님. 혹시 제 정액이 필요하십니까?”

“맞아. 어젯밤 늦게까지 네 정액을 연구하고 알았어. 생명력이 뛰어난 네 정액은 여러 곳에 쓸 수 있어. 피로회복제는 물론이고 포션을 만들 수도 있지. 정력제나 화장품으로도 잘 팔릴 거야.”

“의외군요. 예카테리나 님은 돈을 밝히시는 분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만.”

“무력은 중요하지만, 뭐든 무력으로 해결하긴 힘들어. 효율을 따지면 재력이 더 낫지.”

다소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지금 무력을 이용해 베로프린 도시를 굴복시키고 군림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그녀는 솔리트 공화국의 마도원수다. 어처구니없지만 명분이 있었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굴릴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여러 가지로 편해.”

“…그렇군요.”

“후후후. 불만스러운 표정이네? 하긴. 네 정액이 원재료인데 정작 넌 얻는 게 없으니까. 지금은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전인 연구단계야. 나중에 장사를 시작하면 네 몫을 챙겨 줄 테니 걱정하지 마.”

진짜로 챙겨줄지는 모르겠다. 설령 챙겨주더라도 내 몫은 10%도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려니 했다. 유희 생활 어플을 이용하면 돈 정도는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다.

“예카테리나 님. 전 예카테리나 님의 무엇입니까?”

“…….”

내 자지를 만지던 그녀가 손을 내리고 날 쳐다봤다. 그녀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장난감이자 마법 재료? 후후후. 아까부터 질문이 많아. 좀 건방지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무릎 꿇어.”

어제와 같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녀의 발이 내 자지를 훑는다. 이후에 나는 그녀의 보지를 빨았다.

“앗응…. 좋아…. 마음에 들어. 생각이 바뀌었어. 널 장난감으로 내버려 두기는 아까워. 애완동물로 삼아줄게.”

예카테리나의 애완동물이 되었다. 날 향한 예카테리나의 분위기가 조금 관대해졌다. 그녀의 보지에 살짝 손가락을 넣거나, 보지가 아닌 배꼽을 빨아도 쉽게 용서해줄 정도로.

“앗, 하아아아앙….”

그녀는 나른한 신음을 흘리며 내 애무를 받아들였다.

상으로 펠라치오와 대딸을 받았다.

???

박수호를 필두로 2,000명의 병사가 북쪽에 있는 골베라스 마을로 진군했다. 그러나 병사들의 사기는 낮았다. 군을 이끄는 박수호부터가 침울한 분위기에다가 골베라스 마을을 침략하고 정복할 마땅한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명분이야 나중에 대충 그럴싸하게 갖다 붙인다고 하더라도, 이건 엄연한 강자가 약자를 침략하는 행위였다. 솔리트 공화국이 하는 짓거리나 다름없다.

‘박수호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겠지.’

골베라스는 인구수 약 3,000명이 넘는 제법 큰 마을이다. 성비가 5:5라고 가정했을 때. 남자는 1,500명. 이 중에서 싸울 수 있는 남자는 1,0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베로프린 도시의 승리로 확정되었다.

곧 골베라스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엉성하게 무장한 남자들이 목책 뒤에 서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나는 뒤를 힐끔거렸다. 군대의 뒤쪽, 예카테리나의 마차가 있었다. 예카테리나가 직접 감시하고 있다.

“수호야.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대화로 설득할 생각이에요. 전투 없이 일을 끝내는 게 목적이에요. 형은 지켜봐 주세요.”

박수호는 앞으로 걸어나가 크게 외쳤다.

“나는 베로프린의 시장인 박수호입니다! 골베라스의 대표자와 대화하고 싶습니다!”

골베라스 마을에서 중년 남자가 나왔다.

“골베라스 마을의 시장인 비크센이오. 오랜만이오, 시장.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늠름해지셨구려.”

“…비크센. 상황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말대로 자세한 사정은 알고 있소. 그렇기에 유감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구려.”

골베라스의 시선이 군대의 뒤쪽, 예카테리나의 마차에 향한다. 나는 그가 상황의 전모를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항복하시고 베로프린의 시민이 되십시오. 그대들을 차별 없이 베로프린의 시민으로 대우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헛된 피를 흘리고 싶지 않습니다.”

박수호의 말은 입발린 소리가 아니다. 그는 베로프린 도시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편견 없이 시민으로 받아 차별 없이 대한다. 인간이 아닌 드워프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박수호의 인기는 높은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겠소. 우리는 이곳에서 200년 가까이 살아왔소. 몬스터에게 당하고, 도적들에게 이리저리 치였던 적이 있소. 하지만 우리는 끝내 이겨내고 평화를 쟁취했지. 그저 적이 우리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항복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소.”

박수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비크센을 향한 분노가 아니다. 그도 알아차린 것이다. 이 일엔 예카테리나의 수작이 있음을.

‘골베라스 마을 입장에선 항복하는 게 이득이야. 그깟 자존심보다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베로프린 도시의 명성을 들었다면 합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겠지.’

예카테리나가 수작만 부리지 않았다면 일은 쉽게 끝났을 것이다.

“비크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 우리는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끝낼 수 있습니다!”

“미안하오, 시장. 우리의 자존심도 이해해주시오. 하지만 그대가 우리 마을의 입구를 뚫는다면 군말 없이 자존심을 버리고 그대 앞에 무릎을 꿇겠소.”

비크센은 몸을 돌려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비크센! 비크센!!”

박수호가 불렸으나, 그의 걸음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골베라스 마을은 준비 되어 있지 않았고, 반면에 베로프린 도시는 예카테리나를 상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준비했었다. 전력 차이가 심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골베라스 마을은 정복당했다.

두 세력을 합쳐 부상자는 500명. 사망자는 30명 정도였다. 피해는 적은 편이었다. 박수호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했던 덕분이다.

“…예카테리나 님. 이걸로 만족하십니까?”

박수호가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럭저럭이었어. 태도가 불손하지만,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줄게.”

예카테리나는 주위를 스윽 둘러보고는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마차 안에 들어가기 전 나를 향해 손짓했다.

“성유진. 할 말이 있으니 들어와.”

“네. 예카테리나 님.”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하고 쾌적했다. 그녀의 손짓대로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양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내 머리는 그녀의 허벅지에 안착했다.

“…예카테리나 님?”

“가만히 있어. 주인으로서 애완동물을 귀여워 해주는 거니까.”

“…….”

가만히 있었다. 예카테리나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나와 그녀는 부쩍 친밀해졌다. 서로의 성기를 물고 빠는데 친밀해지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녀의 손길을 즐기고 있는데 치마 틈에서 익숙한 보지 냄새가 났다.

‘왜 갑자기 날 불렀는가 했더니…. 흥분했군.’

혀를 내밀어 스타킹 위쪽 허벅지를 핥았다. 그녀는 날 제지 하지 않았다. 내가 사타구니에 파고들자 오히려 다리를 벌려 나를 환영했다.

“읏… 아응….”

마차 안의 분위기는 후끈해졌다.

???

며칠이 더 지났다.

박수호가 날 찾아왔다. 그의 얼굴은 초췌했다. 두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다. 골베라스 마을을 정복하고 통합하느라 박수호는 요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유진 형. 예카테리나를 어떻게 해야겠어요. 계속 휘둘리고 있을 수는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분명 큰일이 날 거예요.”

나는 조금 의아한 눈으로 박수호를 쳐다봤다. 예카테리나는 그 이후로 박수호에게 돈을 요구하기는커녕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주야장천 나만 불러냈지.

“예카테리나가 위험한 건 맞지.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너도 알잖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나는 예카테리나만 따먹을 수 있다면 베로프린 도시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박수호의 문신 세계니까.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인데? 예카테리나의 실력을 생각하면 암살 같은 건 전혀 통하지 않아. 그건 너도 알지?”

“알아요. 방법은 암살이 아니에요.”

박수호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늘 낮에 연락이 왔어요.”

“…누구한테?”

“예카테리나와 같은 솔리트 공화국의 마도원수인 빅토르 드로즈코프에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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