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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8화 〉 758. 가인박명

758. 가인박명

“오늘 낮에 연락이 왔어요.”

“…누구한테?”

“예카테리나와 같은 솔리트 공화국의 마도원수인 빅토르 드로즈코프에게서요.”

나는 그를 안다. 예카테리나는 빅토르를 몇 번이나 씹었다.

빅토르 드로즈코프는 달리 만암(萬岩)의 마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예카테리나에게 뒤처지지 않는, 어쩌면 그 실력은 예카테리나 이상일지도 모를 실력자다.

그는 예카테리나와 앙숙이다. 다섯 명의 마도원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80대라고 한다.

예카테리나의 말에 의하면 빅토르는 최연소로 마도원수가 된 예카테리나의 재능을 질투한다고 한다.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추악하게 일그러진 위선자 늙은이가 예카테리나의 평가였다.

“예카테리나와 같은 마도원수잖아.”

“네. 하지만 그는 세간의 평가가 좋아요. 다섯 명의 마도원수 중에서 가장 온화하고 자비심이 많은 인물로 유명해요. 그런 만큼 솔리트 공화국에 영향력도 강하고 세력도 커요.”

“소문은 맹신하는 게 아니야. 빅토르도 결국은 마도원수야.”

“알고 있어요. 하지만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죠.”

박수호는 예카테리나에게 제대로 분노한 모양이다. 눈을 보면 안다. 박수호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내가 뭐라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빅토르가 직접 찾아온 건 아니지?”

“예. 오늘 낮에 여행자가 찾아와서 제게 마법 통신구를 건네줬죠. 그 통신구로 빅토르와 대화를 나눴어요.”

“무슨 대화였는데?”

“예카테리나와 베로프린에 관한 대화였어요. 빅토르는 예카테리나가 아닌 자신과 베로프린이 계약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설마 덜컥 받아들인 건 아니지? 이유 없는 호의는 없어. 꿍꿍이가 있을 거야.”

박수호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물론이죠, 형. 절 너무 어리게만 보시는 거 아니에요? 빅토르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인 건 아니에요.”

“좀 더 자세하게 말해봐. 빅토르의 제안은 뭐야?”

“세금 10%. 그리고 베로프린에 대한 후원. 그리고 베로프린에 대한 노터치. 솔리트 공화국에 속하게 되면서도, 중립도시의 성질을 유지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로 솔리트 공화국에 묶이게 되겠지만…. 그건 예카테리나와의 계약에서도 비슷해요.”

“예카테리나는 동맹으로 대우해주기로 했잖아. 빅토르가 말을 바꾸면 어쩌려고 그래?”

“형은 예카테리나의 말을 믿으세요?”

“…….”

당연히 믿는다.

예카테리나의 보지맛에는 고귀함이 있었다. 내 경험상 고귀한 맛이 나는 보지를 가진 여자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

“예카테리나에 대해 깊이 조사해봤어요. 예카테리나는 솔리트 공화국에서 시민들의 인기는 뛰어나요. 외모와 재능이 뛰어나니까요.”

“성격을 제외하고 능력만 따졌을 땐 영웅이니 인기가 많은 건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태예요. 더군다나 빅토르와 예카테리나는 원수 사이에요.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죠. 전 빅토르를 믿지 않지만, 빅토르와 예카테리나의 관계는 믿어요.”

“……네가 날 찾아왔다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겠지?”

“네. 예카테리나는 유독 형을 자주 부려 먹어요. 지금 베로프린 도시에서 가장 예카테리나와 가장 가까운 건 형이에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연기했다. 예카테리나와 나의 사이가 알려지면 좋을 것 하나 없었다.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좀 봐주라. 예카테리나의 비위를 맞추는 게 쉬운 일인지 알아?”

“형이 힘든 거 알고 있어요. 진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형이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도 알지만…. 지금은 형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네가 곤란해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나 혼자 도망가는 건 의리가 아니지.”

“고마워요, 유진 형!”

“그래서 뭘 하면 돼?”

“빅토르가 몰래 베로프린 도시에 오기로 했어요. 형은 예카테리나를 감시해주세요. 만약, 예카테리나가 무언가 알아차린 것 같으면 바로 제게 알려주세요.”

“예카테리나와 더 붙어 있으라는 거군.”

떨떠름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박수호는 굉장히 미안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진짜 미안해요, 형.”

“됐어. 조금 더 고생하지 뭐. 그런데 빅토르가 직접 오는 이유는 뭐야? 설마 예카테리나를 암살하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솔리트 공화국의 법을 이용해 예카테리나를 압박한다고 하던데요? 예카테리나는 같은 마도원수가 아니면 압박할 수 없는 위치니까요.”

“후우. 알았어. 예카테리나의 감시는 내게 맡겨둬. 넌 이제 뭘 할 거야?”

“아, 저는….”

박수호의 분위기가 암울해졌다.

“골베라스 마을 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아직 안 끝나서…. 드워프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긴 한데…. 그 외에도 문제가 많아서 일하러 가봐야 해요.”

“어, 그, 그래.”

“이만 가볼게요.”

박수호는 힘없는 걸음으로 떠났다.

나는 예카테리나를 찾아갔다.

똑똑.

“예카테리나 님. 접니다.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 들어와.”

나는 방금 박수호에게 들은 정보를 바로 일러바쳤다. 예카테리나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하. 박수호. 그렇게 안 봤는데 바로 배신을 할 줄이야.”

최근 시장으로서 능력을 보이며 예카테리나의 신뢰를 알게 모르게 쌓아가던 박수호였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신뢰가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예카테리나는 더는 박수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예카테리나 님. 혹시 수호를 죽이실 겁니까?”

“왜. 내가 죽이겠다고 하면 막을 거야?”

“아뇨. 막지 않겠습니다. 수호는 친한 동생이지만…. 전 예카테리나 님을 더 좋아합니다.”

박수호가 뒈지면 여동생인 박가연은 내가 잘 보살펴 줄 것이다. 박수호는 마음 놓고 뒈져도 된다.

“후후후. 그렇겠지. 죽이러 갈까.”

아니. 잠깐. 박수호가 죽으면 문신 세계에 들어올 수 있나?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나, 박수호가 죽으면 그것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카테리나 님. 박수호가 죽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습니다.”

“알고 있어. 나도 걔를 죽일 생각은 없어. 하지만 괘씸하니 벌을 줄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 빅토르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렵겠네.”

“빅토르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예상하십니까?”

“뻔하지. 날 죽이려 할 거야.”

“네?”

“여긴 솔리트 공화국이 아니야. 날 죽이고 그 죄를 베로프린에게 뒤집어씌우겠지. 솔리트 공화국 내에선 날 죽이기 불가능하니까. 직접 베로프린 도시에 오는 것도 그 때문이고.”

“위험하지 않습니까? 뭔가 준비를.”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후후. 맞다. 이번에 아주 큰 일을 했으니 상을 줘야겠지. 뭘 원해?”

당신의 보지를 원한다.

목 끝까지 차오른 그 말을 참았다. 예카테리나가 날 죽여버리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기꺼이 보지를 대줄 것이다. 이미 나와 그녀의 관계는 언제 섹스해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니까.

‘지금까지 참았는데 내가 먼저 박을 수는 없지. 난 예카테리나에게 따먹힐 거야.’

시선이 예카테리나의 가슴으로 향했다. 모양 좋고 풍만한 E컵 가슴.

“가슴? 괜찮네. 벗어.”

언제나처럼 옷을 전부 벗었다. 예카테리나도 옷을 벗었다. 그녀는 나와 달리 상체만 벗었다. 하얀 물방울 모양의 가슴이 출렁였다. 분홍색 유륜은 예뻤다. 유두는 유륜 사이에 쏙 들어가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예카테리나는 양손으로 가슴을 받치듯이 잡고는 내 자지를 가슴 중심에 끼웠다. 말랑한 젖이 자지를 기분 좋게 압박한다.

“예카테리나 님…! 입도! 입도 사용해주십시오!”

“요구까지 하고 건방지네. 후후. 오늘은 잘했으니 특별히 해줄게.”

가슴 중심에 툭 튀어나온 귀두를 입에 물었다. 혀가 귀두를 훑다가 요도를 쿡 찌르며 자극한다. 나는 오싹한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쭈웁… 쭙….”

그녀는 가슴을 잡아 움직여 자극하며 내 자지를 계속 빨았다. 힐끗 본 그녀의 가슴 끝에는 숨어 있던 유두가 모습을 드러내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쌉니다…! 마셔주십시오, 예카테리나 님!”

“후우웁…?!”

그녀의 입에서 정액이 터져 나와 가슴을 더럽혔다. 정액의 양이 워낙 많아서 그녀의 작은 입으로는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허나 예카테리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입에 있는 정액을 꿀꺽꿀꺽 삼키고 귀두에 남은 정액까지 쪼옥 빨았다.

“후아…. 몇 번이나 보는 거지만 양이 많아. 넌 대체 정체가 뭐야?”

“글, 글쎄요.”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내 자지를 훑고 지나갔다. 약간 작아졌던 자지가 다시 커졌다. 그녀는 다시 가슴을 손으로 짓누르며 내 자지를 감쌌다. 그러면서 귀두를 할짝거린다.

하늘색 눈동자가 날 올려다본다. 귀여워져서 무심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순간, 예카테리나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으나,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예카테리나 님의 가슴과 입! 너무 기분 좋습니다!”

그 이후로 그녀의 얼굴에 한 번 싸고, 겨드랑이에 한 번, 풋잡 2번을 받았다. 그녀는 마지막에 내 정액을 회수해갔다.

???

빅토르가 베로프린 도시에 찾아왔다. 빅토르는 겉보기에 신사 같았다. 정장을 입었고 어깨에 검은색 망토를 걸쳤다. 나이는 80대인데 겉모습은 50대 초반의 중년이다. 머리카락은 회색이었고 얼굴 절반이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염은 매일 관리하는지 정갈했다.

그는 박수호와 인사를 나누고 당당하게 예카테리나를 찾았다.

나는 바닥에 네발로 엎드렸다. 내 등위로 예카테리나가 앉았다. 등허리 위로 예카테리나의 엉덩이 감촉이 느껴졌다. 물론 옷을 입고 있는 상태다. 의자가 된 건 약간 불만스럽긴 한데, 이미 이야기가 끝난 일이다.

박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박수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를 향한 연민과 예카테리나에 대한 분노가 느껴진다.

설마 박수호가 날 동정하다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예카테리나. 못 본 사이에 성질이 더 고약해진 모양이군. 그는 박수호 시장의 측근이라 들었다. 당장 일어나라.”

“이 녀석은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신경 꺼.”

“벌?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

“내가 불렀는데 2분이나 늦게 왔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걸 참았다니까?”

툭툭.

예카테리나가 내 머리를 두들겼다. 아프지는 않다. 모욕을 주기 위해서다. 나는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다.

“예카테리나, 예의를 갖춰라!”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건 당신이야. 갑자기 찾아와서 왜 지랄이야? 원수회에서 베로프린 도시의 일은 내가 맡기로 했을 텐데.”

“박수호 시장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멋대로 조건을 바꾸고, 사적으로 동맹을 맺었다지? 너는 솔리트 공화국의 법을 위반했다.”

“재량권 범위 내야. 베로프린 도시는 솔리트 공화국이 되는 거니 법적인 문제는 없어.”

“아니. 너는 베로프린 도시를 사유화하려 했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네가 중범죄를 저질렀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일어나라. 너는 나와 함께 공화국으로 돌아간다. 재판으로 바빠질 것이다.”

피식.

예카테리나는 다리를 꼬며 빅토르를 비웃었다.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전부 말이 되는 건 아니야. 그 나이에 그렇게 억지 부리고 싶어? 날 데려가고 싶으면 공화재판부의 영장을 가져와. 아, 증거가 없으니 영장도 없겠지만 말이야. 후후후.”

“예카테리나…!!”

“내 이름 부르지 마, 늙은이. 안 그래도 나쁜 기분. 더 나빠지려고 하니까.”

나는 등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그에 예카테리나가 인상을 쓰며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짜악! 아주 찰지게도 때린다.

“이 돼지가! 의자 역할도 제대로 못 해?!”

“죄, 죄송합니다. 예카테리나 님! 용서를!”

다시 뻣뻣하게 등을 세웠다.

“용서는 한 번뿐이야. 한 번 더 실수하면 팔을 잘라버리겠어.”

빅토르는 경악한 얼굴로 예카테리나를 보다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예카테리나! 이 천박한 년! 넌 마도원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빅토르가 손을 휘두른다. 마법도 아닌 단순한 완력에 의한 공격이다. 예카테리나는 가볍게 고개를 젖혀 피하면서 내 등에서 일어났다.

“시시하네. 산책이나 하고 오겠어. 오랜만에 당신 얼굴을 봤더니 구역질이 나서 상쾌한 공기를 맡고 싶어졌어.”

“언제까지나 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흥.”

예카테리나는 코웃음 치며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성유진! 안 따라오고 뭐해! 당장 따라와!”

“…네. 예카테리나 님.”

빅토르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청년. 괜찮나?”

“…전 괜찮습니다. 예카테리나 님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으므로 이만 가보겠습니다.”

후다닥 뛰어 예카테리나의 뒤를 따라붙는다.

내 오른손은 작은 돌멩이 하나를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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