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5화 〉 765. 광명승천도
765. 광명승천도
“아뇨. 갚을 거예요. 몸이 괜찮아지면 꼭 갚을 거예요.”
박가인이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백목의 가루를 뿌렸다.
가루가 박가인의 머리 위에 눈처럼 쌓였다. 그리고 가루는 은은히 빛나기 시작했다.
백목의 가루는 저주를 흡수해서 없애는 종류다.
박가인에 걸려있는 저주가 가루에 흡수되며, 가루가 점점 검게 변했다. 가루는 10초도 되지 않아 새까맣게 변했다.
“효과는 제대로 발동한 것 같은데…. 상태는 어때?”
“졸음도 가시고 몸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오늘은 좀 더 오래 깨어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유진 오빠.”
박가인이 웃으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놓인 검은 가루들을 치웠다.
“미안하다. 백택의 저주는 역시 이 정도로는 해주도 되지 않네.”
“유진 오빠가 왜 미안해요. 제가 더 미안하죠. 내가 저주에만 걸리지 않았더라면…….”
박가인의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박수호가 자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다. 당장 그녀가 사용하는 저주 중화제만 해도 가격이 천만 원이 넘는다. 그리고 중화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런 말 하지 마. 수호는 하나밖에 없는 널 끔찍이도 아끼고 있어. 그리고 수호는 능력이 좋으니 언젠가 네 저주도 풀어줄 거야.”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 아, 유진 오빠에게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만약 내가 저주가 낫는다면…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겠지만….”
“많지 않기는. 가인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요즘 세상에서 외모는 곧 능력이었다. 옛날은 몰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외모가 뛰어나다는 것 하나만으로 먹고 살기 쉬워진다. 그리고 박가인의 외모는 굉장히 뛰어났다. 박가인의 보지를 따먹을 수 있다면 백목의 가루? 해주용 포션? 그딴 건 얼마든지 내주겠다.
“그러니 약한 소리 하지 말고 회복하는 데 전념해.”
“유진 오빠….”
나는 박가인의 손을 맞잡았다. 흑심따 윈 전혀 없는,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박가인의 손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실제로는 박가인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감탄하고 있었다. 손이 이 정도인데 보지는 어느 정도일까. 나는 무척 궁금해졌다.
“읽고 있던 책은… 몬스터 도감이네? 몬스터에 관심 있어?”
“요즘에 꿈을 꾸면 몬스터가 나와요.”
“꿈에서? 무서웠겠네?”
“무섭지는 않았어요. 꿈속에서 전 황제에요. 사람이든, 몬스터든 모두 제 말을 거부하지 못해요.”
“몬스터도? 꿈이니까 가능한 일이네.”
“헤헤. 전 꿈속에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도감을 보는 건 꿈에 나온 몬스터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있어요. 근데 꿈에서 본 몬스터가 도감에 실려 있지 뭐예요. 꿈속에서 처음 본 몬스터였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몬스터라는게 신기해요.”
“들어보니 진짜 신기한 일이네. 옛날에 본 몬스터인데 잊고 살다가 꿈에서 다시 떠오른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대화를 하며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을 느끼던 박가인도 그저 내가 손만 만지작거리자 익숙해졌는지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대충 3시간이 지났을까.
박가인의 두 눈이 끔뻑인다.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가고 고개가 앞뒤로 꾸벅꾸벅 움직인다.
“가인아. 졸려?”
“아, 네…. 잠이 몰려와요…. 버티기 힘드네요. 그래도 오늘은 유진 오빠가 준 백목의 가루 덕분에 많이 버틴 거예요.”
박가인의 한쪽 눈은 이미 감겨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었다. 그녀가 머리가 베개에 닿는다.
“괜찮아. 억지로 버틸 필요 없어. 자. 황제가 되어서 꿈 세계를 이끌어야지.”
“아, 안 되는데… 지금 누우면 바로….”
박가인이 잠들었다. 강제로 잠을 자게하는 저주답게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아 박가인을 가만히 지켜봤다. 마취라도 한 듯 순식간에 잠드는 걸 보면 무척 신기했다.
‘혹시 자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손가락을 들어 박가인의 뺨을 콕콕 찔렀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박가인이 눈썹이 찌푸려진다. 깨어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몸은 반응하는데 일어나지는 않는군.’
대충 알았다.
박가인이 덮고 있는 이불을 잡아 들췄다. 그녀는 편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올라가 그녀의 옷을 벗겼다. 단추를 풀자 수수한 속옷이 나왔다. 속옷까지 벗기니 A컵 가슴을 볼 수 있었다.
깨끗한 피부에 귀여운 분홍색 유두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유두를 입에 물고 쪽쪽 빨았다. 왠지 딸기 우유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다음은 보지다.
바지를 내렸다. 마찬가지로 수수한 하얀 팬티가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다. 팬티를 내렸다. 보지털은 윗부분에 살짝 나 있고, 보지는 I자로 딱 붙어 있다.
보지를 벌렸다.
속살은 분홍색이었고 손가락 하나 제대로 들어갈지 걱정될 정도로 작은 구멍이었다. 나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박가인의 상태를 살폈다.
“으… 으으응….”
클리토리스를 누르자 박가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나는 그녀의 유두를 빨면서 악기를 조율하듯 보지를 만졌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박가인의 몸은 내가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정도로 연약했기 때문이다.
“아으… 아, 아아아…!”
박가인의 펄떡거렸다. 그녀의 몸을 탐닉하던 나는 머리를 들고 보지에서 손을 뗐다. 손가락에 맑고 투명한 애액이 묻어있었다.
사타구니가 아프다. 발기한 자지가 바지를 뚫을 기세로 발기했다.
‘지금 여기서 따먹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박가인의 얼굴을 힐끗 봤다. 자고 있을 때 그녀의 처녀를 가져가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처녀를 잃은 그녀의 얼굴을 못 본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강간은 지겹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스마트폰으로 박가인의 알몸 사진을 찍은 뒤에 속옷을 입히고 이불까지 덮어 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하고…. 나중에 제대로 따먹어 줄게. 박가인.’
병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광명승천도 세계에 들어왔다.
유성검문은 멸망했고, 나는 이 세계의 어머니와 함께 외가인 송백무관(松柏武館)에서 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수련은 때려치우고 유유자적하게 놀고먹으며 돈 많은 백수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안휘성은 손꼽히는 대도시인지라 여러 가지로 놀 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다.
강해지는 건 중요하다. 광명승천도의 기본 배경은 선협으로 힘이 있어야 편하게 살 수 있으며, 여자도 꼬시고 따먹기 용이하다. 문제는 파워밸런스가 지랄맞다는 것이다. 경지에 올라도 더 높은 경지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수련하려고 유희세계에 들어오는 건 아니거든.’
이 세계의 내가 강해져 봤자 현실의 나는 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수련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자동진행이 있으니까. 최소한의 수련은 하고 있다.
‘수련을 최소한으로 해도 돼. 나한테는 광명승천도(光明昇天圖)와 천강성 시스템이 있으니까.’
남들이 아득바득 수련하며 노력할 때, 나는 기연을 챙기며 느긋하게 강해지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성진곤과는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우리는 유성검문이 멸망하고 서로 떨어졌지만, 공간 이동 주문서를 이용해 만나고 있다. 만나면 하는 일이라곤 여자를 따먹는 일이다.
성지곤, 그놈의 할머니 취향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예전에는 그래도 예쁜 여자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늙은 여자만 따먹다 보니 성벽이 더 심해져 얼굴이 거의 갈린 수준의 추녀에도 흥분하게 됐다.
여러 가지로 웃긴 놈이었다.
‘슬슬 해가 지는군. 어디 가볼까.’
방을 나서고 밖으로 나간다.
“성유진. 어딜 가느냐?”
왕개홍. 송백무관주이자, 나의 외할아버지인 그가 내 앞을 떡하니 가로막았다. 늙었음에도 전혀 쇠하지 않은 덩치는 뛰어났다.
“약속이 있으니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왕개홍의 두 눈썹이 꿈틀거린다.
“약속?! 또 기루에 가서 술이나 마시며 여자를 희롱하려는 거겠지! 그걸 약속이라 말하는 것이냐?!”
“네. 그녀들과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 제가 어찌 약속을 어기겠습니까. 그리고 할아버지와 한 약속도 어기지 않고 있습니다. 비켜주십시오.”
안휘성에 온 지 3년이 흘렀다. 물론 진짜 시간이 아니라 자동진행으로 스킵한 결과였다. 나는 그 과정에서 왕개홍과 약속을 했다. 마음껏 노는 대신에 수련의 성과를 보일 것.
나는 지금껏 무공 실력으로 왕개홍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왕개홍은 쓴소리를 하면서도 놀려 나가는 나를 붙잡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눈싸움을 하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비켜섰다.
“대체 왜 무공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냐? 네가 좀 더 진지하게 무공수련에 임한다면, 더 높은 경지로…. 삼정의 경지도 꿈이 아니거늘.”
“할아버지. 인생은 무공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말은 맞다만, 넌 도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 어제만 해도 기녀 3명이랑 음탕하게 놀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하하. 그건 부끄러워해야 할 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해야 할 소문이 아닙니까?”
“자랑? 네놈의 별호가 색류공자(色流公子)다! 색류공자! 내가 부끄러워서 너란 손자가 있다고 자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자랑하십시오. 사람들은 아주 부러워할 테니까.”
“이놈이…!”
색류공자.
하도 기루를 많이 넘나들고, 여자를 밝히며 대물이라는 소문이 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붙여진 별호였다. 나는 이 별호가 나름 마음에 들었지만, 왕개홍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러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이 세계에서 색을 밝히는 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었다. 보는 시선이 나쁘긴 하지만, 사내자식이라면 기루에 가는 게 당연하다는 사회 분위기도 깔려 있다. 그리고 나는 왕개홍에게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오직 내 돈으로만 놀고 있다. 방탕하다는 것 외에는 책잡힐 일이 별로 없다. 나랑 잔 기녀들도 모두 만족하니 악명도 별로 없다.
“언제 돌아올 것이냐, 내일 낮?”
“어….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때가 되면 돌아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즘 안 좋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건 아느냐?”
“어, 음…. 무슨 소문입니까?”
“기루에 다니는 놈이 정보에 둔하구나.”
“전 정보를 얻으려고 기루에 가는 게 아닌지라….”
자동진행으로 몇 달 건너뛰어서 요즘 정보는 잘 모른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왕개홍을 쳐다봤다.
“안휘성 근처에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더구나.”
“정체불명의 무인이요? 안휘성에는 남궁세가가 있는데 간이 크군요. 남궁세가는 움직이지 않습니까?”
“아직 소문일 뿐이니 움직이기 뭐하겠지. 피해자가 발생하긴 했다만, 그들의 짓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니….”
“뭐, 저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진제국(秦帝國).
이 안휘성이 속해 있는 나라인데, 안휘성의 지배자는 남궁세가다. 비유를 하는게 아니다. 안휘성의 성주는 남궁세가주다.
황제는 몇몇 무림세가와 계약을 했다. 관을 대신하여 무림세가에게 도시를 관리하게 맡겨버린 것이다.
안휘성의 관리를 맡은 건 남궁세가다. 남궁세가가 세금을 거둬들이고, 그 세금의 절반을 황제에게 바친다.
그에 남궁세가주는 안휘성의 왕처럼 군림한다. 대신 안휘성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남궁세가가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내 말은 조심하라는 거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어디가서 맞고 살놈은 아니니.”
“…문제 일으키지 말거라. 내가 너를 막지 않는 이유는 네가 아직 사고를 치지 않았기 때문이니. 좋지 않은 소문이 들린다면 네 다리를 문질러 버리겠다. 그리 알거라.”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그를 지나쳐 기루로 향했다.
???
화월루(花月樓).
안휘성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유명한 기루다. 음식이면 음식, 술이면 술, 여자면 여자. 향락을 위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다.
화월루는 총 9층짜리 건물로 현대의 어지간한 호텔보다 훨씬 낫다. 다만 이곳의 가격은 무척 비싸다. 음식만 해도 다른 가게의 기본 5배다. 술은 더 비싸다.
그리고 나는 이곳의 단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