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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9 - 779. 광명승천도 (559/2,000)

〈 779화 〉 779. 광명승천도

779. 광명승천도

신종우와 은조사의 내력(內力) 싸움. 겉으로 봤을 때는 서로 대등해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신종우의 안색이 은조사보다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진 내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 경험의 차이다.’

은조사는 수백 년을 살아온 술법사다. 지금 그가 이전의 전투로 인해 지쳤다고 해도 최소 오기(五氣) 이상의 경지를 가진 술법사. 경험과 실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

“린. 가자.”

“네. 가가.”

나와 남궁린은 전투 장소로 달렸다. 우선은 신종우를 도우며 은조사를 죽인다. 신종우는 언제든지 빈틈을 노려 배신할 수 있으나, 은조사는 그게 불가능하다.

‘지금 여기서 가장 성가신 건 은조사야.’

은조사는 나와 남궁린이 힐끗 확인하고는 한 손으로 깃털망토를 잡고 흔들었다. 그의 망토에서 수많은 깃털이 사방으로 떨어져 나간다. 보통 깃털이 아니다. 깃털 하나, 하나가 기운을 품고 있다. 저건 이미 작은 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하십시오!”

신종우가 소리치며 은조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검은 기운이 레이저처럼 뻗어 나간다.

“기공은 제법이다만, 너무 뻔하군.”

은조사가 하늘로 뛰어 공격을 피했다. 그의 깃털 망토가 거대한 날개로 변했다. 은조사는 오두막 천장을 박살 내고 하늘을 부유했다. 술법이 아니라 저 깃털 망토의 효과다.

은조사는 휘파람을 불었다. 기운이 스며든 휘파람 소리는 크고 길게 숲 전체에 퍼져나갔다. 푸드덕, 푸득. 숲에 있던 새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그의 주위로 몰려든다.

“놈들을 죽여라.”

새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떨어졌다. 생존 본능마저 죽이고,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우리를 향해 공격한다.

나는 가장 먼저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참새 하나를 칼로 베어냈다. 까앙! 성공적으로 베긴 했으나 평범한 생물을 베는 느낌이 아니었다.

‘평범한 새가 강화되었다.’

팔이 저릿저릿하다. 이어서 다른 새들이 쏜살같이 날아온다. 새의 날개, 부리, 발톱. 하나, 하나 따지면 별 볼 일 없다. 허나 수가 너무 많았다. 가랑비라도 많이 맞으면 옷이 젖는 법. 이 상황은 좋지 않다.

“꺄아아아악!”

남궁린의 비명소리에 퍼뜩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를 상대할 때보다 배는 많은 조류가 남궁린을 노리고 있다. 남궁린의 위치가 공격받기 딱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저건 위험해.’

신종우라면 모를까. 남궁린은 우리 셋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졌다. 나는 한걸음에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최대한 마나를 아낄 생각이었으나, 그럴 여유가 없다.

‘뇌전!’

파지지지지직!

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간 시퍼런 번개 줄기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조류들을 쓸어버린다.

툭, 투투투툭.

번개에 튀겨진 조류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남궁린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처형.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성 소협.”

남궁린이 일어났다. 아직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은 남아 있었다.

“이 새들. 무시하면 안 되겠습니다. 저 새들을 전부 처리하고 종우를 도우러 갑시다.”

“네. 성 소협의 말을 따를게요.”

“다행히 전부 한 꺼 번에 덤비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다시 새들이 우리를 향해 공격해온다. 나는 이것들의 패턴을 대충 알았다. 강하되어 자살 공격을 해오는 새는 한 번에 10마리가 전부다. 그 외의 새들은 내 시선을 끌며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저 많은 조류를 한 번에 강화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특히나 지금 은조사는 신종우와 싸우고 있는 도중이다.’

신종우도 기공술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며 은조사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신종우의 손에서 마기가 쏘아지고, 은조사의 몸에선 깃털이 흩날린다.

‘잘 됐군. 두 사람이 서로 싸우며 힘을 빼고 있으니… 크크.’

은조사가 유리해 보이긴 하는데 신종우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나와 남궁린은 조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뇌전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며 사용하자 빠르게 조류들을 죽일 수 있었다.

새를 전부 죽였다. 나는 멀쩡했지만, 남궁린은 지친 듯 숨을 헉헉거렸다. 그녀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린. 이제 힘을 최대한 아끼고 신종우의 뒤통수를 치는 것에만 집중해.

-…네. 성 가가.

신종우와 은조사가 바닥에 떨어진다. 드디어 저들의 체력과 내력이 바닥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너와 나의 차이는 확실하다. 새가 없다고 해도 일대일로 싸우는데 내가 질 리 없다. 그러나 네놈의 무공이, 그 궤를 달리하는 무공이 너와 나를 비등하게 만들었다. 대체 그 무공은 무엇이냐?”

신종우의 천마신공은 무공이지만 기공이다. 허나, 이 세계에선 기공도 무공에 포함된다.

“…….”

신종우는 입을 꾹 다물며 말할 의사가 없음을 표현했다.

신종우가 자신의 무공을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는 천마신공 자체가 이미 이 세상에서 유명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남궁세가가 있듯이, 천마신교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천마신교는 남궁세가와 비교도 되지 않는 세력이다. 자존심 높은 무인들도 천마신교의 이름을 들으면 곧장 꼬리를 내리고 물러날 정도다.

그리고 천마신공은 천마신교의 교주가 사용하는 유명한 무공이다. 만약, 신종우가 자신은 천마신공을 익혔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신종우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움직일 것이다.

“건방진 놈. 나 따위에겐 말해줄 가치도 없다는 거냐?”

“……우릴 숲 밖으로 보내주십시오. 서로 여기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나와 남궁린은 신종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셋이었고 은조사는 하나였다. 은조사는 압박감을 느꼈는지 얼굴을 굳혔다.

“날 너무 얕보는군. 너희들 따위에게 물러날 것 같으냐?”

은조사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깃털 망토를 벗어 하늘로 던졌다. 깃털 망토의 깃털이 모조리 떨어져 은조사의 몸에 달라붙었다.

우리들은 경악해 두 눈을 크게 뜨고 은조사를 쳐다봤다. 은조사의 몸이 새처럼 변이하기 시작했다. 팔은 회색 깃털의 날개가 되고, 다리는 가늘어지며 딱딱해졌다. 머리에는 커지더니 입이 부리가되고 두 눈이 튀어나왔다.

“썩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여기까지 와서 그딴 같잖은 소리 하지 마라.”

은조사가 날아올랐다. 내가 뛰쳐나가려고 했는데, 신종우가 팔을 들어 나를 막았다.

“신종우?”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끌어들이고 위험을 처하게 했으니, 마무리는 제가 해야 맞습니다.”

“…음. 알겠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알아서 힘을 빼주겠다는 데 억지로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

신종우가 조용히 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주위에 검은색 마기가 유형화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전투에 집중한 신종우를 확인하고서 남궁린의 엉덩이를 만졌다. 남궁린은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지금 상황에서 꼭 엉덩이를 만져야겠냐고 두 눈으로 묻는다. 당연히 지금 만져야지. 나는 당당하게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사실 마음 같아선 엉덩이가 아니라 가슴을 주무르고 싶었다. 신종우가 눈치챌까 싶어서 엉덩이로 타협하는 것이다.

“읏….”

손가락이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잘도 싸우는구만.’

신종우가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 기운으로 만들어진 검이 하늘에서 나타나 은조사의 날갯죽지를 자른다.

“아아아아악!”

은조사가 지상에 떨어졌다. 추락한 은조사는 다급하게 신종우에게 말했다.

“머, 멈춰라! 네 말대로, 네 말대로 여기서 끝… 아아아악!”

신종우는 듣지도 않았다. 그대로 온몸에 마기를 두르고 은조사에게 떨어져 내렸다.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콜록.”

비틀거리다 겨우 균형을 잡은 신종우가 기침했다. 그의 입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신 소협!”

남궁린이 다가가 신종우의 어깨를 잡았다.

“신 소협!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떨어져야 합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젠장….”

은조사가 일어났다. 그가 죽지 않은 것은 몸에 걸치고 있던 이린흑갑 덕분이었다. 죽음에 달하는 치명상을 이린흑갑이 그를 대신하여 받은 것이다.

“귀중한 이린흑갑을 잃었군. 이린흑갑을 잃은 만큼… 네놈을 철저히 연구하겠다. 피에서부터 내장, 그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내장까지! 모두 내게 바쳐야 할 것이다!”

사방에 흩어져있던 깃털이 날아와 신종우의 주위를 감싼다. 신종우가 당황하며 억지로 내력을 일으킨다. 은조사는 술법을 쓰며 신종우에게 완전히 집중했다.

‘기회다. 찰나.’

은조사의 앞으로 순식간에 저급했다.

“네놈?!”

당황한 은조사가 나를 향해 다리를 휘두르려고 한다. 그러나 다리가 무릎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내 칼은 은조사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은조사가 입을 벌렸다. 칼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끝이었다. 은조사는 죽었다. 칼을 빼내고 은조사의 머리를 잘라냈다. 은조사의 술법이 풀리며 그는 원래의 인간 형태로 돌아왔다. 그래 봤자 시체였지만.

신종우를 노리던 깃털도 바닥에 떨어졌다.

“신종우. 괜찮냐? 아까 보니 피를 토하던데.”

“…무리하게 내력을 사용한 여파입니다. 며칠 정도 쉬면 나아질 겁니다. 내일 떠나려고 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남궁세가에 더 머물러야겠군요. 신세 좀 지겠습니다. 린 소저.”

“아니. 네가 남궁세가에 신세 질 일은 없어.”

신종우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전투가 끝나고 풀어졌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역시 눈치 좋은 놈이다.

“성유진 씨. 좀 이상하군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알고 있을 텐데.”

피식 웃으며 말하자 신종우는 억지로 내력을 끌어올린다.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내가 명백히 우위에 있는데도 그 기세에 놀라 몸을 긴장시킬 정도였다.

그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김 만큼은 인정해준다.

하지만 신종우는 실수했다. 내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남궁린을 더 신경 써야 했다. 신종우는 끝까지 남궁린을 믿은 것이다.

푸욱.

남궁린이 검이 신종우의 단전을 찔렀다.

“리, 린 소저…?!”

신종우가 뒤를 돌아봤다. 남궁린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두 눈에는 눈물이 그득하다.

“…미안해요.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나, 나는 어쩔 수 없었어요.”

남궁린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전음을 들은 그녀의 손에 힘이 빠진다.

“말도 안 돼….”

망연자실한 신종우가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단전은 무인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고, 그는 굉장히 지쳐 있었으니까. 허나 신종우의 천마신공이 그의 죽음을 유예하고 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의자를 꺼냈다. 내 능력을 본 신종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궁린은 이미 내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그 능력은? 아니, 그 물건은…!”

“술법은 아니야. 뭐, 자세히 말해줄 생각은 없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그래. 아, 둔목정도 내가 죽였어.”

“어르신까지…! 왜냐?! 우리와 너 사이엔 악연은 없을 텐데!”

“이 새끼. 아직 이 세계에 적응 못 했네. 사람이 꼭 원한을 가져야만 사람을 죽일 수 있나? 이 세계는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힘만 있다면 처벌도 받지 않지.”

의자에 앉은 나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남궁린에게 명령했다.

“린. 신종우의 품속에 있는 책을 가져와.”

“네. 가가.”

남궁린은 내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신종우의 상의를 벗기고 품속의 검은 붕대로 감싼 책을 찾았다.

“린 소저! 대체 왜 그랬습니까?! 놈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것입니까?!”

“약점….”

남궁린은 말끝을 흐렸다. 약점을 잡은 건 사실이다. 그녀가 처음 내 말을 듣게 된 것도 남궁설 때문이니까.

그러나 남궁린은 고개를 저었다.

“난 이제 성 가가 없으면 살지 못해요. 난 성 가가를 사랑해요.”

“그게 무슨….”

킥킥 웃었다. 신종우의 표정은 남궁린에게 칼을 찔렀을 때보다 더한 표정이었다.

남궁린은 검은 붕대에 감긴 책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책을 받아 검은 붕대를 풀었다.

“…책이 목적이었나! 책을 가졌다고 해도 넌 읽지 못할 텐데!”

꺼끌한 책의 표지를 손가락을 훑었다.

“천마신공.”

“……!!”

신종우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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