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7화 〉 787. 광명승천도
787. 광명승천도
용권에 맞아 날아간 흑적변은 사람들에게 실려 나갔다. 흑적변은 기절했다. 만약 그가 이 일격으로 죽었다면 조용히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불안정해도 강기를 온몸에 둘렀어. 기절하긴 했지만, 치명상도 입지 않았겠지.’
기절한 흑적변은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의 변화가 자꾸만 의심스러웠다. 드래곤과 사람을 섞어 놓은 듯한 그 외형. 정상이 아니다. 원작에서 드래곤이 나왔던가?
‘……내 기억엔 없어. 하지만.’
짐작가는 원작은 있었다.
무왕 온라인.
일찍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스토리는 기억도 나지 않는 중국산 짝퉁 게임. 내가 가진 천강성 시스템이 이 무왕 온라인의 영향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면 드래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드래곤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일지도 모르고.’
흑적변을 죽이려는 화월루주 때문에 괜히 더 신경 쓰였다.
『특별 임무가 생성되었습니다!』
『흑적변은 위험한 존재입니다!』
『30일 이내에 흑적변을 죽이십시오!』
『성공 보상: 천옥 50개』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멈칫했다.
천강성 시스템의 특별 임무.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천옥 50개라. 보상 좋은데.’
흑적변은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기에 딱 타이밍 좋게 뜬 퀘스트였다.
“성유진. 비무를 이어 하겠는가?”
남궁단모가 물어왔다. 지금은 비무 중이다. 나는 그에게 담담히 대답했다.
“이어 하겠습니다.”
“알겠다.”
나를 보는 시선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흑적변을 손쉽게 이겼으니, 이 비무는 남궁세가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걸 그도 느낀 것이다.
흑룡성의 무인이 비무대로 올라왔다. 잔뜩 긴장한 그는 누가 봐도 흑적변보다 부족해 보였다.
‘천마신공을 쓸 필요도 없지. 뇌전.’
콰르르릉쾅!
벼락이 떨어졌다.
그는 흑적변과 다르게 벼락 한 번을 버티지 못하고 비무대 위에 쓰러졌다. 이게 정상이다. 흑적변이 벼락을 버틴 건 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상대, 네 번째 상대, 다섯 번째 상대까지 모두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비무는 다소 허무하게 나의 승리로 끝났다.
“비무는 남궁세가의 승리로 끝났소!”
남궁단모가 비무대 위에서 자랑스럽게 외쳤다. 안휘성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며 내 이름과 별호를 외쳤다.
“색류공자 성유진!”
“성유진!”
“색류공자!!”
나는 관객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수고했다. 유진.”
남궁호천이 내게 말했다. 그의 표정은 이전에 보았을 때보다 부드러워져 있었다. 내가 비무에서 이겨 여유를 찾은 것이다. 이것으로 남궁세가의 명성을 지켜졌으니까.
“별일 아니었습니다.”
“겸손은 괜찮다. 네가 없었으면 남궁세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하지만 때마침 네가 남궁세가에 찾아왔지. 어쩌면 너와 남궁설이의 결혼은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좋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흑룡성의 노마대주와 소성주가 가주님을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흑적변을 죽여야 한다. 변수가 될만한 정보는 최대한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음,”
남궁호천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는 말해도 되겠지. 허나, 다른 이들에겐 발설하지 말거라.”
“예.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우선 흑룡성의 무인들은 이틀 뒤에 떠나기로 했다. 이건 비밀도 아닌 사실이니 내일 아침이면 대부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드디어 떠나는군요. 가문 내의 긴장된 분위기가 풀어지겠습니다.”
“흑룡성의 무인을 대접하느라 식솔들이 고생했지. 식솔들에게 잠깐의 휴일을 줄 생각이다.”
“식솔들이 좋아하겠습니다. 다른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흑룡성의 소성주가 린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
“역시 그랬습니까.”
“역시?”
나는 남궁린과 흑적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남궁호천에게 말했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궁호천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린의 외모의 흑심을 품은 것이로군.”
“처형이 워낙 아름다워야 말이죠. 흑적변의 청혼을 받아 들였습니까?”
“아니. 받지 않았다. 음흉한 흑룡성 따위와 사돈 관계를 맺을 생각은 전혀 없다. 린의 생각은 물어보진 않았다만, 마찬가지겠지.”
“이 일로 흑적변이 악의를 품으면 골치 아파지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 흑룡성이 우리 남궁세가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남궁세가는 결코 힘에 굴복하지 않는다.”
“예. 믿습니다.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기다려라. 널 부른 건 이걸 주기 위해서다.”
남궁호천이 탁자 위에 목함을 올렸다. 표면에 화려한 무늬가 음각되어있는 목함이었다. 그는 목함을 열었다. 푸른색의 영단 하나가 들어 있었다.
“청뢰단(淸雷丹)이다.”
“남궁세가의 그 유명한 청뢰단이군요! …이걸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네 덕분에 남궁세가의 명성이 지켜졌다. 남궁세가의 가주로서 너의 공로를 알고 있는데도 무시할 수 없다. 남궁세가는 은혜를 잊지 않으며, 공을 쌓은 자에겐 합당한 보상을 내린다. 이 일은 장로들도 동의한 일이다. 사양하지 말고 받도록.”
“감사합니다!”
나는 냉큼 목함을 받았다. 이런 좋은 물건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청뢰단의 사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련용. 청뢰단을 먹고 그 뇌기를 내력으로서 갈무리하는 것이지. 오기의 경지에 오른 네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다른 사용법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게임으로 따지면 도핑용 물약이다.
“청뢰단을 복용하며 일시적으로 얻게 되는 뇌기를 사용하는 것이지. 그 청뢰단은 너의 것이니 어떻게 사용할지는 네가 선택하거라.”
“네. 감사합니다. 가주님.”
나는 그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청뢰단을 얻고 기분이 좋아졌다.
???
남궁설의 별채로 찾아갔다. 별채 입구에서 경호를 서고 있는 남궁구하와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깊었다. 최근 성격이 변한 것 같은 남궁설 때문이리라.
“설이는?”
“…린 아가씨와 함께 계십니다.”
“알았어. 수고해.”
“……성 소협. 설이 아가씨와 린 아가씨는….”
아무래도 남궁구하는 그녀들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검지를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쉿. 입을 다물고 비밀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
무언가를 깨달은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구하니 똑똑하고 입이 무거우니 비밀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남궁구하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한 번 치고 별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궁설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멈칫했다.
남궁린과 남궁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남궁린은 네발로 땅바닥을 기고 있고, 남궁설은 남궁린의 위에 올라타서 말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하윽, 하앗, 학….”
“언니는 말이야.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짜악.
말채찍이 남궁린의 엉덩이를 때린다. 남궁린은 이미 몇 십 번을 맞은 듯 양쪽 엉덩이가 새빨갛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가가! 왔어? 이랴! 언니 가가한테 가자!”
“후으응. 가가….”
남궁린이 나를 향해 기어왔다. 나도 자연스럽게 알몸이 되었다. 내 앞에 온 남궁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목을 최대한 올려 내 자지를 입에 물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남궁설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몸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왔다.
“잘 놀고 있었어?”
“응. 언니랑 말놀이 하고 있었어.”
“재밌게 놀고 있었네.”
“가가도 같이 하자.”
“그럴까.”
남궁설이 다시 남궁린의 등위에 앉았다. 나는 남궁린의 입안에 한 번 사정하고 남궁설과 함께 등위에 앉으려고 남궁린의 뒤로 이동했다.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엉덩이 사이로 푹 젖은 보지가 보였다. 보지도 채찍질에 당했는지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벌렁거리면서 애액을 흘리고 있다니…. 못 말리는 년인군.’
남궁설을 끌어안으며 남궁린 위에 앉았다.
“하윽, 하아…. 학….”
“이랴! 언니, 움직여!”
남궁린은 네 발로 천천히 바닥을 기며 방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뚝. 뚝. 남궁린의 보지에선 쉬지 않고 애액이 떨어졌다.
“으응… 가가….”
나와 남궁설은 남궁린의 등위에서 입을 맞추었다. 남궁린을 너무 괴롭히는 것도 불쌍하기에 손을 뒤로 뻗어 남궁린의 보지에 손가락 3개를 쑤셔 넣고 질내를 휘저었다.
“흐이이잇! 흐이이익!”
남궁린은 놀란 돼지처럼 소리 질렀다.
???
“여기가 유성검문…?”
유성검문에 도착한 미령은 입을 벌리며 유성검문의 안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유성검문에 오고 깜짝 놀랐다. 유성검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위치를 알아내자마자 바로 날아왔기 때문에 유성검문의 멸문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미령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유성검문 곳곳을 돌아다녔다. 모두 불에 타고 박살 난 흔적이었다. 그러나 유성검문의 구석 그럭저럭 남아 있는 벽이나, 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세요?”
집안에서 한 중년 여인이 나타났다. 펑퍼짐한 몸매의 여인이었다.
“유성검문을 찾아왔는데…. 여기 유성검문 맞지?”
“옳게 찾아오셨네. 근데 어쩌나. 유성검문은 3년 전에 멸문했어요.”
“……3년 전에 멸문했다고?”
미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머릿속으로 불길한 상상이 떠오른다.
만약, 성유진이 죽었다면? 자신은 영영 성유진을 만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었다. 유성검문이 멸문 했다고 해서 성유진이 죽으란 법도 없다.
‘내가 아는 서방님이라면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있을 사람이 아니야. 도망갔을 거야. 그리고 서방님의 진짜 세계는 여기가 아니야. 서방님이 여기서 죽었다고 해서 현실의 서방님이 죽을 리는… 없어.’
그녀는 냉정함을 되찾았다.
“유성검문의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어디 좋은 가문의 아가씨 같은데…. 내가 왜 그걸 아가씨께 말해야 해요?”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툴툴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에 짜증이 가득했다. 미령은 그녀에게 은자 한 냥을 건네줬다. 여자의 입가에 자본주의 미소가 걸렸다.
“내가 아는 거 다 알려줄게요.”
“처음부터 알려줘. 유성검문은 왜 멸문한 거야?”
“그게 내가 알기로는… 적기표국이랑 아현신가랑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여자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미령은 그 원인을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결국은 욕심 때문이었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문파가 욕심 때문에 흥망성쇠를 반복하니까.
“대충은 알았어. 유성검문의 생존자들은? 설마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지?”
참고로 중년 여자는 유성검문에서 일하던 하녀였다. 그녀는 운 좋게도 일이 벌어지는 날 유성검문 밖에 있어서 화를 피할 수 있엇다.
“대부분 죽었어요. 그때 그 커다란 폭발은 하늘이 노해서 유성검문에 벌을 내리는 줄 알았어요. 천지가 뒤바뀌는 줄 알았다니까요.”
“대부분은…? 살아남은 사람은 있다는 말이네! 그 사람들은 어딨어?”
“유성검문의 안주인들과 직계 일족 몇 명이 살아남은 거로 알고 있어요. 안주인들은 모두 자기 자식과 함께 고향으로 떠났죠.”
여자는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했다. 사실 이 근처에 살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성유진. 성유진 이란 이름은 알아?”
“유진 도련님이요? 당연히 알죠. 유진 도련님도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에요.”
미령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미령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최신 게임기, 컴퓨터, 배달음식, 영화, 드라마, 웹툰… 현대의 문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 이제 보니 유진 도련님의 그거 였구만.”
중년 여인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령은 좀 거슬리긴 했지만 넘어갔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지금 어디에 있어?”
“안휘성에 있어요. 색류공자 성유진. 그 명성은 여기 시골까지 들려온다니까?”
안휘성과 이곳, 후단시의 거리가 아주 멀지 않기 때문에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색류공자…? 하긴 여자를 밝히니까. 그런 별호로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지. 안휘성은 어느 쪽에 있어?”
“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안휘성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유진 도련님에게 가시게요.”
“응. 서방님을 만나야 해. 가볼게. 잘 지내.”
“서방님?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였구만. 조심히 잘 가세요.”
미령은 술법을 사용해 하늘로 날아갔다. 중년 여자는 깜짝 놀라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서, 선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