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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0 - 790. 광명승천도 (570/2,000)

〈 790화 〉 790. 광명승천도

790. 광명승천도

‘찰나! 찰나! 찰나!’

연속으로 찰나를 사용했다. 허나 내 칼은 그녀의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눈앞에 존재하는데, 칼날이 도저히 닿지 않는다. 아니, 닿았는데 닿지 않았다.

‘뇌전!’

붉은 번개가 그녀를 덮쳤다.

소용없었다. 그녀의 몸을 보호하듯이 감겨 있는 붉은 기운에 적뢰가 닿자마자 사라졌다.

영천류(影天流) 뇌광(雷光).

최속의 일격을 가한다.

칼날은 분명 그녀의 어깨 언저리에 닿았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그녀가 옆으로 움직이며 내 공격을 피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군.’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환술에 걸렸나? 내가 가진 특성, 절대정신을 뚫고 내게 환술을 거는 것이 가능한가?

머리가 복잡해지자 움직임에도 영향을 끼쳤다. 칼날이 둔해지고 날카로움이 사라진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천심의 효과도 사라지기 직전이 되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모든 내력을 쥐어짜내 일보를 밟았다.

쿠웅.

공간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보법은 대체?!”

공비가 당황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녀의 몸이 두 개로 보였기 때문이다. 서로 아슬아슬하게 겹쳐져 있었는데 유체이탈을 하듯 떨어지고 있다.

‘뭐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기회다!’

체중을 칼끝에 실어 돌진한다.

공비가 손을 움직였다. 검은색 장갑을 낀 손이 화련비도의 칼날을 잡아 비틀었다. 칼을 놓쳤다. 아무리 내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쉽게 무력화 당할 줄이야.

“우웨에에에엑.”

나는 입으로 피를 게워냈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무리하게 내력을 운용한 결과 속이 진탕이 되었다.

‘기회를 노려서 완전 회복을 쓰면…. 젠장. 천심이 끝났어.’

천심의 효과가 끝났다. 사혼주박진이 다시 내 몸을 구속한다. 완전 회복을 쓴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힘을 쓰기 힘들었다.

‘지금 유리아를 소환해도… 이 망할 결계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어.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나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헉헉거렸다. 내상이 심해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이제 마지막 발악은 끝났나 보군요.”

“차라리 그냥 날 죽여. 내가 고작 고문 따위에 굴복해서 아는 것, 모르는 것 전부 다 나불거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알아요. 성 공자 정도의 경지를 이루면 육체적 고통 따위에 쉽게 굴복하지 않죠. 목숨을 구걸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성 공자는 제가 끝에 가서 반드시 죽일 테니 구걸의 여지도 없죠.”

“곤란하게 되셨군. 네가 내게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어.”

공비는 나를 보다가 복면을 벗었다. 땀에 젖은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잡아 틀어 올려 옥비녀로 정리했다.

복면을 벗은 건 내가 이미 그녀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일 것이다.

“후우. 복면을 벗으니 시원하네요. 복면은 몇 번을 입어도 항상 갑갑하단 말이죠.”

앵두처럼 붉고 촉촉한 입술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억지로 시선을 뗐는데 그녀의 잘빠진 몸매가 눈에 들어온다. 얼굴이나 몸매 하나 만큼은 정말 뛰어나다. 남궁린에 버금갈 정도다. 아니, 남궁린과는 다른 매력의 미녀다.

“……죽기 전에 부탁이 있어. 내 부탁만 들어준다면 내가 가진 무공과 정보를 전부 알려줄 수 있어.”

“이 상황에서 제안이라…. 혹시 남궁세가의 자매들은 살려달라는 제안인가요?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어차피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성 공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술법을 통해 알아내면 그만이에요.”

역시 그녀가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이유는 술법 때문이었다. 술법 만능주의가 팽배한 년이었다.

“내 제안은 그게 아니야. 콜록. 일단 한 번 들어는 보시지? 들어봐서 나쁠 건 없잖아?”

공비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몸이 약간이나마 편해졌다. 응급치료 술법이라도 쓴 것 같다.

“말해보세요.”

“딱 한 번만, 나와 운우지락을 나누자. 네 보지 안에 내 정액을 싸지르게 해준다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줄게.”

“…….”

공비가 말없이 서늘하게 웃었다.

“명불허전이네요, 색류공자. 일단은 잠드세요. 정보를 빼내고 실험을 하는 건 당신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로 하죠.”

공비의 오른손이 내 머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완전 회복을 쓰고 거리를 벌린 뒤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쓰면. 젠장…. 사혼주박진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천심을 썼을 때 차라리 도망쳤어야…. 아니지. 이 결계 때문에 공간 이동 주문서의 효과가 없었을지도 몰라.’

무엇보다 안휘성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면, 내가 공간 이동 주문서를 이용하는 것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공비라면 결계를 통해 공간 이동 주문서에 대한 대비도 끝냈겠지.

‘자동진행을 통해 확실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겠군.’

공비의 오른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획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서 누군가가 내려왔다.

“드디어 찾았네요.”

화려한 옷이 바람에 펄럭인다. 그 얼굴을 확인한 나는 아는 얼굴이라 깜짝 놀랐다.

“미령…?!”

설마 여기서 갑자기 나타날 줄이야. 나는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오랜만이에요. 서방님. 아무리 기다려도 절 소환하지 않길래 직접 찾아왔어요.”

사뿐히 내려선 그녀는 눈앞의 공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내상을 입은 상태라 좀 아프긴 해도 버틸 만 했다. 내 몸에 닿는 미령의 풍만한 가슴도 마음에 들었고.

‘아. 맞다. 얘 소환하기로 했었지.’

잠깐 깜빡 잊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몇 번 떠올리긴 했는데 포인트가 없어서 소환하지 못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산을 넘고, 사막을 넘고, 바다를 넘고, 하늘을 날아서 이렇게 도착했죠.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대체 왜 약속을 어긴 거예요? 저 서방님에게 실망했어요.”

“약속을 어긴 게 아니야.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소환하려고 했어.”

“아, 네. 그러셨겠죠. 한 수십 년 뒤에 소환하셨으려나? 바깥 세계는 어때요? 2099는 발매했죠?”

“그거 좆망했어.”

“네? 어, 진짜요?”

미령이 실망하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에게 기대서 겨우겨우 일어났는데, 미령이 갑자기 입을 맞춰왔다. 내 입술을 빨며 혀를 몇 번 섞은 그녀가 입을 뗐다.

“정말 오랜만의 키스인데… 비릿한 맛이 나네요. 서방님. 사실, 서방님을 만나자마자 한 대 때려줄까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화도 좀 났고요. 근데 서방님의 지금 이 꼴을 보니… 도저히 못 때리겠네요.”

미령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공비를 노려봤다. 공비는 아까부터 굳어 있었다. 몸도 얼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당황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뿐이다.

“대신 저 여자를 때리도록 할까요? 감히, 내 서방님을 건드렸으니….”

나는 뒤늦게 내 몸을 구속하고 있던 사혼주박진이 사라진 걸 알았다.

‘…공비가 갑자기 멈춘 것을 보면… 설마. 미령이 사혼주박진을 공비에게 걸었나?’

짜악.

찰진 소리가 들렸다. 미령이 공비에게 따귀를 날린 것이다. 공비는 저항하지도 못하고 미령에게 따귀를 맞았다.

“이년이 어디서 남의 남자를!”

아주 찰지게 때린다. 막장 드라마 전문 여배우도 저 정도로 찰지게 때리기는 힘들 거다.

‘…완전 회복.’

미령의 등장으로 상황은 바뀌었다. 완전 회복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고통이 사라지고 숨쉬기도 편해졌다.

“내 남자는 너 따위에게 맞을 남자가 아니야!”

찰싹!

“어머. 눈 치켜뜨는 것 좀 봐. 아직 상황 파악 안 되지?!”

찰싹!

“이 거지 같은 년! 왜 옷도 쫄쫄이로 입은 거야?! 그 몸뚱이로 내 남자를 유혹하려고?!”

찰싹!

아주 재밌게 싸대기를 날리고 있는 미령에게 다가갔다. 나는 뒤에서 미령의 허리와 가슴을 휘감아 끌어안았다.

“진정해, 미령아. 이러다 저 여자 죽겠어.”

“오기 8단이나 되는 술법사예요. 이 정도로 죽을 리 없잖아요. 그것보다 서방님. 싸대기 한 대만 맞아주면 안 돼요?”

“안 돼. 너 현실에 나가고 싶으면 처신 잘해.”

“하아.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미령의 입에 키스했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엔 내가 키스를 리드했다. 미령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점점 대담해졌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키스를 하다가 입을 뗐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서방님을 그리워했는지 모르시죠?”

“시간은 많아. 그리고 이번에 진짜 현실에서 소환해줄게. 약속해.”

“…꼭 소환해요. 꼭.”

나는 미령의 어깨에 한쪽 팔을 걸치며 공비를 향해 다가갔다. 양 뺨에 손자국이 선명했다.

“아까부터 안 움직이던데 어떻게 된 거야?”

“이년이 결계를 이용해 서방님에게 주박진을 걸었던 걸, 결계에 간섭해 술식을 덧씌워서 빼앗아 결계를 좀 더 강화한 뒤, 역으로 이년에게 주박진을 걸었어요.”

“……?”

“결계를 해킹했어요.”

“과연. 가능하면 저 여자의 입은 열게 해줘. 물어볼 게 있어.”

“그러죠.”

딱.

미령이 손가락을 튕겼다. 공비의 얼굴에 표정이 서렸다. 두려움이 가득한 눈은 미령에게 향했다.

“서, 선배님은 누구시죠? 부디 후배에게 가르침을 주세요.”

“웃긴다, 얘. 나랑 언제 만났다고 선배고, 후배니?”

미령이 코웃음 치며 손을 들어 올리자 공비가 움찔 떨었다. 미령은 다시 손을 내렸다. 때릴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대신 때렸다.

퍼억!

내 주먹을 맞은 공비가 코피를 터트리며 바닥을 굴렀다.

“으으, 윽….”

“…서방님?”

“내가 이 여자한테 당한 게 좀 있어서. 미령아, 네가 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면 난 아마 이 여자한테 당해 이렇고 저런 실험을 당했을 거야. 생각하니 또 열 받네.”

나는 주먹으로 공비를 퍽퍽 때렸다. 얼굴은 피했다. 너무 맞아서 못생겨지면 안 되니까. 대신 배빵을 많이 때렸다.

“서방님. 보기 좀 그런데…. 고문이라면 술법을 통해 고문하는 편이 나아요. 제가 할게요.”

“그렇게까지 고문할 생각은 없어. 넌 이거나 봐.”

인벤토리에서 만화책을 던져줬다. 미령이 기뻐하며 만화책을 받았다. 나는 [유희 생활 어플] 때문에 이런저런 만화책을 읽지만, 미령은 진심으로 만화책이 재밌고 좋아서 읽는다.

“이, 이건 신간?!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보는 신간이야! 서방님! 혹시 콜라는 없어요? 콜라가 너무 먹고 싶어요.”

미령이 간절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미령이 현실에서 생활할 때가 떠오른다. 그녀는 대부분의 끼니를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내가 먹으려고 쟁여둔 치킨, 맥주, 피자, 콜라, 햄버거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5인분이 넘지만, 의외로 대식가이니 문제없을 것이다.

“서방님 최고!”

미령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술법을 사용해 허공에 앉아 만화책을 보며 치킨을 뜯었다. 시원한 콜라를 마실 때는 눈물까지 주르륵 흘렀다. 얘는 나보다 현대 문물을 더 그리워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미령은 미령이고. 나는 내 일을 이어 하기 시작했다.

“크크. 공비. 안 됐어. 결국, 천운은 날 따르는 모양이야.”

공비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차라리 날 죽이세요. 당신 따위에게 능욕당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으니까.”

“그건 너무 시시하지.”

“전 당신을 고통 없이 죽일 생각이었어요.”

“날 실험하고 난 뒤에 말이지? 크크. 나도 널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고통 없이 죽여줄게. 뭐, 고통보다는 쾌락을 더 느끼게 되겠지만.”

“크윽…! 충고하죠. 날 능욕할 생각 말고 깔끔하게 죽이세요. 그래야 적어도 제 동료가 당신을 고통 없이 죽일 테니까요.”

“대단하군. 여기까지 와서도 시건방진 태도를 보일 줄이야. 아주 좋아.”

나는 공비의 옷을 잡았다. 손가락에 검기를 일으켜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 옷을 찢었다. 그녀가 나체가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벗기고 보니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옷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천적으로 땀이 많은 것 같았다.

E컵의 풍만한 가슴은 하얗고 꼭지는 선홍색이다. 보지는 이 세계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털이 많다.

공비는 얼굴을 붉히며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크큭. 반응이 처녀인데….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그녀의 다리를 강제로 벌렸다. 땀에 젖어 축축한 보지는 선홍색이었다. 보지에서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났다.

“처녀였군! 하하! 화월루의 주인이 처녀라니! 화월루의 손님들이 알면 박장대소하겠어.”

나는 공비의 몸을 뒤집었다. 최대한 부끄러운 자세를 취하게 하려 했는데 뜻밖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문신?”

그녀의 등에 불에 휘감긴 새빨간 새가 그려져 있었다.

만화책을 보고 있던 미령이 내 옆으로 두둥실 날아왔다.

“이 여자, 주작의 일족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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